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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영화읽기

[군함도] 나도 할 말 많다 - 스포주의

by 시아-★ 2017. 7. 28.

 

'베테랑' 류승완이 돌아왔다.

것도 여름 특수 제대로 노리고, 그의 영화인생 역대급 스케일로 말이다.('손익분기점 800만'으로 더이상의 부연설명은 생략한다.)

제작비만 역대급이라면 섭섭할까봐 영화 안팎으로 논란거리도 그의 영화인생 역대급이다.

개봉 전부터 말많던 영화 [군함도]

 

류승완 감독의 영화는 거른적이 없지만 한국형 블록버스터에 송중기 조합이라면 좀 매력없는데?? 라며 남모를 내적 밀당을 거듭하다 

(라고 하기엔... 송중기 데뷔적, 빠는 포스팅을 했던 과거부터 고백해야 하는 바... 2010/09/13 - [Culture/길티플레저] - <성균관 스캔들>의 구용하 vs <마법소녀 리나>의 제로스 참조)

까려면 보고까자는 심산으로 필자도 개봉 당일 내 돈 주고 예매해서 관람했다.

 

[군함도]

개봉 2017.7.26

감독 류승완

출연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김수안, 이경영 등

러닝타임 132분

 

사진출처 : 다음 영화

 

 

누구를 위한 '독점'인가

 

문화의 날(매월 마지막 수요일 오후 5-9시 상영작에 한해 5천원에 영화관람이 가능하다.) 특수까지 덧대

지역적 한계로 동네 영화관이라 (필자가) 자평하던 화곡 메가박스에서 조차 저녁타임은 줄줄이 매진사례.

오프닝 스코어만 90만을 웃돌았다 하니 그 기록만으로도 경이롭다.

물론 스크린 독과점 논란으로 신기록이란 타이틀조차 빛이 바라는 면이 없지 않다.

오프닝 스크린이 무려 2,000관을 넘겼다. 이쯤되면 독과점이라는 단어도 무색하다. 독점이 맞다.

아니나 다를까 배급사가 CJ다.

문화강국 대한민국이라는 'KOREAN MADE LIFE STYLE'이란 메시지를 주창하며, 그 문화는 다름아닌 CJ가 만들고 있다는 자랑듬뿍 담은 광고까지 뿌려대니 참 가소롭다. 뭐, 대한민국의 문화산업 구조를 기행적으로 창조해가고 계시니 틀린말은 아니렸다.

분명 이 패악질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과거, 영화인들이 스크린쿼터를 사수하기 위해 머리띠를 둘러맸던 건 거대 할리우드 스튜디오에 맞서 자국영화의 보호를 통해 다양성을 보장받기 위함이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자본의 힘과 맞서야 한다는 대상만 도치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이 영화를 두둔하는 입장에 서려한다.

철저하게 영화만 두고 봤을때 군함도는 잘 만들어진(!) 영화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미술과 특수효과 측면에서 이뤄낸 성취에 이견을 달긴 어렵다.

 

허나 실은... 함께 영화를 관람한 '영화 꽤나 봤다'는 한 친구의 자비없는 비난에 청개구리 본성이 발동한 탓이 크다.

 

물론 빤히 보이는 몇몇 클리셰가 눈에 띄지만 그조차도 천만관객을 염두한 베테랑 감독의 영민한 연출임을 인정해야 한다.

상업영화의 가치는 흥행으로 증명된다는 것이 자본주의의 논리다. 그 와중에 작품성과 흥행은 대표적인 두마리 토끼다.

고로 거액의 투자는 작가성의 상실을 수반한다.

(필자가 인생영화로 꼽는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임순례 감독이 '우생순'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기억해보자.)

예외도 있지만 말 그대로 예외일 뿐이므로 대부분은 안정적인 노선을 택하게 된다.

군함도는 그 안정적인 노선을 따른 블록버스터에 가깝다.

 

'류승완이 작정하고 천만영화를 만들기로 했구나.'

'나도 왕년에 영화 꽤나 봤다'는 필자의 인상이 딱 그랬다.

물론 이미 천만 감독이지 않냐고? 그런데 베테랑은 작정하고 만든 영화가 아니었거든.

 

군함도가 철저하게 상업영화임에도 주제가 지닌 무게와 감독으로서 드러내고자 하는 메시지가 여타의 이슈에 묻혀 절하될 필요는 없다.

필자는 딱 그 지점에서 이 영화를 옹호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의 작품성을 논하는 것은 평론가의 영역이라며 그 의무를 떠넘기려 한다.(괜찮아 자연스러웠...을걸?)

 

 

이정도 '국뽕'이면 괜찮아!?

 

지나친 혹은 비뚤어진 민족자애는 경계의 대상인바, 국뽕이라는 말이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 모르겠으나 단 두글자로 명확히 이데올로기를 비판한 작명가(?)의 센스에 탄복하게 된다.

그런데 하필 군함도를 둘러싼 대표적 이슈가 바로 이 '국뽕'이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일제강점기라는 점, 하시마 섬에서 자행되던 반인륜적인 조선인에 대한 착취행각이 모티브라는 점에서 오해와 우려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메인 예고편만 봐도 극명하게 일제와 조선인의 갈등관계를 강조한 편집에 욱일승천기를 반으로 가르는 장면이 클라이막스로 뙇.

이런 밑도끝도 없는 애국심 마케팅은 국뽕이라는 화살로 돌아와 비난 프레임을 덧씌우는데 일조했다.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일본편 나쁜놈, 조선놈 착한놈'류의 이분법적 대립구도 보다는

원하든 원치 않든 하시마 섬에 징집된 다양한 인간군상들 각자의 이해관계와 갈등을 주욱 펼쳐놓는데 영화의 반 이상을 할애한다.

 

이 영화가 국뽕과 거리두기를 하려는 증거는 어렵지 않게 포착된다.

말년(이정현 분)이 최칠성(소지섭 분)에게 털어놓는 개인사(일제시대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성(性)적으로 유린당하고 더럽혀진 여성이라는 이유로 같은 민족에게 유린당했다)는 우리의 부끄러운 역사다. 

일본 회사의 노무계에 소속된 조선인은 더욱 가까이에서 민족에 대한 학대와 착취를 자행하고

모리배처럼 권력자에게 아첨하는 이강옥(황정민 분)도 알고보면 딸 소희(김수안 분)가 전부인 평범하지만 잃을 게 많은 그저 아버지일 뿐이다.

대표적으로 군함도에서 조선인의 정신적 지주를 맡고 있던 윤학철(이경영)의 이중행각은

단순히 일제 시대에 만연했던 밀정의 만행을 그리는 걸 넘어 현재 우리가 직면한 위정자들에 대한 국민적 배신감과도 일맥상통한다. 영웅을 기다리는 사회에 놓는 일침이랄까.

아무튼 필자에게 읽힌 군함도는 애국심으로 똘똘뭉친 민족의 대 탈출기라기 보다는

적응할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과 그저 순응했던 사람들, 그럼에도 억압에 저항하려던 사람들... 등등이 한데 얽혀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사투였다.

 

 

고증따윈 개나줘버려!?

 

앞서 기술했듯 군함도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영화다.

하시마섬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고증된 사실이다.

거기에 상상을 덧대어 가상의 인물과 사건을 배치해 극적인 요소를 가미했다는 자체가 욕먹을 일인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실제 사건에 빚지어 재구성된 이야기는 군함도 외에도 많다.

재구성과 왜곡은 다른 문제다. 만약 일본이 같은 소재로 제국주의를 정당화하는 영화를 만들어낸다면 그걸 왜곡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감독은 역사적 사실을 고스란히 전하는데 주목하기 보다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역사를 바라보는데 있어 견지해야 할 자세에 초점을 두고있는 걸로 보여진다.

더 쉽게 말하자면 아프지만 잊혀져서는 안되는 역사, 되풀이 되면 안되는 역사를 이야기를 통해 다시 끄집어 내려는 시도다.

"한 명이라도 살믄 우리가 이기는 거여. 단 한 명이라도."

약자중에서도 약자였던 말년이 탈출에 동의하면서 남기는 이 대사가 이 영화의 총체적인 메세지다.

전범 국가가 된 일본은 전쟁사범으로 국제사회에 심판을 받게될 빌미를 모두 은폐하려 했을 것이다. 거기서 착안한 작가의 상상력은 조선인 전원 학살이다. 단 한명의 증인도 남아선 안된다. 그 한 명이 전하는 이야기의 파급효과가 두려운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일본은 위안부 문제를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아직까지 살아있는 할머니들이 증인이기 때문이다.

남은 생존자마저 세월에 휩쓸려 모두 사라진다면 이 모든 진실이 덮이는 걸까?

탈출하는 배 위에 서있는 이 영화에서 가장 어린 소희의 얼굴을 정면으로 클로즈업하면서 영화가 끝나는 것도 바로 그 이유다.

다음 세대, 또 그 다음 세대가 바라볼 것이라고. 제대로 바라봐야 한다고.

 

그래서 필자는 조선인 대탈출이라는 클라이막스가 개연성없는 허황된 이야기라 덮어놓고 매도되는 것에는 이견을 표한다. 작가의 의도를 풀어내기 위한 적절한 장치라고 보는 편이 맞다.

 

사족이지만 최근 개봉했던 이준익 감독의 [박열]은 철저한 고증을 거쳐 탄생했다.(이 영화를 통해 이준익 감독은 '고증요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 흔한(!) 폭탄하나 터트리지 못하지만 그 어떤 일제를 배경으로 한 영화보다 임팩트 있고 감동적이다. 개인적으로 군함도보다 훨씬 재밌게 봤지만 관객수는 300만을 넘지 못했다.

군함도를 리뷰하면서 박열이 자주 떠올랐을 만큼 주제의식이나 메시지면에서 비슷한 측면이 많다. 다만 풀어내는 방식과 대중성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류승완 영화에 류승완이 없다고?

 

이건 인정하면서도 인정할 수 없다.

필자는 류승완 특유의 B급 감성을 좋아한다. 쌈마이(!)인거 같은데도 굉장히 유려한 연출이 있다.

무엇보다 류승완을 류승완으로 정의하는 인장은 액션에 있을 것이다.

이토록이나 자신의 색깔을 유지하며 필모를 이어가는 감독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번 영화도 액션감독으로 정두홍이 참여했다.

사실 정두홍을 세상에 알린 건 류승완이라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이 둘의 시너지는 한국 영화계의 축복이다.

마치 왕가위와 크리스토퍼 도일(촬영감독)과 같은 관계랄까.

 

그런데 군함도에 류승완이 없다는 평이 많다.

굳이 따지면 개인적으로 류승완 영화중에 군함도가 가장... 이 이상의 답변은 생략한다. 대놓고 옹호하기로 했으니까.

그 와중에도 필자는 군함도에도 류승완의 시그니처를 분명 목격했다.

목욕탕에서의 칠성과 조선인 노무계 직원의 결투씬이 그렇다.

동족이 서로를 겨누는 아픔을 극명하게 보여주기 위한 중요한 장면이기도 하지만,

소름끼치도록 날이선 생생한 액션장면은 류승완이기에 가능한 전매특허이기도 하다. 

 

 

마무리 하며...

 

개인적으로 가장 싫었으면서도 전율이 일었던 장면이 바로 윤학철을 공개처형하고 박무영(송중기)이 모두에게 탈출을 제안했을때 일어나는 촛불씬이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장면 아닌가. 이런 기시감을 이용한 감정씬은...  그야말로 점점점

무엇보다 송중기가 분한 박무영은 흡사 유시진 대위 복붙(복사 붙여넣기)이다. 유시진이 일제시대로 타임슬립해 '제가 또 이렇게 어려운일을 해냅니다'하는 느낌적인 느낌.

송중기는 제대 후 군인전문 배우로 말뚝을 박으려는 건.... (더 이상의 서술은 생략한다. 난 옹호하는 리뷰를 쓰고 있는 거니까.)

연기를 지적하고 싶은 게 아니다. 하필이면 이어지는 필모가 비슷한(아니 똑같은) 캐릭터인 건 빌미가 될 수 있으니까. 

 

군함도는 숲보다 나무가 유독 눈에 밟히는 영화이기도 하지만 나무만 패다가 숲을 못보는 비운의 영화가 될 것 같아 구구절절 할 말이 많았다.

물론 여타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그렇다보니 기대안하고 봐서 볼만했다는 주변의 평도 다수다.

심지어 필자가 이렇게 소리높이지 않아도 천만관객은 순탄해 보인다.

 

영화는 영화고, 잘못된 역사는 바로 세우고 과거를 반면교사해 지금의 역사를 새로 써야할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