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8
시아의 라다크 강행군 마지막 여정은 하누공마.
고맙게도 동익오빠는 이번 여정까지 함께해 준다.
바라나시에서의 인연으로 레에서 다시 만나 쭈욱 여행을 함께하고 있다.
이 오빠, 항상 어메이징한 다른 여행자를 보며 시종일관 감탄과 부러움만 토해내는듯 하지만 알고보면 겸손한 자세로 그들의 경험을 소화해내는 열린 마음의 소유자다. 철학과 출신이어서인지 생각하는 방식도 남달라 이야기도 잘 통하는 면이 있다.
꽤나 오래 함께하면서 알게됐지만 무전여행 경력도 가지고 있다. 대단하다 대단하다 해서 정말 내가 대단한가 착각할뻔했지 ㅋㅋ 내가 볼땐 이 오빠가 더 대단 ㅋ
하누공마는 시아도 모르던 곳이다.
누브라밸리며 판공초며 라다크 여행의 필수 코스격이 되었지만... 시아의 욕심으로 아직 여행자들이 찾지 않지만 아직까지 라다크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그런 마을을 찾아가 보고 싶었다. 그렇게 찾게된 곳이 하누공마.
암튼 듣보잡인 마을까지 시아의 결심하나 믿고 함께해주니 든든할 따름.
하누공마에 가는 버스는 매주 금요일 9시 뉴버스스탠드에 딱 한대가 운행한다. 역시나 파키스탄 국경과 인접한 마을이라 퍼밋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워낙 여행자가 안찾는 동네여서인지 분며유체크 포스트를 두 군데 정도 지나는데 단 한번도 퍼밋과 여권을 요구하지 않았다 ㅋㅋ 이건 아마 복불복인듯 싶다 ㅋ
암튼 미리 버스표를 예매하지 않은고로 한시간이나 일찍 버스스탠드를 찾았지만 확실히 비인기지역인 탓인지 버스표 예매는 의미가 없는듯 하다. 먼저 자리맡으면 임자고 레에서부터 꽉꽉 자리가 차지는 않는다.
버스스탠드에 늘어선 다바중 한군데 자리잡고 메인바자르에서 사온 갓구운 5루피짜리 빵과 짜이로 여유로운 블랙퍼스트를 즐긴다.
동익오빠와 다니면 편한점 중 하나가 바로 찌질한 시아의 여행스타일과 비슷하다는 점.
바라나시에서 시아 만나기 전만해도 한식당을 찾고 릭샤 바가지를 쓰고 다녔다는 오빠는 레에서 만난 이후 180도 돌변해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꾸준히 동행할 수 있을는지도 모르겠다 ㅋ
9시 맞춰 버스가 출발한다. 요금은 250루피.
전혀 정보가 없으니 얼마나 걸릴지도 모른다. 163키로 거리라 하니 6시간이면 도착하지 않을까 어림 짐작해본다.
심지어 초반은 산길이 아니라 도로도 잘닦여 쭉쭉 나간다. 이대로라면 5시간이면 갈것 같은 기분좋은 예감 ㅋ
10시반쯤 니무라는 마을에서 아침을 먹을 시간이 주어진다. 우리는 이미 빵과 짜이로 아침을 해결했으니 걍 동네구경이나 하기로 ㅋ
라다크에서 첨보는 뿌리 사브지도 보인다. 역시 대부분이 저렴한 뿌리로 아침을 해결하는 분위기다.
동익오빠는 슈퍼에서 한참 고민하더니 딸기맛샌드를 구입한다. 인도는 짜이문화가 발달해서인지 비스킷 종류가 저렴한편에다가 맛도 좋다. 시아는 그나마도 잘 못사먹지만 동익오빠는 얼마전에 다미언니가 맛보여준 인도 쿠키에 반했는지 이번에 과감하게 인도 비스킷에 도전하는 모양이다.
원래 딸기맛첨가 식품은 거들떠도 안보는 시아.
이마저도 맛있다고 잘 얻어먹는다.
장기여행하면서 못먹고 안먹던것들에 대한 인상이 많이 바뀌게된다. 망고에 라씨에 이번에 치를떨던 딸기맛 샌드까지 ㅋㅋ
12시 반쯤 Khaltsi라는 마을에 정차한다. 스탠드 바로 앞 POTALA GARDEN RESTAURANT에서 치킨뚝바 하프를 50루피에 먹는다. 라다크에서 먹은중 착한 가격을 자랑한다. 하프만 먹어도 배부른 양. 심지어 맛도 굿이다. 시아는 역시 한국사람이라 우리네 다데기격인 여기 칠리소스를 좀 섞어본다. 으아 쥑이네 ㅋㅋ 칼칼하니 속이 다 풀린다.
간만에 착한가격으로 배를 채우고 버스가 출발하기만을 기다리는데 그사이 승객은 꽉꽉차서 몸가누기도 불편한데 한참뒤인 2시에나 버스가 출발한다.
ㅋㅋ 어쩐지 편하다 했어 ㅋ 하누공마가는 버스는 이 마을부터가 피크라고 보면된다.
이때부터 우리의 버스는 마을버스로 돌변해 수시로 섰다 갔다를 반복한다. 그 사이에 장도 봐오는 주민들도 보이고 ㅋ 큰짐 싣느라 한번 서면 세월아 네월아 ㅋㅋ
동익오빠도 나름 이번 인도여행에서 수많은 로컬버스를 탔지만 이버스가 최고인것 같단다 ㅋ
인도 로컬에는 닭도 함께 탄다는 말을 오늘에야 확인하기도 ㅋㅋ
그리 놀랍지 않은건 이미 라오스에서 이동네 저동네 다들리는 오지랖 기사도 경험해 봤을 뿐더러 태국에선 벌레 두박스와 같은 롯뜨에 타보기도 했으니 ㅋㅋ
긍정의 동익오빠와 시아는 어느순간부턴 모든걸 내려놓고 빨리 도착해서 마을 구경하는것 보다 지금의 로컬버스 분위기를 즐기기로 한다. 이쯤되니 하누공마가 어떤 마을인가는 중요치가 않다.
버스에 탑승하는 모든 이들이 서로 반갑게 인사하고 짐 싣는것을 돕는 분위기만으로도 이게 라다크지~ 괜히 훈훈.
사진과 책으로만 봤던 기다린 귀걸이를 한 전통의상의 할머니를 보면서도 라다크에 왔다는 사실이 실감난다.
분위기가 이제 거의 도착하는듯도 하다. 뒤에 앉은 아저씨가 하누공마가냐며 친절히 묵을 곳을 메모해 건네주신다. 시아에게 중요한건 가격 ㅋ 하우머치 물어봐도 못알아듣는건지 자꾸 가는 길만 설명해주신다 ㅋ
그러다 결국 옆에 아저씨가 직접 데려다 줄테니 따라가라 당부하고 먼저 버스에서 내리는 오지랖 아저씨 ㅋ
이제나 저제나 언제도착하나 초행인 우리는 알길이 없고 군사지역을 지나 마을 같아 보이는즈음 다다라 우리를 숙소로 안내해주기로 한 다른 아저씨는 기별도 없이 쿨하게 내려버린다 ㅋ
허허 걍 우리끼리 하누공마가서 숙소 찾아봐요~
그 바로다음이 종점인 하누공마.
보리 수확철인지 베어놓은 보리 포대가 한가득이다.
동익오빠는 주변사람들에게 인근숙소 위치를 물어보는데 다들 시큰둥 ㅋㅋ
오지랖 아저씨가 적어준 메모를 보여주니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니 엄두가 안난다.
음... 이미 시간은 6시고 ㅋ 우겨서 여까지 왔는데 막상 숙소 잡는것부터가 난항인 상황. 길은 세갈래인데 어디를 가야하는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한창 버스에서 짐을 내리던 승려복장을 한 아저씨에게 사정을 말해본다.
근데 생각보다 영어가 아주 유창하심 ㅋ
너 여기 처음왔니?
네 저 여기 처음이에요. 마을이 어딘지도 모르겠고 숙소도 알아본데가 없어요. 내일 아침에 떠나야 하는데 게스트하우스나 홈스테이있는 곳 아세요?
여긴 게스트하우스가 없어. 하지만 찾아보면 너넬 재워줄 곳이 있을거야. 그게 게스트 하우스 찾는것보다 나을거야. 만약 못찾는다면 내 집에서 지내도 괜찮아.
와! 저는 좋아요. 그렇게 할게요^^
이렇게 우린 케이티라는 하누공마 출신의 승려를 만나게 되는 행운을 얻는다.
9시간 걸려 도착했을땐 멘붕이었지만 생각지도 않게 진짜 홈스테이를 하게 된것.
마침 케이티의 집은 완성이 덜 됐지만 하룻밤 지내기엔 불편이 없다. 아직 화장실이 없어 볼일은 자연으로 흘려보내야 했지만 말이다 ㅋ
집까지 안내해주고 볼일마치고 돌아온 케이티는 제일 먼저 짜이와 크래커를 대접해준다.
판공초에서 부터 느꼈지만 라다키들의 부엌은 참 아늑하고 아기자기한 맛이있다. 식기들을 정리하는 매무새가 예사롭지 않다.
부엌에는 LG티비가 뙇. 자연스럽게 발리우드 무비를 틀어놓고 차와 함께 대화를 나눈다.
케이티는 세계곳곳을 누비며 공부와 가르침을 나누어온 글로벌 승려다. 이동네에서 유일하게 영어를 할줄 아는 것도 그런 이유.
일전에도 몇번 독일인과 일본인 여행객을 손님으로 받은적이 있단다.
어쩜 내 생각을 읽었는지 게스트하우스 같은데서 지내면 진짜 라다키의 삶은 보지 못한다며 이렇게 민가에서 함께 음식을 나누고 함께 지내는게 너희에게 더 좋은경험이 될거라 자상히 대해주는 케이티.
주제넘게 집에 도착하자마자 얼마를 드려야되냐고 물어본 스스로가 부끄러워진다.
동익오빠는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좋기도 하면서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는 오락가락의 심경이란다.
시아의 첫 카우치 서핑 경험부터 지금까지의 초대와 호의에 대처하는 마음가짐의 변천사에 대해 읊는다.
우리는 마음을 마음으로 받는걸 잘 못하는 경향이 있다. 기브앤테이크에 익숙한 환경에서 살고 있으니까.
받았으니 물질로 되갚아야 한다는 강박이 가장 큰 장애물이지 싶다.
주는걸 아까워하지 않는 사람이 받는데도 열려있으리라.
라다키는 버터티를 즐겨먹는다며 원한다면 트라이해보라 권하는데 당연히 거절할리가 없지 ㅋ 케이티 말로는 호불호가 갈린다는데 ㅋ 정말 호불호 갈릴맛 ㅋ
버터에 소금을 넣고 끓인 차라는데... 구수한것이 사골에 소금간 한 맛이랑도 비슷하다 ㅋ 막 찾을 맛은 아니지만 익숙한 느낌이어서 그런지 먹을만하다.
이제 슬슬 저녁을 먹을 시간. 케이티의 누나와 다함께 저녁준비를 한다. 오늘의 저녁 메뉴는 사브지와 라이스. 우리는 야채 다듬는걸 도운다.
이렇게 우리는 유기농 야채로 건강한 한끼를 나눈다. 손님을 위해 따로 챙겨준 스프 맛은 아주 기가막혔다는 후문 ㅋ
밖에는 보름달이 밝았다.
구름에 달무리가 비치니 이것또한 장관이다.
끝끝내 라다크에서 은하수는 못보고 돌아서는구나.
그래도 동익오빠 말마따라 우리는 별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났다. 그걸로 족하다.
당장 내일 레로 돌아가야 하는 우리는 마을구경조차 제대로 못할지언정 여길 찾아온 고생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안다. 왜냐하면 이제서야 진짜 라다크를 만났거든 ㅋ
8/29
7시에 인나서 동네구경하고 뜨자고 계획했더랬지만 ㅋ 케이티는 6시부터 일어나 아침준비를 했던 모양이다.
덕분에 라다키식 난로에다 짜파티를 구워내는 모습을 직접확인하진 못했지만 난로안에 장작은 아직 타고있는 중이다.
같이 짜파티로 아침을 나누나 했는데 토스트와 계란을 뙇.
짜이까지 함께하니 내 인생 최고의 블랙퍼스트의 완성이다. 뭘 먹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누구와 어디에서 무엇을 공유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되는 하누공마의 홈스테이 ㅋ
이미 아침 먹으면서 동네구경은 포기했다 ㅋ
급하게 붓펜으로 케이티에게 편지를 남긴다. 나름 살구나무와 전원을 표현하고 있었지만 급히 그리다보니 이건 대체 뭥미 ㅋㅋ 마음만 받기를 ㅋ
동익오빠는 나중에 사진을 보내겠다고 주소를 딴다.
버스시간과 다음 약속만 아니라면 더 지내고 싶은 하누공마와 아쉬운 작별이다. 이 동네만큼은 상업화가 안됐으면하는건 나만의 욕심일까 ㅜ
9시에 레로 향하는 버스가 우리를 태운다.
갈때와는 달리 7시간만에 레에 도착. 역시 라다크 로컬버스는 복불복이야 ㅋㅋ
'Abroad > 2015 세계일주 in 인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계일주 D+116-117] in 인도 레 - 킬롱 - 마날리 : 되돌아가는 기나긴 여정 (2) | 2015.09.02 |
---|---|
[세계일주 D+115] in 라다크 레 : 토요일 밤의 축제 (0) | 2015.09.01 |
[세계일주 D+113] in 라다크 레 : 여행에 관한 고찰 (2) | 2015.08.31 |
[세계일주 D+111-113] in 라다크 누브라밸리 뚜르뚝 : 라다크의 동화같은 마을 (0) | 2015.08.31 |
[세계일주 D+110] in 라다크 레 : 평화의 상대성 (0) | 2015.08.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