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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road/2015 세계일주 in 인도

[세계일주 D+120] in 인도 마날리 : 송어가 먹고 싶었어요.

by 시아-★ 2015. 9. 5.

9/3

어제밤 자정즈음 그렇게 혼자 생쇼를 하고 기절했지만 무슨정신으로 오늘은 새벽 6시에 기상을 한다.
눈뜨자마자 어제의 흔적을 스스로 마무리해야한다는 책임과 의무감으로 예의 그 배수로를 향한다.
다행히 아직 주인내외는 자는 듯하고 여기서 잘만 처리하면 완전범죄가 가능하다.
오. 근데 내 이토록 아름다운 빛깔의 토사물을 본적이 없네. 내거라서 하는말이 아니라ㅋㅋ
한국에서도 가끔 오버음주를 하면 오바이트를 할때가 있는데 온갖 잡음식이 섞여 비균등한 물질들과 고춧가루들이 점점이 박혀 내토를 내가보면서도 토하는데. 음... 식전에 이 글보면 식욕 달아날듯 ㅋㅋ
암튼 오늘본 내 속의 것들은 형광에 가까운 주황을 띈 아주 곱고 균일한 약간 걸죽한 액체에 가까웠다.
그동안 그렇게 달과 베지만 먹어대서 이런 결과물이 나온것일까?

근데 이걸 감상하고 있을때가 아니지.
화장실에 있던 양동이에 물을 길어 토사물을 하수구까지 밀어내는 작업을 수차례 거듭한다. 여기밥이 찰기가 없다보니 몇번 물 끼얹어도 쉬 떠내려간다.
후. 완벽하다.

이 일은 나와 그 티베탄만 아는거다.
아. 그러고보니 정신멀쩡해져서야 드는 생각이지만 보통 옆에서 누군가 토하면 모르는 사람도 다가와 챙겨주기도 하는데 그넘은 그동안 도대체 뭐한거지?
마주치고나서 토하고 방안으로 들어가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괜찮냐거나 하는 말한마디 없었다.
떼어내려고 할때는 그렇게 옆에 와서 떠나려고를 안하더니 ㅋㅋ 이래서 사람은 힘들때 걸러진다더니. 애초에 좋은사람같지도 않았거니와 ㅋ

수습을 마치고 한숨돌리고 온천이나 가자며 짐을 챙기는데 주인아주머니가 청소하러 나오신다. 어쩌다 보니 문을 열어논 상태라 자연스럽게 인사를 주고받는다.
근데 아줌마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혹시 니가 어제 오바이트 했냐고 묻는다.
아... 흔적은 숨겼어도 고요한 한밤중의 경망스런 사운드는 감출수가 없었겠구나 ㅋ

네;; 저 맞아요 ㅠ 정말죄송해요 ㅠ
아이고 어쩌다가 그랬어. 배탈난거니? 지금은 괜찮아?
네네 지금은 괜찮아요. 갑자기 속이 너무 메스꺼워서 그만 ㅜ
혼자? 아님 그 남자랑?
혼자였어요!
정원에다 토한거야?
아뇨 거기 근처에...(확실히 뒷처리는 잘한 모양이야)

간밤의 실례에 난 너무 죄송한데 다른것보다 따뜻하게 걱정부터 해주시니 진짜 아줌마 성품을 알겠고도 남음이다.

그리고나서 아줌마는 새로운 정보를 주셨다.

어제 새벽 한두시쯤에 티베탄 남자가 급히 짐싸서 나갔단다.
시아가 토하고 얼마 안지난 시간이다.
어제 밤에도 계속 밖에 나왔다가 방에갔다가 왔다갔다하며 날 기다리는 눈치였단다.

그 남자는 어디서 만난거야?
그저께 바쉬쉿갔다 만났는데 계속 따라다니면서 숙소물어봐서 여기 알려준거였어요. 제 생각엔 좀 이상한 사람같아요.
난 한국사람인줄 알았지. 처음부터 티베탄인줄 알았으면 방 안줬어. 티베탄이 질나쁜 애들 많아.

헐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티베탄의 인상은 이런게 아니었는데 아줌마까지 이렇게 말하니 또 소름.

어제 체크인할때도 폰번호를 적으라는데 자꾸 이상한 핑계를 대며 거부하더란다.
그래서 결국 이메일주소만 받았다며.

어쩐지 어제 체크인하면서 쥔 아저씨랑 한참을 실랑이 하는것 같더니만 힌디로 말하니 무슨사정인지 몰랐지.

아줌마도 시아도 그 남자의 석연찮은 행적에 의문을 쏟아내다 결론은 이상한 놈이었다로 정리한다.
인도에서 별 놈을 다 봤지만 역대급이다.


하... 정말 일찍 일어났다 생각했지만 바쉬쉿까진 빨라도 한시간거리. 6-7시가 젤 좋다니 지금가도 황금시간대는 이미 놓쳤다. 뭥미 ㅋㅋㅋ 세번의 도전 모두 실패네.

그래도 나는야 간다 온천욕.
숙취도 씻어낼겸 오늘은 더더욱 가야지 ㅋㅋ
아주 출근도장을 찍는다. 누가보면 거기 꿀단지 숨겨논줄 ㅋㅋ
무엇보다 좋았던건 공짜라는 사실이죠 ㅎㅎ(쇼핑호스트 버전)
극건조한 라다크에서 망친 피부, 온천으로 되돌려놓겠다는 굳은 의지도 포함된다.

어디 또 온천 유명한 나라 없나? 온천여행만하고싶다 퐈 ㅋㅋ

아 그러고보니 5년전에 라주가이드로 서와 함께 쉼라근처 어딘가 트레킹도하고 따따빠니라는 강 자체가 온천인 곳도 갔었더랬는데 불과 작년인가 그 지역에 댐을 건설하는 바람에 더이상 온천이 나지 않은단다.
덕분에 그 지역 관광상권이 모두 철수하게됐다는 슬픈이야기를 들었지.
무분별한 건설이 자연이 준 선물을 훼손하고 지역경제에도 피해를 끼쳤으니 참 생각없는 행정이다 싶고 괜히 내가 다 안타깝다.


오늘은 아예 맘먹고 빨래감과 역시나 묵혀두던 마스크팩까지 챙긴다. 낮엔 볕이 강해 일찍갔다 돌아오면 말릴시간 충분하리라는 계산.

오늘도 숲길을 지나며 살구씨를 돌로 깨먹으며 채집라이프를 즐긴다 ㅋㅋ 뭘까 이 원시인이 된듯한 느낌은. 돌을 도구로 사용하기 시작했어 ㅋㅋ
이대로라면 무인도 던져놔도 생존할 수 있을것 같아 ㅋㅋ
근데 7시대의 국립공원은 훨씬 활기차다. 조깅과 체조를 즐기는 시민들도 많고 곳곳에 명상자세로 바위위에서 가부좌튼 사람들도 심심치않게 볼수있다.

여기서 해쉬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한적하거나 어두울때 조심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시아는 단 한번도 본적이 없네. 외려 그제 폭포 가는길에 많이 봤지 ㅋ 핫플레이스가 이전했나봉가 ㅋ


어제와 같이 또 버스스탠드를 찾는데 어제의 그 무성의한 아저씨, 이번엔 표을 안끊어주고 30분전에 와서 걍 버스에서 돈내면 된다며 돌려보낸다.
매표원이 표 안끊어준다는데 도리있나 걍 돌아가야지 뭐.


바쉬쉿가는길 어제의 그 주유소 맞은편 노점에서 버거로 조식을 때우려했지만 이른시간이라 그런지 자취를 감췄다. 어쩌면 점심즈음에만 장사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저께는 못봤겠지. 아쉽구만 ㅜ


8시조금넘어 바쉬쉿 온천에 당도하니 이미 사람은 바글바글에 탕은 혼탁해진지 오래 ㅋ
그래도 좋았던건 해가 완전히 들지 않아 바깥공기가 서늘한게 반신욕 효과는 두배.
물도 그전만큼 뜨겁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탕물이 좀 더러운 느낌이고 인원이 붐비는 것만 빼면 오전 8-9시 사이도 온천욕 즐기기에 나쁘지 않은 시간대인것 같다.
지난한 빨래까지 마치고 간만의 마스크 팩으로 얼굴에 영양을 챙겨주고 건조함과 강한자외선으로 어르신들 손발이 돼버린 메마른 피부에 알로에수딩젤을 이빠이 펴바르는 것으로 3일간의 바쉬쉿 원정을 마무리한다.
대단원의 막이구만 ㅋㅋ

그렇다고 몇년치는 폭삭 늙어버린 피부에이지는 쉽게 돌아오지 않을거라는 건 함정. 그래도 기회될때 챙기는거지 뭐.
그동안 귀찮다 뭐다 넘 신경안썼으니께.

이럴거였음 걍 바쉬쉿에 머물렀어도 좋았을뻔. 숙소비싸단 얘기에 지레 겁먹었지. 직접 확인해보니 걍 이 근처에 고급숙소가 좀 더 있는거지 온천 뒤쪽으로 저렴한 게스트 하우스도 많다는거.

단지 올드마날리가 주변 템플이나 뉴마날리와의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장점으로 아직까지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다뿐이지 시아처럼 온천과 휴식을 원한다면 바쉬쉿에 묵는것이 더 맞는 선택일수도있다.
5년전에 템플이며 다 가봐서 흥미도 없고 실제로 이번 마날리에서 사원은 지금묵는 숙소 바로 위 마누템플만 한번 찍고왔지. 것도 걍 싼 식당 찾아보려다 들른거라서 ㅋ

그래도 뭐 3일동안 숲길에서 산림욕도 하고 운동삼아 왔다갔다하기 좋았다 ㅎ

오늘의 이동을 예비해서 그동안 슈퍼지나가며 눈여겨봤던 러스크를 하나 사간다. 가격도 25루피로 다른 과자나 비스킷류와 비교했을때 가성비 최고로 보인다. 이걸 왜 이제야 발견했을까 ㅠ
항상 막판에 이런게 보인다니까 ㅜ

꿀짜팔던 노점은 역시나 아직 오픈전이다. 점심장사만하는게 확실하군. 아쉽지만 이거 먹자고 몇시간을 기다릴순 없지. 아직 체크아웃도 못했고.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뉴마날리쪽에서도 아침때울만한 메뉴가 딱히 눈에 띄지않는다. 로컬 더듬이 망가졌다. 시원찮네.
파란타나 먹어야겠다하고 버스스탠드 뒤 골목으로 들어가는데 파란타와 뿌리를 파는 노점이 뙇. 내가 이쪽은 그렇게 드나들었었는데 왜 여길 못봤지? 이래서 한번갔던 길도 다시 갈 필요가 있다. 그때그때 새로운 걸 발견하기도 하니까.
테이스티 오브 티베탄으로 향하는 바로 그 골목이다. 파란타 20루피, 짜나 커드 믹스 (콩커리에 약간의 요거트을 섞어준다)10루피다.

빨래도 널어야하고 체크아웃도 해야하지만 시간은 많은편. 저녁까지 빈둥거리다 버스타고 쉼라에 갈 생각이다.

그렇게 숙소가는길. 윤카페 근처에 있던 한국인들을 만나 잠시나마 수다의 장을 열었는데 신기한게 남자분은 레에서 만났던 정현씨 친구란다. 방콕에서 우연하게 친구와 만났더라는 얘기도 들었는데 그 주인공이 바로 이분 ㅋㅋ
아 진짜 여행바닥이 좁은건지 인도가 좁은건지 ㅋㅋ
이친구는 예산은 시아와 비슷한데 사진으로 돈을 벌면서 다닌단다.
영상쟁이는 나와봐야 혼자 장비없이 할수 있는게 없다. 물론 맘먹기 나름이다만. 혼자작업은 결코 여행즐기면서 병행하는게 쉽지 않다. 걍 일이지 ㅋ
사진찍는 사람들이 부럽긴하네ㅋ

다른 친구 정민씨는 시아처럼 맨땅의 헤당 여행자. 우린 기술없으니 몸빵해요 ㅋ
그녀는 태국여행만하려고 나왔다가 여행이 너무 좋아 쭉 돌고 있는 중이란다ㅋ

레에 간다는 이들을 위해 시아가 이용했던 로컬버스 정보를 나누니 엄청 반가워한다.

다들 방빼야하는 상황이라 체크아웃시간 맞춰 급히 파했다.
짧았지만 즐거운 만남이었어요. 즐겁고 안전한 여행되세요^^


다급히 숙소로 돌아가 체크아웃을 하는데 주인 아저씨가 차값 20루피를 내란다. 아차 ㅋ 어제 지맘대로 차 시켜놓고 돈도 안내고 가버린 티베탄 ㅋㅋ
아저씨 배려로 그넘 차값까지 덤탱이 쓰진 않았다. 그냥 웃기는 놈일세라며 웃어넘긴다. 진짜 마지막까지 잊지못할 티베탄이다.

체크아웃은 했지만 빨래를 널고 정원에서 휴식의 시간을 갖는다. 며칠을 붙들던 뱅기티켓도 구했으니 당분간 그쪽 일은 쳐다도 안볼생각이다. 혹시나 기적같이 더 싼 티켓이 뜨면 엄청 배아플테니까ㅋ

점심먹으러 다시 나가기 귀찮아져서 어제사온 사과쥬스와 러스크로 서양 블랙퍼스트마냥 끼니를 대신한다.

저녁엔 머튼 모모뚝바로 마날리 피날레를 장식할거니까 아껴놔야지 ㅋ
그런데 이게 또 멍때리는 시간이 생기니 갑자기 그동안 남의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송어가 갑자기 생각난다. 그래도 마날리 왔는데 송어한번은 먹고가야하는거 아녀?

5년전에 윤카페에서 송어구이 참 멋있게 먹었었는데... 그땐 둘이서 나눠먹었으니 가능했다만 지금은 혼자서 그 비싼 메뉴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
아마 몰라도 300루피는 넘을거다ㅋ
그렇게 마날리 송어 키워드로 검색질을 하다가 마누시장에서 송어튀김을 사먹었다는 언급을 찾아낸다.

이거로구나. 가난한 여행자 맞춤형 레시피.
시장에서 파는 송어튀김!
가격정보는 없지만 여행자식당에서 사먹는 보다는 싸겠지 ㅋ
시장 꽤 자주 들렀었는데 왜 난 그걸 못봤을까? 있다 꼭 찾아야겠다.
그렇게 꿈의 송어가 현실로 다가온다. 커밍순.

검색질까지 마치고 일기쓰며 평화로운 오후시간을 보낸다. 버스시간은 아직 한참남았지만 걸어서 이동할 계획인 시아는 해가지기전에 뉴마날리에 도착해야하므로 약간 서둘러 숙소를 나선다.
마침 주인 부부 출타중인 바람에 작별인사도 못하고 나와버렸다 ㅠ

그래도 라이언하트 여행사 디누아저씨하고는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ㅋ


고대하던 마누시장으로 간다. 오미 시장안쪽으로 더 들어가보니 그동안 몰랐던 신세계가. 난 왜 마날리엔 로컬식당이 이토록 없을까 했다. 여기 안에 다 모여있었는데 이걸 이제 찾았네 ㄷㄷ

맥간에서 먹었던 순대같은 음식도 보인다. 이것도 먹고싶긴한데 지금 머튼모모뚝바에 송어튀김까지 오늘 저녁안에 해치워야하므로 패쓰 ㅋ

우선 TASTE OF TIBETAN에서 머튼 뚝바 믹스 모모 하프(80루피)를 주문한다.
애석하게도 이번달부터 가격이 10루피 정도로 약간 올랐다.
그래도 다른 식당에 비하면 아직 저렴한 편이지 ㅎ

하프도 모모가 4개나 들어가서 아주 넉넉하다. 심지어 전에 와서 먹었을때보다 훨 맛있네 ㅋㅋ 가격 올리면서 맛까지 좋아지면 적절하지 ㅋ

이거 한 그릇 먹고나니 아주 배가 부르다. 송어 어쩌냐?ㅋㅋ
안되면 먹다 싸가자는 마음으로 결국 지르러 간다.
시장 골목 거진 마지막쪽에 치킨과 송어를 튀기는 식당이 딱 한군데 보인다.
프라이 하프 플레이트가 150루피. 역시 가격은 좀 있는 편. 치킨이랑 같은 가격이라는데 좀 놀라운데 ㅋ 그래도 송어먹어야지.

2층 홀로 올라가서 두근대는 마음으로 송어사마를 기다린다.
벽에 붙은 가격표를 보니 그래도 나름 로컬계의 고급식당인가. 메뉴가 엄청 많고 가격도 비싼건 비싼편.

두둥. 송어튀김 커밍.
반접시인데도 양이 상당히 많다.
그런데 너무 기대했나봐 ㅠ 맵게는 먹어도 짜게는 안먹는 시아의 입맛엔 간이 너무 세다. 민물고기라 그런지 흙맛도 좀 나고.
근데 살이 어마어마해서 흡사 치킨이라고 팔았어도 믿었을듯 ㅋㅋ 송어가 이런 생선이었구나 싶다.

남은 튀김은 포장해가지고 나온다.
이건 내일 아침이다 ㅋㅋ
그렇게 버스스탠드에 가보니 으아 여기 식당에서도 송어튀김을 판다. 근데 가격은 더 비싼편 5-6조각에 150루피란다.
시아가 갔던 식당은 못해도 10조각 이상은 준거 같음.


쉼라버스를 찾아가니 표 끊어오란다. 아침이랑 얘기가 다르자너 ㅠ
매표소에 오전, 오후 직원이 다른데 이 아저씨는 친절하게 표를 끊어주신다.

마날리-쉼라 막차 저녁 9시반. 390루피.
8시간정도 걸린다.

시아는 다시 쉼라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