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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road/2015 세계일주 in 에스토니아

[세계일주 D+179] in 러시아 세인트피터스버그 - 에스토니아 탈린 : 다시 시작하는 모험

by 시아-★ 2015. 11. 4.
급격히 타임워프 ㅠㅠ 밀린 그간의 유럽여행기는 커밍 순???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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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사정상 러시아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게 된 숙소 호스텔 라이프(Hostel Life)의 조식시간은 8시반부터 10시.
8시 조금넘겨 일어나 주섬주섬 침대위 물건들부터 정리하고 부엌으로 향한다.
그 많던 숙박객들은 아직 다들 자는게야? 아님 부실한 호스텔 조식따위 챙겨먹을 의지가 없거나ㅋ

게으른 여행자 시아가 왠일로 오늘 아침 일빠다 ㅋㅋ
이런 기분 오랜만이야. 부지런한 여행자 코스프레?
아침을 먹겠다는 일념과 탈린행 히치하이킹은 성공해보겠다는 의지의 결과.

부엌 한켠 테이블엔 빵과 잼 버터, 그리고 정체모를 죽이 전부다.
이게 그 악명높은 이 호스텔의 질떨어지는 조식이란 말이지? 3불짜리 방에서 아침 빵이라도 제공받는 게 어디냐. 것도 물가 싸지 않은 러시아 세인트버터스버그 시내 한복판에서 말이지.
이렇게라도 허기를 채울 일용할 양식에 감사하자.

시아가 식사를 마칠즈음 하나둘씩 인원이 늘어간다. 역시나 조식이 마땅치 않음을 익히 알고 있는 장기투숙객들은 아침부터 직접 부엌을 사용한다.
시아는 다 먹고도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 이 죽을 다들 잼과 섞어 먹더라. 장기여행하면서 못먹는거 빼고 다 먹는 식성을 얻었지만 저렇게까진 먹고싶지 않네 ㅋㅋㅋ

한거라곤 아침먹은게 다인데 체크아웃하고 나서니 벌써 9시반이다.
새벽사이 비가 내렸던 모양이다. 습한 공기가 어두운 도시를 감싼다. 비 비린내와 오래묵은 담배, 커피내음이 묘하게 엉겨 올라온다. 음산해 음산해 ㅋㅋ


히치위키로 알아본 히치하이킹 스팟까지 이동하려면 꽤나 시간이 걸린다.
멀기도 멀 뿐더러 아직도 발 상태가 신통치않아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맘먹었다.
러시아 대중교통이 저렴한건 참 다행한 일이야.
메트로 1호선 종점까지 이동해서 걷거나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데 이마저도 버스를 이용하기로 한다.

밀린 일기 채울때 자세히 언급할테지만 메트로는 31루블, 버스는 28루블이다.

세인트피터스버그 메트로의 위용. 키예프의 그것보다는 훨씬 쾌적하다.

히치하이킹 스팟에 뭐가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라 일단 버스 갈아타기전에 남은 잔돈을 털어버리기로 한다.
아니 근데 결정장애가 있는 이 미련한 영혼은 어떻게든 금액 맞춰보려 요리조리 계산해가며 이거 집었다 내려놨다를 무한반복. 이렇게 슈퍼에서 허송세월을 보낸다.
아무래도 유럽에서 5키로나 분건 빵때문인것 같다. 왜 극빈층 비만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는지 내가 산증인이요 ㅜㅜ
이번 쇼핑은 과감히 싸구려 빵을 포기하고 자몽쥬스와 요플레하나로 대체한다.
이제 진짜 다이어트 모드다. 발의 통증이 쉬 낫지 않는덴 급격히 불어난 체중이 한몫 했으리라.

그렇게 버스를 갈아타고 도착하니 한것없이 벌써 11시. 으아 ㅠ 마음이 급해진다. 이러다 오늘도 해져서 실패할지 몰라 ㅜ

버스정거장 바로 옆 갓길 흙바닥은 축축하고 날은 어둑어둑하다. 근본없던 그동안의 긍정적인 돌격대 마인드는 오늘 시작도 전에 한풀 꺾였다.
이래서 사람은 해를 봐야하는가봐.

그래도 도리없다. 나는 또 길 위에 서있고 나에겐 엄지손가락이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차 몇대가 섰지만 모두 다른곳으로 간단다.
러시아는 영어가 무자게도 안통하는 나라다.
젊은 사람들 조차도 거의 영어를 안쓴다.
거기다 초보 히치하이커 시아는 어찌 전략을 짜야할지조차 막막하다.
짧게 끊어야 맞을지 곧장 탈린가는 차를 구하는게 맞을지 감이 안선다.

이런 고민이 무색하게도 그 이후로는 아예 서는 차가 없다. 다들 쌩이다 ㅋㅋㅋ 러시아 찬바람 ㅋㅋ

그러다 차 한대가 멈춰선다.
이 아저씨 내가 중국인인줄 알고 중국인에게 전화찬스까지 ㅋㅋ
아오 ㅠ 워시한구얼런 ㅜ
이 중국인도 영어못한다니 전화찬스 실패.

구글번역기에 맵에 손짓발짓하며 저 탈린갈거라 열심히 설명해보지만...
뭔가 알아들으신듯 차에타라며 주행을 시작하시는데 왜 유턴을 하는것이야 ㅜㅜ
나는 고속도로입구로 가준다는줄 알아들었는데 이 아저씨는 내가 고속버스타려는줄 알았나보다 ㅜ

다시 한참을 이리저리 설명해도 우리는 언어도 다르고 생각도 달라요 하하.
겨우겨우 지금 가진돈도 없고 히치하이킹으로 갈거라 설명하는데까진 성공.

다시 처음탔던 그 자리로 돌아가는것으로 합의를 보고 차를 돌린다. 아저씨 집이 바로 근처라며 하루 자고가라, 밥이라도 먹고가라 호의를 베프시지만... 저는 시간이 없어요 ㅠ

킹기세프까지 버스타고 가라며 지갑에서 50루블을 꺼내주신다.
오메 ㅠ 심지어 버스를 일러주러 같이 내려주시는데... 버스가 안와 ㅋㅋ

"아저씨 저 그냥 다시 히치하이킹 시도해볼게요~ 이 돈은 다시 받으세요^^"
"가면서 그 돈으로 뭐라도 사먹어."

러시아는... 진짜 생각보다도 더 말이 안통하고 차가워 보이는 사람들 일색이지만 먼저 도움을 요청하기만 하면 열에 아홉은 성심껏 친절을 베푼다. 정말 보기완 다르다.

아저씨와 따뜻한 작별인사를 나누고 다시 거사를 시작한다.

하지만... 이 언어의 장벽은 오늘따라 히치하이킹의 커다란 장애물이다.
벌써 시간은 12시를 넘겼고... 난 아직 일보도 전진하지 못했다.
오늘은 비도 안오고 히치위키가 알려준 정확한 지점에 서있는데 뭐가 문제일까.
박스를 구하지 못해 급조한 작은 A4용지 사인카드가 문제일까? 내 행색이 문제일까? 러시아 문화가 히치하이킹에 인색한 것일까?
당장 답을 구할수 없지만 평소처럼 더 좋은 자리를 찾아보겠다 섣불리 움직일만큼의 발상태가 아니다.

오만 생각에 조급함까지 밀려오지만 히치하이커는 웃어야 한다.
더더 적극적으로 웃고 운전자와 아이컨텍을 한다.
몇 대가 더 섰다갔지만 다들 방향이 다르단다.

그러다 한 아주머니가 일단 타라며 차를 세운다.
심지어 이 분은 영어도 곧 잘 하신다.

"그거 아니? 내 생각에 넌 약간 미친거 같어. 난 여기서 조금 떨어진 부모님 집까지만 갈거야.
그래도 널 조금이라도 돕고싶어서 태웠어. 아마 저기까지 가면 차 구하는게 좀 더 나을거야. 그리고 나선 너도 알겠지만 조심해야 해."

아이 둘이 부모님의 집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이 젊은 아줌마는 좀 더 큰 도로까지 시아를 픽업해주었다.


이번엔 근처 주유소 출구에서 사인카드를 들고 기다려본다. 일일히 물어보기엔... 러시아는 정말 말이 안통하니까 ㅜ

다행히 금방 한 부부의 차를 얻어탔지만 이들은 멀지 않은 근교마을까지만 간단다.
이렇게 탈린으로 가는 갈림길까지 이동해 올 수 있었다.

여기가 에스토니아로 향하는 마지막 갈림길이다.
러시아는 발칸만큼이나 장거리 이동이 쉽지 않음을 느끼며 ㅜ
또다시 갓길에서 히치하이킹을 시작하는데... 한시간이 지나가도록 차가 안잡힌다.
이미 시간은 두시가 넘었다. 차로 30분이면 올거리까지 3시간째 지지부진이다.
사실 효율을 따지면 히치하이킹 여행을 할 수 없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히치하이킹 여행을 선호하지 않는건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할 생각은 없다. 언제나 그랬듯 국경만 넘고 다음 대책을 고민해 봐야지. 이대로라면 에스토니아에 도착할 즈음엔 해가 질것 같다 ㅜ

다행히 킹기세프까지 간다는 한 운전자가 시아의 사인카드를 보고 차를 세운다.
렛츠고!

슬프게도 말이 안통하는 덕에 1시간반동안 참으로 심심한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ㅜ 청년은 세심하게도 시아의 핸드폰 배터리까지 걱정해주며 충전기를 내어준다.

차에서 내리고 다음 히치하이킹 장소로 이동하면서야 알았다. 그 청년이 차 안에서 적어줬던 지명이 러시아 국경마을 이반고로드였다는걸. 서로 무슨 얘길하는 줄 알아들을 수 없었던데다 시아는 러샤 글자를 읽을줄 모른다 ㅜ

슬슬 배가고프긴 하다. 아까 뻬쩨르에서 말 안통하는 아저씨에게 용돈ㅋ으로 받은 50루블로 동네 빵집을 들른다.
확실히 도시보다는 빵값이 싼편이다.
가격대비 양이 돼보이는 45루블짜리 바게트하나를 사들고 우적우적 씹으며 길먹을 하는데... 오메 ㅠ 너무 질겨서 턱이 다 얼얼하다 ㅋㅋ 배는 든든해 졌으니 됐어 ㅋㅋ

킹기셰프는 아주 작은 소도시다. 건물도 하나같이 낮고 동네교회도 저정도 위용.
다리건너며 바라본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마을의 모습은 한없이 평화롭다.

러샤에서의 마지막 히치하이킹 도전.
근처마을로 가던 청년이 저 앞은 거의 국경가는 차들이라 히치가 좀 더 쉬울거라며 몇 키로 앞에다 뛀궈준다.
운전석이 반대라 혹시나 에스토니아 가는가 싶어 설레였지만 걍 일본에서 수입해온차라 그렇단다 ㅋ 아 욱겨.
그래도 말이 통해서 수월히 움직였다.

진짜 마지막 스팟 ㅋㅋㅋ
버스정류장 앞에서 힘차게 엄지를 치켜든다.
여기선 금방 국경간다는 차를 잡을 수 있었다.
이 운전자는 싱가폴, 자카르타는 물론 북한에서도 일해봤단다.
그래서인지 영어를 아주 조금 할줄 안다.
지금은 국경 근처 마을인 이반고로드에서 일한단다.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대화를 할 수 있다는게 반갑다.

중간에 한번 패스포트컨트롤을 지난다. 큰 어려움은 없다. 행선지 정도만 묻는 수준이다.
그렇게 시아는 드디어 무사히 국경앞에 떨어진다.

우크라이나에서 육로로 러샤 들어올때도 느꼈지만 러시아 국경은 참 삼엄하고 규모도 크다.
뚜벅이들은 한참을 돌아서 이미그레션 건물을 찾아야 한다.

말은 안통하고 내가 잘 가고있는지 모를 불안함으로 바로 왼쪽의 국경 통로를 바라보며 철조망 밖을 걷는다.
혹시나 싶어 안쪽 저멀리 직원에게 "웨얼이즈 이미그레이션~~~"을 오겡끼데스까 외치듯 ㅋㅋ 물어보는데 계속 이리로 가라는것 같다.

공원근처인 이길의 오른쪽엔 이런 호수를 조망할수도 있다.

공사중인 골목을 피해 작은 상점건물을 끼고 돌아 허물어져가는 이미그레이션 발견.
이미 안에는 줄이 꽉차있다. 오며가는 행색을 보니 서로간에 쇼핑을 하러 설왕설래하는가보다.
다들 양손가득 쇼핑가방이 들려있다.
줄만 삼십분ㅠ 에스토니아 시간이 아무리 한시간 느리다지만 아무래도 국경에서 탈린까진 버스를 타야겠다.

심사대에서 가방을 스캔하거나 하진 않았지만 이상하게 자꾸 여권 사진과 시아를 번갈아보며 시간을 끈다. 안경 벗어보라 고개좀 들어봐라 주문하더니 사무실에 갔다돌아와서야 출국도장을 찍어준다.
참고로 러샤 이미그레이션 직원은 영어를 안쓴다.

아... 모르겠다 언제부턴가 난민취급받질않나 국경넘는데 남들보다 자꾸 시간이 더 걸리는게 초라한 행색때문인것만 같고 자꾸 움추러든다.
심지어 이번엔 러시아 권팀장님 댁에서 호의호식하며 좋은 옷가지까지 얻어입어 거지행색에서 환골탈태했음에도 크게 달라지는게 없다. 이건 옷이 아니라 얼굴 문제인가 ㅜ
근데... 사실 사진보다 지금 얼굴이 많이 붓긴했지 ㅜㅜ

러시아 체크 포스트를 통과해 다리를 건넌다.
여긴 은근히 도보로 국경을 넘는 현지인들이 많다.

국경 다리를 건너다보면 에스토니아 성곽 야경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이게바로 중세유럽의 향기??
오 아름답도다. 에스토니아 기대치 한껏 만렙찍어주시고 ㅋㅋ

오른편에 러시아 이반고로드 국경과는 확연히 다른 에스토니아 나르바(Narva) 국경. 심지어 이미그레이션 입구 자동문이 덜컥열리는데 어떨떨.

아니 그런데 ㅜㅜ 좀 편히 넘어갈수 없니??
에스토니아는 90일 무비자 협정 국가라 비자가 필요없다는 사실만 확인했으니 문제가 생길거라곤 생각도 못했었다.
심지어 여기 입국심사 직원은 영어를 한다능.
의례적인 질문에 모두 답하고니니 여행자 보험이 있냐 묻는다.
PSD파일로된 보험증서를 보여주니 사무실을 다녀온다.
근데 인쇄된 출력물이 아니면 인정이 안된대 ㅜㅜ
부당하다 몇번을 얘기해도 안통한다. 무조건 여기서 가입하란다.
졸지에 국경에서 피같은 7.54유로를 보험료로 헌납한다. 거진 만원돈 ㅠ 것도 단 하루짜리가 말이다.
나 탈린 3일있을거랬는데 하루짜리 여기서 돈주고산 페이퍼한장은 통과되는데 8달짜리 진짜 보험증서는 출력물이 아니라서 인정 못해준다니. 아까 강건너면서 기대치 만렙찍은거 여기서 허물어진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나는 힘없는 개인여행자고 무슨일이냐 숙덕거리며 도와주려는 현지인들도 이거 원래 해야하는거라며 방법이 없다고 하니 ㅜㅜ
내가 이거 내려고 그동안 빵으로 연명하며 돈아꼈구나 ㅋㅋㅋ

이 헤프닝으로 느꼈지만 에스토니아인들은 대체로 친절한 편인것 같다. 유럽여행하면서 내가 직접 부탁하지 않는 이상 먼저 다가와서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거진 없었거든. 그래서 이 상황은 억울하고 짱나는데 그렇게까지 기분이 다운되진 않는다.
혼자하는 유럽여행이 더 외로운건 외면과 현지인들의 차가운 얼굴때문이리라.

값비싼 보험증서를 챙겨 다시 출입국 심사대를 찾아 다시 한번 어필한다.
나는 이미 보험이 있는데 이게 인정안된다는게 이해가 안된다고.
직원 언니도 멋적어하며 규정이라 어쩔수 없다는 눈치다. 도장 찍어주면서 즐거운 여행되라고 수줍게 인사하는데 시아도 웃으면서 화답할수 밖에 없다. 하하

알고보니 에스토니아 육로나 항로 입국시에 보험증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허다하단다. 어떤 한국인 단체여행객들은 기차에서 단체로 입국거부당한 사례도 있다네. 허허.
예상치도 못했던 복병이라 황당은 하지만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나의 불찰이렷다.
특히 나르바 국경은 꼭 보험여부를 확인한다니 꼭 출력된 보험증서를 챙길것을 권한다.

이미그레이션에서의 한바탕 실랑이로 이미 밖은 새까만 어둠 ㅋㅋ
바로 번화해보이는 도시인데 상점들은 거진 문을 닫았다.
다행히 쉽게 와이파이를 잡는다. 탈린 카우치 호스트인 헬리나에게 메시지를 남기고 고속버스터미널을 찾아간다. 국경에서 걸어서 10분 조금 더 걸리는 가까운 거리다.

말이 고속버스터미널이지 엄청 작다. 여기 발음으로 고속버스는 악토부스.
생각만큼이나 버스요금은 비싸다.
6시반에 출발한다는 버스는 10유로. 7시 버스는 8유로. 버스회사마다 운임이 다르다는 거.
혹시나 하고 바로 옆 기차역을 찾아봤지만 오전에만 기차가 운행한다.

엄청시리 고민하다가 그냥 조금이라도 빨리 도착하는게 호스트에 대한 예의일것 같다. 2유로에 도의를 저버리진 말자.

7시면 매표소는 문을 닫는다. 막차는 늦게까지 있는 편이다. 러시아를 오가는 국제버스도 꽤나 자주 있다.
하하 첨부터 권팀장님 당부대로 버스탔으면 편했을테지만 어차피 시아의 이번여행 컨셉이 개고생 아니겠는가 ㅋㅋ
확실히 남달라 ㅋ 유럽에선 효율과 합리라는 단어를 던져버렸다.

말이 고속버스지 마을마다 선다. 고속도로 안달린다 ㅋㅋ 그러니 이렇게 오래걸리지.
고단한 몸을 버스좌석에 누이고 침까지 질질 흘리며 잠에 든다. 눈떠보니 벌써 탈린!! 3시간정도 걸렸다.

에스토니아는 정말 공공 와이파이가 잘돼있는것 같다. 터미널에서 바로 와이파이가 잡힌다.
헬레나에게 답장이 와있다. 곧 터미널에 도착할거란다. 올레.
10유로짜리타고 빨리오길 잘했다.

역시나 이 나라도 화장실은 돈을 받는다. 동전넣고 입장할수 있게 아예 게이트를 만들어놨다.
화장실은 포기다.

이내 저만치에서 낯 익은 얼굴이 보인다.
금발의 늘씬한 미녀, 그리고 덥수룩한 수염의 남정네.
역시 이네들도 커플이었군 ㅋㅋㅋ

와~ 반가워^^
엄청시리 긴 여정이었어. 거진 12시간 걸린거 같아~

타이밍 좋게도 서로 비슷한 시간에 터미널에 도착했다.
이들의 집은 시내중심에서 10키로 정도 떨어져있다.
내 메시지를 늦게 확인하고 급히 차를끌고 달려왔단다. 덕분에 차로 배웅을 받게된다.
이렇게 직접 나와줘서 너무 고마워~
에스토니아 역시 뭔가 만만찮다. 뒷좌석도 벨트안메면 벌금이란다. 오키 알겠으. 주섬주섬 배낭을 옆좌석으로 밀어내고 안전벨트 착용에 협조한다.

유럽에선 거진 내가 직접 호스트집까지 찾아가는게 익숙했기땜시롱 이런 환대와 친절이 너무나도 고맙다.

헬리나 커플의 집은 탈린의 명소 TV타워와 가깝다. 탈린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라는데 아마 입장료가 8유로일거란다. 음... 지나가는길에 감상하는걸로 만족해야겠다 ㅋㅋ

이들은 월세 300유로짜리 신축아파트 원룸에 둥지를 틀고 있었다.
아늑하고 깔끔하다.
일본문화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이들의 집에는 그를 증명하는 소품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ㅋㅋ
둘다 일본여행을 두번이나 했단다.
내가 일본인이 아닌게 미안해지는건 왜일까 허허

헬리나의 남친인 칼주는 꽤나 오피니언이다 ㅋㅋ 덕분에 도착하자마자 러시아와 에스토니아의 관계부터 역사에 대해 수업을 받는다 ㅋㅋ

에스토니아는 러시아로부터 독립한지 20년정도뿐이 안됐지만 그 사이 빠른 발전을 이룩한 나라다.
발트 3국중 하나로 핀란드 헬싱키에서 쾌속선으로 두시간이면 닿는 위치적 조건으로 핀란드를 여행하는 이들은 당일치기로라도 탈린을 들른단다.
아무래도 핀란드보다는 훨씬 물가가 싼데다가 중세 유럽의 풍경을 간직한 작은 도시라 주변국에서는 이미 탈린이 단골여행지다.
비행기삯 때문에 본의 아니게 거치게 된 시아는 뒷걸음질치다 쥐잡은 셈이지 ㅋ
그런데 이미 입국부터 만원을 헌납했으니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것도 같고 ㅋ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구한 호스트들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 다시금 오길 잘했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