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ulture/영화읽기

<참을 수 없는> 나의 서른은 어떻게 올까...

by 시아-★ 2010. 10. 29.
0.
서른 둘이라...
까마득했던 20대 중반의 문턱에 덧없이 도달한 걸 보면 마냥 먼 훗날의 얘기만은 아니리라.
사정이 이렇다보니 사는게 제뜻같지 않은 비루한 청춘의 방황이 남 얘기 같지 않고
안정되지 못한 30대들의 족적이 남의 길 같지가 않다.
뭘 시작하더라도 조심스럽고 선택하기 어려운 요즘 같은 때라면
30대의 나를 그린다는 것은 버겁고도 부담스런 과제나 다름 아니다.
막연히 지금의 나와 크게 다를 것 없이 나이만 먹은 내 모습이 그려지는 건 지나친 비관일까?




1.
[싱글즈], [뜨거운 것이 좋아]로 이미 도시남녀들의 사랑과 욕망(욕정에 한하지 않는), 그리고 관계들의 부침에 대해 솔직발랄하게 엮은 바 있는 권칠인 감독이 간만에 신작을 내놓았다.

바야흐로 극장가 비수기 시즌에 접어든 요즘같은 때에 더군다나 티켓파워 있는 배우가 출연하지 않는 그의 이번 영화는 여느때 보다도 주목받기 어려워 보인다.
사족이지만 개봉대기중인 몇몇 중소 한국영화들의 제목들이 길고 비슷하기까지 해서 헷갈리는 것도 사실.
[돌이킬 수 없는], [조금만 더 가까이] 뭐 이런 제목들 말이다.

제목과 메인 포스터만 보면 이번엔 아주 제대로 네 남녀의 욕정을 그리려는 건가 싶을 정도의 끈적한 기운이 감돈다.
나같은 정숙한 여인네가 차마 정면으로 마주하기 어렵단 얘기.[무시하자-_;;]
쨌든 뚜껑을 열어보니 이 영화, 시놉만큼은 막장이다.

32의 지흔(추자현 분)은 이렇다 할 큰 경력없이 사회생활 8년차에 접어들었다. 그나마도 다니던 직장은 짤리고 남은건 성질뿐.
친구 경린(한수연 분)은 전문의 명원(정찬)과 결혼해서 가정을 꾸렸지만 아직까지 아이는 없고 점점 자유가 그립다.
얘기는 이렇다.
지흔은 타고난 성격 덕분에 폭행사건에 휘말려 자취방을 내놓게 되고 부득불 경린의 집에 얹혀들어가게 된다.
명원의 직장동료 동주(김흥수 분)는 부쩍 이들 부부와 왕래가 잦아진다.
그렇게 이들의 엇갈린 관계가 시작된다.

2.
크게 보면 불륜 이상이하 아니지만
뜯어보면 네 인물의 심리와 고민들을 교차시키며 드라마를 끌어가고 있다.
그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이해시킨다면 막장은 더 이상 막장이 아니게 된다.

물론 넷의 비중이 똑같을 수는 없는 일.
초반에는 지흔과 경린의 상반된 환경과 다른 고민으로 시작해서
중반에는 지흔의 녹록치만은 않은 새출발에 포커스를 맞춰간다.
지흔과 명원의 관계가 발전하면서 명원의 캐릭터도 입체감을 가지게 되지만
동주의 나쁜남자 캐릭터는 끝까지 플랫하게 그려진다.

관계 속에서 변해가는 인물들의 감정 변화에 대체적으로 공감이 간다.
"열심히 사는건 자랑할 일이 아니에요. 대충 사는데도 잘 사는게 자랑이죠."류의 현실적이면서도 꽂히는 대사들은
역시나 권칠인 영화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비기랄까.

자극적인 제목만큼은 못하지만 권칠인의 괜찮은 평작이었다.
다음작품에서는 날아오르길.





참을 수 없는.
감독 권칠인 (2009 / 한국)
출연 추자현,정찬,김흥수,한수연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