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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road/2015 세계일주 in 불가리아

[세계일주 D+148] in 불가리아 소피아 : 시작이 좋은 유럽

by 시아-★ 2015. 10. 15.

10/1


바삐 비행기를 빠져나와 대기중인 버스를 타고 터미널까지 이동한다.
들어가자마자 passport check라고 적혀있는 이미그레이션이다.
두바이 공항 체크인 수속때 데여놔서 바짝 긴장하고 들어갔으나 입국목적과 방문횟수만 묻더니 바로 입국도장 찍어준다.
불가리아는 3개월 무비자 협정국이다.
정말 재수없음 리턴티켓 등을 요구하며 입국거절 당했을수도 있지만 보통은 걍 보내주는 듯 하다.

지금 시간은 자정을 조금 넘겼다.
이미 대중교통은 끊겼고 어차피 하루 공항노숙을 감행할 예정이었다능.
그리고 시내 중심에 있는 소피아의 카우치 호스트 조지를 만나러 도보로 이동할 계획이다. 한시간 반정도 거리.
그런데 어딜가도 택시 호객은 만국공통 ㅋㅋ 그래도 내일 떠날거라니 끈덕지게 달라붙진 않는다.

참고용으로 붙이는 소피아 공항 택시 요금테이블.


환전은 내일 시내 ATM에서 현금인출할 계획이다. 유럽이후부터의 경비는 일일 2만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지만 동유럽 물가가 싸다하니 직접 사이즈보고 따로 경비를 계산해볼 작정이다.

여행안내소 앞에 비치된 지도와 리플렛을 확인하며 소피아 여행 계획을 짜본다. 근데 거진 카릴문자여. 영어 리플렛 겨우 하나 찾아 현지어 지도를 참고하니 대충 사이즈가 나온다.
내일은 시내구경하고 모레는 산에 다녀오면 되겠다. 3일이면 충분하네 ㅋ

지인이 거주중인 러시아 세인트피터스버그까지 올라갔다가 서유럽으로 다시 거슬러 내려가려면 시간이 빠듯하다. 그래서 유럽여정은 이제까지완 달리 훅훅 달릴예정이다.


다행히 침낭을 머리끝까지 뒤짚어쓴 다른 노숙여행자를 보니 마음의 위로가 된달까 ㅋㅋㅋ
시아도 알람을 맞춰놓고 잠이든다.


넘 추워서 제대로 잔건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왤케 일어나기가 싫은거지?

심지어 6시가 넘었는데도 아직 밖은 새까맣다. 폰카 렌즈가 맛이가서 자동 빛번짐 옵션이 생겼다 ㅜㅜ 왓더헬!!

조지의 집까지 걸어가려면 더이상 누워있을 수 없다. 시간약속을 정해놨거든. 힘겹게 일어나 세수를 하고 밖을 나선다.
소피아 공항 입국장은 입만 안돌아갈 정도만치 추웠는데 다른 건물에 있을거라고 생각도 못했던 바로 옆 출국장은 따시다. 심지어 여기는 와이파이도 잡히네 ㅜ 시아가 노숙한 입국장은 노 와이파이였다능 ㅜ
근데 잡아봐야 안터진다는게 함정.

동이트는 아름다운 소피아의 경관을 감상하며 가깝지만 먼길을 걸어나간다.
그어떤 일출보다도 아름답다. 기분탓인가 ㅋㅋ

시아같은 뚜벅이 배낭여행자에게 오프라인 맵 어플은 축복이다. 나침반과 지도를 보던 시대는 끝났다. 데이터가 있어야 제대로 위력을 발휘하는 구글지도도 잘 안켜게된다.
maps.me는 사랑입니다.

너무 밍기적거렸나. 도착예상시간까지 알려주는 맵스미 어플은 나에게 8시 10분에 도착할거라 예견한다. 첫만남부터 약속시간 늦긴 싫으니 부지런히 걸어보지만 배낭메고 나오는 속도정도로는 예상시간 단축시키긴 역부족.

심지어 기차길을 육교로 건너고 시내는 또 고지대라 계단언덕을 오르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외려 예상시간이 늘어진다.
막판엔 사력을 다해 뛰다시피해서 그나마 약속장소인 소피아대학 앞에 당도하니 8시 10분 ㅜ 내가 이기긴 이겼는데 결국 늦음 ㅜ
프로필 사진으로 확인했던 조지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다행히 여긴 프리 와이파이가 잡힌다.
언능 메시지를 보내니 오는중이란다.
으아 다행이다. 성격이 성격이라 ㅋ 거기다 내가 잘 늦는 타입이라 상대방이 늦는데 대해선 관대한편이다. 자랑은 아니죠 ㅋㅋ

그런데 사전에 연락하면서 우리라는 말을 자주 쓰길래 혼자살지는 않을거라 확신했지만 여친이랑 살줄은 몰랐다능 ㅋㅋ
그의 여친 마리아와 같이 첫인사를 나눈다.
마리아는 회사에 가야해서 일단 빠빠이.

조지의 집은 소피아대학에서 불과 10분거리.
그의 집은 80년된 오래된 건물이다.
마지막 층이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여기부터 컬쳐쇼크다. 네명 이상은 탈수 없는 협소한 공간에 문은 수동으로 닫아야 한다 ㅋ

조지의 본가는 다른 마을에 있지만 공부와 취직을 위해 나와 살게됐다고. 인턴십 마치고 다음 직장 입사전 딱 보름간의 휴식시간을 갖는 중이란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소피아가 교육의 도시이기도 한데다 그나마 임금이 좋은 일자리가 많아 요즘 젊은 청년들이 이곳으로 많이 모인단다. 우리네와 비슷하네.

물론 시아는 서울사람이라 대학은 수원에서 유학했다만 ㅋㅋ 지금은 부모님께 얹혀 살긴한다 ㅋ 그래도 월세는 내가 내니 얹혀사는듯 얹히지 않은 얹힌것 같은 입장?ㅋ 뭐라니.

암튼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소피아 여행에 대해 짜놓은 플랜을 공유하다. 시한부 백수인 조지는 오늘, 내일 모두 시아와 함께 해줄수 있다네. 올레.
보통 카우치서핑을 하게돼도 호스트가 직장생활을 하면 같이 시내를 돌아다닐 기회가 주말과 겹치지 않는 이상 잘 주어지지 않는다. 어차피 알아서 잘 다니는 스타일이지만 아무래도 현지인이 함께해주면 든든한게 사실이다.

공항노숙의 피곤함을 익히 알고있는 조지는 일단 좀 쉬다가 나가자며 먼저 배려해준다. 고맙 ㅠ
아침은 알아서 해먹으라며 주방을 내주는데 냉장고 안은 수많은 야채와 요거트의 향연.
피곤도 하고 아침이니께 걍 파프리카, 토마토 썰어놓고 오믈렛으로 허기만 달래고 침대안으로 쑝.

걍 몸이 좀 뻐근해서 누워만 있을랬는데... 사람이 서있다보면 앉고 싶고 눕고 싶고 자고 싶은 단계작용을 하게되지 않겠는가.
한시간 반만 알람을 맞춰놓지만 당근 진동만 걸어논 알람은 무용지물. 1시가 거진 다돼서야 일어나버렸다.
이럴때보면 난 여행자가 아니라 걍 한량같고 ㅋㅋ

단 한번의 재촉없이 기다려준 조지와 드디어 시내구경을 나선다.

소피아는 도보로도 충분히 반나절이면 주요 명소를 돌아볼수 있다.
나중에 알았지만 현지 학생들이 봉사의 개념의 가이드를 돕는 무료 일일 도보투어도 있다고 하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물론 투어가 끝나면 팁을 챙겨줄수밖에 없단다. 강제라기보단 진심으로 주고싶어진다고 ㅋㅋ 뭔가 디게 아름다움 ㅎ

시아는 굳이 그 프로그램을 알아볼 필요도 없이 친절한 가이드를 얻었다.
동선부터 설명까지 완벽에 가깝다.
미쳐 미리 공부하지 못했던 불가리아의 역사는 꽤나 흥미롭다.

(소피아 여행 키워드만 검색해도 주요 명소에 대한 정보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므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실은 여행기가 너무 밀린관계로 하하)


* 소피아 대학

* 도서관

* 알렉산더르 네브스키 성당 Alexander Nevsky Cathedral

* 그밖의 역사적 의미의 건물과 동상들

* 극장이 모여있는 거리

* 러시아 교회

* 소피아의 도로

많은 찻길을 요로코럼 벽돌로 한땀한땀 손수 박아 깔아놨다.
왜냐하면... 아스팔트를 깔 돈이 없는 가난한 나라이기 때문이라는... 믿거나 말거나 ㅋㅋ
차에게는 상당히 불편한 도로인 셈 ㅋ

* 이반 바조프 국립극장

내부가 그렇게 아름답다는데 못들어감 ㅜ

* 대통령궁

전통복장의 경비아저씨들은 하루종일 저 부동자세로 입구를 지킨단다. 물론 쉬는시간은 주어진다니 그나마 인간적?이라고 해야하나 ㄷㄷ


* 상점과 식당이 모여있는 아기자기한 거리


불가리아의 최근 사회문제를 꼽으라면 상당수의 집시들.
도시를 돌아다니다 보면 심심치않게 마주할수 있다.
이들은 교육도 직장도 거부하며 가끔 구걸로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한다.


불가리아는 요거트를 기반으로한 다양한 음식문화로도 유명하지만 소피아에서 또 하나 놓치면 안될것이 있으니 바로 미네랄 온천수.
시내를 다니다 보면 미네랄 온천수를 무료로 제공하는 구역이 있다.
큰 물통을 가져다가 받아가는 시민들도 보인다.
시아도 한모금 시도해 보는데 그 물맛한번 특별하다. 무척 건강해지는 맛 ㅋ
소피아에 있는동안 온천욕이나 한 번 해야겠다.

급히 나오느라 배터리를 못챙긴 바람에 막판 사진이 없다능 ㅠ

워낙에 시아도 걸음이 빠른편이라 두시간도 안돼서 시내구경이 끝나버린다 ㅋ
사진이라도 정성들여 찍으면 더 걸렸을 것을 ㅋ 옆에 조지도 있고하니 기다리게하기 미안해서 더 대충찍어 넘기기도 했다. 이건 그냥 시아의 성격문제. 그 누구도 날 재촉하지 않는것을 허허

조지는 오늘 저녁메뉴로 불가리아 스타일의 미트볼을 선사하겠단다. 오메 듣기만해도 좋은거.
돌아가는길에 마트에 들러 다진고기 두근과 맥주 세캔을 산다. 이렇게 해도 7처넌이 조금 넘는다. 여기 물가 확실히 싸긴한것 같다.
두바이를 들렀다와서 더 그리 느껴질수도 있으나 객관적으로 최소한 한국물가보다도 싸다.
맥주 대용량 한캔이 천원을 안한다니_- 불가리아에서 만큼은 금주할일 없겠다 ㅋㅋㅋ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음식준비를 한다.
시아는 양파와 마늘을 맡는다. 암리차르에서부터 맺은 마늘과의 인연. 훈자 여행기에서 미쳐 언급못했지만 동행들과 찜닭해먹던 날에도 시아는 마늘을 깠다.
그리 마늘 좋아해도 사람이 안됐으니 껍질이라도 벗기며 수행해야지 허허

미트볼에 들어갈 양파를 다지는 신공에 조지는 입이 떡 벌어진다. 이정도야 ㅋㅋ 내가 요리를 안하는거지 못하는게 아니라능 ㅋㅋ

한창 준비하는 동안 퇴근한 마리아가 귀가한다.
뭔가 꼬장꼬장한 말투에 살짝 위화감을 느꼈지만 대화를 이어가다보니 참 괜찮은 친구다. 사고방식도 깨어있고 여자끼리라 그런지 대화도 잘 통하고 ㅋ

그렇게 돕고 도와 완성된 불가리아식 미트볼와 샐러드.
고급 레스토랑 안부럽네.
이 소스가 관건인데 요거트에 마요네즈를 일정비율로 섞고 마늘을 다저넣으면 끝. 요게 아주 제대로다. 생각보다 느끼하지도 시지도 않으면서 미트볼과 잘 어우러지는 맛. 샐러드와도 궁합이 잘 맞는다.
맥주와 곁들이니 환상의 조화.
내 유럽와서 이런 호사를 누리게 될줄이야 ;ㅁ;

마침 빕브라더(VIP Brother)라는 불가리아 리얼관찰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시간이라 함께 시청하는데... 저게 약간 병맛이다.
다양한 참가자들을 한데모아놓고 특정상황을 연출하며 거기서 벌어지는 갈등상황 등을 CCTV 관찰식으로 담아내는데 또 여기서 참가자들끼리 매번 탈락자를 선정한다.
지금 생각해보니 딱 지금 폐지된 '짝'이랑 닮았네.
사실 불가리아, 한국을 막론하고 전세계 방송사가 저런 류의 리얼서바이벌을 찍어내고 시청자들은 열광한다.
포커스는 결국 경쟁이다. 누가 어떻게 해야 살아남는지를 보면서 경쟁구도를 자연스럽게 학습한다.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논리다. 그리고 시청자는 대리만족을 한다. 이런 프로그램의 시작이 미국이라는 사실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게 왜 무섭냐면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이분법도 그러하지만 내가 사회에 부합하는 승자가 아니었을때 그 탓을 자연스럽게 나의 무능함으로 귀속하는 이데올로기를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성패를 나누는 기준조차도 실은 주관적이거나 돈과 가까운데... 이걸 경쟁구도로 좁힌 수많은 프로그램은 누군가를 짓밟고 올라가는게 생존이라 말할뿐 공존을 가르쳐주진 않는다. 오늘의 팀도 내일의 적으로 만들며 드라마틱한 연출로 이용할뿐이다.
게다가 인권이라는 물음이 남는다. 한 참가자의 자살로 이어져 폐지된 짝을 생각해보라.

이제 자본주의 걸음마 단계를 시작한 동구권에서 이런 프로그램이 시청률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물론 이런얘길 마리아와 조지에게 하지 않았다. 실은 할만큼의 영어가 달리니 못했다 하는게 맞지만 ㅋ

근데 이거 여행기니 문화비평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