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 D+150] in 불가리아 소피아 : 마치 현지인인 것처럼

10/3

소피아에서의 공식적인 마지막날.
두달 반동안 멈췄던 월경이 하필 이제 터졌다ㅠ
온천욕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멘붕에 빠진 시아에게 조지와 마리아가 오늘의 플랜을 먼저 제시해준다.

오늘은 토요일. 마리아도 쉬는날.
다같이 공원에 나가 탁구와 배드민턴을 즐기고 외식 뒤 영화한편을 때리자는 마스터 플랜.
이거야 말로 카우치서핑이라 가능한 특별한 하루.

조지가 직접 구운 팬케이크와 본가에서 왔다는 수제잼으로 아침요기를 한다. 참고로 시아는 잼도 안먹었던 편식쟁이. 곧 돌도 씹어먹을 기세다 ㅋㅋ


마리아와 조지의 집은 거의 시내 중심에 가깝다.
우리는 운동나갈 채비를 완벽히 마치고 근처 공원으로 향한다.

시도때도 없는 이네들의 애정행각이 이젠 놀랍지도 않다ㅋ
이게 바로 서양의 흔한 자유분방함.
다만 티격태격할때의 싸한 분위기가 조금 버거울뿐 ㅋ 어딜가나 연인들은 똑같어 ㅋㅋ

주말을 맞은 소피아의 공원은 가족단위 연인단위의 인파로 가득하다.

운좋게 탁구테이블 하나를 잡는다.
공공 장소에서 무료로 내어주는 공간이다보니 탁구대 상태는 정말이지 형편없다.
걍 철제 테이블에 네트라고 경계만 지어논 수준.
조지네가 챙겨온 탁구채와 탁구공도 최하의 퀄리티 ㅋ
하지만 선수는 도구를 탓하지 않는 법.
이게 얼마만의 탁구냐 ㅜㅜ 정말 오랜만이다.

실력발휘좀 할랬더니 이게 낯선 도구에 적응하려니 시간이 좀 걸리네 ㅋ
공도 바람불면 날아갈것마냥 가벼운데 정말 바람까지 불어주시고 ㅋㅋ
그래도 살짝 익으니 칠만하다.
그런데 야외라 마음껏 스매싱을 날릴수가 없어 ㅋ
깔짝깔짝 동네탁구를 시전할수밖에 없었다능 ㅜ
탁구는 초보라는 미리아와도 한껏 대련을 펼친다.
초보 특유의 막탁구. 은근 받아내는 재미가 있다.
오히려 힘조절이 안되는 마리아의 강한 스윙으로 게임이 더 재밌다 ㅋ

마리아와 조지에게 게임을 맡긴 시아는 생리대를 사러 자리를 뜬다.
근처 가게를 돌아다녀도 식료품 파는곳밖엔 없다.
혹시나 싶어 찾은 약국에서 가까스로 필요한 물건을 겟한다.
제일 싼걸로 주세요!!
10개짜리 날개 중형이 2.40레프. 다행히 비싼편은 아니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이번엔 배드민턴!
확실히 배드민턴은 운동량 부터가 다르다. 아무리 동네 민턴이라도 뛰고 어깨 팔목을 다 써야하니 금방 숨이차네.
반도의 흔한 민턴맛을 보여주려다 내가 죽갔어 ㅋ

사이좋게 돌아가며 한게임씩 주고받고 나니 다들 지쳐서 더 이상의 운동은 포기.

그럼에도 아침이 채 소화가 안된 우리는 좀 더 돌아다니다 점심을 먹기로 한다.

그렇게 찾은곳은 소피아에서 가장 큰 쇼핑몰인 소피아몰.

말이 가장크다는거지 걍 평범한 쇼핑몰이다.
마리아와 조지는 자주 여기로 마실온단다.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신맛으로 ㅋ

마침 로비에 요런걸 해놔서 눈요기하고 ㅋ
근데 진짜 리얼하게 잘만들었다.

쇼핑몰한번 휙 둘러보니 어딜가나 대형쇼핑몰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결론 ㅋ
공원에서 이미 변기위에 그대로 질퍽한 변이 보존된 최악의 간이화장실을 경험한지라 쇼핑몰 화장실은 뭐 파라다이스다 ㅋㅋ 마리아도 정상적인 화장실을 선보이니 마음이 놓이나 보다
.
이렇게 시아는 불가리아에서 극과 극의 화장실을 체험한다.

자리를 옮겨 오늘의 하이라이트!! 마리아가 즐겨찾는다는 한 피자집을 찾는다.

DON DOMAM

맛도 가격도 착한 소피아 중심께 위치한 피자집.

다행히 시간대가 애매해서인지 붐비지 않아 좋다.

이 알뜰한 커플은 이미 프로모션 쿠폰을 구해가지고 왔다. 이런것도 우리네 젊은이들 정서와 다를바가 없다. 시아도 어디 외식 나갈라치면 열심히 쿠폰검색부터하는 습관이 있다.

덕분에 미디엄 사이즈 피자 1인 1판, 생맥주 한잔씩하고도 인당 4천원도 안되는 가격으로 호식을 한다.
원래가격도 한판에 스몰사이즈 기준으로 7-8레프대 정도다. 미친가격 ㅋ
왜 여행자들이 불가리아에서 먹는걸로 돈아끼지 말라는지 알것같다 ㅋ


강행군을 하고 돌아온 셋은 한바탕 씻고 영화볼 준비를 한다.
나를 위해 한국영화를 보자고 제안해주니 올레 lol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조지를 위해 그가 고른 로맨스 영화를 고사하고 '스물'을 강추한다.
"이거 나도 아직 안봤는데 요즘 한국 젊은 세대들을 현실적으로 그린 코미디 영화야."

불가리아는 공식적으로 문화콘텐츠 다운로드가 공짜다. 겁나 부럽다 ㅜ
물론 저작자가 돈을 벌어야 양질의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생산될 수 있는 시스템이니 돈주고 영화든 음악이든 즐기는게 인지상정임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게 딜레마 ㅜ 반대로 돈없으면 문화생활 즐기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참으로 첨예한 문제.

암튼 우리는 포도 한접시씩 붙잡고 거실쇼파에 모여 영화감상에 들어간다.

아무래도 세 남자주인공의 관점에서 현세태의 젊은이들을 그린 영화라... 재밌고 공감가는 부분도 많았지만 주변 여자인물들은 대부분 병맛으로 그려진다. 시아도 참 한국영화 좋아하지만 여성을 타자화하는 영화들이 너무나도 많은게 사실이다.
오죽하면 미국에선 성평등 영화지수까지 매기는 분석이 다 존재한단다.
한국이나 외국이나 영화감독이 거진 남자다보니 여인물들까지 내밀하게 그려낸 영화를 만나는게 쉽진않다.
참고로 올해 개봉했던 매드맥스 뉴버전이 성평등 지수 최고점을 받았단다 ㅋ
나 또 문화비평하고 앉았니??

암튼 그 모든걸 감안하고서 스물은 재밌는 영화다. 솔직담백찌질하게 오늘날 한국의 젊은이들을 잘 담아냈다.
다른 공간에서 같은 시기를 겪고있는 조지는 적잖이 공감하는 모양인지 상당히 흥미로워한다.
마리아는... 재밌게 봤다고 하는데 내 생각엔 영 집중못한듯 ㅋㅋ
모두를 만족시킨다는게 그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ㅜ


내일 오전에 떠나는 시아는 미리 마리아에게 감사의 선물을 전한다.
미리 만들어놨던 매듭팔찌와 고국에서 친구에게 협찬받았던 기념품 책갈피.
너무나도 약소한 선물인데 이토록이나 고마워하는 마리아를 보니 마음이 따스해진다. 역시 선물은 받는이의 리액션으로 그 가치가 완성되는법 ㅎ

시아는 이렇게 불가리아에서 먼 훗날 인생을 수놓을 또 하나의 추억과 우정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