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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road/2015 세계일주 in 베트남

[세계일주 D+6] in 베트남 사파 : 나에게 허하는 휴식

by 시아-★ 2015. 5. 14.
5/12

어제 체크인부터 저녁먹으러 나서기까지 도미토리를 독방처럼 쓰는 행운의 주인공이 바로 나라고 생각했더랬다.
돌아와 보니 맞은편 침대는 이미 다른이의 차지.
실망 반, 반가움 반에서 실망 지분이 1%더 우세한게 사실.
넘 기대했다 ㅋㅋㅋㅋ

어쨌든 만나서 반가워^^
그녀의 이름은 셀린.
태국사람이다!
언뜻 한국사람인줄 알고 한국말로 인사하는 실수를 범했다.
그녀역시 인터넷 최저가 검색으로 이 호스텔까지 흘러들어왔단다.
그녀는 베트남에서 중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사파는 잠깐놀러왔고 곧 다시 일하러 돌아가야한단다.
미국에서도 일한적이 있다는 재원이다.
내가 엄청 부러워하자 그녀는 혼자 세계일주를 하고 있는 내가 더 대단하고 부럽단다 ㅋ
사파에 사일동안 있는다니 당황해한다. 여기서 볼게 고작 이게 다야~ 아이패드에서 사파명소를 직접 검색해서 보여준다.
ㅋㅋㅋ 맞아 이게 진짜 다인거 같아. 나도 와보고나서 길게 일정 잡은걸 후회하고 있었어ㅋㅋ
저녁은 먹었니?
ㅇㅇ 방금 먹고왔어~ 길거리에서 파는 꼬치구이.
그건 어때? 걍 그래 ㅋ 생각만치 싸지않아~
그렇구나. 여긴 조식주니?
나도 모르겠어. 안물어보긴했는데 안주는것 같아. 난 어차피 아침 잘 안먹어서.
그래? 그래서 니가 말랐구나~ 난 매일 아침 챙겨먹어서 뚱뚱해 ㅜ
뭐라고?? 내가 보기엔 니가 더 말랐어!!!

진짜 어딜가나 여자들은 자기가 뚱뚱하단 망상에 사로잡힌것만 같다. 진짜 객관적으로 쎌린이 훨씬 날씬함 ㄷㄷ

셀린은 굉장히 차분하고 조근조근한 말투를 가지고 있다. 나이는 안물어봤지만 타지에서 오랫동안 일하고 있는 탓인지 굉장히 의젓해보인다.

어젯밤은 이런 셀린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외롭지 않은 밤을 보냈다.

이게 바로 도미토리의 장점 아니겠는가.
카우치 서핑과 마찬가지로 사람여행이 가능케 하는 공간.
몇 가지 불편함만 감수한다면 이런 돈주고도 못살 경험을 얻어갈수 있다.


다음날인 오늘은 유난히도 눈이 빨리 떠진다.
6시반이라...
내가 죽을때가 된건가?....
새벽사이 비가 추적추적 내린것 같다.

사파는 6-9월이 우기란다. 아마 북부지방 모두가 대략 그러할 것이다. 3-5월, 10-11월이 관광시즌이고 12-2월은 겨울옷을 챙겨야 할만큼 추워진단다.~

지금만해도 아침은 선선하니 좋고 낮은 적당히 뜨겁다. 저녁에는 가디건 하나쯤은 걸쳐야 할만큼 공기가 제법 싸늘해진다.


어쨌거나 그래서 일찍일어난김에 밀린여행기 하루치를 올려보자 맘먹는다. 이게 하루만 밀려도 이삼일치 밀리는거 아주 금방이다 ㅠ
어차피 사파에서 남은 이틀동안 할 일이 먹고 산책하고 자는거 정도니까 ㅋㅋㅋ
버퍼 좀 줄이고 부담감도 좀 줄이고 본연의 여행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엄지 손가락 타이핑으로 2-3시간 정도 여행기을 작성하고 나니 하얗게 재가 돼서 다음 날 이야기를 바로 이어쓰기가 무쟈게 피곤하다.


일단은 오늘을 휴식의 날로 정하노라~
입국첫날 7일을 제외하고 오늘까지 4일동안 매일 평균 10키로 이상을 걸었다. 넘쳐흐르는 사파일정에서 하루 재충전은 전혀 아깝지가 않다.
내 여행은 많은걸 보고 많은 곳을 가는데 목적을 두고싶지 않다. 느끼고 공유하는 사람여행이 목표고 1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상호간에 지속가능한 여행을 만들어보자는게 시아가 이번 세계일주 여정을 통해 지향하고 있는 컨셉이다.

그런데 사실 초반부터 특유의 덜렁거리는 성격으로 자신감도 떨어졌고 스스로 움츠러든 것도 느낀다. 이상하게 뭘 더 봐야할 것 같고 가야할 것 같은 욕심이 솟구칠때도 있다. 여기와서 저건 봐야지라며 무리한 적이 분명 있다. 욕심을 놓는다는게 말처럼 생각처럼 쉬운일만은 아닌 모양이다.
이제 일주일도 채 안되지 않았는가. 이렇게 내가 바라는 것을 찾아가면서 목표에 가까운 여행을 만들어가는게 이제부터 풀어나가야 할 과제일 것이다.
난 애초에 완벽한 사람이 아니었고 그렇게 되고 싶은 마음도 없다.
우선 조바심부터 해제하자. 잘하려는 조바심이 외려 실수와 사고를 만드는 근본문제다.



어제 사전에 메시지를 보내놨던 몇몇 카우치 호스트들로 부터 연락이왔다. 덕분에 17일까지 허락된 베트남 일정의 윤곽이 잡혔다.
닌빈에서 비엔티안 국경버스가 운행된다는 현지 호스트의 귀한 정보로 부터 나머지 계획은 일사천리.

하노이에서 하루밤을 보내고 바로 버스나 기차를 이용해 하이퐁으로 넘어간다.
하이퐁에서의 호스트도 구했다. 3일동안 도선비치를 보고 깟바섬 구경도 고려해본다.
버스로 닌빈으로 넘어간다. 개별적으로 땀꼭에 다녀온다. 일박 후 라오스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18일 비엔티안 도착에 맞춰야 하기땜시롱 일정이 조금 빡빡해진감은 있지만 이제 속시원히 베트남 일정이 정해졌으니 이제 조금 마음이 놓인다.

이쯤 정리하니 슬슬 밥때다.

점심도 챙겨먹을겸 아직 안가본 사파 호수도 어기적 거릴겸 실로 오랜만에 밖엘 나선다 ㅋㅋ


마음을 비우니 한결가벼운데 지갑도 가볍다 ㅋㅋ
하노이에서 먹었단 분짜의 맛이 아직도 생각나는데 사파에는 눈씻고 찾아봐도 파는 곳이 없다ㅜ

결국 이곳저곳 헤매다 결국 판시팡로드 끝자락에 허름해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흠... 뭐가뭔지 모르겠네.

결국 돼지고기가 들어간 쌀국수를 시킨다.
3만5천독.


지연씨 표현을 빌어 마치 한국식당에서 알아서 덜어먹으라고 내놓는 항아리 김치마냥 내어주는 각종 야채(풀)들.
그러니까 저걸 다 먹으라고 주는게 아니다. 알아서 덜어먹으시라.

매콤한걸 좋아하는 여행자시아에게 칠리소스는 필수.

웩 지금까지 먹은 쌀국수중 젤 맛없어 ㅜㅜ
그래도 살라면 먹어야 한다. 꾸역꾸역 국물만 남기고 마지막 면발, 마지막 고기한점까지 필사적으로 해치운다 ㅋ

세상에서 젤 싫은 수많은 것중 하나가(도대체가 젤 싫은게 한둘이 아니여 ㅋㅋㅋ) 맛없는 음식으로 배채우기 ㅋ

아 기분도 별론데 호수바라보며 기분전환이나 하자.


호수까지 가는길.



여긴 운동장 바로근처의 사파의 초등학교. 담벼락 벽면에 헬멧착용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인걸보면 오토바이가 정말 베트남 국민 이동수단인게 확실하다.

호수로가는 이쪽에도 꽤많은 식당들이 줄지어 있다. 여기까진 외국인 상대인것 같다.


역시나 호수를 향해 꺾어들어가면 유원지 느낌의 상가들이 늘어서 있다. 나중에 알았지만 여기는 거의 현지인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모양이다. 영어가 되는 직원이 별로 없고 메뉴도 대부분 현지어로 되어있다.

전에는 미쳐 못봤는데 군데군데 저런 모양의 케밥 노점이 눈에 띈다.


드디어 호수입구!








새벽사이 내린 비로 살짝 안개낀 호수의 모습이 신비롭다.
호수를 둘레로 잔디와 꽃이 보기좋게 조성되어있고 벤치도 많아서 고즈넉한 호수 경치를 여유롭게 즐길수 있다.

호수너머의 유럽풍 전원도 인상적이다.
사파에 이런모습도 있는줄 와보기전엔 몰랐네.

이쯤에서 숙소로 돌아가봐야겠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행사의 답메일이 도착해있다. 하노이로 돌아가는 버스시간과 탑승위치가 안내된 메일이다.
사파미아가 될일은 없겠군. 마지막 걱정거리도 해결되었다.
바짝 예민했던 며칠간의 피로와 긴장이 좀 풀리나보다.
이번 여행 처음으로 낮잠을 청해본다.

내일이면 사파도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