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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영화읽기

[더 로드] 나에겐 올해 첫 영화, 인생을 보여 준 영화

by 시아-★ 2010. 1. 9.
0.
매카시의 원작소설을 보진 못했지만 워낙 빼어났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이 영화, 원작을 더도 덜도 말고 그대로 스크린에 재현하는데에는 나름 성공적이었다는 평을 들은 바 있어 굳이 소설은 챙겨보지 않으려고 합니다.[무슨 개연성인지-_;;]






















△ 이들의 여정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쨌거나 이 영화가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제가 싫어라 하는 신파의 요소는 다 걷어냈다는 것이죠.
신파의 요소라 함은 클라이막스에 들어 교묘하게 배경음악에 빚져 억지로 눈물골을 만들어낸다던가하는 따위의 고전적인 장치들을 말함입니다.

예의 영화에선 신파의 기름기를 쫙 빼면서 부자(父子)에게 다가오는 시련과 역경을 아주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짠한 장면 한 두개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특별한 감정선을 자극하는 장치 없이 만들어내는 찡함이라 거부감이 없달까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누누이 강조한대로 눈물없인 볼 수 없는 신파는 아니며 슬픔을 자아내지도 않을 뿐더러 기대하는 감동 스토리도 아니라는 겁니다.


1.
그렇담 이 영화의 정체성은 무엇일까요?
과연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무엇을까요?

다행이도 이 영화는 예술영화나 작가주의영화가 아니어서 비교적 쉽게 그 메시지를 읽고 거기에 감흥받을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부자간의 사랑, 부성애 정도로 이 영화를 평가하는 것 같은데요, 그렇게만 본다면 핵심을 비켜갈 뿐더러 공감의 여지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다른 얘기부터 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 다시 언급해 보겠습니다.


'잿더미로 변해버린 세상'



△ 전반적으로 어두운 회색톤의 영화. 무너진 세상을 덤덤하게 표현했습니다. 

 

이에 대해 영화는 정확한 이유를 알려주지 않습니다. 과정도 정확히 묘사되지 않고요.
단지 중반부의 에피소드인 낯선 할아버지와의 만남에서의 대화를 통해 자연을 무분별하게 훼손한 인간에 대한 자연의 복수라는 정도의 언급이 전부입니다.
물론 이 대화를 통해 독자와 관객이 자연훼손과 무분별한 개발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건 맞겠습니다만...
사실 우리가 계몽영화를 보는 건 아니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노골적이라면 저도 베스트셀러 한권 쓰겠죠.


잿빛세상이 정말 보여주고자 한 것은 우리의 미래가 아닌 현재의 자화상이라고 보여집니다.

감이 조금 오지요?
이 영화의 주인공인 부자는 사실 나일 수도 있고 나와 소중한 누군가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영화에선 인육을 먹는 사람 먹지 않는 사람으로 착한사람 나쁜사람을 구분해 놓습니다.
나쁜 사람들은 몰려다니며 착한 사람들을 사냥하죠.
반면 착한 사람들은 그 누구도 믿지 못한 채 따로따로 떠돌아 다닙니다.
이 설정은 너무나도 현실적인 비유이죠. 더 깊이들어가면 정치적이라고 매도 당할까봐 여기서 컷트.



△ 나쁜놈들이 더 잘 뭉치는 법.



넘어가서, 앞서 말하고자 했던 얘길 다시 꺼내봅니다.
부자의 여정을 통해 본 건 우리의 인생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나쁜 사람은 없더이다. 엄마가 떠나듯 잿빛 도시가 그들을 그렇게 미치게 만들고, 삶의 의욕을 앗아갔더랬죠.
우린 착한사람이고 불을 옮기는 사람이라고 했던 아빠조차, 떠돌이 생활을 통해 항상 의심의 끈을 놓지 않고 같은 약자를 경계하고 어느순간엔 필요이상의 가학적인 태도도 보입니다.
그의 그런 변화들을 읽으며 나를 돌아보게 되는건 왜일까요.
난 착한사람인줄 알았지만 정신차려보니 나의 이득을 위해 누군갈 이용하고 있었고 가끔은 내 가치관에 위배되는 행동도 했더란 말이죠.
그러면서 이렇게 정당화하곤 했습니다. 세상이 이러니까 나도 어쩔 수 없는 거라고요.

 



△ 누가 선이고 악일까요?
사실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란 없으며 구분하는 것조차 무의미할지도 모릅니다.

 


끝까지 동정심과 불씨를 꺼트리지 않았던 아들은 이 영화의 유일한 희망입니다.
마지막 장면은 그와 같은 사람들과의 연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슴속에 아직 불씨가 남은 사람들이 만나게되는 대목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이 영화가 단 한 번도 희망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곱씹어보면 그 연대가 가지고 있는 함의는 매우 크니까요.



2.
역시 아버지역의 비고 모텐슨의 연기는 정답에 가깝습니다.
아들을 분한 코디 스미스 맥피는 엄마역이었던 샤를리즈 테론을 너무나도 닮아 시종일관 깜짝놀랐다는 후문이...


이 영화, 자극적인 재미는 없어 나름 기대작이지만 흥행엔 차도가 없겠구나 싶어 멋대로 미리 아쉬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겐 2010년 첫(관람)영화이며, 2010년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걸어야 할지 보여준 영화라는 점에서 의미있었습니다.
그런면에서는 추천하고 싶은 영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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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존 힐코트 (2009 / 미국)
출연 비고 모르텐슨, 샤를리즈 테론, 가이 피어스, 로버트 듀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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