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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road/2015 세계일주 in 인도네시아

[세계일주 D+58] in 인도네시아 사모시르섬 - 메단 : 이게 바로 힐링

by 시아-★ 2015. 7. 11.
7/3


또바를 떠난다. 떠나기 싫다.

의리 하나로 어렵게 발걸음을 뗀다.

오늘 안가면 요한나, 나딘과의 마지막 인사를 페북으로 대체해야한다. 정없잖아.


운좋게도 어제 인사를 나눴던 옆방 중국계 인도네시아 가족들에게 아침거리를 얻어온 안톤.

대단한 친화력이다.

안톤이야 말로 어디가서 굶어죽 스타일은 아니다

남은 돌아가면서 먹으라고 챙겨준다.

내가 갈길이 멀긴하지


그러고보니 리아는 중국계 혼혈.

안톤형제도 중국계다.


어쩌다보니 카우치서핑에서 내가 택한 인연들이 모두 중국계.

일부러 그런것도 아닌데 말이다.


미처 마르지 않은 빨래를 챙긴다. 그대로 가져가면 냄새난다며 비닐봉지를 챙겨주는 안톤의 동생.

어쩜 형제들은 이리고 섬세하고 배려깊을까.

한두번 놀라는게 아니다.


며칠전 독일친구들을 떠나보낸 그자리에서 배를 잡아탄다.

바람때문인지 오늘은 물살이 있어서 속도가 더딘 느낌이.

10시반에 출발한 배는 11시반경에 빠라빳에 도착했.


굳이 빅버스를 타겠다는 나때문에 안톤형제도 덩달아 같은 버스를 타게됐다.

메단가는 빅버스가 잔타를 거쳐서 간단다.


빠라빳하버에서 걸어서 15분거리에 버스정류장이 있다.



왠일로 친절하게 지도 스샷을 첨부한다


버스는 매시 정각에 출발한다.

메단까지는 동일하게 4만루피. 중간 경유지는 저렴한것 같다.

올때보다 돌아가는 버스가 낡고 좁다.

심지어 창문은 열면 다시 닫히고


사실 아까 배삯부터 해서 버스비까지 안톤이 내줬다.

자기가 오빠니까 동생을 챙기는 거라며 ㅋㅋ

그래봐야 한살차이구만

한국드라마 너무 많이 봤어 ㅋㅋ


그러고 보니 처음 만난날 한국여자들은 남자말에 무조건 따르냐고 질문해서 살짝 당혹스러웠더랬다.

한국드라마를 보면 거의 그렇더라고.

... 이래서 매스컴의 힘이 무섭다고.

내가 한류의 환상을 깨고자하는 역사적 사명을 띄고 여행을 나선 아니지만서도 이럴땐 현실적인 해명이 필요하다.

한국여자는 이쁘다는 편견은 이미 자체발광으로 깨고다니 ㅋㅋㅋ 아이고 웃프다.


옛날엔 남편에게 순종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안그래. 그래서 점점 싱글이 늘고있기도 하고.

아무래도 아직은 옛날 사고방식이 대중문화에 묻어나는게 사실이긴 .


그밖에도 오해는 몇가지 있었지만 비교적 정확하게 아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한국의 경직된 군대(서열)문화.

대학시절 한국인 교수를 통해 엄격한 교육을 이미 겪어봤단다 ㅋㅋ

아마 중퇴한 이유의 절반은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맞아... 남자들이 군대를 갔다오니까 너무 자연스럽게 캠퍼스, 직장에도 그런 경직된 문화가 유입되는게 사실이야.

나도 그런 분위기가 힘들었어.

생각에 한국사회의 발전에 가장 장애물이야


한국에선 상사말엔 무조건 따라야되?

ㅋㅋ 그러는게 좋긴하지. 근데 안그러는 편이라 힘들었지

그래도 종종 오픈마인드를 가진 상사를 만나기도 했어. 그럴땐 일할 맛도 났지



대충 이런정도 얘기까지 호숫가에서 나눴더랬다.


이번엔 한국의 선후배 문화가 궁금했던 모양이다.

윗사람을 칭할때 선배라고 해야하는지 그런류


보통 어려운 사이엔 선배님이라고 부르긴하는데 가까운 사이엔 그냥 누구언니, 누구오빠라고 불러

내가 대학시절때 어떤 그룹에선 선후배 사이 딱히 구분없이 별명을 부르기도 했었어 반말 하기도 하고 ㅋㅋ 나름 평등한 모임이었지 하지만 이건 아주 특별한 케이스 ㅋㅋ


이런 얘길하다가 주제가 갑자기 어떻게 넘어갔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안톤이 먼저 물어본거 같은데...

이번 여행에서 전재산 탕진하는 걸 부모님도 아셔?

ㅇㅇ 심지어 매달 집에 돈도 드리는걸 ㅋㅋ

여행하는 도중에도??

ㅇㅇ 왜냐하면 옛날에 아빠 사업이 망하면서 빚이 엄청 생겼거든. 아직도 그걸 갚느라 안도와드릴수가 없어

얼마동안이나 갚고 있는데?

20년가까이?ㅋㅋㅋ

허걱. 사업을 엄청 크게 하셨어?

아니 ㅋㅋ 이자가 너무 커서 그것만 갚는데도 원금을 거의 못까고 있는거지.

... 정말 힘들게 살았구나. 인생엔 정말 여행이 필요했겠네. 잘나왔어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인생에 주는 선물이지.


내가 세계일주를 떠난다 했을때 엄마의 측근사이에선 이런말도 나왔단다.

"엄마가 이렇게 힘든데 도와주진 못할망정 어떻게 여행을 생각을 한대?"


ㅋㅋ 천하의 불효녀네 ㅋㅋ


어차피 밑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부모님도 그런 마음을 이해하셨으니 쿨하게 보내주셨겠지 ㅋㅋ

심지어 받고다니는것도 아니고 드리면서 다니는걸 ;;


그래도 못내 저런말들이 비수로 꽂혔더랬다.

그런데 막상 본지 며칠도 안된 누군가에게 생각지도 못하게 여행의 당위성을 인정받은 느낌이랄까? 위로받은듯한 짠함에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이런게 힐링인가 ㅋ


그나저나 안톤과는 밑바닥까지 스스럼없이 얘기할정도로 친해졌구나.

이런 얘길 들어도 편견가지지 않을 친구란걸 알았던거지.


먼저 잔타에서 내리는 안톤형제와 작별인사를 나눈다.

2017년 한국에서 보자~ 그땐 오빠대접 해줄게 ㅋㅋㅋ 밥사란 얘기아님 ㅋㅋ


4시엔 도착할거라던 버스는 6시가 넘어서야 암쁠라스 터미널에 다다른다.

누가 라오스 교통 안좋다고 했니. 인도네시아 앞에선 명함도 내밀지 마시라 ㅋㅋ

에어컨 없는, 그것도 창문조차 지멋대로 닫히는 흡연버스안에 갇혀 달린 7시간.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을 정도

갈땐 이정도로 힘들지 않았는데 말이지 에혀.


엎친데 덮친다고 메단에 이르니 비가 쏟아지고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일단 방수팩에 짐을 옮기고 리아집 방향으로 가는 MR X 미니버스를 찾는다.

아저씨가 도움을 자청하는데... 택시타라는걸 버스타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아저씨는 영어를 거의 못하는데 버스 기다리면서 말하는 뉘앙스가 니네 호텔에서 같이 자자는거 같다. 진짜 이럴땐 황당하다. 혼자다니는 여자여행자는 굉장한 오픈마인드를 지닌 아는 것인지...
이런일을 겪을땐 상대방이 완력을 쓰는게 아닌 이상에야 최대한 정중하게 거절하는게 제일 깔끔하다. 뒤탈이 적달까.

몇번을 호텔이 아닌 친구집에서 지낸다해도 못알아들음.

암튼 어렵게 어렵게 번역기까지 써가며 거절 의사를 확인시킨.

아저씨도 쿨하게 제안ㅋ을 철회하니 비교적 아름다운 마무리.

암튼 덕분에 비를 덜맞고 버스에 오를 있었다.

어떤 도로는 거진 물바다. 이거슨 수상버스?ㄷㄷ

지금 인도네시아는 건기라는데... 내리니 무섭게 쏟아지는구나.

그래도 도착할때쯤 비가 거의 쳤다.

도착시간 8시. 10시간이 넘는 대장정이었다.

아직 식당을 보고있는 리아에게 달려가 인사를 나눈다.

살아왔구나 안에서 요한나들이 기다리고 있어

거실로 들어가니 부지런히 짐을 싸고 있는 독일친구들!


반가워;; 보고싶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