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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road/2015 세계일주 in 볼리비아

[세계일주 D+208] in 볼리비아 산타크루즈 : 낯선 땅에서 고국의 맛을 만나다

by 시아-★ 2015. 12. 21.
11/30

월요일이다. 서는 이번주까지 수업이 있다.
이집엔 와이파이가 안되니께 오늘은 서의 출근길을 따라 근처 카페 죽순이 모드에 들어가기로.

우선 가는길에 주말사이 미뤄두었던 환전부터 처리한다.
혼자다니면 환전하는것도 참 일인데 서가 있으니 발품안팔고 시내에서 가장 잘쳐준다는 환전소에서 고민없이 100불을 바꾼다. 현재 환율은 1$에 6.94Bs.
재밌는건 어제 장봤던 HiperMaxi라는 마트에서도 달러를 받아주는데 거기도 환율은 6.94로 동일하다는 것. 와~ 내가 스위스에서 엉겁결에 손해보고 유로깡당한거 생각하면 여긴 너무 착한거지.

암튼. 이제 나도 (쓸수있는) 돈이 생기는구나~ 남미를 위해 아끼고 아껴 복대속에서 쩔어가던 달러를 당당히 꺼낸다.
용케도 여지껏 잘 지켜냈다ㅎㅎ

어제 마실나왔던 Plaza 24 de Septiembre 바로 근처 Alexander Coffee. 딴건 모르겠고 와이파이가 터진다 ㅋㅋ

"주문 도와줄까?"
"아녀ㅋㅋ 혼자할수 있어 ㅋ"

라며 호기롭게 보내는 와중에 난 또 카운터에서 주문해야하는 줄 알고 입구까지 따라갔네 ㅋ

"앉아있으면 주문하러 올거야 ㅋㅋ"

아놔. 여기 고급지구나 주문도 직접받으러오고 허허.

엉겁결에 입구까지 배웅하고서 다시 카페 구석 콘센트를 찾아 자리를 잡는다.
아무래도 핸드폰 보다는 낫겠거니 하고 빌려온 서의 구형 노트북부터 세팅하는데.
오~ 이미 여러차례 방문했는지 바로 인터넷 잡혀주시고 ㅎㅎ
그런데 겁나 느리다 ㅜㅜ 느려도 너무 느려.
인터넷 속도와 혈압은 반비례 한다 ㅋㅋㅋ 이럴때 난 한국사람 맞는 거 같아 ㅋ

늦게사 나란 존재를 확인한 직원이 메뉴판을 건넨다.
나름 메뉴별로 친절하게 사진도 배치돼서 주문하긴 쉽다.
허나 우리의 가난한 여행자 시아는 더 볼것도 없이 젤 싼걸로. 우리로 치면 아메리카노같은 거겠지. 11볼이라... 유럽보다 커피가 비싸네? 아니 유럽이 생각보다 커피가 싼편이지. 아니 아니 한국이 커피가 비싼편이지.
생계형 여행자라 물가에 참 예민하다.

암튼 이 커피값도 아깝다며 그동안 그 흔한 카페도 몇번 안가봤다. 그래서 굳이비 고국에서 드리퍼와 커피를 이고지고 오지 않았겠는가. 하하ㅋ 곧 죽어도 안마시진 않는다는 이야기. 이 악마의 음료같으니라고 ㅋ

오늘의 미션은 비행기 티켓과 중국비자.
그런데 생각보다 중국비자 발급이 꽤나 까다롭다.
가장 얼척없는건 인아웃티켓이 준비서류라는 것. 비자도 안받았는데 일단 뱅기표부터 사가지고 오라는건 암튼 비자를 주긴준다는 얘기겠지만 만약에 꼬여서 제 일정내에 비자를 못받으면 티켓 날리라는 거여뭐여?
전일정 호텔예약증에 여행계획서는 놀랍지도 않다. 나에겐 부킹닷컴 신공이 있으니 괜찮다.

닥쳐서 해결해야하는 무계획 여행자에게 중국비자 발급은 또다른 난관이다.
어차피 받긴 받아야하는데 그러려면 장기간 머물수밖에 없다. 그래서 여기서 받으면 딱이겠다 싶었는데... 중국 칭다오가는 표값은 아직도 비싸다. 애초에 싼표를 못봤으면 원래 이렇게 비싼가보다 하고 질렀을텐데 하필이면 처음 알아봤던 표가 300불대였던지라 선뜻 두배 가까이 가는 표를 지를 엄두가 안난다.
그동안 비행기 참 싸게 타고 다녔죠 ㅋㅋㅋ

짱구를 굴려본다. 다시 프로모션을 기다리다 페루나 콜롬비아에서 비자를 받는 게 좋을까 뱅기표 바로 지르고 내일이라도 당장 비자를 신청할 것인가.
후자를 택하기엔 한국가는 뱅기표도 이미 넘 비싸다. 편도가 20만원이라니ㅋㅋㅋ 거의 왕복가다. 하필 귀국날짜가 설연휴라는 악재다.

그렇다! 무계획 세계일주 예산의 가장 큰 변수는 뱅기다.
차라리 꼭 가야하는 행선지와 일정이 아예 없었다면 조금 더 수월할 수도 있다.
몇 없는 사촌의 결혼식을 사수가 이번 여행의 최후 격전지가 될줄이야.
하필이면 9개월만에 세계일주를 마치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예산보다 여기에 있다.

그리하여 커피값 지불하고서 산 인터넷으로 별 수확없이 퇴근하는 서와 함께 집으로 돌아간다.
이미 마음은 비자 신청을 미루는 쪽으로 기울었다.

집에서 대기중이던 흥수씨는 시아가 유럽에서 못털어낸 파스타면으로 근사한 점심을 준비했다. 이 커플은 어째 둘다 요리를 이리도 잘하는 것인가. 유럽에서 대충 허기만 채우던 그 형편없던 시아표 파스타와 이미 급이 다르다. 물론 식재료가 더 풍부하다곤 하지만 한국에서도 몇번 안먹었다는 토마토 파스타 맛을 훌륭히 재현했을 뿐더러 번외로 만들었다는 다른 버전은 어제 남은 떡볶이 국물로다가 퓨전파스타로 변신시켰다. 당신이 진짜 요리천재요. 내 명함 내놔야겠다 ㅋㅋ

아닌게 아니라 이미 첫날부터 서의 음식솜씨에 혀를 내둘렀지.
"난 니가 이렇게 요리를 잘하는지 몰랐어. 재발견이다 ㅋㅋ"
하긴 그간 서가한 음식을 먹을 일이 없었으니 ㅋㅋ 나처럼 대놓고 요리천재라며 허세부리는 성격도 아니고 ㅋ


오늘 오후 수업이 없던 서는 근처 식물원에 가자 제안한다.
그렇다 ㅋㅋ 사실 산타크루즈는 여행자들에게 특별한 장소는 아니다. 그나마 갈만한 곳이 동물원, 식물원이라는데 둘다 식물원으로 통했다.

근처 슈퍼 쥔장에게까지 자문을 구해 탄 버스는 식물원까지 가지 않았다.
가는 길에 들은 얘기지만 볼리비아 사람들은 모르는 길도 아는것마냥 틀리게 잘 알려준단다.
심지어 경찰에게 길을 물어 한참 헤매고 돌아왔는데 알고보니 그 경찰이 서 있던 곳이 찾던 행선지였던 적도 있단다. 마침 나무에 가려 간판을 못봤다고.
암튼 이쯤되면 대답을 들어도 걱정이다. 믿을수가 있어야 말이지.
왜 그냥 모른다고 대답하지 않고 다른길을 알려주는 지는 잘 모르겠다.
인도도 이런 경향이 있는 편인데 체감상 볼리비아가 더 심하다 ㅋ

암튼 우리는 중간에 버스를 갈아타고 식물원에 도착할수 있었다. 이번에 버스를 알려준 현지인은 우리가 제대로 타는지 여부까지 저 멀리서 지켜봐줄만큼 친절했다는 후문 ㅋ

여기가 바로 산타크루즈의 식물원인 Jardin Botanico

입장료 10볼은 퇴장할때 낸다 ㅋㅋㅋ 희한한 시스템이다.

식물원인데 타조 친구, 거북이 친구, 멧돼지 친구도 보인다. 여기가 동물원이네 ㅋㅋ
무엇보다 공기가 맑아 좋다.

한켠엔 피크닉을 즐길수 있게 바베큐장도 마련돼있는데 언뜻봐도 관리를 하는것마냥 깔끔하다.
도시락싸들고 마실나오기 좋은 분위기. 사람도 많지 않아 호젓하다.

한바퀴 다 돌 즈음 하이라이트를 발견.
돔형태의 온실 옆에 작은 사막을 연출해놨다.
"우유니 안가도 되겠어 ㅋㅋ"
시아는 볼리비아와서 1일 1망언을 실천중이다 ㅋㅋ

그 바로 맞은편엔 연못이 뙇.
모기도 많다 ㅜ

그리고 악어조심으로 여겨지는 팻말 발견!
여기 진짜 악어가 있는겨? 나는 못봤으니 무효.

아쉬운대로 악어조형물 구경이라도 ㅋㅋ
서는 저 입안에 들어가서 사진도 찍고 하는데 카메라가 부끄러운 시아는 패쓰.

셋이어서 즐거웠던 식물원 구경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시장길을 지나는데 길거리 먹거리로 곱창볶음이 뙇.
한국에서 먹던 기름지고도 고소한 딱 그맛이다. 한접시에 5볼이었던듯.
소스는 셀프인데 것도 고소하니 괜찮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저녁엔 Parque Urbano로 마실을 나간다.
집근처는 참 조용하다 싶었는데 동네사람들 여기 다 모였나보다 ㅋㅋ
무슨 행사준비라도 하는지 젊은이들이 떼로모여 마스게임하듯이 군무를 연습한다.
서도 이런건 처음본다며 ㅋㅋ
제법 큰 공원을 쭉 가로지르니 보드연습하는 젊은이들 뒤로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올라가는 중이다.
남미는 우리와 시차도 거의 반대지만 계절도 반대다. 서울은 지금 한창 추울텐데 여긴 한여름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그런데도 크리스마스가 이들에게 중요한 의미란다.
요즘은 만나면 하는 인사가 크리스마스에 어디에 있어?라네.
그러고보니 난 이번 크리스마스를 볼리비아에서 나겠구나. 크게 생각 안했으면서도 막상 그날 친구와 함께있으니 외롭진 않겠구나 안도하게 된다.

대형 트리를 지나니 이번엔 분수쇼다. 기분탓인지 음악에 따라 움직이는것 같아 보이는데 ㅋㅋ
"난 두바이에서 분수쇼봐서 이런건 별 감흥도 안와."
1일 2망언이냐 ㅋㅋ 뭐 없으면서 괜히 허세질이다.

그런데 세상에나 여긴 공공 와이파이도 잡힌다.
멀지만 않았다면 맨날 출근했을지도 ㅋㅋ

공원 주변으로 야식노점이 즐비해있는데 심지어 닭모래집을 꼬치에 구워 판다. 2볼인가 3볼인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간만에 먹으니 또 별미다.

이런거 보면 우리랑 비슷한 식문화가 많다.
여기선 거진 집밥모드라 아직 볼리비아 음식을 잘 모르긴 모르겠으나 유럽과 달리 길거리음식이 많아 좋다.

역시 난 로컬체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