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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road/2015 세계일주 in 불가리아

[세계일주 D+151] in 불가리아 소피아 - 마케도니아 : 난생 첫 나홀로 히치하이킹 도전기 part.1

by 시아-★ 2015. 10. 23.

10/4

불가리아에서의 마지막 아침.
마리아와 조지는 벌써부터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사랑스런 커플.

정작 오늘 히치하이킹으로 마케도니아 스코페를 향하는 시아가 제일 느긋하다.
눈비비고 일어나 아침인사를 나눈다.

일찍일어나 아침준비를 도우려던 계획은 늦잠으로 물거품이되었다.
일주일이나 밀린 여행기를 적어내려가다 한참늦게 자버린탓이다. 그러고도 결국 업로드 실패.
확실히 밀린 일기 쓰는게 젤 버겁다 ㅜ

오늘의 아침식사는 불가리아식 오믈렛이다.
비주얼은 완전 피자인데 계란베이스에 말린햄과 치즈를 잔뜩올려 후라이팬에 구워낸 요리다.
아침치고는 헤비하지만 너무 맛있어서 한판 다 비워낸다.
레시피까지 물어 한국에서 꼭 만들어 먹겠다 다짐하는 시아ㅋㅋ

어제 미리 작은 선물을 전달한 탓일까 마리아는 배낭싸고 있는 시아에게 조용히 다가와 기념품을 챙겨준다.

흑해 전경이 담긴 냉장고 자석과 그녀의 회사 판촉물인 프렌드쉽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팔찌.
오늘까지 받은 융숭한 대접만 해도 고마운판에 이런것까지 챙겨주니 몸둘바를 모르겠다.
시아도 아침먹자마자 적어둔 편지를 쥐어준다.

나름 소피아의 상징인 Alexander Nevsky Cathedral을 그려보았지만 내맘같지 않았는데도 그림을 보고 재능 있다며 좋아해주니 안심이된다.
역시 선물은 크기보다 리액션이 중요하다는거 ㅋ

공항노숙도 너무나 걱정했던 이들에게 차마 히치하이킹으로 마케도니아 갈 계획이라 솔직히 이야기하지 않았다.
아마도 분명히 버스를 타라고 설득할테니까.
나는야 고집불통 여행자 ㅋㅋㅋ

역시나 조지는 여기서 버스터미널까지 가는 방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터미널 사진에 메트로 노선까지 편집해서 프린트해다준다.
거기다 기념으로 가지라며 마더 홀스 라이더가 새겨진 동전하나를 건네준다. 내가 동전 모으는 취미가 없어 국경넘을때마다 잔돈 남아도 반가워하질 않는데 이것 만큼은 절대 간직하기로 마음먹는다. 이건 의미가 담겨있으니까!
진짜 카우치서핑으로 좋은 인연과 우정을 많이 쌓았지만 역대급 호의다.


소피아대학 정문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다함께 사진을 남기고 뜨거운 작별인사를 나눈다.
마리아 말대로 서로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경험이었다.
단 4일이었지만 불가리아를 이해하는데 너무나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메트로 앞에서 작별인사를 나눈 시아는 그대로 메트로 지하통로를 건너 히치위키를 통해 미리 점찍어둔 장소로 이동한다.
버스타고 가도 되지만 한시간 반정도 배낭 메고 걷는건 이제 우스운 일이다.
참고로 여기 버스는 단돈 1레바. 우리돈으로 700원도 안한다는거 ㅋㅋ
그 돈도 아껴서 마지막으로 요거트나 사먹기로 한다 ㅋㅋ

결국 마지막까지 깨지 못한ㅋ 50레프는 마케도니아에서 환전하기로 했으니 지금 남은 돈이 딱 1.10레프.
지나가다 만나는 슈퍼에서 잔돈 맞춰서 털어버릴 계획이다.

일요일, 날은 좋고 마침 마라톤대회가 열려 차량이 통제된 한산한 도로를 맘놓고 걷는다.


덕분에 돌아가야하는 인도 대신 차도를 질러갈 수 있었다. 그래봐야 갈길은 멀고 마라톤은 내가 하는거 같고 ㅋㅋㅋ

점찍어둔 스팟까지 거의 다 와서야 중형규모의 마트가 보인다. 비주얼은 딱 저게 요거트지만 혹시몰라 확인해보는 시아. 이 나라는 카릴문자를 쓰니 육안으론 요거트라 쓰였는지 다른게 들어있는지 알수가 없으니까.
이럴때 빛을 발하는 구글번역기.
미리 다운 받아놓은 불가리아어를 놓고 요거트를 검색한다.
틀찾하듯이 글자와 글자를 대조해 가장 저렴한 요거트를 챙긴다. 0.75레프. 이 큰게 단돈 500원.
불가리아 물가는 한국에 비해서도 싸다.
거기서 남은 0.35레프마저 딱 맞춰 초코바 하나를 고르는 센스!

잔돈 클리어 완료. 탈탈 털고 국경넘을때마다 속이 다 후련하다 ㅋ 거기다 이건 지난한 여정의 뜻깊은 간식이 될터이니 더더욱 뿌듯하다.


음... 잔돈털이까지 마스터 했지만 정작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5개월 가까이 여행하면서 본의아니게 무임승차의 혜택도 더러 누렸지만 아예 작정하고 먼길을 히치하이킹으로 이동하는건 처음인 시아.
실로 엄청난 도전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늦게나왔냐고 ㅋㅋ 사실 버스로 이동하면 5시간정도 거리.
네비 찍어보면 3시간 반정도 나올정도로 생각보단 가깝다.
근데 히치하이킹으로 갈 생각하면 적어도 두어시간은 더 잡아야하지 않겠는가.

정해둔 장소에 닿으니 이미 시간은 1시반.
부지런히 달려야 해떨어지기 전에 도착할까 말까다.
일단 나무그늘에 앉아 초코바와 요거트를 흡입한다. 배가 딱히 고픈건 아니지만 지금 먹어둬야 할것만 같다.
초코바는 실패 ㅋ 요거트는 걍 요거트. 이걸 먹으니 한국에서 먹은 플레인 요거트는 플레인 요거트가 아닐거라는 의구심이 들정도의 무맛. 아주 약간 시큼한 정도. 내가 이걸 건강땜에 먹는건 아니잖아? 날것 그대로의 불가리아 요거트 맛을 봤다는데 의의를 두고 쟁여놨던 마지막 설탕을 풀어젓는다.
워낙 여기 요거트가 빅사이즈라 미미하지만 그래도 안타는것 보단 먹을만 하다 ㅋㅋ 아 역시 난 어쩔수 없는 초딩입맛.

딱히 준비해논 큰 종이가 없어 A4 이면지 하나를 꺼낸다.
불가리아는 영어를 안쓰니 지도보고 그대로 목적지를 따라그린다. 정말 그린다 ㅋㅋ 가지고 있는게 네임펜정도라 글씨를 또렷히 보이게 하려면 몇번을 칠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첫술에 배불릴 욕심 안부리고 국경동네까지만 딱 적는다.
여기서 스코페간다 적으면 밤샐지도 모를 노릇이니 ㅋㅋ
그렇게 급 사인카드를 만드는것 까진 일사천리였으나 이걸 꺼내들 용기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것 같다.
와... 여까지 호기롭게 걸어왔는데 일단 아직 주변에 오가는 사람들의 눈이 신경쓰이기도 하고 지나가는 차들이 비웃을것만 같아 두렵기도 하다.
이건 정말 맘같지 않다. 실제상황이다.
몇번을 망설이다 결국 히치하이킹이 가장 쉽다는 주유소를 향해 더 걸어가 보기로 한다.
사인카드 들 용기는 없지만 걷는건 항상 자신있으니까.

조지가 마지막에 급챙겨준 생수 1.5리터가 신의 한수가 될줄 받아올땐 미쳐 몰랐다.
이건 거의 생명수 ㅋㅋ

그렇게 주유소까지 왔지만... 이번엔 주유소에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부탁하느니 끙끙 앓거나 혼자 해결방법을 찾은편을 택했던 지난 30여년의 세월. 이 사고방식을 어찌 쉽게 버리겠는가.
그래도 여행다니며 많이 바뀌었다 생각했는데 이게 나에겐 정말 마지노선의 극한인가보다.

결국 갓길을 찾아 조금더 거슬러 가보기로 한다.
벌써 시간은 3시가 다 돼간다. 아무리 마케도니아가 여기보다 한시간이 느리다지만 더 지체할수도 돌아갈수도 없다.

적당한 갓길에 멈춰 스스로에게 주문한다. 여기선 뭔가를 해야해!!
무대공포증같은게 있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대학시절 으레히 요구받던 지하철 스피치 만큼은 도망치고싶을만큼 싫었던 기억이 스쳐지나간다.
뭔가 비슷한 상황.

누가 개나소나 유럽에서 히치하이킹 할수 있다했니. 내가 개나 소도 못된다 ㅋㅋ (개소 비하발언 아님)
진짜 히치하이킹하면서 여행하는 사람들의 용기에 박수쳐줘야 한다는 생뚱맞은 생각도 하면서 ㅋㅋㅋ 뭘해도 할 넘이야 ㅋ
대관절 이게 넘의 나라 도로 한복판에서 때아닌 자신과의 싸움이란 말인가 ㅋ 아 진짜 내가 생각해도 코미디다. 누가 등떠민것도 아니고 내가 하겠다고 나와놓곤 ㅋㅋ

이런저런 사념의 강을 건너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지금 이 손을 흔들지 않으면 오늘 마케도니아를 갈수 없어.'

마지막 심호흡을 하고 도로가까이 발걸음을 옮긴다.
이번엔 이런저런 핑계거리로 돌아서지 말자. 눈딱감고 사인카드만 들자.

어렵게 지나가는 차를 보고 카드를 든다. 세대가 연달아 스쳐간다. 역시 ㅜ
한번 드는게 어려웠지 다음차를 보는 순간 자동반사로 손이 올라간다. 물론 시선은 먼산 ㅋ

그런데 바로 차 한대가 멈춰선다.
심지어 사인카드 든지 1분도 채 안됐다는거!!
달려가서 행선지를 묻는다.
반스코?? 내가 여기지리를 모르니 어안이 벙벙.
아저씨는 사인카드를 확인하더니 거기까진 안가지만 근처에서 내려주시겠단다.
으아 감사합니다×100!!

언능 뛰어가 배낭을 챙겨 차안으로 들어간다.
아저씨는 일때문에 중국손님을 공항에 바래다주고 다시 돌아가는 길에 또다른 동양인이 사인카드를 든 모습을 보고 태워줄 마음을 먹었단다. 이런걸 럭키라고 하는거겠지 ㅋ

동구권이라 그런지 역시나 그냥 코리안이라고 하면 사우스와 놀스를 묻는다. 여기선 아예 사우스코리아라 대답하는게 속편하다.

생각보다 처음만난 사람과 단둘이 가는길은 전혀 불편하거나 지루하지 않다.
일단 아저씨 일이 일이라 영어가 잘 되시고 원어민이 아니라 시아의 막영어도 잘 알아들어주신다.
무엇보다 히치하이킹을 하는 여행자를 태우는 것 자체가 첫번째 화제거리가 되기때문이다.
누구나 그러했지만 여자혼자 세계일주를 한다하면 첫반응은 걱정이다. 그 다음이 격려와 응원이다.

혼자 여행다니면 위험하다는 아저씨의 인식은 사실 일견 맞는 얘기다.
실제 위험할 뻔한적도 많고 ㅋㅋ
저 이미 인도랑 파키스탄 다녀왔노라고 하니 아저씨 막 이해하신다.
"그렇담 여기가 안전하지 ㅋㅋ"
"넹 여긴 정말 안전하게 느껴져요 ㅋ"

불가리아와 마케도니아의 관계며 이런저런 역사이야기에 불가리아 음식에 대한 예찬을 지나 6살난 딸의 이야기까지 넘어왔다.

"혹시 만약에 성인이 된 딸이 혼자 여행가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실거예요."
"아... 그거에 대해서 생각해본적은 없는데...
아마 말릴거야. 비행기타고 간다 그러면 괜찮은데 히치하이킹은 안돼."
"ㅋㅋㅋㅋ 저희 부모님도 그러실거예요. 이해해요 ."

동서를 막론하고 모든 부모의 맘이 이러하겠지.
엄마아빠 미안해요 하하.


차는 시아가 생각했던 루트와 다른 길로 향한다.
아저씨는 마케도니아로 갈거면 아마 메트로라는 대형할인점 앞에서 그나라차 잡아타는편이 젤 좋을거란다.
마케도니아에서 그리로 장보러 많이들 온단다.
마치 주유소에서 히치하이킹하는게 제일 쉽듯이 그 방향으로 가는 사람이 모인곳에 가는게 빠를거란 이야기.
국경과도 불과 20키로 거리.
아저씨는 번호판에 SK가 적혀있으면 스코페에서 온차라는 팁까지 전수해 주시고 마트 주차장을 돌며 마케도니아에서 온차를 스캔까지 해주시고 시아를 떨궈주었다.

슬프게도 이구역에 SK는 단 한대. 다른지역이나마 ST번호판이 마케도니아 차라고 하니 일단 기다려보기로 하는데...

시아의 첫 히치하이킹 도전기는 다음장으로 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