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엔 싸이러스와 제법 긴 수다를 떨었다.
매일아침 정시에 출근해서 늦게 퇴근하는 싸이러스와 사실상 대화를 나눌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었다.
심지어 기독교신자여서인지 술도 안마시는-_ 허허
어떻게 밥한끼 한번을 못했다.
이친구가 주말에만 시간이 되는데 하필 시아는 월요일부터 있다 토요일인 내일 아침에 떠난다. 타이밍하고는 참.
가뜩이나 같이할 시간도 짧았고 한창 마음을 쉽게 오픈하기 힘든 내적상황이었고. 덕분에 친해지는데 유독 오랜시간이 걸린 호스트다.
사실상 오늘이 다르질링에서의 마지막날이다.
오늘은 출근전에 싸이러스와 이런부분에 대해 대화를 좀 나눴다.
그동안 받았던 싸이러스의 수많은 게스트들은 그 개성도 다양했단다. 독일게스트를 제일 많이 받아봤다고. 카우치서핑이 유럽에서 가장 활발하다곤 하지만 그중에 독일이 으뜸가는듯 하다.
인도네시아 메단의 리아도 그렇게 저먼 게스트들을 많이 받았다는데 ㅋㅋ
어떤 게스트는 몽유병을 앓아서 그들 놀라게했고 어떤 게스트는 그렇게 새벽에 왔다갔다해서 적잖이 피곤했단다 ㅋ
리버럴한 성향의 미국게스트와는 하루이틀이면 수다가 끊이지 않을정도로 금방 친해지곤 했는데
일본인 게스트도 그렇고 확실히 동양인들이 맘을 늦게 여는편인것 같다며.
틀린말은 아니지만...
최근 며칠간 잇달아 별 일을 다 겪으면서 멘탈이 무너졌던지라 낯선이에 대한 경계심이 두터워졌다. 싸이러스는 참 괜찮은 친구임이 분명한데도 한번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하니 노력한다고 했는데도 진심이 가닿지 않았나보다.
암튼 막판이 다 돼서야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진솔한 이야기들을 풀어놓기 시작했네.
하지만 이내 곧 출근시간. 있다봐~
싸이러스의 게스트 방명록에 떠나기전 마지막 편지를 남긴다. 아주아주 진심을 담아 ㅎㅎ
으아. 요즘 하도 이 굽어진 산동네를 오르락 내리락 돌아다녔더니 좀 지친다. 다르질링와서는 하루평균 10키로 이상씩은 돌아다녔다. ㅎㄷㄷ
날씨도 연일 어두침침하고 갈만한데는 다 가본것 같고.
맘같아선 걍 어디 쳐박혀서 쉬고싶은데 하필 오늘도 비벡과 만나기로 약속을 ㅜ
연락할 도리가 없으니 취소도 못한다 ㅋㅋ
진정한 아날로그 시대의 초상아닌가.
핸드폰도 삐삐도 없던 어린시절 우리는 장소와 시간만 정하고도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러니 더더욱 시간을 지켜야 했고 갑작스런 취소도 쉽지 않았다.
과거 기억을 돌이켜보면 4시간동안 누군가를 기다렸던 경험도 있다.
으아 지금 생각하면 미친짓이다 ㅋ 지금같으면 30분도 못기다릴걸 ㅋㅋ
암튼간 지금 우린 너무 쉬운 삶을 살고 있지.
하... 그래도 일단 밥은 먹으러 나가야지.
오늘 뭐먹지? 인류 최대의 고민거리 ㅜ
피자가 너무나도 땡겨서 트립어드바이저에 소개된 핫 피자 플레이스(HOT PIZZA PLALCE)를 어렵게 찾았지만... 300루피 가까이 되는 가격을 보고 돌아선다.
혼자 한판 다 먹지도 못할텐데... 이럴땐 혼자인게 참 아쉽다. 자는것도 먹는것도 혼자는 여러모로 불리하다.
오늘만큼은 국물음식이 안땡긴다.
결국 고민고민하다 초우래스타 마굿간 골목 노점중 Gupta Samosa(shop no.10)에서 치킨쵸우멘에 도전. 50루피.
광장 가장 가까이 있는 집은 거진 파리날리는 분위기고 그 바로 근처가게는 손님이 많은편이지만 에그초우멘(40루피) 시켜 먹었다 막판에 하수구맛이나서 다시 가기 꺼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탈 안나는거 보면 강철 위장이 맞긴하다 ㅋㅋ
그리하여 더 안쪽 굽타 사모사집을 초이스. 여기도 손님이 꽤 많은편이다. 간판없는 쵸키네 식당과 가깝다.
다른것보다 쥔장 아저씨가 서글서글하니 친절하다.
첨엔 시아를 태국인으로 봤더랬지 ㅋㅋ 자기생각에 태국사람이랑 한국사람이랑 비슷하다며 ㅋㅋ 네 그렇다 쳐요 ㅋ
쵸우멘은... 소금만 좀 덜어내면 좋았을 맛 ㅋㅋ 가끔 소금이 그대로 씹힘 ㅋㅋ
양은 푸짐한편이다. 닭도 비린내가 없는걸로 보아 막 보관하진 않는것 같다.
그런데 바로 옆에서 막 사모사를 튀기는걸 보니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옆에서도 계속 사모사 시켜먹는데 딱봐도 맛나보임.
과감하게 두개 시켜본다. 개당 7루피.
가게 타이틀에 괜히 사모사를 붙인게 아니었네 ㅋ 초우멘보다 사모사 인정 ㅋㅋ
이렇게 먹고 더 안쪽으로 들어가서 갓 튀겨낸 10루피짜리 베지 사팔라이(Shafalay)를 거르지 않고 또 테이크아웃해서 초우래스타 광장까지 길먹을 한다.
요즘은 돈 걱정일랑 붙들어매고 성에 찰때까지 이것저것 잘 사다먹는다.
내가 300루피짜리 피자에는 벌벌 떨어도 이깟 길거리 간식 정도는 얼마든지 사먹을 능력은 있다며 ㅋㅋㅋ
엊그제 싸이러스와 대화를 나누며 적잖은 자극을 받기도 했더랬다. 즐기자 내 여행. 덮어놓고 아끼려니 스트레스밖에 더 받니. 분수에 맞게만 즐기면 되지 뭐 ㅋㅋ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인생도 여행도 이런 기복의 연속이다 ㅋㅋ
하... 그리하여 정해진 약속시간에 다시 비벡을 만난다.
오늘은 수업끝나자마자 바로 이리로 왔는지 교복입은 그대로다.
오늘은 어디가보고 싶어?
가볼만한덴 다 가본거 같아. 글고 오늘은 내일 이동할준비도 해야해서 일찍들어가보려고.
아직 비벡은 점심전이란다. 집에서의 식사를 제안한다. 엄청 늦은 헤비한 아침을 먹은 뒤지만... 간만에 가정식 먹어보자 ㅋ
비벡의 할머니가 직접 만든 홈메이드 달과 계란후라이에 이름모를 반찬.
심플하지만 정갈한 한끼식사다.
배가 전혀고프지 않았는데도 깔끔하게 해치웠다 ㅋㅋ 아오 대식가 다됐어 ㅋ 이러다 인도에서 살찌는 기염을 토할듯 ㅋㅋ
이친구는 6년전에 만났던 한국인들에게 선물로 받았던 고추장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이번이 두번째 한국인과의 인연이란다.
비벡은 자신을 기억해 달라는 의미로 팔찌를 선물해 준다. 오메 난 준비한게 없는디.
이친구에게 나와의 인연이 소중하듯 나에게도 잊지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내일 아침 택시스탠드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로 하고 일찍 집으로 돌아간다.
스크랩해논 다음 경로 정보들을 정리하고 짐을 싼다.
며칠전부터 널어놓았던 양말들은 아직까지도 마를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오 ㅠ 이 거지같은 날씨.
막간을 이용해 정산해보니 인도에서의 18일동안 8만원도 채 쓰지 않았다.
아자이 집에서 호의호식하던 일주일을 제외해도 11일간 8만원이면... 내가 대단한건지 인도가 대단한건지 ㅋㅋㅋ 가자 유럽 ㅋㅋ
퇴근하고 돌아온 싸이러스.
오늘도 영화볼거니?
당연하지!!
오늘의 추천영화는 제목이 기억안남 ㅠ
영국에 사는 인도인 여주는 영국인과의 결혼을 꿈꾸며 영국 스타일의 삶을 쫓는다.
그녀가 못마땅한 아버지는 어떻게든 펀자비와 결혼을 시키기 위해 인도 결혼 원정까지 나서는데...
남주, 여주 모두 인도 탑스타란다. 여주는 시아도 자주 본 얼굴. 남주는 웨이터 출신 배우로 연기력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단다.
시아스탈는 아님 ㅋ
암튼 영화는 전형적인 발리우드 스타일의 경쾌한 러브스토리.
갠적으론 어제 봤던 안자나 안자니가 더 괜찮았다능 ㅋ
오늘밤이 마지막이네~ 다르질링 어땠어?
일주일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게 좋았어 ㅋㅋ
희노애락의 다르질링을 내 어찌 잊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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