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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road/2015 세계일주 in 베트남

[세계일주 D+2] in 베트남 하노이 : 사기, 어디까지 당해봤니?

by 시아-★ 2015. 5. 11.
5/8

기분좋은 만남으로 시작부터 마음이 녹아버린 하노이에서 맞는 둘째날.
원래 위험은 마음을 놓는 순간 찾아오는 법이란다.
굳이 변명을 달자면 날씨 탓이오, 내가 체력이 예전만 못한 탓이오ㅠ


여행전까지만 해도 낮밤이 뒤바뀐 생활로 엉망진창인 컨디션에 걱정이 많았다.
여까지 나와서 낮 1-2시까지 자버리면 낭패이지 않은가.
불안함에도 부러 알람을 맞추지않는다는 않았는데 8시반쯤 저절로 눈이 떠진다.
더 자고 싶은 생각도 안든다. 이제 슬슬 준비하고 나가야지~

몇가지 필수 사항을 제외하고는 거의 무계획으로 떠난 세계일주라 그때그때 정하고 찾아보고 움직여야 한다.
정해진 틀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자유로움도 있지만 순간순간 스스로의 판단이 그 어느때보다도 중요하고 그만큼 부담도 크다.
이런것 하나하나도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리라... 고 두세수 앞을 바라보는 척한다.[먼산]

오늘은 계획은 시티투어와 다음행선지인 사파행 버스티켓 예약.
체력이 허한다면 야시장까지 보고 돌아오리라는 나름 빡빡한 일정.
초장부터 왜 이렇게 무리하느냐 하면 숙소에서 시내까지의 거리가 4km에 육박하는 까닭이다.
내일 다시 거기까지 나갈 자신이 없다.

카우치 서핑이 주는 무수한 장점이 있지만 여행자들이 주로 활동하는 시티센터와는 거리가 있는 곳에 묵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단점도 있다.

오늘 최고기온은 38도. 체감온도는 40도에 육박한다.
어제보다 더 덥네 ㅜ

들러야 하는 곳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날씨까지 체크한 뒤 꼭 필요한 물건만 보조가방에 챙긴다.
이렇게 더운날은 제아무리 보조가방이라도 그 무게감은 천근만근일 터.
그리고 제일 중요한 물을 챙긴다.
만성탈수증에 물이라면 기겁을하는 여행자 시아이나 더위앞엔 장사없다.
미리 챙겨온 물통은 이날 빛을 발한다.

7000동(한화로 약 350원)도 밖에나오면 다 돈이다.
아껴야 잘다닌다.

초행길이지만 네비기능 탑재한 여행자 시아에겐 결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단지 더위가 두려울뿐 ㅜㅜ

도보여행의 장점은 현지를 더 가까이에서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는 거.


전자랜* 같은 저런 건물도 보이고.


여전히 오토바이는 온 거리를 수놓고 있으며,



허걱 비*큐다!!
이렇게 낯익은 얼굴도 확인한다.

난 또 저걸 촌시럽게 찍고있지 ㅋㅋㅋㅋ

근데 하노이에서 여행자들이 도보이동을 꺼리는 이유역시 타당성이있다.
하노이의 도로는 그야말로 무법천지이다. 신호가 있는건지 지키는건지 그야말로 무질서의 극치.
제멋대로 휘갈기는 오토바이 홍수를 무심히 헤쳐나가야 한다.
이곳에선 횡단보도도 신호등보다 시야와 판단만이 우위에 있다.
무질서 속의 질서란 말이 이럴때 쓰는 말이구나 싶다.

하노이의 아침공기는 그나마 버틸만한 수준.
하지만 점점 시내와 가까워지면서 숨이막혀온다.
마스크 착용은 거의 필수. 답답한게 문제가 아니라 폐병에 걸릴것만같다.
하노이의 대기오염은 겪어보니 그 심각성을 몸으로 느끼게 된다.
나온지 삼십분이나 됐을까? 습함에 더위에 미세먼지들까지 삼위일체가 되어 이미 내 손톱은 까만색이요 피부는 들러붙은 먼지로 꺼끌꺼끌.

반쯤 왔을까? 심장이터질것같은 답답함이 몰려오는 찰나 사막의 오아시스마냥 앞에 떡하니 자리잡은 KFC 목격.
저기야. 대피하자.
작전상 후퇴의 심정이었다.
일행이 있는척 자연스럽게 주문안하고 2층으로 피난을 했다.
빵빵하진 않지만 에어컨이 돌아가는 실내는 인공호흡기처럼 느껴진다.

내위치가 어디쯤인지 다시한번 확인하면서 재정비를 한다.
준비됐지? 다시 출동.
포기를 모르는 불굴의 시아였다.


첫번째 목적지는 오페라하우스.
물론 티켓을 끊어야 안으로 입장할 수 있다.
걍 밖에서 사진 찍는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오페라하우스는 호안끼엠호수 남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호안끼엠까지 왔으니 이제 시내다.
근데 힘들어서 못움직이겠다. 좀 쉬어야지.
체면이고뭐고 일단 작게나마 그늘진 건물구석에 주저앉았다.

시험은 그 어느때보다 약해진 그 순간 찾아온다.


사기에 대처하는 자세

step1.
누군지도 모르는 그(혹은 그녀)가 나에게 다가온다.
그의 이름은 꽌
나이는 서른.
내가 한국인이라 하자, 지말에 의하면 자기는 한국에서 몇년 조리일을 했다고 한다.
내가 일본인이었다고 하면 일본에서 일했다고 말할지 누가 알겠는가.

약간 경계심이 늦춰졌다고 생각했는지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한다.
난 쟤가 어떤사람인지도 모르고 워낙 이쪽바닥 사기담을 익히들었던바 왜 나한테 말거는지 대충 알거같고.

결국 본론은 어디갈거냐 여기보단 저기가 더 뷰가 좋다 자기가 오토바이로 가이드해주겠다. 뭐 이런 내용이다.

선택 1. 쌩깐다.
선택 2. 혹한다.

쌩까도 욕할 사람 없다.
혹하면 아마 상상이상의 금액을 치뤄야 할것이다.


아... 쌩까고 싶은데 도리가 아닌거 같고 돌려서 거절하기로 한다.
"나 돈 없어. 그러니까 그럴필요 없어"

아니 근데 자기가 한국친구가 많고 한국친구들도 그렇게 해줬고 자기도 그러고 싶다나 뭐라나. 돈은 기름값정도만 주면 괜찮으니까 부담갖지말란다.

아... 이제와서 그 상황을 곱씹으니 저거 전형적인 사기멘트잖아ㅜ
솔직히 넘 덥고 힘들어서 판단력이 흐려졌고 믿고싶은 맘 반, 어떻게 하려나 두고보자 반.
그렇게 결국 꽌의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가만히 앉아도 움직이니 이렇게 편할수가없네.

염치없이 일일히 내려달라하기 미안해 달리는 오토바이 위에서 부지런히 셔터질.




























그렇게 약속한대로 한바퀴를 돌아주고 점심을 먹겠냐고 한다.

마침 밥때라 흔쾌히 오케이.
호의가 고마워서 밥정도 사주는게 예의다 싶었다.
꽌은 맛있고 싼집이 있다고 안내해주겠다한다.
더할나위없었다.





시티 골목의 로컬 분차집.
나름 하노이에서 맞는 첫 외식.






사진이 이래서 그렇지 맛은 일품이다.
'분'은 쌀국수란 뜻이고 '차'는 고기를 뜻한다고 나의 카우치 호스트 항이 알려줬다 ㅎㅎ

불에 구워낸 고기가 담긴 육수에 쌀국수와 야채를 함께 담궈먹으면 된다.
저 안에 고기는 숯불갈비의 맛과 흡사하다.



에엥? 근데 이녀석이 먼저나가서 계산을 하고 있다. 바로 달려나가 얼마냐고 물었는데 쌩깐다;;
다시 한 번 물어보니 그제야 얼마 안한다고 자기가 돈 냈다고 그러고 마네?
난 어쩔줄을 몰라 고맙다는 말만 전할 뿐이고. 베트남이 이런 나라였나 싶고.

이렇게 점심까지 먹고 동쑤안 시장으로 이동. 이제 작별인사를 해야할 시간이다. 약속한 기름값도 챙겨줘야하고 어떻게 얘길꺼내야 자연스러우려나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꽌이 선수를 친다.

step2.
부탁하지 않은 가이드를 받고나서 그(혹은 그녀)가 돈을 요구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선택1. 이게무슨 귀신 씨나락까먹는 소리여. 쌩깐다.
선택2. 울며 겨자먹기로 돈주고 떨궈낸다.

황당했다. 시내 한바퀴 구경에 5$도 아니고 50$불 상당의 금액을 요구한다. 하하하
처음엔 잘못들은줄 알고 몇번을 되물었네.
정신차리자 이놈은 여기서 한몫챙기려고 맘먹은거다. 난 지금 호구가 된 것이다.

그놈은 밥값에 기름값에 자기시간까지해서 그만큼 받는게 맞는거란다.
내가 아무리 어제 막 베트남에 떨어진 초짜라지만 대충 이바닥 물가는 안다. 니말이 이해가 안된다.
박빙의 배틀이다.

이순간 내가 잘 한건 없지만 그렇다고 그가 요구하는 돈을 모두 지불할 의무는 없다.
쟤는 저렇게 나오지만 괘씸해 죽겠지만 그래도 밥값만큼은 주는게 도리다 싶다.
마침 내 수중엔 8만동과 버스예약할 약간의 달러뿐이었다.
난 이돈뿐이 없으니 7만동 주겠다고 하니 펄쩍뛴다.
이대론 답이없어보였다. 그럼 경찰서 가서 해결하자고 했다.
당황한눈치다. 집에가서 돈가져와라 뽑아와라 하더니 짜증내면서 8만동 다 달란다 ㅋㅋㅋ
나 집에갈 차비는 있어야겠지 않겠냐 하니 그마저도 우기다가 경찰서 가자니까 욕하는지 뭐라하는지 궁시렁거리면서 가버렸다.

하... 이 더운날 뭐하고 앉아있는건지 스스로가 한심해진다.
이정도로 마무리 됐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여행지에서는 순간의 방심이 어떤 위험으로 돌아올지 모른다.
호의를 무작정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 생각해 왔다.
그런데 그보다 내가 살던 환경의 사고방식과 타지의 사고방식은 같지가 않더란 말이다. 내 상식과 다른 상황이 벌어지는 곳이 바로 낯선 여행지라는 공간일 수 있다.
무작정 그들을 욕할 것 만이 아니다. 난 아직 베트남을 잘 모르고 그들도 역시 한국인인 날 잘 모른다.

경계만이 답이 아니고 믿기만 하는 것도 답이 아니다. 저쪽이 왜 저러는지 알려고 하는 것 역시 여행이지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긴 여정에서 나 하나의 잣대로 일관하는 여행이 무엇을 남기겠는가.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을 사건을 겪으면서 정신적 피로감은 상당했다.
그래도 여행은 계속된다. 이대로 숙소로 돌아가고 싶진 않았다.

일단 여행사 몇곳만 돌아보고 사파행 티켓을 구했다.

사파익스프레스 티켓을 알아보려고 했지만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미니버스가 조금더 저렴하다. 왕복 21달러로 쇼부를 보고 다시 길을 나섰다.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미니버스들도 사파익스프레스와 동일하게 아침 7시에 출발해서 12시경에 도착한다.
대신 이동외에 그 어떤것도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가격이 좀 더 저렴한것 같다.
돌아가는 버스는 대개 오후 3시반에서 4시 사이에 출발해서 하노이에 밤 10시쯤 도착하는 일정이다.
아침에 출발한 버스가 오후에 돌아가는 여행객을 태우고 돌아가는 시스템이라고 보면된다.

암튼 몹시나도 피곤해진 심신을 달래서 호안끼엠호수를 찾았다.










여기선 프리와이파이 이용이 가능하다.
이것저것 정보도 찾아보면서 충분한 휴식을 누리고 나니 시계는 대략 6시를 향해간다.

야시장은 7시에나 개장한다. 한시간 더 기다려볼까 싶다가 좀 더 돌아다려보기로 했다.



흘러흘러 가다보니 어느새 성요셉성당에 다다랐다.
미사시간에나 안으로 들어갈 수 있어서 사진찍고 둘러보는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한다.

여기서도 프리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다. 시내 유명 관광지에서는 대부분 공용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는 것 같다.

앗. 그사이에 엄마의 부재중 보이스톡이 와있다.
평소에 효도도 못하는데 나와서 걱정끼칠수는 없지않은가.
연락기다리고 계실 엄마에게 보이스톡을 걸었다.
안부도 묻고 격려도 받고 안심도 드리며 ㅋㅋ
생각해보면 참 좋은세상이다. 이렇게 편하게 해외에서 연락도 할 수 있고 여행 중간중간 필요한 정보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확인할수 있으니.

다시 야시장을 향해 걸어갔다.



우연찮게 수상인형극 앞을 지나기도 하고




해질녘 호안끼엠의 또 다른 얼굴도 마주하고








호안끼엠 위에 있는 사원도 밖에서나마 구경한다.

6시반쯤이면 해가 넘어간다.








야시장에 도착하니 6시 50분경.
슬슬 장터 준비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상인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개장하는 모습까지만 구경하고 일찍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아직 현지 밤 분위기를 모르니 더 늦으면 어떤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벌써부터 하노이의 양면을 들여다봤으니 내일은 또 무슨 일이 날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