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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타고 단숨에 달렸더니 1시반에 레에 도착했다. 100루피 더 주고 시간을 벌었네.
그렇다면 이 시간을 허투로 쓸수야 없지 ㅋ
우선 창스파로드 들어가기 전 리퓨지마켓 안에 있다는 초록천막의 식당에서 점심부터 해결하기로 한다.
여기도 다미언니에게 소개받은 곳으로 물가비싼 레에서 저렴하게 아침, 점심식사를 해결할수 있는 숨은 진주같은 식당이다.
밥은 30루피, 베지 반찬은 종류별로 10루피씩이며 원하는 만큼 알아서 담아 먹는 시스템이란다.
너무나도 가보고 싶었지만 레에서 낮에 있을수 있는 날이 이제 없다 보니 포기했던 곳.
그런데 ㅜ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일찍 도착했다 좋아하기가 무섭게 오늘 레 일대 상점들이 모두 문을 닫거나 오후에나 문을 연단다.
아무리 계획한대로 내뜻대로 안되는게 여행이라지만 특히 시아에게만큼은 가혹한듯 보이는건 지나친 투정일까 ㅜ
아쉬움을 뒤로하고 체크인 먼저 하러 리율로 향하다 다미언니를 딱 만난다 ㅋ
언니말로는 1층 싱글룸이 비어있을테니 후딱가보란다.
망했다. 그방은 이미 예약이 됐단다.
이럴줄 알았음 내가 미리 예약할걸. 넘 방심했네.
하는 수 없이 숙소는 있다 다시 알아보기로 하고 매일 2시 에콜로지 센터에서 하는 필름 스크리닝부터 보러가기로 한다. 어쩌다보니 레까지 와서 한번도 못갈뻔한 이곳.
오래된 미래의 저자가 설립 운영하는 작은 공간이다.
월수금은 라다크 공동체에 대한 다큐,
화목토는 로컬로 시작되는 행복의 경제라는 주제의 다큐가 상영된다.
스크리닝이 끝나면 간단한 토론과 질문의 시간이 마련된다.
물론 영어가 약한 시아는 열심히 지켜보기만 ㅋㅋㅋ 그래도 굉장히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분명 관심있는 주제였음에도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상영동인 몇번 졸긴 했지만 ㅋㅋ
어제도 스크리닝을 보러 왔다는 다미언니가 인상깊었다는 대목.
처음 라다크를 찾아갔을때 이 마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을 받은 할아버지는 우린 아무도 가난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여행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한 뒤 같은 할아버지에게 이 질문을 던졌을때 그는 자신이 가장 가난하다고 대답했단다.
뚜루뚝에서부터 스스로에게 던져졌던 화두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어제 못본 프로그램은 고국으로 돌아가 알아서 꼭 찾아보기로 다짐하고 ㅋ
이제 숙소를 찾으러 나서본다.
다미언니는 시아의 자리를 자신이 꿰찼다는 부채감이 생겼는지 적극적으로 시아의 숙소를 찾는데 도움을 준다. 으아 언니 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ㅠ
* 레 숙소
- EWAM 게스트하우스
어퍼창스파까지 올라가다보면 왼편에 이정표가 보인다. 골목으로 가다보면 엄청 비싼 숙소 다음에 위치ㅋ
신관은 가격대가 있어보이나 구관은 저렴한 편.
싱글 150루피(원래 200이나 사정사정하여 흥정)
공동욕실, 온수, 와이파이 사용 가능
- 리북 게스트하우스
에왐 바로 뒤에 위치. 동익오빠가 하루묵은 곳.
다른건 몰라도 정원 조경이나 분위기만 봤을때 이 일대 숙소중 탑클래스 수준이다.
가장 저렴한 싱글룸이 200루피.
다만 서재용으로 쓰이는 방이라 안에서 잠글수 없다는 게 함정.
와이파이 사용 가능하다.
다미언니 도움으로 일타이피로 저렴한 숙소 겟하는데 성공한 우리 모두 가벼운 마음으로 늦은 점심을 해결하러 출동.
도대체 오늘이 무슨날인지 궁금할 정도로 여지껏 문닫은 상점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저 앞에 낯익은 누군가가 걸어온다.
알고보니 오늘 저녁에 만나기로한 정현씨. 자연스럽게 만났으니 다같이 합세하여 식당을 찾아 나선다.
창스파에서 포트로드까지 돌았지만 찾아간 식당은 문을 닫았고 연 식당은 가격이 비싸다 ㅠ
재밌는 건 여기 넷다 한끼 식사에 책정한 경비수준이 아주 낮다는 점 ㅋ
결국 그나마 이 구역에서 여행자식당치고는 가격이 만만한 창스파로드의 리틀식당을 찾아간다.
그 옆에 차이니즈볼도 가성비 괜찮기로 유명하다는데 오늘은 영업을 안한다.
레에서는 참 먹을복이 없다고 해야하나 ㅋㅋㅋ
시아는 만만한 볶음밥(80루피)을 시킨다.
이집의 단점은 아주 긴 조리시간 ㅋ
이리하여 뉴페이스 정현씨의 이야기를 면대면으로 듣게된다.
사실 정현씨는 마날리 윤까페에 남겨논 동행구인글을 통해 연락을 받게된 친구다. 이미 시아는 레에 넘어온 상황이었고 세계일주 중이라는 공통점으로 금방 공감대가 형성되어 오늘에야 만나기로 약속했더랬다.
무엇보다 정현씨의 여행이 흥미로웠던건 시아같은 단순여행이 아니라 자체브랜드를 걸고 후원을 받아 여행을 이어가고있다는 지점이었다.
요즘에야 후원받고 여행하는 이들이 워낙 많긴 하다지만 메신저상으로 들은 이 친구의 여행 프로젝트는 그 중에서더 의미있어 보였다.
워킹스튜디오라는 브랜드로 사진을 통해 사람들과 교감을 나눈다는 컨셉.
단돈 7만원으로 시작했던 여행에 공감하는 이도 생기면서 후원금이 쌓이고 사진촬영을 통해 또 후원금이 쌓여 140여일째 여행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허허허 600만원가지고 여행시작한 시아는 부자였구만 ㅋㅋ
정현씨의 가시적인 프로젝트는 진정 의미있는 작업이다. 그가 이 여행을 지속하면서 구축하고 있는 철학은 아직 끝이 아니기에 진행형이며 계속 성장할 것이다. 멋진 청년임에 틀림없다.
동익오빠는 이 친구와 그의 주변에 이미 여행을 통해 자기브랜드 런칭에 성공한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극과 동기가 되는 모양이다.
정현씨가 주변의 여행가들을 통해 지금의 여행을 일구어 냈듯이.
솔직히 그들 모두 대단한 추진가이며 자신의 삶을 멋지게 설계해낸 사람들이라는 사실은 너무나도 명확하다.
그런데 시아는 최소한 이번 여행만큼은 뭔가를 이루려 했던게 아니라 겉보기엔 비생산적일지라도 나 자신에게만큼은 이마저도 충분히 의미있는 시간이다.
고국에서 이미 무언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으로 살아왔고 그걸 못이뤄 나이 서른에 루저라는 타이틀을 얻고 인생의 의미도 못찾아 갈팡지팡하던 나였다.
시아에게 이번 여행은 무언가를 이뤄내기위한 재기의 발판이 아니었다.
삶의 다양성에 대해 확인하고 싶었고 그런 이야기를 여행을 통해 전하고 싶었다.
기본적으로 여행=소비가 아니라 믿었기에 남들에 비해 턱없이 적은 경비로 여행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돈이 없이도 지속가능한 여행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 그나마 시아로써는 거기에 가장 가까운 방법이 카우치서핑을 통한 문화교류와 소통, 교감이라고 생각했다. 거기에 상업화된 여행방법을 따르지 않고 최대한 로컬경제원리에 따르는 로컬방식의 여행을 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정현씨처럼 자신이 가진 능력을 소통과 교감의 도구로 활용하고 그 자원으로 돈 없이도 공감을 얻어 여행을 지속하고 있다는 사실자체는 아주 흥미로웠다. 분명 좋은 포토그래퍼가 될것이고 이미 그에게 그 자체가 브랜드다 ㅋ
누나도 영상으로 브랜드 프로젝트를 시도해보라는 정현씨의 조언이 와닿지 않는건 앞서 말했듯 이번 내 여행의 의미와 목적에는 상통하지 않기 때문 ㅋ 물론 진지하게 고민해볼 가치는 있겠지만 ㅋ
워홀 막차탑승을 거부하고 고행길을 택한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차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수 없는 조건에서 돈벌고 나와봐야 더 편한 여행은 가능했겠지만... 물론 부족한 경비를 확인하며 흔들리고 갈등되는것도 사실이지만 지금 내가 하고싶은건 돈을 버는일이 아닌것만은 분명하다. 결국 계획만치 안되더라도 집이 있으니 돌아가면 되지 ㅋ 이번이 결코 내 마지막 여행이 아니니까. 완성하려고 하면 무리하게 되지만 미완이란걸 알아서 쿨해질 수 있다. 생은 계속 될테고 아마도 난 계속 여행을 하게 될 태니까. 엄마 미안해요 ㅎㅎ
라다크에서 만큼은 실로 다양한 여행가들을 만나게 된다. 각자의 개성과 방식으로 여행을 즐기는 이들을 말이다. 그래서 감사하다. 내 협소한 사고 반경에 자극이 되는 경험이다. 뭔가 이전 여행의 중간점검과도 같은 라다크에서의 인연들에 감사하게된다.
최소한 한가지는 분명해졌다.
행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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