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broad/2015 세계일주 in 파키스탄

[세계일주 D+130] in 파키스탄 페샤와르 : 이렇게 편하게 다녀도 되는거임???

by 시아-★ 2015. 9. 18.

9/13

원래 오늘 훈자로 떠나기로 했던시아 ㅋ
근데 뭐 언제 계획대로 착착 움직인적이 있었던가 ㅋ
하루이틀씩 더 눌러앉다보니 아직 파키스탄이고 뭐 그렇다 ㅋㅋ

어제 술자리에서 페샤와르에 갔다오자는 타릭의 제안에 솔깃한 시아.
비교적 위험한 동네다보니 혼자가기를 포기했던 도시중 하나다.
이슬라마바드에서 두시간이면 간다니 더할나위가 없다. 콜!

어제 늦은 취침에 들었기에 9시즈음 일어나(마침 여기는 9시가 정전시간) 밍기적밍기적 아침인사를 나눈다.
다들 일어난지 얼마 안돼보이는 기색이지만 어쨌든 시아가 꼴찌.

근데 타릭은 어제먹은 무언가에 문제가 있었는지 배탈이났단다.
음 나는 멀쩡한디.

하이더는 아침으로 짜이와 로티, 커드를 내어준다.
이것이 흔한 파키스탄 자취남의 블랙퍼스트로구나.
배탈난 타릭에게 유제품은 쥐약 ㅋ
덕분에 로티로 연명하며 본의아닌 다이어트에 들어가신다.
다이어트는 내가 해야되는구만 이 가녀린 프랑스 청년은 여행하면서 살이 쭉쭉빠지고 있단다.

이래가지고 어디 오늘 돌아다니겄어?
나야 뭐 원래 계획에 없던 동네라 안가도 그만이지만 타릭은 휴가차 짬내 나온지라 일정이 다급해서인지 기어이 페샤와르에 다녀올 채비를 한다.
오케이 그렇다면 고!
하이더는 페샤와르를 여행하는 여성이 지켜야할 수칙을 일러준다.
거기는 워낙 보수적인 동네라 꼭 풀커버를 해야한단다.
뭐 이미 반바지는 인도네시아에서부터 배낭에서 꺼내지도 않는걸 ㅋㅋ
만약 거기서 여자가 반바지를 입고 다니면 아주 큰 관심거리가 될거라고. 물론 나쁜의미다.
하지만 긴바지에 머리까지 가리고 다니면 충분히 호의를 베풀터이니 걱정하지 말란다.

아니 근데 먼저 준비를 마친 집을 나섰구만 나오지를 않네.
뭔일인고 했더니 마침 페샤와르 출신이라는 하이더의 친구가 친히 가이드를 해주겠다고 급 나선모양이다.
그렇게 뜻하지 않게 하이더의 차로 편안한 원데이투어를 즐기게 된다.
아무래도 이건 파키스탄이기에 가능한 행운아닌 행운.
이들은 왤케 이토록 손님에게 융숭한 것일까. 하하하
너무나도 편안한 시아의 파키스탄 여정.
이 여행기 보는 사람들은 파키스탄이 엄청 여행하기 편한 나라인줄 알까봐 우려될 지경.
어디까지나 개인의 경험이지 이게 절대 파키스탄이라고 말할 순 없다.
모험가가 아닌 시아는 안전한 동네만 돌아다녔으니 가능한 이야기.
하지만 파키스탄 사람들이 여지껏 돌아다닌 중 외국인 여행자에게 역대급으로 친절하며 상식 이상의 호의를 베풀려하는 건 사실이다.
아마도 위험하다는 고정관념때문에 외국인 여행객이 적은 탓도 있겠지.

이리하여 타릭, 하이더, 그리고 하이더의 친구 파드와의 페샤와르 데이투어가 급 성사된다. 렛츠 고.

하이더와 대학 동기라는 파드는 점잖은 구석이 있는 친구다. 하이더는 운전중인 파드에게 시종일관 디스에 장난질이다 ㅋㅋ
타릭이야 워낙에 성격좋고 개구진 구석이 있는 친구라 영 나쁜 컨디션일텐데도 차안에서 장단맞추며 어찌나 잘 노는지ㅋ
가는 두시간 동안 얘네들 장난치면서 수다떠는거 보는것 만으로도 웃느라 혼이난다. 이 짓궂은 장난도 다 받아주는 걸 보니 얘도 참 여간 착한게 아니다.
문제는 얘네들 영어가 너무 유창해서 짧은 영어의 소유자 시아는 끼어들 틈이 없네 ㅠ
반은 못알아듣겠다. 이럴때 참 영어공부하고싶죠.
오늘 처음 만난 파드는 침묵에 가까운 시아가 걱정되는지 틈틈히 안부를 잊지 않는다.
응. 난 충분히 재밌어. 지금 열심히 리스닝 공부 중이야.

장트러블러 타릭을 위해 중간에 휴게소를 한번 들른다.
바깥바람도 쐴겸 일단 차밖으로 나서는데 짱짱한 태양아래선 시아를 보고 타릭이 새삼스럽게 한마디 한다.
넌 보통의 한국여자들과 다른 피부를 가졌어 ㅋㅋ 한국여자들 하얗잖아.
응 맞아 ㅋㅋ 난 한국인치고 특이 케이스야ㅜ 허허
괜찮아 보기 좋아.
뭘까 병주고 약주는 걸까. 이 남정네들 내 까만피부를 토픽삼더니 이내 나쁘지 않다며 훈훈하게 마무리해주신다.

마침 이 구간이 인더스강이 흐르는 위치.
거사를 치룰 타릭을 기다리는 동안 파드는 친히 여기에 세계유일의 블라인드돌핀이 산다며 슬쩍 강변 구경을 시켜준다.
이곳이 그 유명한 인더스 문명의 발상지란 말이지?
약간 변두리라 물이 많이 마르긴 했지만 물빛이 퍼런게 꽤나 아름답다. 뭔가 사막속의 오아시스같은 분위기다.

자. 볼일 마쳤으니 다시 페샤와르로.

드뎌 페샤와르 톨게이트를 지나는데! 음? 무슨일이지? 도로 한복판에 차를 세운다.
어느순간부터 말수가 줄어든 타릭이 먼저 차에서 내리고 하이더가 뒤를 따른다.
아무리봐도 여기가 종착지가 아닌디.

오메... 보기보다도 더 컨디션이 나빴던 타릭은 결국 길가에서 오바이트를 하고만다.
어쩌면 좋니. 생각보다도 훨씬 안좋았던 모양이다. 괜찮냐는 말밖엔 해줄게 없다는게 답답할 따름이다.
그래도 한차례 게워내니 조금 나은 모양이다. 사실 걱정할 우릴 위해 웃음으로 배려하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페샤와르는 아프가니스탄과의 접경도시로 실크로드 무역의 중심지이기도 했을 정도로 역사깊은 도시다.
여러모로 흥미있는 방문지임에는 틀림없으나 불과 작년 12월에 있었던 대형 테러로 100여명이 죽어나갔을 정도로 분쟁이 잦은 지역이다.

우리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올드페샤와르라 불리는 구시가지.
굉장히 번잡스러우면서도 우리가 익히 생각하는 파키스탄의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는 아기자기한 구역이다.
안타깝게도 차로 쓱쓱 훑어지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모래먼지가 풀풀 날리는 구시가지를 돌아다니자니 도시남자 하이더는 그렇게 더럽다 더럽다 궁시렁 댄다 ㅋㅋ

고백컨데 갑작스레 별 생각없이 따라나선 시아는 페샤와르에 명소에 대한 정보가 없다시피. 그저 타릭이 론니플래닛에서 미리 체크한 몇몇 모스크와 대학교 건물정도 슬쩍 들러보고 파드가 드라이브해주는 경로를 따라 차안에서 시장, 성, 시가지를 훑어본게 고작이다.
그래도 여기가 어떤 곳인지 정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으니 흥미로웠던건 사실이다.
실제로 요즘엔 개별 여행자가 방문하기 까다로운 곳인지라 이렇게라도 올수 있었단 사실에 만족해야하는게 현실이다.
게다가 ㅋㅋ 페샤와르 안좋아하는 하이더땜에 더더욱이나 구석구석 둘러보기 어려웠다능 ㅋ 괜찮아 그댄 우리의 호스트니까 ㅋㅋ

워낙 늦게 출발했던지라 주요 스팟 다 둘러보고나니 이미 점심때는 훨씬 지났다.
근데 밥먹으러 가는 길에도 이 두 친구넘들은 왤케 의견이 분분한 것이냐.
하이더는 여까지 왔으니 젤 유명한 식당에 가자며 하비라는 식당을 추천하는데 파드는 거기 더럽고 별로라며 다른곳을 향한다.
배고파 죽겠는데 난 어디라도 가서 뭐라도 먹었음 좋겠구만 뭘이리도 의견통일이 안되는지 ㅋ
배앓이 중인 타릭은 로티면 충분하다는데 손님 대접하고싶은 두 친구는 곧죽어도 맛집에 데려가고 싶은 모양이다.
결국 운전자 마음대로 Islamic college university 맞은편에 있는 흰간판의 한 티카식당으로 간다.
식당이름이 울드어로 적혀있는데 얘길 들어보니 페샤와르 최고의 식당이라나 뭐라나 ㅋ
좀 덜 붐빈다는 지하홀로 들어가는데 나름 인테리어가 고급인듯 고급아닌 고급같은 레스토랑.
근데 참 파키스탄 식당 몇 번 못들러봤지만(실은 이번이 파키스탄에서의 두번째 외식) 진짜 테이블 잘 안닦는다 ㅋㅋㅋ
애매한 밥때인데도 손님이 꽤나 있다.

암튼 우리는 여기서 머튼갈비와 커리에 로티로 아주 포식을 한다.
너무 맛있어서 감동의 물결 ㅜ
그런데... 옆에 앉은 타릭은 혹여나 배탈이 도질까 걱정이 되는지 고기엔 손도 안대고 오로지 로티와 세븐업으로 허기만 달랜다.
ㅠㅠ 너무나도 안쓰럽지만 솔직한 시아는 이런 훌륭한 음식을 앞에두고 포크질을 멈출수가 없다.
미안해 난 어쩔수 없는 돼지인가봐.
그래도 여기서 처음으로 짜이가 아닌 카와라는 파키스탄식 티에 도전해보는데 약간 진저비슷한 맛이 나는게 개운하니 깔끔하다.
아직은 짜이가 부담스런 타릭도 차가 맘에든단다. 다행이야. 뭔갈 찾아서

내일 일찍 출근해야하는 파드때문이라도 식사만 마치고 이슬라마바드행을 서두른다.
뭔가 2% 부족한 페샤와르 일일관광이었지만 유쾌한 친구들과 맛있는 저녁까지 함께한 즐거운 시간이었다.
고마워요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