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2
만두아디 역에서 출발하는 뉴델리행 기차는 정시 출발 정시 도착.
슬리퍼칸에서 숙면을 취하고 드뎌 뉴델리와 재회한다.
5년전 인도에서부터 인연을 이어온 쉼라의 라주가 뉴델리역까지 마중을 나왔다.
몇차례 마중을 거절했었지만... 끝끝내 나온다는걸 결국 승낙하고 만것.
라주도 밤버스로 쉼라에서 여기까지 10시간 걸려서 왔다. 아무리 친구라지만 나라면 이렇게까진 못했을거라 고마움도 고마움이지만 미안한 감정도 크다.
5년이 지났는데 라주는 그대로다.
라주는 날 보자마자 살이 쪘다며 놀란다.
음... 어째 시아는 여행다니면서 살이 더 찌는걸까. 요즘 아주 갈만한가봉가.
그대로 뉴델리역을 빠져나와 빠하르간지 메인바자르길로 들어선다.
와... 뭔가 그대로긴 한데... 솔까 5년전보단 깨끗해진 느낌이다.
라주는 뉴델리에서 하루 머무를 숙소까지 미리 잡아놨다.
그리고 내일 아침 쉼라로 떠난다.
아눕호텔. 퐈 ㅋㅋ 5년전에 가이드북 보고 밥먹으러 갔다가 맛없어서 죄다 남기고 왔던 부설식당이 있던 그곳.
빠하르간즈 참 좁다 ㅋㅋ
아눕호텔은 지금 공사중이라 한참 드나들기조차 번거로운 지경인데도 숙박객을 받고있다.
숙소에 짐을 풀고 근처 식당에서 적당히 아침을 해결한다.
그리고나서 두가지 옵션이 있다.
쉬다가 빠하르간즈를 구경하는것으로 오늘 하루를 마무리 한다.
아니면 인도방랑기 다음카페를 통해 인연이 닿게된 용이님을 만나러 델리에서 60키로정도 떨어진 로탁에 다녀온다.
여차저차 다르질링에 있을때부터 연락이 이어진 용이님은 또 어쩌다보니 시아 여행기 독자가 되었다 ㅋ
델리쯤에서 인연이 닿으면 만날것을 며칠전부터 대략이나마 기약했던 터였다. 확약은 아니었지만 시아도 허투로 말을 내뱉는 스타일이 아니므로 일단 라주와 약속잡기 전에도 로탁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을 만나러 갈 수도 있다 언질해 놓았더랬다.
되든 안되든 일단 전화연결을 해본다 ㅎ
결국 흔쾌히 시간을 만들수 있다며 우릴 환대하는 용이님을 만나러 로탁행을 결정한다.
빠하르간즈에서 편도 3시간이 걸리는 짧지 않은 여정. 시간이나 돈을 생각한다면 걍 쉬는편이 낫겠지만 결정의 기준이 항상 그쪽을 따르지만은 않는건 정, 의리 등의 주관적 가치도 존재하기 때문아니겠는가.
뭐 암튼 로탁행 버스를 타기 위해 다시 뉴델리역으로 간다.
여기도 이미 교통카드가 도입되었다. 우리는 일회용 코인처럼생긴 토큰을 구입한다. 카슈미르 게이트 버스스탠드까지 10루피. 아 싸다 ㅋㅋ
토큰을 구입하고 보안검색대를 거쳐야 지하철을 타러 들어갈 수 있다.
여/남 줄이 분리되어있다는 사실.
5년만에 델리 지하철 탑승 ㅋ 감회가 새롭네.
와... 미쳐 기억하지 못했는데 델리 지하철, 서울 지하철보다도 쾌적하다.
카슈미르 게이트역에서 하차한뒤 7번 출구로 나가면 곧 버스스탠드다.
쉼라행 버스도 여기서 탑승한다.
떡본김에 제사지낸다고 내일 쉼라로 가는 아침버스 티켓도 예매한다. 아침 8시발 노 에어컨 디럭스버스가 405루피.
그리고나서 로탁행 버스 탑승. 2시간 정도 걸린다더니 중간 지하철공사 구간 정체땜시롱 2시간 반은 족히 걸린듯 하다.
그렇게 로탁 버스스탠드에서 용이님과의 만남이 성사된다.
진짜 이렇게 만나게 될줄이야. 서로 실감이 안나는 듯 짧지만 굵은 인사를 나누고 늦은 점심을 먹으러 시내에서 가장 괜찮다는 식당으로 우릴 안내하는 용이님.
일부러 차량과 기사까지 섭외해 놓으신듯 하다. 아니고 송구스러워라 ㅠ
로탁 유일의 쇼핑몰이라는 Satyam Mall에 위치한 보기만해도 고급진 레스토랑.
이게 왠 호사란 말인가. 치킨커리에 심지어 이번 인도여정 중에 엄두도 못냈던 난을 다 먹는다. 감사합니다 ;ㅁ;
용이님은 두달동안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모 대기업의 인도 현지공장에 파견나와 현장 감독업무를 하고 있단다.
마침 며칠전에 맡은 프로젝트가 종료되어 오늘 시간여유가 되시는 모양이다.
슬픈 사실은 애초 계획했던 짧은 인도여행조차 허락되지 못한채 회사의 귀국티켓 변경으로 당장 내일모레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야 한단다.
이게 바로 한국 을의 현주소ㅜ
그동안도 바쁜업무로 델리조차 제대로 돌아다니지 못했다하니... 듣는 시아가 더 아쉽다.
잠깐의 만남과 대화만으로도 참 정 많고 친절한 성품을 지닌 분이라는게 느껴진다.
5년전 본의아니게 현재 회사에 몸담게된 사연이며 두달간의 인도살이 에피소드도 참 흥미롭다. 내년엔 파키스탄 파견이 예정되어있다는데... 부디 안녕하시길 ㅎ
그래도 인도에서 흔한 물갈이 한번 안하고 생각보다 현지음식도 잘 맞았다하니 고달프지만은 않았으리라. 뒤늦게 안 짜이의 맛에 하루에도 몇번씩을 공장 근처 로컬 티샵에서 티타임을 가지신다니 현지인 다 되셨네요 ㅋㅋ
아닌게 아니라 일부러 챙겨온 한국컵라면이 거진 남았다며 앞으로의 여행길에 보탬되라며 바리바리 챙겨주신다. 안그래도 라면 챙겨가라며 던지신 얘길 반 농담으로 받아들였건만 정말 싸주실 줄이야 ㅋ 넘 감사합니다;ㅁ;
심지어 대절해주신 차량으로 편히 뉴델리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녁타임 어마어마한 정체로 해가 져서야 빠하르간지에 당도한다.
다른데는 몰라도 5년전 인도방랑기 식당에 대한 좋은 기억이 남아있는 시아. 인도인인 라주에게 굳이비 거길 찾아가고 싶다 부탁한다. 사실 엄밀히는 혼자가도 상관없는데 라주가 따라나선것 ㅋ
그런데 마침 숙소 와이파이는 고장 ㅋㅋㅋ
정확한 위치가 기억이 안나는 고로 일단 나가보기로 한다.
시아와 달리 엄청난 눈썰미를 지닌 라주. 가이드라는 직업병 때문일지도 ㅋㅋ 뒤늦게 밝히는 라주의 직업은 투어가이드 ㅋ
암튼 길가다 상점안에 있는 동양인이 한국인 같다며 시아에게 언질한다.
오케이. 상점문을 열고 나지막히 말을 걸어본다.
혹시 한국인이세요??
네 맞는데요.
저 그럼 혹시 인도방랑기 식당 위치 아세요?
네 알아요^^ 씨티뱅크 ATM골목 들어가면 오른쪽에 간판 보일거예요. 거기 옥상이에요.
감사합니다~
대박 ㅋ 덕분에 생각보다 빨리 인도방랑기 식당을 찾을 수 있었다.
식당은 그쪽 골목의 한 호텔 가장 위층에 자리잡고 있었다.
들어서자마자 놀란것은 시아가 기억하고 있던 그 모습이 아니라는 것.
오픈된 옥상 공간에 뒹굴면서 쉬기 좋은 곳이었는데 지금은 더 깔끔하지만 협소하고 폐쇄된 공간.
아니나 다를까 그때와는 위치도 사장님도 모두 바뀐 뒤란다.
한국인임에도 한인업체는 잘 안찾는 시아가 굳이 추억팔이하러 찾아온 공간인데... 괜히 왔다는 후회가 밀려온다.
이래서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야 하는건가도 싶고...
그래도 이왕 왔으니 차한잔 마시며 사장님께 이런저런 여행조언도 구하고 다른 테이블 여행자와 정보도 공유한다.
한인식당의 메리트가 바로 이런것 아니겠는가 ㅋ
바뀐 젊은(혹은 젊어보이는) 사장님은 까랑까랑한 보이스의 소유자. 아주 대찬 성격임이 분명하다. 오랜 여행경력이 말해주듯 내공도 상당하시다.
길진 않았지만 잠시나마 나눈 대화속에 한인 식당을 운영하는데 남모를 애환도 느껴진다.
확실히 한인식당 사장님들은 본의아니게 한국인들에게 공인같은 존재다.
워낙 온라인커뮤니티가 활발한 한국에선 조그마한 것도 와전되어 전해지기 십상이니... 얼마나 조심스러울까 싶다.
단언컨데... 한인식당 사장님들이 자선사업가가 아니다. 그들도 타지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동포이고 식당은 그들의 생업이다. 그들에게 모든 한국여행자를 도와야 하는 의무는 없다. 친절하네 불친절하네부터 별걸로 구설수에 오르내리기도 하니 얼마나 스트레스일까 싶다.
암튼 뭐 ㅋㅋ 그렇다는 이야기.
참고로 인도방랑기 식당은 저녁 10시까지 운영한다니 참고하시라. 와이파이 이용도 가능하다.
숙소로 돌아가는길.
질라비를 사주겠다고 멈춘와중에 아까 식당위치를 알려줬던 젊은 친구가 말을건다.
마침 쇼핑을 마치고 숙소가던 참이란다.
덕분에 식당 잘 찾아갔어요~ 5년전에 인도여행왔을때 추억이 남아있던 곳이라 일부러 간건데 자리가 바꼈더라구요.
ㅋㅋㅋ 처음에 왠 인도인이 말을거나 싶었단다 ㅋㅋ 아놔 ㅋㅋ 많이 타긴했구나 ㅜ
한달동안 남인도 여행했다는거 치고 이친구는 아직도 살결이 뽀얗다. 행여나 탈까봐 선크림을 그렇게 발라댔단다 ㅋ
뱅갈로르에 아는 형이 가게를 오픈해서 겸사겸사 인도여행하고 내일 한국으로 돌아간다며 ㅋ
한번도 먹어본적 없다는 질라비맛을 보여주고 작별인사를 나눈다.
그렇게 시아는 오늘 5년만에 뉴델리에서 오래된 인연을 마주하고 새로운 인연을 만들었다.
옛 추억이 담긴 장소는 새 장소로 변했지만 역시나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
짧으면서도 긴 델리에서의 하루를 이렇게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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