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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건강한 신체를 타고났느냐면 그렇지도 않다.
고국에서부터 아토피와 두피염을 앓고 있었으며 신경성 위염에 간혹 번번히 위경련을 겪기도 했다.
여행떠나기 직전엔 수도없이 몸져 누운일이 허다했고 체력도 많이 떨어졌었다. 그래서 더욱 직장을 관둬야겠단 생각을 했더랬다.
내 생각엔 마음의 병이었던것 같다. 이미 그땐 마음이 건강하지 못했고 몸의 병은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나오기로 결심하고서도 걱정이 많았다. 지금의 내몸이계획만으로도 빡셀 여정을 감당할수 있을지 스스로도 자신할수 없었거든.
그런데 3달 넘도록 예상보다도 잘 버텨준 스스로에게 고맙다.
그렇다고 지금 내가 무한체력에 천하무적은 아니다보니 ㅋㅋ 20키로 산행코스 강행군에 바로 이어진 24시간 국경이동으로 지칠만큼 지쳐있다는게 온몸으로 느껴진다.
몸에 힘이 없다고 해야하나?
잠은깼지만 남은 물을 비워내고 그대로 누워버린다. 이대로 작전을 짜보자.
지금 남은 루피로 바라나시에서 델리까지 가려면 일단 아그라를 포기해야 한다. 5년전엔 일정과 더위로 포기한 타지마할을 이번엔 돈땜에 접네 ㅋㅋ 괜찮아 사진으로 많이 봤어 ㅋ 아님 인도 또 오지 뭐 ㅋㅋ
남미를 위해 달러를 아낄필요가 있고 돈을 인출하자니 아그라엔 시티뱅크가 없다. 델리가서 돈을뽑자는 심산이다.
바로 델리행을 결정하니 속은 후련하다. 거기서부턴 5년전에 쉼라에서 만난 현지 친구 라주와 함께할 수 있다.라주는 시아의 세계일주 소식을 듣고부터 줄곧 델리에서 쉼라까지 픽업해주겠다며 스케쥴을 틈틈히 확인했더랬다. 이 친구 때문이라도 더 지체하지 말고 델리로 향해야 할것만 같은 이상한 부담감이 생긴다 ㅋ
그리하여 차비빼면 도미토리를 100에 구한다는 가정하에 앞으로 2박이 더 가능하다. 그리고 밤기차타고 델리로 간다.
차비를 아낄겸 세컨클래스까지 확인해봤지만 바라나시에서 뉴델리 가는 기차에는 이등석이 없다.
일단 마음을 굳히고 나니 몸이 일으켜진다. 체크아웃을 하고 나와서 알아본대로 뱅갈리톨라로 간다. 안그래도 무거운몸 배낭까지 더하니 천근만근.
정말 골목은 골목이다. 그 어느 인도보다 소똥을 더 조심해야하는 동네구나 ㅋ 더럽기도 많이 더럽다 ㅋ
이래서 바라나시 = 인도라고 하는건가 ㅋㅋ
도미토리가 있다는 쿠미코 게스트하우스를 먼저 찾아가본다. 도미토리 100, 싱글룸 150.
도미토리는 강가바로 근처의 구건물에 있다. 히피스타일 ㅋ 낡긴했지만 창이 있어 볕이 든다. 씻기는 아무래도 불편해보인다.
혹시나 도미토리 더 깎을수 있을까 싶어 흥정해보지만 절대 안된단다. 70-80루피 받던것도 오래전 이야기구나. 대신 싼방을 원하면 싱글룸 100루피에 줄수 있단다. 창이 없는 외딴방이지만 화장실도 방도 깔끔하다. 이정도에 100이면 감사.
일단 킵하고 도미토리가 있다는 바로 옆 옴 게스트하우스에도 가본다.
여긴 도미토리가 150, 싱글룸이 250.
한국인들이 엄청 많이 찾는 곳인듯. 한쪽벽엔 증명사진이 한가득 붙어있다.
도미토리 70-80으로 흥정해보려다 아저씨 뿔났다.
너 그가격 생각하고 인도 온거면 그냥 집에 가라고 ㅋㅋ 그돈으론 인도 여행못한다고 걍 집에서 쉬라고 ㅋㅋ
흥정하다가 상대방이 이토록 화를 내는건 처음 겪는다.
네팔에선 되도않는 가격을 후려치면 주인이 화를 내는 일이 종종있다 들었다. 그러면 돌아서서 그 가격을 기준으로 다른 곳에서 흥정한다고 ㅋㅋ
그런 얘길 들은 이후여서인지 기분이 나쁘진 않다.
걍 돈없음 여행도 못하냐? 이런 발끈 정도?ㅋ
참고로 실제 뱅갈리톨라 지나다니다 보면 숙소 70루피 부르는 호객이 가끔 있다. 지금 방이 맘에 들어 확인해보진 않아 검증된 숙소라 확언할순 없다 ㅋ
더 이상 고민 안하고 뉴 쿠미코로 돌아간다. 100짜리 싱글룸에 묵을게요 ㅋ
* 바라나시 뱅갈리톨라 숙소 정보
뉴 쿠미코 게스트하우스
와이파이, 핫샤워 가능.
체크아웃 11시.
3층 객실 오르는 것조차 힘에겨울 정도로 지금 체력 완전 방전.
덥고 힘드니까 식욕은 없고 어디 나가기도 싫은데...
워낙 바라나시구간이 기차표 구하기가 어렵단 얘기가 있어 제때 떠나려면 우선 표부터 구해야 할것 같다.
커미션만 주면 숙소에서든 에이전시에서든 기차표 예약은 어렵지 않다. 좌석이 없음 딱갈(Tatkal)표도 구할수 있단다. 일전에 시아가 본의아니게 웃돈주고 좌석얻은 예의 그것말이다 ㅋㅋㅋ
그때야 모르고 그랬다지만 이젠 여기 기차시스템 거진 파악했는데 그렇게 돈 더 주고 타고싶지 않다. 통로에 누워자는 한이 있어도.
그래서... 4키로 떨어진 바라나시 정션역까지 직접 찾아가서 표를 구해보기로 한다.
물론 걸어서 ㅋ 이 도보에 대한 무서울리만치의 집착 ㅋㅋㅋ
릭샤비 아껴서 쥬스나 사먹자 그런심산 ㅋㅋ
가는길에 로컬에서 밥도먹고 ㅋ
시바축제 때문에 오렌지옷을 입은 축제인파가 엄청 눈에 띈다.
방구하기 어렵기는 개뿔 ㅋㅋ 그래도 바라나시에 룸은 남아돈다. 일부 인기 숙소만 제외하면 말이다 ㅋㅋ 어제 만난 인상좋은 아저씨부터 뻥쟁이였어 ㅋㅋ 오렌지옷 입은 축제인파는 말그대로 축제를 즐기러 온 이들이지 훌리건은 아니었고 ㅋㅋ 외려 특별한 구경거리가 생겼으니 여행자입정에선 반가운 일.
밤의 바라나시는 시아에게 멘붕을 주었지만 오전의 바라나시를 겪자 안심이 된다.
릭샤 호객 다 무시하는 직진시아. 근데 넘 힘들긴 하다. 탈수증세가 올지도 모르니 뭐라도 마셔야지.
착즙 생과일 쥬스를 파는 노점이 엄청 많은데 걔중 사람 많은 곳을 골라 20루피짜리 오렌지 쥬스를 사먹는다.
가면서 먹을 요량으로 테이크어웨이했더니 엄청 작은 잔에다 준다. 이거 누구코에 붙이라고 ㅠㅠ 걍 거서 먹을걸 ㅠ
그래도 한모금 하니 듣던데로 밍밍한 맛이지만 수분과 당은 보충되니 한결 살만하다.
이건 맛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 ㅋㅋ
그렇게 더 걸어가다 손님이 복작복작한 스윗가게를 발견. 붓으로 휘갈긴듯한 오리지날 인도어간판. 로컬 오브 로컬
저기서 아점을 땡겨야 겠다 ㅋ
사람들이 한접시씩 들고 있는 무언가를 보고 나도 저거달라한다. 갱톡에서 먹었던 쨋과 비슷한 비쥬얼. 그런데 저게 사모사 촐라란다. 드디어 촐라를 먹어보는구나.
한접시에 12루피. 사모사를 눌러 각종소스를 얹어주는 음식. 식사라기보단 간식에 가깝다.
맛도 굿이다. 손님많은집은 역시 실망이 없다.
그렇게 걷다 지쳐 이번엔 사탕수수쥬스를 사먹는다. 내려논걸 바로 따라주네 ㄷㄷ 요것도 10루피에 테이크아웃은 쪼만한잔. 레몬을 섞었나보다. 이것도 맛이 묘한데 더우니까 술술 넘어간다.
거진 한시간 반은 걸은것 같다. 바라나시 정션역이 보인다. 번뜩 드는 생각이 버스를 먼저 알아볼까 싶다. 지하철 시간과 가격은 어차피 알고 있으니 비숫한 가격이라면 로컬버스라도 나쁘지 않을것 같다.
기차역을 지나쳐 버스스탠드로 가는길. 어떤 할아버지가 어디찾아가냐 묻는다. 릭샤왈라인줄 알고 무시하려고 보니 걍 길가던 중이신듯 ㅋ
델리가는 버스 알아보러 간다고 하니 블라블라 설명해주신다. 할아버지도 마침 버스스탠드 가는 길이라며 ㅋㅋ 그렇게 대화를 주고받다가 할아버지가 번뜩했는지 기차부터 알아보고 자리없음 버스를 알아보란다. 버스는 여자혼자 위험할거 같다고. 기차가 더 안전할거라며. 버스가격 아시느냐 물어보니 천루피가 넘는단다. 오마이갓 ㅋ 예약건물까지 친절히 알려주시는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처음엔 어제 만난 거짓말쟁이 할아버지 생각나서 시큰둥하게 반응했던게 미안할정도로 친절하고 자상했던 할아버지. 바라나시엔 나쁜 사람만 있는건 아닌가봉가 ㅋ
그렇게 다시 기차역으로 백해서 왼쪽에 따로 마련된 예약센터로 들어간다. 오메~ 에어컨바람 ㅠ 예약이고 뭐고 여기서 쉬고싶네 ㅋㅋ
오른쪽 문의창구에서 폼을 받아 온다.
그러다 정수기 발견. 사탕수수먹던 플라스틱컵을 안버리길 잘했다. 언능 달려가 목부터 축인다.
이토록 지치고 물이당기는걸보니 오늘 탈수가 왔나보다. 오면서 이래저래 사마시길 참 잘했네.
여기는 여성과 노약자 줄이 같이 있다. 폼을 채우고 줄을 선다. 주는듯 줄지않는 줄것같은 줄.
맙소사.
오늘은 일요일이라 예약센터가 2시면 종료란다.
딱 내앞에서 창구문을 닫아버린 황당시츄에이션. 2시에 닫는줄 알았음 쓰러질거 같아도 줄서서 폼채웠지 ㅠ 어쩜이리 칼같이 잘라버리실까 ㅠ
이렇게 무소득으로 바라나시역을 뒤로한다.
사실 소득이 있긴했다 ㅋ
예약센터에서 처음에 떠다마신물이 수돗물이었던것. 맨 왼쪽 수도가 정수필터와 연결된 드링킹 워터였는데 제대로 확인안하고 타는 목마름에 젤 바깥쪽 물을 걍 마셔버린거다. 예약실패하고 낙담해서 수분보충이나 하려 정수기로 다가가보니 다들 맨 왼쪽 수도꼭지앞에 줄서있다. 이때 얻은 깊은 깨달음. 오늘이야말로 내 위장의 위대함을 증명할 절호의 기회 ㅋㅋ
그래도 왠일로 여자라고 줄을 양보해주시는 아저씨. 이럴줄 알았음 빈병을 가져오는건데... 작은컵에 표면장력을 증명이라도 하려는듯 찰랑찰랑 정수물을 떠다가 홀짝홀짝 마시며 버스 스탠드로 향해본다.
바라나시 정션역을 등지고 왼쪽 맞은편으로 조금 더 걸어가면 버스스탠드다. 시아가 어제 해지고 도착해 멘붕을 겪었던 그자리.
어제 본 인상좋은 아저씨 보이기만 해봐라 벼르기도 했지만 낮엔 영업안하시나봉가 ㅋㅋ
델리로 바로가는 버스는 정오 12시에 에어컨 버스 딱 하나가 있다는데 요금이 1140루피???
아이고 이건 못타겠다 ㅋ
여기도 마시면 병걸릴것 같은 공간에 드링킹 워터 필터가 있다. 이미 수돗물로 버린몸. 여기서 또 물을 받아마신다.
차표 예매하러 왔다가 물만먹고가지요 ㅋㅋ
쥬스와 물을 꾸준히 들이킨건 한중에 잘한 일이었다. 돌아가는 길은 한결 살만하다.
바라나시는 정말 덥고 뜨겁다. 네팔은 비오는때 아니면 따가워도 시원했는데 ㅋㅋ 한국보다 기온이 낮았으니 피서간셈 ㅋㅋㅋ
바라나시는 한참 몬순치르고 가트는 다 잠겼담서 지금은 덥기도 무쟈게 덥다. 최고 37도까지도 올라간다.
내가 바라나시 젤 더운 한복판에 이러고 있는 미련덩어리요 ㅋㅋ
바로 숙소 돌아가서 걍 쉴까도 싶다가 남들은 일주일도 있는다는 바라나시에 4일뿐이 안있는데 어제, 오늘까지 날리고 내일 다시 기차역까지 갔다오면 뭐 남는 시간도 별로 없어 ㅋㅋ
지금 유일하게 물이 좀 빠진 곳이 아씨가트라 들었다. 거기라도 갔다와야지 ㅋ 오늘도 근성과 끈기로 일정에 최선을 다하는 시아였다 ㅋㅋ
아니 근데... 골목찾아 겨우 아씨가트까지 갔건만... 물 빠진거 맞니? 진흙밭이라 넘어갈수가 없다. 근데 또 진흙밭 옆 벽너머로는 사람들이 득시글하게 보여 갠지스강을 바라본다.
몇몇은 벽에서 시아가 있는 곳으로 뛰어내려온다.
설마... 이 벽을 타고 글로 넘어가야 가트를 볼수 있는거? 오늘 컨디션으론 도저히 그럴 기운이 안난다. 쿨하게 포기하는건 겁나 빨라진 ㅋㅋ 물론 이번엔 체력이 안따라줘서 ㅋ 할만큼했으니 진짜 숙소가서 쉬기로한다. 숙소 옥상에서 석양이나 보자며 ㅋ
그렇게 아씨가트 골목에서 뱅갈리톨라 방면으로 한두블럭 지났을까? 좁다라지만 나름 깨끗한 골목사이로 젊은이들이 한꺼번에 들어가는게 보인다.
음? 왜 다들 이리가지? 괜히 궁금하기도 하고 저쪽에선 갠지스가 잘보이나 싶어 두리번거리니 벤치에 앉아있던 젊은이들이 날 보고 이리오라 손짓한다 ㅋ
어두운 분위기였다면 걍 지나쳤을지도 모르겠지만 바라나시치고도 쾌적한 골목안에 멀끔한 젊은이들이 모여있는 이곳이 궁금해서라도 일단 직진.
벤치에 앉을 공간을 만들어주니 일단 앉는다.
8명은 돼보이는 이들 무리 모두 친구사이란다 ㅋ
안쪽은 차를 파는 티샵. 이곳의 정체는 나름 카페테리아 ㅋ
이 무리의 리더인듯한 친구가 차를 시켜준다. 레몬마살라티라고 했던듯. 짜이와는 다른 매력이 있다. 지금 몸상태엔 신의 한수 ㅋㅋ
맛있다며 엄지척 드니 재밌나보다 ㅋㅋ
인도음식 좋냐며 물어보는데 오늘 아침엔 촐라를 먹었다니 이또한 뭐가 그리 재밌는 일인지 난리들이 난다 ㅋㅋ 외국인은 탄두리치킨만 먹는줄 아는가봉가 ㅋㅋ
언제부턴가 꾸준히 목에 걸고 다니기 시작한 호루라기. 나름 유일한 호신용 소지품.
근데 이거 걸고다니니 지나갈때마다 이게 뭐냐 물어보는 사람들땜에 더 귀찮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ㅋㅋ 직접 불어달라고 요구하는 현지인들도있다 ㅋ
얘네들도 이걸보고 궁금했던 모양이다. 혼자여행하는 동양여자의 호루라기만해도 엄청난 화젯거리인듯 ㅋㅋ
그렇게 자연스럽게 어제 릭샤위에서 일어났던 일을 얘기하기 시작하니 온 시선이 시아에게 집중되는 놀라운 경험 ㅋㅋ
내 얘길 끝까지 듣던 친구들도 적잖이 놀랐는지 자기들끼리 막 토론도 벌어지고 ㅋㅋ 나는 얘네 반응보면서 차마시고 ㅋ
하~ 바라나시가 썩 구린동네만은 아니야.
슬슬 여기가 마음에 들라고 한다.
이 무리의 홍일점인 포스있는 언니(동생일지도;;)가 앞으로 그런일이 생기면 투어리스트 폴리스가 많으니 꼭 가서 알리라 조언해준다. 거기에 고급정보도 전수해주는데 여행자용 택시가 따로 있으니 밤엔 릭샤타지 말란다. 8을 10번 누르면 긴급통화로 연결된다고하는데 한국심카드도 되는지는 시도안해봐서 확인할길 없음. 택시뿐 아니라 각종 여행관련 문의 가능하단다. 아니 이런게 있었다고?? 금시초문이라 놀랍다.
여기에 한술더떠 리더오빠(역시 동생일지도 ㅋㅋ)는 여기서 위험한일 생기면 전화하라며 허락도 안받고 언니번호를 알려준다 ㅋㅋ 이 언니 쿵푸 유단자라며 ㅋㅋ 얼결에 멋진언니 전번도 따오는 시아 ㅋㅋ
만나서 반가웠어~
아무때나 심심하면 들러~
아마 진짜 또 놀러갈것같다. 일단 여기 차가 넘 맛있었다능 ㅋ
이제 진짜 숙소에 가자는 개뿔.
바라나시의 마지막 얼굴을 본다.
길을 가다보면 유독 대화를 시도하는 이들이 많은데 호객들이야 눈에 보이니 피하면 되지만 굉장히 지능형?? 프렌들리쉽형?? 호객들도 심심치않게 만나게된다.
뭐랄까... 여기서 외국인과 우정을 쌓아 유명세를 얻기시작한 라씨집 짜이집 등등. 이런게 영향이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든다.
사실 생각하기 나름이다. 이건 호객이 아니라 생각하면 진짜 우정을 만들수도 있다.
잠깐 얘기하자며 접근하는데 자연스럽게 차도 한잔 얻어마시고 경치좋은곳도 데려간다.
근데 그들의 샵도 데려간다 ㅋ 그냥 편한공간으로 생각하고 들락거리라며 안내하지만 자긴 절대 구매를 강요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물건을 하나씩 꺼내고 디자인을 보여주고 이건 얼마 저건 얼마 필요한거 있음 말하란다.
여기저기서 물건을 꺼내 보여주는데 강요하지 않는다니 이게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강요같고 ㅋ
근데 재밌는건 어떤 샵에서는 방문객들의 방명록을 꺼내 보여주는데 한국인들 몇몇의 기분좋은 추억담도 담겨있다. 그래 내가 얘네 물건 사줄만한 여유가 안되니 맘편히 추억을 못쌓고 불편하기만 한거겠지. 인도에선 우정도 돈으로 사야하는건지 몰라.
거짓인지 진짜인지 모르지만 한 인도인의 여자친구는 한국인이라며 사진도 보여주고 실명도 알려준다. 6년간 매년 바라나시에서 이들과 지낸다며. 진짜일수도 있지만 거짓말일수도 있다. 있는 그대로 100프로 믿을 수는 없는게 인도인.
암튼 물건 안살거 같음 다른 제안을 하는 친구도 있다. 자기네 무리에 크리켓 배트가 망가져서 플레이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내가 자기네 배트를 사주면 자기네는 너무 행복할거란다. 내일 나에게 크리켓을 가르쳐주겠다며 ㅋ
배트가 500루피라는데... 얘야 내가 정말 진짜 먹고죽을 돈이 없어. 여행자는 다들 그정도 돈은 여유있을거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내 전재산까지 펼쳐보이며 ㅋㅋ 기차비 방값 식비 이런데 널 어떻게 돕냐고 되물으니 반만 내달라느니 자기가 싼 로컬식당을 알려주겠다느니 ㅋㅋ
이미 시아는 바라나시에서 하루식대 100루피도 안쓴다오 ㅋㅋ 굳이 ㅋㅋ
나도 이만큼 찌질하게 나왔으면 물러나는게 정상일텐데 포기하질 않는걸 보면 프렌드십이 아니라 호구하나 물고싶은걸로밖에 안보인다.
솔직하게 심경을 말하고 그자리를 떠난다.
뭐... 이런식으로 아씨가트에서 숙소가는 30분도 안되는 거리를 두번의 거짓우정으로 서너시간을 보내고 겨우 방으로 돌아간다.
아직 가트구경 제대로 해보지 못한 바라나시 2일차만에 시아도 철학가가 된다.
그동안 불순한 선의나 성추행에 왜 정신적 피해자인 내가 외려 죄책감을 가지고 미안해 했을까.
내가 언제 차 사달라했니 그렇게까지 도와달라했니. 먼저 저들이 의도를 가지고 다가와서 지들맘대로 대가를 바라는 건데 거기 대한 책임은 저들에게 있는거라.
짜이 한잔에 한탕을 원한 이들이라면 짜이값만큼의 손해는 그들이 감수하는거다.
내 마음이 진정으로 동한다면 리액션을 할테지만 진심이 안보이는데 왜 카르마니 우정이니로 당장 만난 사람에게 없는 정성을 표해야 하는가.
이렇게 나만의 개똥철학으로 심경을 정리한다.
아이구 속편해라.
이 다종다양한 인간군상과 사기수법이 난무하는 공간에서 시아는 더 지독해지고 성격도 더러워지고 ㅋㅋ 나를 사랑하는 법도 배워간다.
왜 그토록 많은 여행자들이 바라나시를 사랑하는지 알것같다. 다들 이렇게 저마다의 철학을 만들고 돌아가는거겠지?
시아도 좋고 안좋고의 경계조차 없는 이 도시가 점점 마음에 든다.
내 여행은 행복과 행운으로 점철된 아름다운 여정일거라 기대했던 적도 있다. 고생할거야 당연히 알았지만 그래도 분명히 좋은사람만 만날거라고 ㅋ 내가 진심으로 대하면 저쪽도 진심만 보일거라고 ㅋ
점점 오점이 생기도 얼룩도 남고 그게 내가 잘못된건가 싶어 위축되기도 했다.
한국생활이 아름답지 않았듯 여행도 아름답지만은 않았고 인생이 희노애락의 연속이듯 여행도 그러하다는걸 인정하기 시작한다.
아름답기만 하면 여행이냐?
내가 왜 나왔을까? 나오면서도 찾지못한 해답을 이쯤에서 찾아간다.
아직 살아있으니까.
더 넓은 세상은 날 더 강하게 만든다.
절대적인것도 없다. 정답도 없다.
어디서 어떻게 대처하는게 최선인지 매번 고민해야하고 선택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가 져야하겠지만 나혼자 아파하지는 말기로 한다.
짱나면 짱내고 화나면 화내고ㅋ 좋게 애두르려 노력하지말고 솔직하게 ㅋ
나에게 없던 나를 찾고있다.
으아 ㅠ 근데 와이파이 고장이라고? 왜 내가 가는곳마다 와이파이가 고장이냐고_-
그렇게 어떻게 염치없게 맥주호객당하다가 바바라씨까지 가서 염치없게 와이파이만 얻어쓴다.
사실 라씨하나 주문할까 고민은 했는데... 마침 오늘 장사가 넘 잘돼서 라씨 매진이라며ㅋㅋ
일부러 찾아온 중국친구는 허탕을쳤다 ㅋ
여기가 그렇게 맛있다고 먼저 들렀던 친구 얘길듣고 먼 숙소에서 일부러 찾아왔단다. 릭샤타고 돌아가야한다고 ㅋㅋ
그렇게 이친구와 얘길하다 금방친해진다. 얘는 자이뿌르에서 프로젝트 중이라고. 바라나시는 잠깐 휴가삼아 왔단다. 나보다 나이도 훨씬어림. 내 나이듣더니 화들짝 놀란다. 자기 연배인줄 알았다며 ㅋㅋ 셰셰.
내가 해외에서 먹히는 동안(미인은 결코아님)이구나 ㅋㅋ
얘가 아그라에서 찍었다는 타지마할 사진보고 솔직히 흔들렸다. 넘 가고싶다 ㅠㅠ 어쩜 바로 코앞에서 스치고 지나갈수밖에 없는 가난한 여행자의 운명이여 ㅠ
그리고 우려했던 장 트러블은 날 피해갔다. 내몸에 가까운 인도 수돗물이었다며 ㅋㅋ
이제 시아는 인도에서 무적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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