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으아 벌써 9월! 집떠난지 4개월이 다돼간다. 다시 말하면 이번 여행이 반년도 채 안남았단 거지 ㅠ
이제 인도밖에 안왔는데 언제 미국까지 가냐고 ㅠ 큰일났네 그려 ㅋㅋ
오늘은 벼르고 벼르던 바쉬쉿 온천에 가기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다. 묵혀놨던 방수팩을 다 꺼내네 ㅋ
새벽에 가야 깨끗한 물을 영접할수 있지만 그동안 정해진 시간에 쫓겨 움직이던 피로감에 당연히 새벽기상은 꿈같은 이야기.
8시나 돼서야 밖을 나선다.
올드마날리에서 바쉬쉿까지 가려면 뉴마날리를 찍고 돌아갈 수 밖에 없는데 바짝 걸어가면 한시간이 조금 넘는 거리.
그래도 올드마날리에서 뉴마날리로 이어진 국립공원 숲길을 이용하면 산림욕도 되고 지루하지도 않다. 입장료 10루피지만 낮시간만 잘 피해가면 직원이 게으른 탓인지 무료로 통과할수 있다는거. 시아는 여지껏 여길 돈주고 가본적이 없네 ㅋ
라다크에서 열심히 모아온 살구씨를 여기서 까먹는다. 넘 딱딱해서 당췌 깨먹을수가 있어야지. 공원에 굴러다니는 돌을 주워 하나씩 깨가며 살구씩 속을 빼먹는데 아몬드같으니 아주 별미다.
거지여행 4달만에 채집까지 하는 경지라니. 수렵만하면 퍼펙트네 ㅋㅋ
레찍기전에 뉴마날리 마누시장에서 찾았던 그나마 저렴한 로컬식당인 테이스트 오브 티베탄의 머튼뚝바가 생각나 아침밥부터 해결하려했으나 오전엔 베지메뉴밖에 안된단다. 난 머튼이 먹고싶다고!!! ㅜ
결국 다음에 다시 찾기로 맘먹고 시장골목을 더 들어가보는데 파라타(북부에선 파란타라 부른다)만 파는 아주 작은 식당이 보인다.
그래. 내가 언제부터 아침부터 정식을 찾았냐 ㅋㅋ 파라타나 먹자 ㅋ
아주 합리적인 가격 20루피. 그래 이게 정상가지 ㅠ 라다크여행하며 울며겨자먹기로 40루피에 먹어왔던걸 생각하면 배가 다 아프다 ㅋ
위를 채웠으니 바쉬쉿 등산 ㅋㅋ에 나서보자.
5년전에 딱 한번 온천을 찾았을때 지름길이 있었던것 같은데 기억날리 만무. 지도가 알려주는대로 찻길을 따라 어슬렁 어슬렁 오르막을 전진한다. 그래... 여기가 쉬운코스는 아니었어 ㅠ
그래도 간만에 목욕재개할 생각만으로도 힘이 솟네.
바쉬쉿가는 길은 올드마날리와는 달리 로컬스러워보이는 식당이 많다. 이미 아침을 해결했으니 딱히 들러보지는 않기로. 언제부턴가 당당히 식당 찾아가 가격스캔만하고 돌아서는게 일상이되긴 했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건 온천찾는 일이다.
바쉬쉿 유황온천은 무료로 개방된 노천스타일의 탕이다. 물론 여/남탕이 구분되어있다는거. 혹자는 혼탕을 기대하길래 덧붙여본다 ㅋ
언덕길 마지막께에 사원이 보이고 그 바로 옆의 이 건물이 온천이다. 온천이라고 쓰여있지 않아 초행이면 헤맬지도 ㅋ
입구에 신발을 맞기고 내부로 들어간다.
코감기의 여파인가. 유황냄새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구만.
이래뵈도 물좋기로 유명한 포인트인데 ㅋ
이미 시간은 오전 10시.
역시나 탕안의 물은 혼탁해질대로 혼탁해져있다. 때가 떠다니는거야 각오했지만 하얀물체도 보이고 육수뽑으려는지 물에 빠진 파리도 몇마리 보인다.
그게 대수냐 무려 4달만의 탕욕인데 ㅋㅋ
생각보다 온천을 이용하는 인원이 적다. 피크타임은 아닌가봉가.
대부분이 현지인이다. 역시 서양인들은 대중탕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다. 그냥 시아 생각 ㅋ
규모는 아주 좁다란데 네모난 공간을 빙 둘러 고리가 달려있어 소지품을 걸어놀 수 있다. 워낙 작아서 분실걱정은 크게 없는편.
그리고 삼분의 이가 탕. 나머지 공간이 우리 대중탕마냥 앉아서 씻을 수 있는 공간이다. 호스가 딱 네개뿐인데 수도꼭지없이 시종일관 물이 콸콸 쏟아지는 시스템이다. 나름 호스위에 나무선반이 설치돼있어서 세면도구를 올려놓을수 있다.
인도는 전신탈의를 하지 않는 문화라 팬티를 입고 목욕을 한다. 이사실을 미리 알고 있던 시아는 미리 수영복을 갈아입고 왔지 _-v
수영 안좋아하면서 수영복 이고지고 다닌건 안잘함 ㅋ 그래도 이렇게 써먹는다 ㅋ
물론 한국에서부터 공수해온 때수건도 오늘에야 써먹어본다.
그동안 못씻기도 한데다 먼지에 쩌들어 묵은때가 장난이 아닐텐데 생각보다 면발이 찔끔인건... 비누탓인가 ㅋㅋ
그래도 진정 시원하구만~ 행복해행복해행복해.
뚫린 천장 위로는 햇빛이 쏟아지고 물은 엄청 뜨시다. 머리감는데 두피 벗겨지는줄 ㅋ 바가지따위 준비할수 없었던 시아는 손으로 물을받아 차분히 적셔가며 거사를 마친다. 한바탕 때부터 벗기고 입욕.
수많은 이들의 때와 정체모를 자잘한 오물, 그리고 몇마리의 파리와 하나가 되는체험. 이것이 바로 자연주의 ㅋㅋㅋ
물은 정말 엄청시리 뜨겁다. 겨울에 찾는다면 예술일듯.
만족스런 온천욕이였어 ㅋ
괜시리 슬림해진 기분. 피로가 풀리나봉가.
내일은 꼭 일찍와야지 ㅋ
아. 나도 그냥 바쉬쉿에 묵을걸 그랬나. 안쪽엔 저렴해 보이는 게스트 하우스도 많다.
일본인이 운영한다는 후지 레스토랑겸 숙소에서 싱글룸 가격 물어보니 대번에 200루피 부른다. 안비싸네 허허. 이미 늦었지 뭐 ㅋ 운동한다 생각하고 왔다갔다 해야지.
밥값은... 다 100루피 이상이라 식사는 패쓰 ㅋ 오늘도 가격만 확인하고 돌아서는 거지근성의 시아.
볼일 마쳤으니 이제 올드마날리로 돌아가려는데 짯(Chat)을 파는 노점이 보인다. 갱톡에서부터 반한 로컬간식 ㅋ 뉴 마날리에도 짯파는 식당이 몇군데 있는데 가격이 무슨 70-100루피 이상이다. 얼마나 고급지게 주는진 몰라도 가격땜에 역시나 돌아섰더랬지.
여긴 얼만고 하니 50루피란다. 허걱. 비싸다 ㅠ 그래도 너무 먹고싶은걸~ 머튼뚝바 포기하고 점심으로 지르기로 결심!
그렇게 사치를 좀 부려보는데 낯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오메 ㅋㅋ 바쉬쉿에서 쉬고있단 소식은 들었지만 정말 마주치게 될줄이야.
판공초에 같이 다녀왔던 정훈씨다 ㅋ 이렇게 마주치니 엄청시리 반갑네 ㅋ
얼굴빛도 레에서보다 한결 밝아졌다. 고산병 안녕이구나.
그러니까 내가 하루라도 빨리 마날리가라고 하지 않았어요 ㅋ
비행기 티켓 바꾸고 거진 일주일째 여기서 유유자적 중이란다. 컨디션도 좋아보이는게 잘 쉬고 있는가봉가.
마침 숙소들렀다 폭포보러갈거란다. 온천건물 지나 20분만 가면되니 생각있음 들러보라 귀뜸해준다.
바쉬쉿엔 온천만 있는줄 알았던 시아는 덕분에 계획에 없던 계곡 구경을 덤으로 얻는다.
계곡에서 보기로 하고 일단 안녕.
벌벌떨며 주문한 짯은... 이맛이 아니야 ㅠ 맛이 없는게 아닌데 갱톡에서 먹었던게 짱이었어 ㅠ
그래도 한접시 싹싹비우는데 하... 이걸로 점심을 땡치다니 슬프다.
폭포나 가자.
워터폴가는 길을 물어보는데 마침 거기로 간다는 티베탄 한명이 붙는다.
길을 안다니 따라가지 뭐.
중간에 막 뷰포인트도 알려주는게 여기 엄청 와봤나봐.
놓치지 않고 사진을 찍는 사이 혼자가던 여자서양여행객이 길을 묻는다. 이 티베탄 반색을 하며 우리도 거기 가는 중이라며 그 여인을 쫓아간다 ㅋ 이땐 뭐 미색에 약한사람이려니 노골적으로 여자 밝힌다 싶었다.
별로 따라가고 싶은 맘이 동하지 않아 마저 사진찍고 슬슬 걸어가는데 그새 차인건지 ㅋ 다시 내쪽으로 돌아온다. 뭥미_-
그렇게 반도 안갔는데 바로 뒤에 정훈씨가 오고있네 ㅋ
오메 걸음 엄청 빠르네요 ㅋ 것도 쪼리신고.
이 티베탄이 마음에 안들기도 하고 일부러 더 친한척 정훈씨와 막 수다를 떨면서 계곡까지 다다른다.
우와 ㅋ 여기 유명한데였구나. 사람도 많고 경치도 괜찮다.
정훈씨 덕분에 이런데도 와보네요 ㅋ
판공초 여행할때만해도 어딘가 모르게 불편했던 감정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 ㅋ
사람이 이리 단순해요 ㅋㅋ
정훈씨는 여기 두번째란다.
그때보다 사람이 많다고 아쉬워한다.
사진찍기 좋은 자리 앞에두고 대기타다 포기하고 폭포가 시작되는 곳을 바라보니 거기에도 사람들이 올라가는것 같다.
대뜸 올라가보자는 정훈씨. 젊음이 다르긴 다르구나. 난 이것만 봐도 만족인데 이 지칠줄모르는 도전정신 ㅋ 이라니.
ㅇㅋ 콜.
이때까지도 우리 주변을 서성이던 티베탄. 우리는 정상 찍을거라니 아쉬워하는 표정이다.
굿바이를 날리고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근데 이 구간이 생각보다 빡세다.
오르는데 20분은 더 걸린듯.
이게 길이 맞나 물어봐가며 오르다보니 어느새 평탄한길과 만난다.
물소리가 들리는걸 보니 거의 다 왔나벼!
표지판에는 갓 블레스 플레이스라 적혀있는데 ㅋ
와!!!! 갓 블레스 맞네 ㅋ
정훈씨나 시아나 감격의 탄성을 연신 쏟아낸다.
아주 시원하게 쏟아지는 큰줄기 폭포를 바라보노라니 가슴속까지 뻥 뚫리는게 고생한 보람이 느껴진다.
아니 근데 이건 무슨 서스펜스여. 아까 그 티베탄. 이미 폭포에 도착해서 느긋히 우릴 기다리고 있다.
약간 소름돋을 뻔.
정훈씨나 나나 이사람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무시하고 계곡을 건너 큰 바위들이 있는 안쪽까지 들어간다.
근데 진짜 눈치없이 끝까지 따라오네 ㅋ
이러니까 더 이상해;
그러거나 말거나. 사진에 일가견이 있는 정훈씨는 자진해서 구도잡고 사진을 찍어주기 시작한다. 시아도 보답으로 찍어주고 주거니 받거니 여행기분을 즐긴다.
티베탄은 옆에와서 사과도 주고 언제갈거냐 자꾸 재촉한다.
정훈씨는 그냥 대답하지 말고 무시하라는데 아직도 시아는 그게 잘 안된다.
그렇게 어쩌다보니 같이 하산하게 된다.
정훈씨는 라다크에서 고산병으로 고생할땐 다른생각 들지도 않았는데 여기서 여유를 즐기다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단다.
첫 배낭여행의 경험이 최악의 기억으로만 남을것 같아보였던 그때완 확연히 다르다.
얘네들은 왜 이렇게 살까 싶던것도 이제와 보니 이들은 항상 이렇게 살았으니 불편하지 않을거란걸 깨달았다고.
정훈씨도 레의 에콜로지 센터에서 다미언니와 함께 '오래된 미래'를 감상했단다. 그도 다미언니와 똑같은 대목에서 울림이 있었다네 ㅋ
맞아 행복도 불행도 상대적이지. 난 정말 지금이 좋고 행복해도 옆에서 괜찮아? 안힘들어? 왜 그렇게 살아? 부추기기 시작하면 이게 비정상인거 같고 그렇게 불만은 시작된다.
그 누구도 행복의 기준을 정할수 없는건데 왜 우리는 하나만 보고 살라고 하는걸까.
편리를 추구하려하고 그러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세상이다. 그래서 지금 사회의 절대가치는 돈이 돼버리고 말았다.
사실 그게 전부가 아닌데... 우린 왜 홀린듯 그 기준을 따르려고 하는걸까.
그래서 이데올로기사 무섭단 거지.
정훈씨도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란걸 여기서 느끼고 있단다.
그렇게 살고싶지 않다고. 그런데 문제는 다시 한국돌아가면 도리 없다는거 ㅋㅋ
정훈씨도 시아도 이대목에서 실소가 터진다.
대안은 있겠지만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이전 여행도 앞으로의 인생도 쉽지 않은길을 따라가보자 결심하는 중이다. 이제 방법을 만들어봐야지 ㅎ
그렇게 별얘길 다하며 한참 신나게 내려가는 길에 정훈씨 숙소 친구들과 조우한다. 정훈씨 한참을 블라블라 떠들더니 다시 그네들이랑 폭포에 올라가야 할것 같단다.
음... 원래같음 걍 내려갈텐데 저 티베탄과 둘이 내려가려니 내키지가 않는다.
나도 같이 올라갈게요.
정훈씨도 정황파악한지라 일단 티베탄 떨궈내기에 동참해준다. 눈치있는 청년일세 ㅋ
티베탄에게 두번째 안녕을 고하고 우리는 다시 등반한다.
인도인 둘과 프랑스인과 함께 다시 올라 찾은 폭포. 즐기는 이가 많아지니 기쁨도 두배.
그러다보니 잠깐만있다 빠져나오려던 시아는 어느새 이들과 노닥거리다 함께 내려간다 ㅋㅋ
인도인 친구 한명은 책에 꽂아 잘 말려놓으라며 하산하는 내내 열심히 풀을 꺾어준다.
지름길이라고 내지르는 산길은 천길낭떠러지같은 급경사. 이게 무슨 지름길이여 ㅋㅋ 다른길을 택한 일행들이 더 먼저 도착했구만 ㅋㅋ
그래도 재밌는 경험이었어.
저녁먹으러 가자는데... 이번엔 정훈씨가 나서서 내 지갑사정을 설명해준다. 이런친구였나? 내가 판공초때 많이 오해한듯하다.
암튼 그렇게 바쉬쉿의 핫플레이스라는 구석 골목의 한 식당을 찾아간다.
휩쓸려가느라 식당이름조차 확인하지 못했는데 베란다를 뚫어놔서 멍때리며 경치감상하기 좋은 장소다.
마치 라오스 루앙프라방의 유토피아가 연상되는 분위기. 물론거기의 유유자적하기 좋은 엄청난 인테리어엔 한참 못미치지만 ㅋ
바쉬쉿 온천에서 JJ식당을 지나 좀 들어간다.
가격은 여행자 식당치고 평이한 수준이지만 그럼에도 메뉴 선정에 고심하는데... 열심히 풀 꺾어주던 인도 친구나 선뜻 자기가 사겠다며 베지초우멘을 주문해준다. 내가... 인도 그지여 ㅠ 암튼 고맙구만.
여기 초우멘은 거의 스파게티에 가깝다. 토마토맛이 강하고 면발도 두껍다.
나쁘지 않음 ㅋ
이제 시아는 갈길이 바쁘구만 해지기전엔 올드마날리에 당도해야 할터.
아쉬운 작별을 고한다.
나도 정훈씨도 내일 저녁차타고 마날리를 떠난다.
올드마날리까지 걸어갈거라니 이친구 ㅋㅋ
왤케 고생스럽게 다니냐며 핀잔을 준다.
저는 이런 여행이 좋아요 ㅋ 잘 맞나봐요 ㅋ
누나나 다미누나나 이제 위험한길만 남았네요. 정말 조심하세요~
고마워요 ㅎ 그동안 고생많았네요. 안전한 귀국길 되세요~
모두와 인사를 나누고 지름길 알려주겠다는 인도친구 한명과 메인골목으로 빠져나간다.
내일 또 바쉬쉿에 올 예정인 시아는 10시에 온천앞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마지막 인사까지 마친다.
생각보다 긴 하루였구만.
원래 온천하고 돌아와서 빨래나 하려고 했는데 ㅋㅋ
예기치 않아 더 즐거운 여행이다.
이래서 계획이란걸 세울 필요가 없다니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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