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7-20
훈자에서의 일주일동안 희노애락이 함께했다.
감사하게도 여기서 좋은인연도 많이 만났지만 껄끄러운 인연도 겪었다. 여행이 항상 즐겁지만은 않으며 여행하는 사람들이 항상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도 않다는걸 새삼 깨닫게 된다.
나도 그 수많은 여행자 중 하나고 때론 내 안위를 위해 이기적이기도 했음을 부정할수 있겠는가.
게다가 여자라는 이유로 더 배려받고 쉽게 호의를 얻지만 그게 양날의 검이라는 것도 인도여행 이후로 뼈져리게 느끼게 된다.
어디까지 웃으며 다가가야하고 어디서부터 매몰차게 끊어야 하는가. 왜 내가 불쾌한 일을 겪고도 웃고 이야길 섞었다는 이유로 그게 결국 내 잘못으로 귀의되는 것인가.
난 그저 모든것을 다 끌어안고 싶은 욕심많은 여행자일 뿐이다.
슬럼프는 나로부터이기도 하지만 사람으로부터 와서 사람으로 인해 치유되기도 한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는 하루하루였다.
그래서 나머지 훈자여행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까지와는 달리 사건서술을 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 나는 아무래도 정신적으로 몹시 지친듯 하다.
훈자마을은 파키스탄에서도 빼어난 자연경관과 기후적 조건으로 내국, 외국인들 모두에게 사랑받는 장소다.
한번빠지면 몇달씩 장기체류하게 되는 블랙홀 여행지 중 하나라는 얘길 들은 바있다.
세계일주를 준비하면서 유일하게 인도와 파키스탄만큼은 비자를 받아가지고 왔던 이유이기도 하다.
파키스탄 비자는 현재로써는 한국에서 받아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봐야한다.
타국에서 비자를 받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한국에서 받아가는 게 쉬우냐면 그것도 아니다. 다행히 시아는 초청장 없이 다른 서류만 준비해가고도 3개월짜리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대신 서류가 복잡다단하다. 미쳐 포스팅을 마치지 못한 여행준비 과정에 관해 귀국후 자세히 업로드할 예정이지만 간단히 필요한 서류만 언급하자면.
-영문 주민등록등본이나 재직증명서
-영문 여행계획서
-전 일정 숙소 예약증(시아는 부킹닷컴 등의 취소수수료가 부과되지 않는 사이트에서 예약해간뒤 출국전에 취소했다.)
-비자 신청서(파키스탄 주한대사관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아 출력한 뒤 양식을 채워간다.)
-비자 수수료
이렇게 챙겨가도 개별여행자는 거진 영사와 인터뷰를 거쳐야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다행히 통역관이 있어 영어가 약하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여자혼자 비자받기 어렵다는 얘기도 있어 최대한 단정한 옷차림으로 대사관을 찾았을 정도다. 다행히 생각보다 우호적이었고 파키스탄을 여행하고 싶은 이유를 간절히 피력하니 외려 반가워하는 눈치였다.
이렇게 비자를 받아와도 파키스탄의 일부 제한구역을 여행하려면 따로 퍼밋같은 신청을 해서 경찰 등을 대동하고 다녀야 하는 나라가 파키스탄이다. 탈레반이라는 내국인들도 무서워하는 무시무시한 살상 테러단체가 도사리는 나라니까.
물론 시아가 이번에 여행하는 지역들은 그런 절차가 필요없는 비교적 안전한 동네다.
특히나 훈자는 여지껏 문제가될 범죄나 테러의 위협 등에서 가장 안전한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다.
마을을 돌아다니다보면 상인들 뿐만아니라 주민들도 항상 먼저 인사를 건넨다. 그러다 쉽게 친해지고 집까지 초대받는 경우도 부지기수.
때묻지않은 순수함을 지닌 자연경관과 사람들을 만날수 있는 그야말로 아름다운 마을. 왜 수많은 여행자들이 이곳에 매료되는지 실제로 지내보니 알겠다.
그토록 많은 여행자들이 드나듦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런 순박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라다크만 해도 개방된지 불과 몇년사이 벌써 수많은 것들이 변하지 않았던가.
워낙 파키스탄이나 훈자나 여행정보가 많지 않은게 사실이다. 일주일동안 지내면서 알게된 몇가지 정보만 서술해 본다.
훈자마을은 생각보다 작지않다.
산간마을이라 물가도 생각만치 저렴하지 않다.
물자가 귀하니 타지역에 비해 물가가 비싼 부분은 감안해야 한다.
보통 여행자들은 훈자의 수많은 마을 중에서도 카리마바드에 거점을 두고 주변여행을 즐긴다.
하지만 소스트나 이슬라마바드, 길기트 등을 오고가는 버스는 상권이 조금더 발달해 있는 알리아바드까지만 운행한다.
/ 알리아바드 - 카리마바드 교통편
스즈키 인당 30루피
택시 250-300루피
해가지면... 500루피도 부른다는게 함정.
새벽 대절택시는 800루피도 호가한다.
/ 자가취사
가스도 직접 운반하기때문에 귀할 수 밖에 없다. 장기체류하면서 숙소에서 직접 음식을 해먹는 분들도 보게된다. 일단 먹을게 마땅치 않다보니 가끔 직접 한국음식을 해먹고 싶을때 이 가스비 때문이라도 대부분 쿠킹차지를 지불해야 한다.
물론 물한잔 끓이는거 정도는 애교로 때울 수 있다.
시아가 묵었던 하이더 인은 주방을 한번 사용하는데 120루피를 차지했다.
/ 환전
숙소 등에서 달러 환전이 가능은 하지만 대도시에 비하면 너무 안쳐주는 편.
발티트성 가는 길목 파란색 ATM기에서 국내 체크카드로 현금인출이 가능하다는 희소식.
알리아바드에도 현금인출기가 있다. 한번에 최대 4만루피까지 가능하단다.
/ 가볼만한곳
파수, 락카포시는 이미 너무 잘 알려진 관광지.
여기서 가깝지는 않아 보통 차를 대절해서 다녀온다.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다녀오려면 사람이 좀 모여야한다.
개별적으로 대중교통 등을 이용하고 싶다면 시간상 당일치기는 어렵고 1박정도는 감안해야한다.
발티트성, 알티트성, 이글 네스트, 울타 메도우, 가네쉬 마을 등은 가볍게 도보로 다녀올 수 있다.
/ 담배
흡연자들은 경악할 사실.
진품여부는 알수 없지만 레종 블루 한갑이 30-40루피.
한국담배를 4-500원이면 산다는 얘기.
비싼 한국 담배값 생각하면서 한갑두갑 사제끼다보면 당신은 어느순간 헤비스모커 ㅋㅋ
여기선 라이존이라고 하면 안다.
/ 다른 지역은 모르겠지만 최소한 훈자만큼은... 외국인가격이 없다. 외국인이라고 바가지가격을 부르는 장사치가 없는편이다. 하지만... 아예없다고는 못한다.
/ 9월의 훈자엔 사과가 주렁주렁. 원없이 따먹었다능
/ 아침 점심 저녁으로 하루 2-3번은 정전이 된다. 저렴한 숙소는 발전기를 돌려도 와이파이는 안된다. 비싼숙소는
/ 시아가 묵었던 하이더 인이 가장 수질 최악인것 같긴 하지만... 아무튼 여긴 녹은 빙하를 사용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물이 탁하다. 이걸로 다 먹고 씻고 하므로 놀라지 마시라. 들은바 없었던 시아는 첨에 깜놀 ㅋㅋ 그래도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 좀만 지나니 자연스럽게 이걸로 세수하고 밥해먹게 되더라 ㅋ
비싼숙소는 안가봐서 모르겠다능.
마을에 몇군데 정수한 물을 받을 수 있는 시설이 있으니 떠다가 사용해도 된다.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너무 이르거나 늦은시간엔 잠겨있다.
/ 이동네는 외국인에게 심카드를 팔지 않는다. 필요하다면 현지친구에게 부탁해서 양도받는 방법이 있다.
/ 알리아바드에 나트코 버스 터미널이 있는데 며칠전에도 버스 예약이 가능하다.
라다크에선 꼭 하루전에만 부킹이 가능했던걸 생각하면 감사할일 ㅋ
/ 훈자워터라고 아시는가.
파키스탄이 술구하기 참 어려운 나라. 그나마 훈자의 슈퍼마켓에선 중국맥주를 팔긴하는데 600루피는 한단다.
그래서 훈자워터라는 여기 술을 구해먹기도 하는데 1리터 정도 담아주고 1,500-2,000루피 받는다. 사실 부르는게 값이다. 숙소 등에 알아보면 구해다준다.
시간만 더 허락한다면 더 있고 싶기도 했지만 빨리 떠나고도 싶었다.
먼저 돌아간다고 작은 파티까지 했을만큼 정든 동행들도 많았다. 제니언니, 종원씨에겐 며칠동안 신세도 많이졌을 뿐더러 즐거운 추억도 많이 만들었다.
다른 여타의 인연들땜에 즐거웠던 순간까지의 기록까지 포기하게 되어 아쉬울따름이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다만 이해하려는 노력을 할 수 있을 따름이다.
그조차도 할애하지 않고 배제하고 불평하는 이들을 보며 마음이 불편했다. 그뿐인가 내 잣대로만 남을 판단하고 재단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참 답답했다.
여행하면서 느끼지만 어느 길이든 정답은 없다. 내가 해왔던게 정답이지도 않다. 부딪히고 깨어질때마다 감사하다. 인생이든 여행이든 자만하는 순간부터 꼬꾸라질수 있음을 배운다.
항상 겸손하고 이해하자. 그리고 고민하고 행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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