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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road/2015 세계일주 in 인도

[세계일주 D+105-106] in 인도 마날리 - 킬롱 - 레 : 1박 2일간의 대 이동 #2

by 시아-★ 2015. 8. 24.

8/20

라다크 시즌도 이제 끝물이긴 한가봉가.
탑승객이 절반 수준이다. 그나마도 중간에 내리는 이가 반이다.
5시차는 20분이 지나서야 출발을 한다.

외국인은 시아까지 셋뿐.
아직 깜깜해서 뭐 보이지도 않는다. 모자란 잠이나 더 자자.

그러다 햇살에 눈이 부셔 잠이 깬다. 그리고 햇살이 너무 눈부셔 뭘 보겠다는 엄두도 못내고 담요를 머리끝까지 뒤집어쓴다. 사실 너무 졸려서 선그라스를 써야겠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귀찮았다.

그러다 9시쯤 됐을까?
블랙퍼스트를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아... 밥시간이구나.
새벽짜이와 빵만으로 아침은 충분할거라 생각했던건 오산이었다ㅋ
어떻게 이런데서 장사를 할수 있을까 싶은 곳에 천막이 여러게 들어서 있다.
이렇게 휴게소겸 숙소의 역할까지하는 캠프들이 포인트마다 자리잡고 있다. 이런 막사들 뒤편엔 간이로 마련된 화장실도 있다. 대자연속에 내 영역을 표시하는 기념비적인 순간이다 솨아 ㅋ

시아도 결국 식당안으로 따라 기어들어가서 남들 다 시켜먹는 알루 파라타(40루피)를 하나 주문한다. 피클은 알아서들 덜어먹는다.
어째 요즘 먹는 메뉴가 고정이다 ㅋㅋ
뭐 그렇다 ㅋㅋ
짜이는 패쓰. 으아 짜이하나도 맘대로 사먹지 못하는 어느때보다도 가난한 라다크 여정이다.

좀 여유있는 애들은 다히도 시켜서 같이 곁들여 먹는다. 이미 저 맛을 봤던지라 그저 부러울따름. 막 두어장씩도 추가로 시켜들 먹는데... 뭐 난 이참에 다이어트나 하지 뭐 ㅋㅋㅋ

이제 잠도깼겠다 본격적으로 버스여행을 즐겨보자.
내 이제껏 이런 모래바위절벽이 웅장하게 겹겹이 펼쳐진 광경을 직접 본적이 없다.
거기에 너머에 눈쌓인 설산은 다르질링, 포카라에서 품은 한을 풀어주는 마냥 시아를 반긴다.
어서와 이런 장엄함은 처음이지?

라다크로 향하는 산맥의 특별함은 여기에 있다.
이제껏 녹음이 푸르른 숲을 지닌 산새는 이미 너무나도 익숙하다.
그마저도 황홀한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라다크의 척박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황무지와 그속에서도 듬성듬성 고개를 드는 억척스런 초록의 생명력이 만든 동거불가능해 보이는 묘한 조화가 주는 힘이 있다. 그 어떤 미사여구를 갖다붙여도 모자란 거역하기 힘든 대자연의 숭고함을 이 천길낭떠러지의 오프로드에서 실로 체감한다.

호주에서 경험한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12사도도 떠오르지만 이건 더 하이클래스의 레벨이다.

정말 이런 그림을 목격하면서 자연속에 내가 얼마나 초라하고 하찮은 미물인지 실감한다.
작아지고 그렇게 한꺼풀 벗겨내고 성장한다.

세계일주라고 나선지 100일여만에 내가 정말 길 위에 던져졌구나 싶은 황홀한 순간이다.
정말 여길 오길 잘했다.
고된만큼, 하루종일 버스안에 갇혀만 있을지언정 이순간 만큼은 시아도 호사가다.
단지 저렴한 로컬 루트안에 있을 뿐 ㅋㅋㅋㅋ


그럼에도 사람인지라 10시간 내내 이 대자연을 쉼없이 음미할 수가 없다 ㅋ
자다 깨다 감탄하고 사진찍고를 무한 반복 ㅋ
길이 하도 험하니 내가 죽겠다 ㅋㅋ
3명좌석을 혼자 독점하는 행운을 얻어 그나마 엉덩이 통증이 밀려오면 누워도 보고하지만 차가 이렇게 덜컹거리는데 시아도 덩달아 통통 튀긴다.
잘수가 없다 그저 누워있을 뿐 ㅋㅋㅋ

어느 순간 어느 지점에서 버스를 잡아탄 무리 중 한명이 내 옆에 앉는다.
이친구는 라다키란다. 시아 생애 처음 만난 라다키들. 티베탄에 가까운 생김새를 가진 그들. 뭔가 외모에서 부터 라다크의 척박함을 품었지만 묘한 매력이 있다.
본조라는 이 라다키 친구는 투어가이드란다. 긴 트레킹일정을 마치고 다시 레로 올라가는 길이란다.

아... 아직도 아쉽다. 이친구와 함께 있었을때 그간 가지고 있던 라다크에 대한 궁금증이나 하다못해 여행 정보라도 물어봤어야 했는데...
당장 너무 피곤한데다 코맹맹이라 더더욱 영어로 대화하는 자체가 체력적으로 부담스러우니 묻는 말만 답한게 고작이었다. 거기다 가이드라고 하니 당시엔 살짝 부담스러웠다능 ㅋ 비지니스로 다가올까봐서리. 도대체 왜 그런 걱정을 하고 인연을 놓쳐버렸는지 아놔 ㅋ
여담이지만 레에 도착했을때도 내 안위를 걱정해주던 그에게 알아서 숙소 찾겠다며 딱 잘라 보내버렸더랬다. 호의 넘치는 착하고 친절한 친구였는데 ㅋㅋ


암튼 로컬버스는 슬슬 움직이는 만큼 안전하다. 이런 비포장산길에선 그 어떤 교통수단도 편치 않을 것이다 ㅋ
휴게소나 포인트마다 쉬어가기도 하거니와 가끔 화장실 급하다 요구하면 중간에 세워주기도 한다.


올라가면 갈수록 심각하게 건조해지는 만큼 목도 타들어가는데 마침 물이 떨어진 시점에 운좋게 급수차를 만나 모든 승객이 공짜로 각자 물병에 드링킹 워터를 채울 수 있었다.
이게 라다크판 오아시스인가 ㅋㅋ

그리고 곧 라다크가 시작되는 초입. 이것도 본조가 알려줬으니 알았지 ㅋㅋ 출발 5시간만이다.
외국인은 여기서 여권을 확인하고 장부에 출입여부를 기록한다.
언제 인도에 입국했는지 정도만 물어본다.

여기서도 4시간을 더 들어가는 동안 마을조차 찾아볼수 없다. 이정도 깊이니 문명의 검은 손길을 꽤나 오랜세월 피해갔으리라.
이 조차도 뚫어낸 인간의 이기심이란 ㅋㅋ
물론 시아도 그 이기심을 품고 라다크를 찾아가는 중이다만 ㅋ 이래서 인생이나 여행이나 아이러니의 연속이지. 이러니 나란존재 참 하찮지 ㅋㅋ

2시반쯤에나 만난 반가운 막사들.
우와. 바이크로 여행하는 이들에게도 이런 휴게소 포인트는 그야말로 쉼터다 ㅋ 그래서 이런 막사들이 간이 호텔의 역할도 하는 모양이다. 짜이를 즐기는 바이크 여행자들의 포스에서 심상찮은 내공이 느껴진다.
바이크 배우고픈 충동 돋네.
아마 한달이상은 잡아야 라다크 바이크 여행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암튼 붐비는 맨 왼쪽집은 주문조차 힘들다. 어쩔수 없이 옆집 찾는데... 하도 파라타 달라이스나 먹어댔더니 다른게 먹고싶어 볶음밥(70루피)을 주문한다.
맛은 정말... 기대를 말아야 한다. 여까지 재료를 공수하고 조리하는 정성에 감사하며 케찹 이빠시 뿌려서라도 죽어가는 맛을 살려낸다.
뭐.. 다른 메뉴가 나앗을지 붐비던 옆 식당이 나았을는지는 경험하지 못했으니 알수가 없다 ㅋ


그렇게 버스는 쉬엄쉬엄 제갈길을 간다. 올라가다보면 국경지역인 만큼 군사시설도 드문드문 눈에 띈다.
그래 여긴 아직 영토 분쟁지역이다. 여행 유의 지역.
하지만 막상 여기와서 위협을 느끼는 여행자는 아무도 없다. 낭떠러지 절벽은 좀 무서울 수 있다 ㅋㅋㅋ

슬슬 도로 포장 작업현장도 보이고 이미 완성된 포장길에 오르는 걸 보니 거진 레에 진입해가는 것 같다.
12시간쯤 달렸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세계에서 두번째 높은 고도의 도로 TAGLANGLA에서 잠시 정차를 한다. 아마도 탑승객 누군가가 기사에게 세워달라 부탁한것 같다. 와우 로컬타고 체크포인트에서 사진까지 남기는 행운을 다 누리네.
여기가 어떤곳인지도 본조가 알려줘서야 알았다. 시아는 진정 무식한 여행자다 ㅋㅋ

그렇게 7시경 레 입구정도쯤 다다른다.
여기서 외국인은 또 여권가지고 장부에 출입명단을 올려야 한다.
여기선 라다크에 며칠정도 머물건지를 물어본다.
그리고 중요한 라다크 환경부담금을 여기서 징수한다. 인당 300루피.
아마 안내면 안들여보내줄지도?ㅋㅋ

이래저래 확실히 돈 많이 드는 여행지임은 확실하네.

참고로 이 환경부담금은 1년간 유효하다고 한다.
이후 판공초, 누브라밸리, 츠모리리, 다하누 지역을 여행할 예정이라면 진입 허가 퍼밋을 받아야 하는데 이 퍼미션 비용에 환경부담금이 포함되어있다.
그러니까 지금 레 입구에서 환경부담금을 지불했다면 영수증을 꼭 챙겨서 퍼미션을 신청할때 여권과 함께 첨부해야 이중 차지되는 억울한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이거 모르고 걍 신청했다가 환불받을라면 여러모로 피곤하다한다 ㅋㅋㅋ

이제 곧 도착하겠거니 한숨돌린다면 오산. 여기서 두시간은 거 달려야 레 시내의 뉴버스스탠드.

해는 이미 저문지 오래.
터미널 앞에 100짜리 도미토리가 있다 들었던지라 오늘 하루는 거기서 묵을 요량이다.
문제는 말걸어오는 현지인들도 도미토리의 존재를 모른다는 것.
그렇게 주변을 서성이다 킬롱에서부터 같은 버스로 움직였던 외국인의 도움으로 택시타고 창스파 로드 근처까지 편하게 이동. 이게 왠 행운인가. 택시기사는 한국인이 많이묵는 곳이라며 리율 게스트하우스 위치까지 일러주었지만... 마침 제일 싼 200짜리방은 내일 빈단다. 지금은 더블룸 300에 줄수 있다네. 싼거 맞는데 ㅋㅋ 100루피 도미토리가 있는걸 아는 입장에서 200더 주고 묵기는 좀 아리다. 평소운신대로라도 지금 경비는 부족한 편에 가까우니까.

내일을 기약하고 겨우 올라온길을 걸어내려간다 ㅋ
생각보다 레의 밤길은 무섭지 않다.

그렇게 버스스탠드에 도착하니 아놔 ㅋㅋ 아까 태워줬던 택시기사가 뙇.
너 리율 못찾았어?
아니... 갔는데 조금 비싸서 다시왔어 ㅋㅋ

알고보니 100짜리 도미토리는 이름도 없는 버스스탠드 맞은편 건물 2층에 위치해있었다.
여기도 남자밖에 안묵는다며 300에 혼자묵게 해주겠다는걸 상관없다고 버틴다ㅋ 나도 참.

택시기사부터 그 친구도 고집센 시아를 설득해보려 노력하는 착한친구들 맞다.
그와중에 오너와 합의본 직원이 내려와 돔룸하나를 통째로 100에 주겠단다.
내일 아침엔 창스파로드가서 숙소 구하기로 모두와 약속하고 ㅋ 내일은 진짜 다른방 구할 작정이었다고 ㅋㅋ

100짜리 방은 값어치를 한다.
방자체는 더럽지 않다. 3베트짜리 작은 도미토리.
단지 샤워를 할 수 없는 조악한 공동욕실상황상 정말 밤늦게 떨어지거나 새벽차를 타기위한 상황아니고는 장기투숙할 곳은 못된다.

주인장은 티베탄인데 잠깐만 대화를 나눴을 뿐이지만 아주 괜찮은 분이다.
사정딱하다고 방하나를 기꺼히 100에 주라했을 인품이면... 뭐 그렇다 ㅎ

라다크. 풍광만큼이나 사람들도 좋은 곳이라는데 확실히 여느 인도와 분위기가 다르다.

암튼 시아는 이렇게 레 입성부터 여럿 걱정시키는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허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