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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road/2015 세계일주 in 베트남

[세계일주 D+4] in 베트남 하노이-사파 : 나 혼자 돌자 동네 한바퀴

by 시아-★ 2015. 5. 13.

5/10

어제 덮어놓고 놀다가 너무 늦게 들어간게 화근이었다.
설마했는데 이미 모두 잠든 뒤였다.

아침 6시 45분까지 여행사에 도착하려면 늦어도 5시 50분엔 나가야하는데 작별인사조차 못했으니 낭패다.
일단 하노이에 다시 돌아오긴 할거라 간단한 메모와 작은 선물만 남겨놓고 급히 집을 나섰다.

별건 아니지만 한국어 펜글씨가 그네들에게는 추억이 될까싶어 저런것도 하나 남겨놓고 나온다.


여행사에서 버스나 투어를 예약하면 호텔로 픽업을 해주는게 보통이다.
하지만 내 숙소는 시내와 4km 떨어진 거리라 픽업서비스를 해줄수가 없단다 ㅜ
난 올빼미형 인간인데 본의아니게 하노이에서 새벽공기도 마셔본다.
확실히 새벽시간은 한산하다. 공기도 낮에 비하면 쾌적한 수준.

버스가 20분 간격이라고는 하지만 넘 안온다.
기다리는 마음은 애가타들어가고 7시 10분까지 차가 안오면 택시를 잡으리라 굳은 결심을한다.
엥, 그 굳은 결의가 무섭게 곧 버스가 도착한다.
몇몇 없는 버스에 탑승한 여행자시아는 디게 자연스럽게 좌석에 착석한다.
나 시내버스 좀 타본 뇨자야 ㅋㅋ

곧 차장이 돈을 받으러 온다.
7,000동.
잔돈이 없어 10만동을 건냈더니 영수증부터 내밀고 나서 열심히 잔돈을 세준다.
베트남은 화폐단위가 커서 진짜 큰돈 한번 건냈다가는 잔돈이 한아름이다.
잔돈을 건내받고 바로 금액을 확인한다.
역시 문제없군.
차장에게 맞다고 눈짓을 보내니 그도 미소를 보이고 그제서야 자리로 돌아간다.

베트남 시내버스는 정찰제라 요금사기 등의 걱정이 없는 생각보다 괜찮은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하노이에서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게 되는 대다수의 여행자들에게는 경험할 기회가 적은 이동수단이기도 하다.

여행자 시아도 아직 못가봤지만 하노이 근처의 도자기촌인 밧짱마을도 투어를 안낀다면 시내버스로 이동해서 다녀올만 하다.
편도 40분정도?

또한 도시 이동을 위해 시내에서 좀 떨어진 버스터미널로 가야할 경우 보통 택시를 이용하지만 시내버스를 이용해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지 않을까 싶다.

구글지도로 경로만 검색해도 정류장 위치와 버스번호, 소요시간까지 계산이 되니 요즘같은 세상은 타지에서도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참 편해졌다.

암튼 한적한 교통상황 덕분에 예정보다 20분 일찍 도착하게 되었다.

이곳이 여행자 시아가 사파 왕복 미니버스를 예약한 여행사로 호텔과 겸하고 있다.
여행사 사기 스토리는 워낙 익히 들어온 주의요망 100프로 주의사항이라 걱정이 많았지만 21불의 비교적 저렴한 티켓가격도 좋았고 트립어드바이저에 등록된 꽤많은 긍정적 후기를 믿어보기로 하고 그자리에서 티켓을 예약했었다.

역시나 여행사문은 이른시간이라 잠겨있고, 일단은 앉아서 버스를 기다려보기로 한다.
마침 예약하러갔을때 뭘좀 알아보겠다면 미리 와이파이비번을 받아놨던것이 이날에도 도움이 되었다.
생각지도 않게 와이파이가 잡혀주시니 못하한 검색질을 더 해본다.

근데 저쪽에서 행상을 하는 아줌마가 자기사진을 찍으라며 자꾸 포토포토 거리며 손짓한다.
인도에서도 대충 이런거 당해봐서 안다. 사진찍고나면 대부분 돈을 요구한다.

알면서 속아주자 대충 한장 찍는데 포즈가 아주 많이 찍혀본 솜씨다 ㅋㅋ

이 아줌마는 이제 본격적으로 내게 물건을 팔기 시작한다.
끈덕진 밀당이 시작된다.
엊그제도 경험했지만 하노이의 행상들은 일단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봉투에 맘대로 담아서 들이미는게 특징이다.
공복이었던지라 빵하나 살까말까 고민하다가 저돌적인 아줌마의 대쉬에 당황해 그냥 안사기로 한다.
사진찍을때의 선한 미소는 온데간데 없고 씩씩거리시며 날 째려보신다.
미안해요 아줌마 ㅜ
정중히 거절해도 분한마음은 안가라앉는 모양이다.
아직도 납량특집마냥 한이서렸던 아줌마의 눈빛이 떠오른다 ㅎㄷㄷ
이렇게 다가오는 행상들을 모두 뿌리치고 버스시간을 다시 확인해보는데... 뭔가 쌔하다.
이제서야 허전한 허리둘레가 떠올랐다.
복대!!!
짐 다 싸놓고 나갈때 찰 요량으로 옆에 살포시 얹어놓았던 내 복대!!!
진짜 이노무 건망증은 치매수준이다 ㅜㅜ

인도 한복판에서 혹시 챙겼을지 모르는 복대를 무한반복해서 뒤져보았지만 역시나 없다.
아무래도 두고나온게 틀림없어 ㅜ
5년전 인도 카주라호에서 벌어졌던 복대 분실사건이 데자뷰처럼 떠올랐다.
그땐 천운으로 정직한 게스트하우스 직원이 베개 및에 복대를 발견하고 오토바이까지 타고 따라와 사례를 요구하지도 않고 돌려주었기에 무사히 다음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비슷한 상황이다. 다행인건 밖이 아니라 항의 집에 복대가 있는것이 분명했고 연락만해서 복대의 안위만 확인하면 됐다.
바보같이 아직 항과 아무런 연락처도 공유하지 않았다. 수안과는 카우치서핑 메시지를 통해서만 연락했기때문에 실시간으로 연락이 닿기가 어렵다.
어제 같이 돌아다니며 스티브와 라인 친구등록을 미리 해놨기에 망정이지 자칫 불안한 사파여행이 될뻔했다능 ㅠ

스티브에게 급히 연락을 보낸다.
좀 지나 내 복대를 찾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하노이로 돌아올때까지 잘 보관할테니 걱정말고 다녀오란다.
아 ㅜ 이렇게 고마운 친구를 보았나.
갔다오면 맛있는거 사줘야겠다.

투자는 분산투자.
여행경비는 분산보관이랬다.
환전한 돈과 카드도 반은 복대 반은 배낭 깊숙히 숨겨놓은 덕에 다시 하노이로 돌아가기까지 사파 여행에 큰 지장은 없다.

미니버스는 정확한 시간에 도착했다. 늦었음 큰일날뻔.
생각보다 베트남인들의 시간관념은 정확한것 같다.

뒤쪽좌석에 서양인 그룹 4명정도 섞여있다. 몇 군데 더 픽업하고 이내 큰 도로로 접어들었다.
일요일이어서인지 비수기에 접어든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승객인원이 적다.
덕분에 두좌석을 차지한 나는 한켠에 배낭을 풀고 누가 가져가기라도 할까봐 한팔을 배낭에 묶고 이내 잠이 들었다.
작은 미니버스라 의자를 젖혀놓고 잘수가 없다.

반쯤 갔을까? 통로 넘어 옆좌석에 있는 외국인이 90도로 목꺾고 자고 있는 내가 가여워보였는지 베개를 삼으라며 침낭을 내어준다.
생각해보니 허리직각에 목은 또 반대편으로 직각인 내모습이 얼마나 기이했을까싶다 ㅋㅋㅋ
염치없게도 이내 좀더 편하게 잠들었다.

12시 정도에 사파에 도착했다.


여기서 다 내리는 분위기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아직까지 정신이 없다.
일단 미리 숙소를 예약하지 않은 나는 기사아저씨에게 돌아갈때 어디서 타야할지 물어봤지만 기사아저씨는 영어를 못한다 ㅠㅠ



일단은 버스 사진만 찍어놓고 여행사에 직접 메일을 보내야지 싶다.
다신 왕복티켓 끊지 말아야지.
이러다 사파 미아되것어.

일단 숙소부터 찾아야한다. 인도여행했을때도 가이드북 정도를 참조해서 현지에서 흥정하며 숙소를 구했던게 몸에베서 이번에도 미리 숙소를 구하지 않았다.

아 물론 사파오기전에 카우치서핑도 알아봤었지만 아예 이마을엔 호스트가 존재하지 않는다.
아마도 관광마을이라 더 그렇지 않을까싶다.

가방무게에 비례해서 숙소가격이 정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가방이 무거울수록 더 알아보자는 패기도 가격을 더 흥정해볼 깡도 움츠러든다.

이미 트립어드바이저와 호텔컴바인을 통해 사파에 있는 도미토리의 가격대를 확인하고왔다. 최저가 5달러수준에 한두군데가 3달러짜리 방도 있었다.
물론 조식주는 곳은 없다.

내린곳에서 가장 가까웠던
-Sapa graceful hotel
69 Pansipan st.
사전확인최저가 5불
직접 방을 보니 상태도 깔끔하고 화장실도 방내부에 있다.
6bed지만 방이 넓어서 답답해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흥정이 되지 않는다.
다른데 가도 다 5불받고 자기네는 못깎아준단다.

첫 도전부터 좌절을 맛보고 여기서 좀 많이 떨어져있지만 가격이 착한 숙소로 내려가보기로 한다.


- Green Valley hotel sapa
45 Muong Hoa st.

사전확인 최저가 3불
옥상 도미토리 룸으로의 이동 동선이 조금 복잡하지만 옥상 너머로 보이는 뷰만큼은 장관이다.
방 상태도 깔끔하다.
그냥 찾아가면 5불 부른다.
더 깎아달랬더니 4불이란다ㅠ
3박할건데 더 깎아주면 안되냐 불쌍한척도 해봤지만 4불이하로 안깎아주신다.
이미 인터넷으로 예약할걸 그랬다보다.
고작 1불이 아까와서 배는 아프지만 배낭메고 다시 오르막을 등정하기엔 오늘 내 체력이 방전이다.
일단 하루만 묵기로 하고 여권맡기고 체크인.

넓은 침대에 일단 짐을 널부러 놓고.
침대위에 커텐을 칠수 있다. 나만의 공간이 형성된다.



대형수건도 하나씩 제공되고 휴지도 비치되어있다.
큰 방크기에 비해 콘센트가 턱없이 적지만 대신 멀티탭이 제공된다.


개인락커도 구비돼있는데 하나는 열쇠가 고장이다;;
프론트에서 락커키를 받아오면 된다.



비교적 넓고 깨끗한 화장실.
넓어서 마음에 든다.


개인슬리퍼도 비치되어있다.
하나는 지금 내가 신고있다능~


옥상에서 바라보는 뷰다.
적당히 구름이 끼어서 사진보다는 눈으로 담기 좋은 풍경이다.

마을 가장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다는 단점은 있지만 가격대비 시설이 훌륭한 편이다.


사파일정은 여유롭게 3박 4일로 잡아놓은 터라 첫날은 짐풀고 일정계획세우고 밀린 포스팅이라도 하며 좀 쉬려고 했으나 막상 짐풀고 나니 몸이 가만있질 않는다.

작은마을이라고 하니 간단히 한바퀴만 돌아보고 올까?
워낙 넓고 골목많았던 하노이는 다니는 내내 지도를 들고 돌아다닐 수 밖에 없었지만 왠지 이 마을은 한번 스캔하면 지도 볼일이 없을 것 같다.

여기서 팁하나.
하노이부터 내 여행의 내비게이션이 되어준 기특한 어플이 있어서 화젭니다.
바로, CityMaps2Go와 MAPS.ME


둘다 미리 가고자하는 도시의 지도를 와이파이로 다운받아놓고나면 이후에는 데이터없이 지도보기가 가능하다.
주변 숙소나 식당 관광지도 미리 같이 다운되기 때문에 바로 찾아볼수 있다.
아쉽게도 구글맵처럼 경로찾기 같은 건 할 수 없다.




즐겨찾기 기능이 있어서 가고자 하는 곳은 사전에 미리 저렇게 좌표를 찍어놓고 찾아다닐 수 있어서 동선짜고 움직일때 도움이 많이 된다.
심지어 현재 내 위치도 정확하게 잡아준다. 그야말로 내비게이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여행자시아는 아직까진 씨티맵투고를 더 자주 이용하는 편이지만 국가와 도시를 이동하면서 그때그때 묘사가 더 잘 되어있는 지도를 선택해서 이용할 생각이다.



암튼 이제 동네 한바퀴돌아볼까?
도착하고부터 느꼈지만 적당히 해도 있고 선선하니 이제까지의 베트남 날씨중 베스트다. 이래서 다들 이리로 피서를 오는가 보다.

물건팔러 다가온 흑몽족 친구에게 들어보니 마침 어제 비가 와서 오늘 날씨가 좀더 시원해 졌단다.


여기가 사파의 메인거리라고 볼수 있는 Cau May st.
대부분의 여행자 식당과 편의시설이 밀집된 곳이다.
이 길 중간에 그 유명한 리틀사파 식당이 있다.

사파 교회까지 올라왔다.


바로 옆에 이만한 운동장이 있다.
날좋을때 벤치에 앉아 멍때리며 사람 구경하기 딱 좋은 곳.
와이파이도 잡힌다.



확실히 관광지라 곳곳에 택시와 쎄옴이 많다.

운동장 골목쪽으로 지나갈때면 항상 쎄옴기사들의 호객세례를 감수해야 한다.


여기는 함종산 입구.


등반코스 안내인듯.
입장료는 70,000원(약 3,500원)
미리 알아본 가격보다 그새 많이 올랐다.

이 함종산 입구에 미리 알아본 3달러 도미토리가 있어서 확인차 들렀다.
가격을 물어보니 3달러 맞단다 ㅋ
아 신난다.
방을 둘러보니 그린밸리엔 한참 못미치지만 싼맛에 묵기 괜찮아보였다.



사실 휴식을 포기하고 밖을 나선 이유는 바로 사파시장 구경 때문이었다.
주말에는 주변 산간마을의 소수민족까지 내려와 장사를 하기 때문에 더 활기차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일정상 박하주말시장 구경을 놓친 아쉬움을 달래려 한 것이다.

그런데 대충 옷가지와 기념품들 위주라 실망스럽게 휙 한번 돌아보고 나와버렸다.






골목 구석까지 들어가보니 어울리지 않게 요런 그래피티들도 그려져 있다.


동네 한바퀴 돌고나니 아침 점심도 거른 여행자시아의 배꼽시계도 슬슬 요동치기 시작한다.
저 수많은 식당 중 도대체 어딜 가야할지 결정을 할수가 없다ㅜ
난 한국에서도 결정장애가 있다구.

걍 젤 유명한데 가보자!

결국 '리틀사파'에서 점저를 해결하고자 했지만 6시에 문을 연단다 ㅜ
여기는 딱 식사시간에만 영업하고 브레이크타임을 갖는다.
딴델 가볼까 싶지만 막상 땡기는데도 없다.

무엇보다 지나가면서 대충 스캔한 이쪽 식당들 메뉴가 5불 이상씩이다.
하... 이제사 느낀다. 여긴 관광지였지.
순박하고 고요한 산간마을을 기대한건 순전히 여행자 시아만의 오해였다.

일단 허기를 달려보려 슈퍼를 찾았지만 막상 먹을만한게 보이지 않는다.
만만한게 콜라지~
슈퍼에서 처음 구입해본 콜라의 가격는 만동.
아게비싼건지 싼건지 나는 모르겠고 일단 시원하게 몇모금 들이키니 살것만 같다.
어라? 이거 왠지 콜라 한병하면 저녁 안먹을수도 있을것 같어 ㅋㅋ
아서라. 여까지와서 지지리궁상도 유분수지.

남는시간 숙소에서 비비다보니 어느새 4bed가 모두 차버렸다.
둘은 이탈리아 커플.
맨 나중에 온 분은 프랑스 출신이다.

이탈리안은 커플의 위화감 때문인지 첫인사 이후에는 단 한마디도 섞지 못했고 나중에 온 프렌치와는 통성명도 하고 몇시간 먼저왔다고 락커와 와이파이 문제도 해결해주고, 프랑스 여인 특유의 수더분함이 느껴져서 말하기 편한 친구였다.
이다도시와 겹쳐지는 느낌이라면 설명이 쉽겠다 ㅋㅋ

그렇게 금방 시간이 흘러 벌써 6시다. 손님 들어차기전에 얼른 가야겠다고 서둘렀지만 확실히 요즘이 비수기긴 한가보다.




나까지 고작 두테이블이 차있다.
자 얼마나 맛있는지 먹어볼까?
메뉴판을 보니... 비싼편이 아니라고 했는데 내기준엔 싸지도 않다 ㅜ
그래도 여까지 왔는데 그냥 나갈수는 없지.
젤싼 쌀국수를 시키고 싶지도 않다.
며칠간 고생했으니 나한테 한번쯤 이런 선물 줘도 괜찮잖아?
음... 자기합리화같다.
암튼 큰맘먹고 프라이드 치킨 인 갈릭소스(아마 맞을거다)를 시켰다.

기다리는 동안 갑자기 정전이!
사파에선 종종 정전이 나는가 보더라.
당황하지 않고 촛불을 가져다 주시는 주인 아저씨.
엄청 인심좋게 생기셨다.
영어는 잘 못하시지만 열심히 단어단어 정확히 끊어 말하면 알아들으신다.
주인 아줌마는 거의 영어 못하시는것 같다.
오로지 나지막한 헬로만 들을 수 있다.



68,000동! 지금까지 먹은 메뉴중 젤 비싸. 하하하하하
근데 맛있다 ㅎㅎ 튀김옷이 살아있다. 양이 작아보이긴 한데 확실히 튀김이라 저만큼만 먹어도 배는 부르다.

사족이지만 며칠 돌아보고 더 확실히 느꼈다. 걍 여기 물가가 비싸다.
리틀사파는 정말 가격대비 착한맛을 자랑하는 식당이 맞더라.


* 당당히 추천하는 사파맛집

-Little SaPa Restaurant
18 pho Cau May

블랙퍼스트 부터 간단한 베트남음식과 서양식 메뉴들을 맛볼 수 있다.
가격대는 3만동~10만동 초반대



밥까지 잘 먹었으니 이제 방으로 돌아가 밀린 포스팅이나 해야겠다~



방에 두시간은 있었나?
베트남 그리기 카페를 통해 연락닿은 지연씨도 오늘 사파에 도착해 있었다.
안부만 전하고 아직 안면은 없었는데
일행들과 함께 맥주먹으러 가자고 연락이 온것이다.
어제부터 난 술먹을 운명인가?
덕분에 오늘 하루의 포스팅도 그만큼 길어지는 아이러니.

미리 교회앞으로 약속장소를 정해놓고 길을 나섰다.
어렵지 않게 그들을 찾을 수 있었다.
지연씨와 세명의 동행들.
거대인원이다 ㅎㅎ

맥주집을 찾아나서지만 9시가 지난 이곳은 관광지라는 단어가 무색하게도 대부분 일찍 문을 닫는다.
몇 군데에서 퇴짜를 맞고서 겨우 찾아간 곳은 운동장을 끼고 교회 맞은편에 자리잡은 포장마차 거리같은 외향의 식당.

낮에는 이런모습.

밤에는 불빛으로 활기차보이는 이곳.

마치 순대촌 건물에 들어갔을때 여기 저기 각자 구역에서 손님을 호객하는 느낌과 비슷한 내부다.
언뜻보면 하나의 큰 식당같지만 들어가면 힌 지붕아래 여러개의 가게로 나뉘어져 있다.

사파에서는 서양음식점 외에는 대부분 여러 종료의 꼬치들을 내어놓고 판다.
심지어 비둘기 고기도 있다능 ㅋㅋ

여기도 마찬가지 ㅋㅋ 일단 꼬치 몇개 집어서 주문해놓고 메뉴 몇개 더 시킨뒤 술잔을 들이킨다.







처음 마셔보는 라오까이맥주.
내 입맛에 잘맞는다.

이렇게 술자리는 무르익어가고
어색한 첫만남때완 달리 이제는 스스럼없이 장난도 걸고 자기 얘기도 하기 시작한다.

지연씨는 잠깐 외국에서 공부도 하고 해외여행도 꽤나 다녀본 친구였다.
인도여행 경험도 있어서 말이 잘 통했다.

지연씨와 하노이부터 같이 왔다는 일행 셋은 인턴마치고 입사일까지 남는 기간동안 같이 여행을 나섰다는 직장동기들이다.
진짜 현실판 미생이 따로없구나.
이들은 그래도 정규직에 채용돼서 그나마 안정된 생활은 보장받겠지?

얘길 들어보니 각자들도 또 루트가 갈리고 다른 여행지에서 다른 동기들과 합류해서 또 같이 다니고 그런단다.
마치 열댓명되는 아이들이 각자 유닛으로 해외활동하면서 옮기고 합치고 찢어지는 마냥 ㅋㅋㅋ

같이 인턴시절 고생했던 동기들과 갖는 여행이라니 참으로 좋아보인다.

정신없이 떠들다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손님는 우리들 뿐이다. 12시가 가까워오고 있었다.

우리때문에 퇴근못하시는 언니들(내가 더 언니일수도 있다 ㄷㄷ)을 위해 자리를 이동하기로 한다.

이제 정말 문연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2시까지한다는 까우마이거리의 펍을 찾아갔지만 분위기도 메뉴도 영 별로라 그냥 나와버린다.

선택지가 없다. 결국 맞은편에 포장마차같아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여기는 오로지 꼬치와 술만 판다.
오늘은 꼬치먹는날이다 ㅋㅋㅋ
근데 아까먹는 거기보다 더 맛있어!ㅋㅋ


이번엔 타이거에 도전.
양이 많아서 좋다. 맛도 괜찮은 편이다.


지연씨는 첫 입사 직전 가지는 급 여행이란다.
맞아~ 직장다니면 며칠씩 여행나오는것도 참 부담이지.


암튼간에 각자의 여행이야기로 시작한 술자리는 연애얘기로 이어지고 어느새 다가올 직장생활과 한국사회에대한 푸념으로까지 이어졌다.

2004년 대학교 새내기 시절, 이때쯤 막 비정규직 보호법이 입법되면서 이렇게 될 미래를 예견하고 그렇게 시청, 명동, 광화문을 쫓아다니면서 비정규직 반대를 외쳤더랬다. 결국 10년이 지난 지금의 현실은 우려 그대로다.

여행자 시아가 대학시절을 보내던 그때는 그래도 이정도로 취업에 대한 공포와 스트레스가 만연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그 시절엔 스펙 쌓기보다 우정쌓기를 빙자한 술자리에 더 연연했고 내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보겠다고 오른팔을 휘젓기도 했다.

결국 맞은 현실은 더 참혹하지만 이제 곧 사회초년을 맞게될 이들은 어쩌면 내가 사회초년일때보다도 더 잔인한 사회생활의 현실을 꿰뚫고 있는것만 같다.

그저 해줄 수 있는 말은 이렇게 먼저 여행나오길 잘했단 정도의 이야기 뿐이다.

근데 또 술을 먹다보니(고작 두병마시고는 ㅋㅋㅋ) 이렇더라 저렇더라 내 경험에 비춘 얘기들을 쏟아놓은것만 같다. 아... 이래서 나이 많은 사람들은 입을 닫고 지갑을 열라고 했는데 난 입만열었네.


나와서 잠시 잊었지만 이 여행이 끝나면 난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가야한다.
누군가의 을로 착취당하는 삶이 싫어 떠나온 여행이지만 결국 돌아갈 내 자리의 선택지는 몇 안될 것이다.
근데 돌아가면 최소한 이전처럼은 살고 싶지 않다.

대학때는 세상을 바꾸겠다고 했고 정말 바뀔지 알았다.
사회초년생때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리라 열정도 바쳐봤다.
지금은? 일단 나부터 찾고싶다.
한국인이라는 굴레에 직장인이라는 굴레에 을이라는 굴레에 갇혀 점점 잃어가는 내 자신부터 찾고싶다.


시간은 새벽 두시를 향해간다.

지연씨가 자기 숙소에서 잘것을 권한다. 야심한 밤에 혼자 보내기 미안했나보다.
나도 도미토리에서 이미 잠에 들었을 다른 친구들에게 방해가 되고 싶지 않다.

우와~ 지연씨방은 그야말로 호텔급!
덕분에 이런데서도 자보는군요.
땡큐 잘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