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 D+110] in 라다크 레 : 평화의 상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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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뉴버스스탠드에 떨어진 우리는 DZOMSA에서 곧 다시 만나기로 하고 흩어진다.

정훈씨는 우선 산소공급이 시급했고 동익오빠는 산소바 구경차 여행자 정보센터로 향했다. 다미언니와 시아는 체크인을 위해 먼저 리율 게스트하우스로 간다.

오... 다행히 전에 쓰던 싱글룸이 비어있다 ㅋ

언능 체크인을 한다. 내일 체크아웃하면 다미언니가 이 방을 이어받기로 예약까지 마친다.

DZOMSA는 레 시내에만 세군데. 어퍼 창스파로드, 포트 로드에도 잔티스로드 교차로에 있는 그곳보다 작은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레에 있는 여행자라면 물병채우러 한번씩은 들를 수 밖에 없는 이곳.

라다크에 플라스틱을 없애자는 취지로 한켠에 7루피에 1리터 드링킹 워터를 채울 수 있는 리필 코너가 마련돼있다. 개인 물병이 없더라도 누군가 기증하고 간 플라스틱 물통을 재활용해서 사용할수 있도록 세척된 물병을 이용할수 있다. 이럴 경우엔 10루피.

물론 드좀사나 레 뿐만아니라 개인물병을 가지고 미네랄 워터를 리필할 수 있는 곳은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사고버리고의 무한반복 소비패턴이 야기하는 환경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대안을 고민할수 있는 소비행동의 전환에 동참하느냐 마느냐의 인식문제가 아닐까.

드좀사에선 중고책도 사고팔수 있다. 유일한 한국책 인권의 문법! 대학때 재밌게 읽었던 책을 여기서 다시보니 넘 반갑다. 그밖에도 가념품이나 오가닉 푸드도 판매하고 있으니 레에서의 휴식이 잉여롭다면 편히 들러 쉬기 좋다.

무엇보다 쥬스, 라씨를 20루피에 마실수 있으니 여기의 존재를 알게된다면 하루 한번은 아니 들를수가 없다.

여기서 라씨도 판다는 사실을 다미언니를 통해 알게된 우리는 각자 볼일보고 여기서 다시 뭉치기로 한 것.

플레인 라씨부터 살구라씨까지 맛볼 수 있다. 바라나시 라씨보다는 시큼한 맛이 아주 조금더 살아있는 편.

스리나가르부터 라씨에 안좋은 추억이 있다는 정훈씨는 여기 플레인 라씨도 어렵나보다 ㅋ 패쓰~

이 에너자이저들 ㅋ 들어가 쉴 생각은 이미 아웃오브 안중.

샨티스투파에서 석양을 바라보자며 거진 다이렉트로 그곳을 향한다.

어퍼 창스파로드까지 다리건너 들어가다보면 샨티스투파 입구다.

으하하하 사원까지 이어진 계단만 봐도 다리가 후덜.

막상 오르는덴 15분도 안걸리는데 왤케 힘든것이냐 ㅠ 관절이 약한 시아는 계단산 오르는게 제일 쥐약이다.

우선 숨을 고를겸 스투파 바로 밑 네모난 건물에서 명상하는 시늉을 내본다.

그것도 성격상 얼마 못간다.

동익오빠의 설명으로 알게된 사실. 일본이 2차세계대전 종전 이후 원폭피해를 핑계삼아 자기네들이 전쟁의 피해자인양 코스프레하며 전세계 요지에 건설했다는 평화의 사원이 샨티스투파. 인도에만 레를 제외하고도 몇곳 더 있단다.

우리는 이런 일본의 가소로움을 익히 잘 알고있는 민족이니 단순한 방문을 넘어 생각할 지점이 많아지는게 사실.

다미언니도 워낙 배낭여행에 잔뼈가 굵고 듣고본게 많다보니 생각도 많다.

일본만해도 이런 가증스러운 평화메시지를 세계곳곳에 다종 다양한 방법으로 알리고 있는 마당에 한국은 점령기 시대의 참혹했던 현실을 적극적으로 알려내는 작업이 미미한게 현실이다.

최소한 여행자들에게 무료로 개방하면서 진짜 역사를 알려내는 장소가 있어야 한다 설파한다.

확실히 냄비외교에 강대국 눈치만 보는 대한민국의 국민은 가증스럽지만 세련된 PR을 할 줄 아는 저들에게 배워야 할 지점이 있다.

영국만해도 제국주의 시절 식민지에 행한 갖은 횡포를 신사의 나라라는 이미지로 얼마나 교묘하게 가려내고 있는가.

국가가 나한테 뭘 해줄리 없다는 걸 일찌감치 깨닫고 살아왔으니 국가를 위해 살지 않겠다는 주의지만 최소한 울타리 만들 그걸 지켜가려는 지배계층은 역시나 자기안위 살피기만 바쁘고 복잡한 문제는 어영부영 덮으려고만하니... 이래서야 국가가 가지는 의미는 도대체 뭔가 싶다.

그래도 일단 우린 여행자니까 사진은 열심히 찍어댄다.

재밌는건 이무리 남자사람들은 셀카도 사진도 참 열심히 찍는 스타일인데 여자사람들은 셀카 찍는 법이 없으니 참 신선한 조합 ㅋ

심지어 다미언니는 그냥 사진도 거진 안찍는다.

레팔라스와 여기 뷰가 사뭇다른데 개인적으로 전자의 뷰가 더 아름답더라.

광고전공인 정훈씨는 사진찍는 것도 남다르다. 영상쟁이 시아보다도 감각이 좋으니 찌그러져있어야겠다 ㅋㅋ

여행이 길어지니 사진에 들이는 공도 점점 식는다뇨 ㅋㅋ

그렇게 해가지고 7시 반쯤 스투파에 인위적인 빛이 들어온다. 그래 우린 여행자니까 이것마저도 열심히 찍어본다. 오늘도 달이 밝다.

내 생에 이토록 밝은 달도 처음이지만 그래서 남들 다보는 판공초의 은하수는 놓쳤더랬지 ㅋㅋ

타이밍이며 아다리며 더럽게 못맞추는 초보여행자라며 ㅋ 그래도 남들 못보는걸 보고 간다고 자위하는 긍정의 시아였다고 치자 ㅋ

해지는거 보겠다고 버팅겼더니 뱃가죽이 등가죽... 인적이 요 근래 없을정도 아직 배는 툭튀지만 ㅋㅋ 엄청 배가고프다.

가격따위 안보고 무조건 오늘은 고기먹겠다는 정훈씨를 위해 논베지를 취급하는 식당을 찾아나서본다.

창스파로드에 그나마 가격적으론 저렴한 여행자식당인 리틀.

여기도 시아는 가격보고 돌아섰었지만 ㅋ

그나마 만만한 70루피짜리 베지 초우멘을 주문한다.

동익오빠는 여기 100루피짜리 타이포(왕만두)가 괜찮았다고 하는데 늦은시간탓인지 지금은 안된단다.

여긴 치즈베지모모(80루피)가 있는데 이것도 맛있다네.

정훈씨는 호기롭게 치킨볶음밥을 주문.

이 식당은 최대장점이자 단점은 주문을 받아야 조리를 시작한다는 것. 당연한 얘기긴 한데 ㅋㅋ

모모 반죽부터 밀고 있는 광경을 보며 한참을 기다려야 음식이 나온다는 얘기 ㅠ

메뉴판에 20분은 기다려달라 적혀있지만... 거짓말 좀 보태 한시간쯤 걸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사이 몇 번을 다른데 가자던 정훈씨를 다독이며 서빙시간을 확인하는데 곧 나온다니 박차고 나갈순 없는일.

근데 하필이면 정훈씨 음식만 빼고 다 나온 상태에서 급 치킨 볶음밥이 안된다는 직원의 야속한 전갈.

꼭 불운은 한사람을 집중공격하는 것인가.

고산병에 고기금단에 가장 격한 허기를 토로했던 그의 음식이 이제와서 안된다니.

보는 이들도 아찔한 이 상황.

정훈씨는 주문을 취소하고 다른식당 가겠다고 밖엘 나선다.

오늘 이후로 기약이 없기에 갑작스럽고 어색한 작별인사를 나누고 보내버렸다.

인도가 뭐 그렇지...

한국과 너무 다른 문화와 상식을 받아들이라고 할수도 같이 욕할수도 없는 그렇다 하하.

이래서 난 좋은 동행이 아님. 인정하기로 했다.

그런데... 내일도 새로운 누군가와 함께 누브라밸리로 간다. 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