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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road/2015 세계일주 in 베트남

[세계일주 D+1] in 베트남 하노이 : 기다림 속에서 마주한 친절

by 시아-★ 2015. 5. 9.
여전히 5/7

장황한 베트남 하노이(노이바이) 공항까지의 입성기는 지인들의 질타와 우려를 낳고야 말았다.
나 원래 잘 덤벙대는데 ㅋ 철두철미한 이미지였나??ㅋ 그건 아니지??
아무튼 모쪼록 나의 실수담이 지나가는 해외여행자 or 예비여행자에게 귀감이 되길바라며...
그날의 이어지는 경험담을 풀어놓으려한다.


놀란가슴을 쓸어내리며 일단 환전소에서 50만동을 잔돈으로 교환했다. 버스비로 지불하기에 너무 큰 금액이었으니까.
혹시나 싶어 천동단위까지 재차 부탁하며 교환했지만 막상 사용해보니 만동 단위까지만 바꿔도 충분하더라.
잔돈까지 바꾸고서 다시금 여행자 시아의 아지트!!가 돼버린 노이바이공항의 화장실을 찾았다. 복대와 소지한 카드, 여권을 재정비하고 오늘 쓸돈만 소액으로 챙겼다. 나 디게 치밀해보여~ㅋ

이제 하노이에서의 카우치 서핑 호스트 Xuan이 미리 일러준대로 Nui truc st.에 위치한 그녀의 집을 찾아가야한다!!
그런데 예상과 다르게 공항에서 와이파이를 잡을 수가 없었다. 다 잠겨있어 ㅠ
택시타고 주소만 일러주면 쉽게갈 길이지만 가난한 여행자 시아에겐 언감생심.
이미 많은 베트남 여행자들이 개척하고 있는 시내버스 탑승에 도전했다.


여긴어디? 나는누구?
알만하다 싶은 제복차려입은 베트남인 몇명에게나 물어봐도 버스정류장을 모른단다.
휴... 일단은 내가 가야하는 도착지와는 다르지만 이미 로컬버스로 롱비엔거리를 찾아간 경험자들의 루트를 기억해내어 17번 기둥을 찾아갔다.
공항을 등지고 오른쪽 끝에있다.
마침 무료 공항 순환버스가 대기중.
밖에있던 기사가 우물쭈물하는 내게 먼저 말을 꺼낸다. 퍼블릭버스스탑을 찾는댔더니 이차타고 가면 된단다.
내가 내린 터미널은 최근 지어진 신청사. T2라 부르고 T1에 해당하는 구청사로 왕래할 수 있는 순환버스가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보아하니 승객이 찰때까지 기다리는게 아니라 정해진 시간마다 움직이는듯 했다.
구청사까지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이제 버스정류장을 찾아야 되는데 어디보자~


바로 왼쪽(터미널을 등지고 오른쪽)계단으로 내려가면 거기가 1층.
근데 내려가서 물어봐도 아는 사람이 없고 덥고 무겁고 ㅠ 일단 터미널 안으로의 피신을 선택한다.

혹시나~했는데 구청사엔 와이파이가 터져주신다.
우리의 구글지도로 대중교통 경로를 확인한다.
호주에서도 구글지도가 참 유용했는데 여기서도 요긴하게 써먹는구나.

음... 보통 여행자들이 공항에서 롱비엔 거리나 호안끼엠 호수쪽으로 이동한다는 것을 감안해 자세한 위치정보는 생략하기로 한다.


종점에서 대기중인 7번버스에 탑승.
역사적인 베트남 첫 로컬버스와의 조우였다.
익히 들었던대로 뒤쪽 좌석을 선점. 50분가까이 걸릴 여정이라 다시금 영어공부에 매진하는척 하면서 처음 맞이하는 베트남 하노이의 풍경을 살폈다.
근데 정말 소문대로 오토바이가 어마어마 하구나~

* 베트남 시내버스 탑승 tip
- 버스 정류장마다 정차하는 버스번호가 명시되어있으므로 그 위치에서 대기하면 된다. 노선도는 따로 안내가되지 않으니 미리 알아보고 갈것을 권한다.
- 거리별로 요금이 다른 한국의 대중교통과 달리 베트남 로컬버스는 아예 버스번호마다 요금이 정해져있다.
대략 7000~9000동 사이로 형성돼있는듯 하다.
보통 버스탑승구쪽 측면에 요금이 명시돼있다.
- 신기한건 요금통이 없으며 카드단말기따위도 없다.
승객이 버스에 올라타면 차장이 왔다갔다하며 수금하는 형식이다.
과거 한국에 오라이를 외치던 언니들의 베트남 버전이랄까.
다른게 있다면 베트남 차장은 동분서주하며 수금하는 찾아가는 서비스를 감행한다는 점.
- 큰돈을 지불하더라도 잔돈은 문제없이 돌려받을 수 있고 아래 사진과 같이 영수증을 챙겨준다. 아무래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 차장이 착각할 경우를 대비한 증빙자료인 셈.
- 안내방송이 있긴한데 베트남어라 귀에 잘 안들어온다.
영어소통이 어려운 경우가 대다수이므로 행선지를 메모해서 차장에게 보여주면 내릴곳을 안내해준다.
- 결론 : 로컬버스 이용, 참 쉽죠잉!




한시간가까이 지나 도착한 종점에서 다른 버스를 갈아타야했다.
내리자마자 정류장 앞에 오토바이택시 부대들이 호객에 여념이 없다.


필요없다고 웃으면서 거절하니 별말없이 보내준다.
바로 뒤에 위치한 정류장에서 곧이어 탑승해야 할 버스가 도착했다.

이번에는 중간에 하차해야하므로 차장에게 미리 메모해놓은 정류장 이름을 건넨다.
엥? 마침 이번에 내려야된다네? 내말 알아들은거 맞는거지? 맞겠지? 차장이 영어를 못해서 난감한차에 혹시나 싶어 바로 옆에 있는 현지인에게 재차 확인해봤다. 왕~ 근데 이 아저씨는 의외로 영어가 좀 되시네 ㅋㅋ 이번에 내리는게 맞단다. 내려서 200미터정도 걸어가면 Nui truc st.라며 묻지도 않은 세세한 정보까지 일러주신다. 생각지도 못한 벨도 직접 눌러주시고 이런 친절 너무 좋다 :)
하노이에서 미소를 지닌 사람 찾기 어렵다는데 여행자 시아는 운좋게도 첫날부터 하노이의 웃음과 친절을 보았다.


그래 내가 건망증이 심해서 그렇지 길은 또 그렇게 잘찾아요~ _-)v
수안이 미리 일러준대로 가다보니 어느새 그녀의 집 건물 앞이다.


'수안의 실물은 어떨까? 만나면 격하게 반겨야겠지? 내가 영어를 잘 못해서 싫어하진 않을까? '
걱정과 설렘으로 그녀의 집 2층에 멈춰 벨을 눌렀다. 두번 눌렀다. 세번 눌렀다.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ㅠ
조심스레 문을 두들기며 헬로우를 외쳐보아도 기척이없다.
아직 이집에 아무도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다.
힝. 로밍도 유심도 없는 나는 연락할 방도 없이 무작정 누군가 오기만을 기다리기로 했다.
평일이니까 퇴근하고 머지않아 도착하겠지~ 어차피 이제부턴 시간에 쫓기며 기다릴 필요가 없다. 지금만큼은 온전히 내시간이니까!
캔디크러쉬소다와 함께 이 기다림을 즐기기로했다.

30분쯤 흘렀을 것 같다. 지나가는 그 누구도 나를 신경쓰지 않는다. 차라리 그게 편했다. 일일히 설명할 자신이 없으니까.
그러다 마침 아이를 데리고 현관문을 열어젖힌 옆집 아줌마가 등장.
둘의 눈이 마주치고 난 그저 웃을 수 밖에 ㅋㅋ
멋쩍은 나의 미소에 비해 여유있는 그녀의 표정을 보자니 묻지도 않았는데 너무도 자연스럽게 내 상황을 설명하게 된다.

"여기 수안네 집 맞죠?^^;"
"ㅇㅇ 어디서왔니?"
"한국이요^^"
"들어와서 기다릴래?"
"(우와우와우와 격하게) 네! 고맙습니다~"

염치없이 처음본 남의 집에 홀랑 들어간건 아줌마의 미소와 갓난쟁이 아기때문이었으리라.

얘기치않게 방문하게 된 현지인의 집에서 나보다 한살많은 아줌마와 시부모, 그들의 아들일 것으로 비춰지는 젊은 학생과 번갈아가면서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었다. 현지인인데 왤케 다들 영어를 잘하지?? 내가 말이 막혀서 미안하다고 영어가 약하다고 울상지을때마다 괜찮다고 너도 영어 잘한다며 다독여주는 마음 씀씀이 넓은 가족이었다.

낯선 이방인에게 물과 커피를 내어주고 관심을 가져주고 저녁까지 챙겨주는 인심에 내심 놀라움과 고마움이 교차했다. 하노이에서 이런친절을 누리게 될줄이야.

꽤 시간이 지나고 나의 여행이야기에 초롱초롱한 눈으로 관심을 보이며 내내 말동무가 되어준 젊은 학생이 선뜻 수안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주었다.

얘길 들어보니 응급상황이 생겨 모두 조금 늦는다는 거였다. 그쪽에서 내게 연락할 방도가 없으니 역시나 발을 동동 구르던 상황이었던 것 같다.
다행히 일이 잘 마무리되었는지 머지않아 수안이 데릴러 왔다.
미안해하는 모습이 역력해서 괜찮다고 안심부터시켰다.
엥? 근데 얘길하다보니 이 친구가 나에대한 정보가 너무 없네?
알고보니 수안이 아니라 그녀의 동생이란다 ㅋㅋ
이 친구의 이름은 항.
일본어와 영어를 공부하고 있는 학생이란다.
촌스러 보일까봐 부러 나이를 물어보진 않았지만 수안이 23살이니까 더 어리겠거니.
근데 확실히 영어를 참 잘하네.
그녀 역시 내 짧은 영어에도 인내심을 가지고 소통에 열중해 주었다.

잠깐 얘길나눴지만 밝고 유쾌한 성격의 소유자임에 틀림없었다.
참 정감가는 친구다.

호텔 아니면 보기어렵다는 하노이의 미소를 분에 차고도 넘치도록 누렸던 나는 참으로 행복한 여행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