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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road/2015 세계일주 in 베트남

[세계일주 D+9] in 베트남 하이퐁 : 초대받은 손님

by 시아-★ 2015. 5. 19.

5/15


호아는 아침부터 샌드위치를 사가지고 왔다.
아이고 진짜 이 고마움을 더 이상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다.
내 주머니 사정을 알고 있던 호아는 해변에서 먹은 맥주와 저녁밥까지 계산해주었더랬다.

오늘도 호아는 오프.
마침 할아버지 제삿날이란다.

오오 외국의 경조사 구경만큼 특별한 것이 어딨겠는가.
나도 가고싶어!!

힝 근데 내 뜻이 제대로 전달이 안된건지 제사까지는 보여주기 싫었던건지 일단 본가에 다녀오겠단다 ㅠ
아직 영어가 완벽한 수준이 아니다보니 이렇게 어긋날때도 있다.

호아의 집은 와이파이가 안된다.(며칠 포스팅을 업로드 못한 이유)
대신 노트북을 사용할 순 있었다.

본가에 간 호아를 기다리며 다음 행선지인 닌빈에서의 카우치 호스트인 윈드카나(닉네임)와 연락이나 해봐야겠다.

윈드카나는 하노이에서 공부중이고 주말에만 닌빈에 들어오는 듯 했다.
하노이 - 닌빈 - 탄호아 - 비엔티안(라오스)로 잡았던 루트를 급 변경했던 것도 이런 윈드카나의 스케쥴 때문이었다. 닌빈에서 비엔티안으로 넘어가는 버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것도 결정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어제 저녁시간 쯤으로 메시지가 와있다.
허걱. 내일 닌빈으로 못가게 됐단다.
비엔티안행 버스표는 예정대로 예약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가격은 50만동. 생각보다 비싸진 않다.

음 어쩔수없이 닌빈에서 하룻밤 묵을 숙소를 알아봐야겠군.
이렇게 간혹 호스트의 사정으로 숙박이 취소되는 상황도 생긴다.
당일 통보가 아닌이상에야 쿨하게 받아들이고 플랜비를 실행할 수 밖에 없다.
아닌게 아니라 믿을만한 현지인의 정보로 버스티켓을 구하게 된거야말로 감사할 일이다.

대충 저렴한 닌빈 숙소까지 미리 체크한뒤 간만에 캔디크러쉬소다 한판 ㅋㅋ
기다리기 지루할땐 게임이 제맛 ㅋ
이버릇 아직도 못고침 ㅋㅋㅋ


11시쯤 돼서 호아가 돌아왔다.
다들 날 기다리고 있단다.
생각치도 안다가 급하게 짐을 챙겨 오토바이 뒷자리에 올라탔다.


골목들 빠져나오자마자 오토바이가 멈춘다.
과일을 사가려는 모양이다.

기다리는 김에 골목풍경도 담아보고


본인 사진은 안찍냐는 지인들의 성화에 힘입어 오랜만에 셀카도 한장.
베트남 여행에서 마스크만큼는 필수!
오토바이가 유독많은 이나라의 대기오염 수준은 체감 서울의 10배정도.
폐암걸려 돌아갈것만 같은 심각함이다.

산간지방인 사파에서조차 오토바이가 지나갈때면 숨이 답답해오니 말 다했다.

암튼 선글라스에 헬맷까지 완전무장! 만반의 준비에 내심 뿌듯하다 ㅋㅋ
이런걸로 ㅋㅋㅋ 아놔 ㅋ


40-50분 달린것 같다.


호아의 가족들이 살고있는 본가는 하이퐁에서도 외곽지역의 고즈넉한 농촌느낌의 마을이다.

저게 다 논.


도착하자마자 눈에보이는 사람마다 인사하느라 혼쭐이났다.
제사라 친척들이 모두 모였겠거니 했지만 어마어마한 대인원이다.

이 구역의 관심의 대상은 나.
이건 도끼병이 아니다.

자리에 앉은지 10분만에 들은 소리가 베트남 남자랑 결혼할 생각 없냔다.

아... 제가 한국남자랑 결혼할 생각도 없지만 베트남은 더더욱 생각을 안해봐서;;


저런 난감한 질문은 대충 넘겨버리고 흔히 경험하기 힘든 이번 초대에 최대한 어울리려 노력했다.
장난끼도 많고 유쾌한 사람들이다.


호아가 나를 픽업해오는 사이 다들 식사를 끝내고 수다의 장을 펼치던 와중이었던 것 같다.

걍 남아있는거 먹어도 충분할것 같은데 굳이 새로 상을 내어주신다.
상다리기 휘어진다.

권해주신 맥주도 사양할수가 없다.
얼음넣고 한잔하다보니 이렇게 시원할 수가 없네 ㅋㅋ


암튼 이거먹어봐라 저거먹어봐라 일일히 소스찍어먹는 법도 알려주시고
이건 맛이 어떠니 저건 맛이 어떠니 이방인의 반응이 적잖이 궁금하신가보다.

엄지척척 들어올리니 신나하신다.
아닌게 아니라 너무 맛있어서 눈물이 난다.
이게 얼마만의 고기 퍼레이드란 말인가 ㅜㅜ

내가 또 리액션 머신으로 정평이 나있지.
오늘 하루를 리액션으로 불사르리라 ㅋ
기쁨조가 되갔오.

서로 소통이 어렵다보니 표정과 손짓 발짓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저기서는 소주가 있다며 꺼내오신다.
엥? 이건 소주가 아니고 보드카!
제가 양주가 약해소~(다른술은 센마냥 ㅋㅋㅋ)
먹어보라 권하는데 장사가 없다.
보는 눈이 한둘이 아니지 않은가.

조금만 마시겠다 불쌍한척하니 좋단다.
같이 건배를 외치고 한모금 들이킨다.
으아 왜 맥주에는 얼음 넣어주면서 보드카엔 안넣는거지?
뜨뜻한 보드카가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느낌이 선명하다.

내 표정과 액션이 재미난지 다들 유쾌해하는 모습에 덩달아 신이난다.

이번에는 주섬주섬 고추를 꺼내시더니 먹어보라 권하신다.
조그맣고 빨간 이건 베트남 고추인가?
먹으라면 먹겠어요.
한입 앙다무니 또 관심집중이다.

초연한척하려다 이내 엄습해오는 매운기운에 이어지는 오바액션... 이 아니라 진짜 맵다 ㅋㅋㅋ
맥주로 매운 기운 잠재우려다 이젠 얼굴까지 시뻘게진다.

참고로 여행자 시아 주량은 고작 맥주 두병 남짓?
어디가서 술 좋아한다 했다가 욕먹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게다가 한여름 낮의 술.
속에서는 보드카와 맥주가 폭탄주로 거듭나시고 매운 고추까지 투하하니 이건 뭐 나혼자 소 핫이다 ㅋ


한국드라마의 여자들은 다들 왜이렇게 이쁘고 몸매가 좋냐느니 한국 밥솥 쿠쿠가 그렇게 좋다느니 ㅋㅋㅋ

이야기는 끝이없다.
이렇게 많은사람들과 함께한게 언제더라.
혼자하는 여행동안 이런자리가 또다시 허락될 수 있을까?


슬슬 호아의 친척들이 자리를 일어난다.
오늘이 마지막일텐데 인사는 씨유래이터다 ㅋㅋ

먹은 자리를 정리하고 호아를 도와 같이 설거지까지 마치니 무더위가 사람을 더욱더 노곤하게 만든다.





밖에 앉아 바라보는 앞마당 풍경도 꽤나 운치가 있다.
더운 나라라 그런지 집안 바닥도 모두 타일로 마감해 놓는게 신기했다.

그렇게 혼자 생각에 잠기다 꾸벅꾸벅졸고있는 나를 발견.
호아가 방으로 들어가서 좀만 자잔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

낮술깰라면 낮잠이지 ㅋㅋ
두시간 정도 잤나?
시간이 시간인지라 무더위가 조금은 가신것같다.

방으로 올라올땐 몰랐는데 내려갈때보니 2층에 제사를 지낸 흔적이 남아있다.
한국에서의 제사상과 흡사했다.








호아의 본가에는 듣던대로 개가 다섯마리! 마당이 넓으니 저렇게도 키우는구나~

조그만 강아지가 너무 귀여워서 데리고 놀다가 ㅋ


좀 더 시원해지면 동네한바퀴 돌기로한다.

거실에서 TV도 보고 점심때 남은 수박도 먹고,
이거 완전 친한 친구네 놀러온 기분이다.


와 이건 호아가 일년동안 한땀한땀 정성들여 완성했다는 십자수.
자세히 보면 더 감동적이다.



이제 슬슬 밖에 나가보기로 한다.


호아네 놀라와서 개구지게 놀던 옆집아이도 집으로 돌아간다.


한국에 있는 조카 새별이가 생각난다.
곧 라오스에서 만나겠지 ㅎㅎ



외국을 더 이국적으로 보이게 하는 열대나무들.
엄청난 효과다 ㅋㅋㅋㅋ



와 바로 근처에서 선박을 만들고 있다. 처음엔 그냥 보수하는건가 싶어 물었는데 여기서 만들고 있는게 맞단다.
베트남도 조선을 하는 나라였나?


저건 수안네서 먹었던 베트남 열대과일 잭(Jack).
가까이서보면 수박만큼 크다.




저 너머에 보이는 건 뭔가했더니 감옥이래 ㄷㄷ






논과 밭이 어우러진 아름답고 평화로운 시골마을이 너무나도 마음에 든다.

너 멋진 경치는 핸드폰 배터리가 조기퇴근하신 이후에 펼쳐졌으니 사진으로 담지못한 애석함만 전한다.

노을지는 강변의 모습에 취하고 나서야 발걸음을 돌렸다.

돌아가면서 베트남전에서 사용됐다는 작은 방공호도 볼 수 있었다.

외국인은 아무도 모를(호아가 데려온 다른 몇몇 카우치 서퍼를 제외하면) 이 시골마을은 온전히 나만의 장소가 됐다.
내가 꿈꾸던 여행이 아닌가.
깟바섬 안가도 이걸로 충분히 하이퐁은 나에게 넘치는 도시가 됐다.


베트남은 6시 반만 되면 해가 뚝 떨어진다.

저녁까지 챙겨먹고 이제 호아의 자취방으로 돌아가야한다.

혼자사는 딸에게 이것저것 바리바리 싸주시는건 우리네 어머니와도 닮았다.


가는 길에 아까봤던 호아의 친척네 집에 잠깐 들른다.
전해줄게 있나보다.
다시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그런데 갑자기 밥솥을 들고 나오신다.
쿠쿠밥솥을 선물받았는데 한국어라 사용법을 몰라 아직까지 못쓰고 있단다.

흔쾌히 집안까지 들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법을 알려드리니 너무 좋아하신다.
내 기분이 다 조쿠만.


둘다 노곤해져서는 얼른 씻고 아까 시장에서 샀던 망고스틴을 까먹으며 한국드라마를 봤다.


난생처음먹어보는 이과일은 보기와 달리 엄청나게 맛나다는 ㅎ

호아는 한국드라마를 즐겨본다고 했다.
어제부터 보던 이 드라마는 나도 처음보는데??
최정원이랑 김정훈나오는 이거 제목니 도대체 뭐지?

베트남어 더빙이 영 어색하지만ㅋ
베트남에서 보는 한국드라마라니 ㅋ

호아 왈, 한국 드라마 속에 남자들은 정말 다정하고 매너있어.

ㅇㅇ 그치? 근데 다 뻥이야 ㅋ

한국남자도 사겨봤다는 호아도 안다. 저거 다 허구란걸.

그래도 우린 아직 드라마 속의 사랑을 꿈꾸고 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