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치앙마이에서의 6일간의 일정도 오늘로 마지막이다.
오늘도 늦잠을 자버린 진격의 삼총사 ㅋ
시아는 리에게 자전거를 빌려 벼락치기라도 하듯 동네 한바퀴를 돌아본다.
그리도 기다리던 비는 결국 어제 밤사이 잠깐 퍼부었다.
그래도 확실히 아침 기온이 떨어진 느낌이다.
바로 근처 로컬템플. 이동네 사람들이 찾는 사원이다.
태국에서 수못물 섭취는 절대 금물.
끓여도 먹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어딜가도 저렇게 돈주고 물을 떠다 먹는다.
시골동네라기 무색하게 골목골목 길이 잘 닦여있다.
자전거 타기 참 좋다.
곧 돌아올 점심시간. 준비를 도우려니 멀리나갈 수가 없다.
나름 서둘른다고 돌아왔는데 벌써 아침 준비를 마친 리.
오늘 식단도 어마어마 하다.
오늘의 후식. 요건 포멜로라는 과일.
크기는 메론만한데 껍질을 까면 오렌지처럼 생겼다.
많이 달지 않고 약간 자몽같은 텁텁함이 있다.
자몽은 또 그렇게 좋아하는 시아 입엔 이 과일도 잘 맞는다.
껍질 까는게 쉽지 않은 과일이라 곳곳에서 껍질을 까놓고 파는걸 자주 볼 수 있다.
태국 이후로 혼자 인도네시아 수마트라로 향하는 일정을 알고 있는 리와 말은 나보다도 더 나를 걱정한다.
인도네시아는 인구의 90% 가까이가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 국가이다.
아무래도 여자 혼자 무슬림 국가를 여행한다는 게 여간 걱정되는 일인가봉가.
"니가 만약 내 딸이었다면 인도네시아에 못가게 했을거야"
말의 강경한 이 한마디가 너무나도 강력하게 무뎌졌던 경각심을 건드렸지만...
수마트라 토바호수에 너무나도 가보고 싶은 마음을 꺾진 못한다.
수마트라까지 가서 꼭 생존확인 메일을 보내기로 약속한다.
린다는 오늘 시내로 들어가서 묵을 예정이란다.
라이딩 복장을 갖추고 짐을 재정비하는 모습에서 베테랑의 포스가 느껴진다.
내 50대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영영 오지 않을 것만 같던 삼십대에 접어들었다.
삼십먹은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나선 배낭여행길이다.
이만하면 행복한 인생이라 자족하지만 40, 50 그 이후의 내 모습에 대해 아직 그려본적이 없다.
여기서 만난 리와 말을 보면서 인생의 나침반을 다시 잡게되고,
린다를 보면서도 동경의 마음이 인다.
세상엔 너무나도 멋진 사람들이 많다.
린다와 먼저 작별인사를 하고 우리도 일단 기차표를 예매하러 치앙마이역으로 향한다.
우리는 방콕을 거쳐 핫야이의 꼬리페로 갈 예정이다.
치앙마이에서 방콕까지 가는 방법은 다양한다.
버스로는 10시간. 워낙 많은 여행사에서 방콕버스를 취급하고 있어서 예약하기 어렵지 않다. 500바트 초반선이면 적당한 가격이다.
비행기로도 대략 900바트(에어아시아 기준) 선에서 움직일 수 있다. 시간이 여유롭지 않다면 추천할만 하다.
우리는 15시간 이상이 걸리는 기차를 택했다.
올해 7월부터 적용될 새로운 기차 스케쥴.
7월 이후 치앙마이를 방문할 예비여행자들은 참고하시라.
이게 현재 운행되고 있는 방콕 - 치앙마이 구간 기차 시간표와 요금표.
슬리핑 기차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슬아는 새별이에게도 특별한 경험이 될거라며 버스보다 조금 더 돈이 들더라도 기차를 타고 싶단다.
큰 차이 아니니 여행자 시아도 이에 동의했다.
우리보다 먼저 출발했던 린다를 벌써 따라잡았다.
역시 베테랑 라이더 포스.
허걱. 가장 중요한 사실은 기차표 예매시 꼭 여권을 확인한다는 것.
마침 여권을 챙겨왔던 시아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슬아는 챙겨오지 않았다.
여권이 없으면 발권을 해줄 수 없다는게 매표소의 입장.
다행히 출입국 카드를 쓸 때 찍어놓았던 사진이 있어서 영문이름과 여권번호를 확인하고 겨우 티켓팅을 할 수 있었다.
아이가 제일 중요하다는 말은 양쪽 아래칸에서 아이를 챙길 것을 권유한다.
원래는 넓은 아래칸(Lower)은 슬아와 새별이를 보내고 나는 좀더 저렴한 윗칸(Upper)에 있을 예정이었다.
오케이. 둘다 아랫칸을 쓰기로 하고 선풍기칸으로 각각 581바트의 요금을 지불한다.
밤엔 선선해서 굳이 비싼 에어컨칸을 이용할 필요가 없단다.
오후 5시반에 출발해 다음날 아침 8시반에 도착하는 기차다.
새별이도 요금을 내야 한단다. 따로 좌석을 주는 건 아니다. 아이 요금은 291바트.
말이 살짝 귀띔해주기로는 차장이 표를 체크할 때 아이표가 없으면 두배의 벌금을 요구할 수 있으니 미리 확인하고 표를 예약하는게 안전하단다.
기차역 광장 한복판에 전시된 낡은 기차.
요게 치앙마이를 달리던 첫 모델이란다.
겁나 오래되셨겠네요~
다시 리와 말의 집으로 돌아가 기차시간까지 기다리기로 한다.
마저 짐을 싸고 방청소까지 마친다.
마지막까지 기차에서 먹을 과일거리를 바리바리 챙겨주신다.
1.5리터짜리 생수도 두통이나!
내 호스트 운이 좋은건지 모르겠지만...
항상 내가 그들에게 나누는 것보다 얻어가는 것이 많다.
아침에 미리 준비해논 편지와 작은 선물을 건냈다.
새별이도 어제 밤에 리와 말을 위해 그린 그림을 함께 선물한다.
이 집도 이제 마지막이다.
아 조용하고 여유로운 전원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곧 들이닥칠 러시아워를 피하기 위해 한시간 전에 집을 나섰다.
확실히 표 끊으러 나올때 보다 막힌다.
기차 좌석까지 배웅해주는 리와 말.
마지막 포옹과 함께 작별인사를 나눈다.
"항상 조심하고, 계속 연락해~"
"네 계속 연락할게요~"
이제와서 드는 생각인데 부산에서 영어선생을 하고 있다는 그들의 딸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내년은 돼야 성사될 일이다 ㅋ
자~ 요기가 바로 고대하던 태국의 슬리핑 기차 내부.
인도에서의 슬리핑 기차를 떠올렸던 여행자 시아는 뜨악한다.
슬리핑 기차에 침대가 없다닛.
슬아가 알아본바로는 저녁이 되면 이 의자가 침대로 변신을 한단다.
이게 무슨 트랜스포머도 아니고 ㅋㅋㅋ
아무튼 신기방기하구만.
서양 여행자들 몇몇 과 극소수의 현지인 뿐인 여유로운 선풍기칸.
확실히 좀더 빠르고 저렴한 버스를 많이 찾는 모양이다.
기차는 5시반 정각에 출발했다.
워낙 태국기차 연착설이 많다보니 ㅋ
도착도 8시반 정각이 될지는 미지수다.
기차가 출발하면 곧 기차표를 체크하러 직원들이 돌아다닌다.
기차에서 파는 저녁과 아침식사의 가격은 100바트를 훨씬 웃돈다.
우리는 리가 챙겨준 복숭아와 사과로 저녁을 대신한다.
정말 7시쯤 되자 승무원 한명이 나타나 한땀 한땀 침대작업에 나선다.
침대칸 완성!
매트와 베개 커버도 그때그때 갈아서 사용하니 위생엔 전혀 문제가 없다.
수건같은 커다란 담요도 같이 제공된다.
다만... 창문을 여닫는게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저거 직원만 여닫을 수 있는 거예요 ㄷㄷ
이 몸은 타지에 있지만 무도만큼은 놓칠 수 없다!
어쩌면 셋 다 무도빠라며 ㅋㅋ
슬리핑 기차 안에서의 여흥을 위해 미리 꼬박 하루를 걸려 다운받아놓았더랬다 ㅋㅋㅋ
노트북 배터리도 완충 ㅋ
극한알바 해외편 마지막.
역시 무도는 항상 날 실망시키지 않는다.
재미와 분량만 생각했다면 요소요소만 찍고 나와도 충분했을 소재.
외주프로덕션이긴 했지만 나름 방송계에 몸담았고 여행떠나기 직전까지 영상일을 했던 시아는 이런 결과물을 내기가 얼마나 힘들고 대단한 일인 줄 안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무도에 감동할는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멤버들이 체험한다.
모든 과정을 체험하고 느끼면서 오는 각자들의 감동이 있다.
10주년 포상 휴가라고 던져진 곳곳에서 격한 노동을 체험하게 된 그들의 불만은 평소의 10배치는 되지 않았을까?
10년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묵묵히 일해왔다는 인도 뭄바이의 한 도비왈라의 이야기에 유느님은 숙연해진다.
서른살 선물이라며 긴 휴가를 보내고 있는 여행자 시아 역시 숙연해진다.
10년 동안 엄청난 계단을 오르내렸던 중국의 가마꾼 선배님은 단 한번도 가마를 타 본적이 없다.
그들에게 하하와 형돈이 선물한 가마탑승체험은 보는 이들도 미소짓게 한다.
죽을것 같이 가마를 이고 산을 오르지만 다시 내려간다. 내려가는 길은 조금 쉽다. 이내 다시 기를 쓰고 올라가야 한다.
하하 왈. 이게 우리내 인생이 아닐까?
무도를 보며 인생을 배웁니다 ㅋㅋ
암튼 이렇게 몇 번을 소름돋아가며 시청한 오늘의 무한도전. 별점 5점 ㅋ
모기와의 사투로 잠을 좀 설치긴 했다만 기차 침대칸은 VIP버스보다 편안하다.
슬리핑 기차에 탑승할 예정인 여행자에게 모기기피제를 챙길것을 당부한다.
6/10
돈므앙역이라는 것 같다.
승무원이 객실을 오가며 승객들을 깨우기 시작한다.
지금 시간 8시니까 예정대로라면 곧 도착이다.
기차 안에서 바라본 방콕의 모습은... 공사 공사 공사.
한창 개발 붐인가 싶을 정도로 곳곳이 작업현장이다.
세수좀 하고 하차준비를 마친지 오래지만 이 완행 기차는 섰다 가다를 반복할 지언정 도착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9시 반이 훌쩍 넘어서야 도착한 우리의 종착지 후알람퐁역(Huallamphong).
아직까지 왕조가 굳건한 태국 곳곳에서 왕과 공주의 초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역시 수도의 기차역은 규모부터 남다르다.
우리로 따지면 서울역와 같은 역할을 하는 방콕의 중심 역이다.
깐짜나부리를 제외한 태국 전역의 철로가 이곳을 중심으로 뻗어있다.
진격의 삼총사는 일단 카오산 로드를 거점으로 방콕을 떠돌아 다닐 예정.
'Abroad > 2015 세계일주 in 태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계일주 D+36] in 태국 방콕 : 방콕은 공사중 (8) | 2015.06.14 |
---|---|
[세계일주 D+35] in 태국 방콕 : 아시아 최대의 쇼핑몰이라고라고라? (4) | 2015.06.14 |
[세계일주 D+33] in 태국 치앙마이 : 로컬의 정취 (6) | 2015.06.12 |
[세계일주 D+32] in 태국 치앙마이 : 도이 수텝 대신 도이 사켓! (4) | 2015.06.12 |
[세계일주 D+31] in 태국 치앙마이 : 시내 토요시장 구경 (6) | 2015.06.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