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약 1년 전(2009. 9월경) 화곡동 모 호프집으로 거슬러 간다.
...
sia : 올해면 인턴 끝이다. 내년부턴 뭘 해야하지?;ㅁ;
서 : 나도 내년에 관둘 생각이야.
sia : 따로 계획 있음둥?
서 : 여행갔다 올 생각이야. 인도에...
sia : 대박! 얼마 전에 친구하나가 인도가고 싶다고 노래를 하던데ㅋ 요즘 많이들 가나보네~ 얼마나 가게?
서 : 3개월 정도? 내년에 할 거 없음 같이 가자ㅋ
sia : 난 해외여행은 생각도 안 해 봤고 돈도 없고 영어도 못하고 치아교정중이고... 블라블라(못가는 핑계 찾는 중)
서 : 외국 한번 나가면 시야 자체가 달라질걸? 인도는 생각보다 경비도 많이 안 들고 바디랭귀지도 있고... 블라블라(설득 중)
sia : 음... 2개월 정도면 가능할 것도 같고...(팔랑귀가 반 고흐 수준)
...
작가가 꿈인 서와 영화를 좋아하는 한량 sia는 알바를 하면서 알게 된 동갑내기 동네친구.
학생도 아니고 사회인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질풍노도의 20대 중반을 관통하는 그녀들이 만나서 하는 얘기야 현실에 대한 푸념 일색.
그런데 이날의 술자리 이후 지루한 일상은 설렘의 디데이로 카운트 다운된다.
인생은 우연과 우연의 마주침.
운명? 필연?
그런 건 없다. 다만 일상의 우연들이 부딪혀 삶의 궤적을 만들 뿐이다.
해외는 커녕 여행 자체에 흥미가 없던,
제주도가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비행기일거라 믿어 의심치 않던 내가
친구 서의 몇 마디 속삭임에 홀려
무려 인도, 그것도 배낭여행에 도전하게 된다.
친구에게 인도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않았더라면,
서의 행선지가 인도가 아닌 다른 곳이었다면,
다음해의 거취가 이미 결정됐었더라면,
무엇보다도 지금의 ‘나’에게 만족했더라면.
어느 하나 어긋났어도 영영 가지 않았을 그 곳에,
내 마음까지 홀랑 두고 와 버린 사연을 이제사 풀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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