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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road/2015 세계일주 in 인도

[세계일주 D+77] in 인도 다르질링 : 놈놈놈,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by 시아-★ 2015. 7. 26.
7/22 

그래 ㅋㅋ 오늘 다르질링이 맑은건 어제 안하던 된장질을 했기 때문이야 ㅋ

이젠 자연스럽게 끓인물을 대령해주는 친절한 싸이러스.
이집에 지내면서부터는 부러 고국에서 챙겨온 커피와 드리퍼를 제대로 써먹으며 모닝커피를 거르지 않는다. 
으아 행복한 아침이야.

싸이러스는 오늘이 적기라며 해피밸리 티가든(Happy Valley Tea Garden)부터 다녀올것을 권한다.

하지만 커피한잔 여유롭게 비우고 씻고 나갈준비하는 한시간동안 다시 깔린 구름 ㅜ
악. 또 타이밍을 놓쳤어 ㅠ

일단 나간다. 
그래도 비라도 안올때 차밭구경하는게 낫지않을까 싶다.
싸이러스가 알려준 길로 조금 내려가니 왼쪽 역방향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해피밸리티가든 이정표로 보이는 간판이 있다.
아래는 한치앞이 안보이는 구름.
1분 고민했나? 다시 발걸음을 돌린다. 오늘도 아닌거 같아.

로이지 보태니컬가든이나 가봐야지.
남쪽으로 오르다보니 약간 구름이 걷히는 것도 같고 ㅋㅋㅋ
으아 시아의 마음은 갈대여라.

일단 아침부터 때우자며 간단한 메뉴가 붙어있는 로컬 슈퍼에 들어간다 ㅋ
무려 뚝바가 20바트.
하지만 아직 개시하지 않았단다.
음... 뭘 먹지?
15바트짜리 알루 미미가 눈에 띈다.
알루야 감자인건 이미 아는 사실이고 미미는 듣도보도 못한 음식.
일단 도전해본다.

오메 ㅋㅋ 이거슨 ㅋㅋ
미미라는 아주 작은 봉지라면에 벌겋게 졸인 감자와 국물을 부어주는 여기식 군것질이었다.
뽀그리도 아닌것이 라면땅도 아닌것이 ㅋㅋ
여기에 뭔 소스를 더 얹어주는데 매콤한게 꽤 먹을만하다 ㅋ
미친듯이 맛있는건 아닌데 매운맛 때문인지 이상하게도 끝까지 바닥을 긁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하하 신기한 체험이었어.

내친김에 5루피짜리 짜이도 주문해본다.
다르질링은 짜이도 비싸다. 보통 10루피 이상.
간만에 5루피 짜이를 보니 반갑다.
소주컵보다 조금 큰 종이컵. 야박하구만.
그래도 내가 찾던 그맛이다. 진저향 맴도는 싸한 이맛이 그리웠더랬지.

만족스럽게 아침을 해결하고 나왔지만 구름은 그대로.
그래 결심했어! 티가든을 가자.
구름보다도 비가 안오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이렇게 미적대다간 다르질링에서 차밭 한번 구경못하고 돌아가는 수가 있다.

왔던길 돌아가기 싫어 근처 학교가 있는 내리막으로 과감히 돌진한다.
어차피 이 밑이 다 차밭아닌가. 가다보면 해피밸리가든도 나오지 않겠어?

민가가 밀집한 골목을 한참 내려가노라니 빨래터도 보인다. 이런광경도 처음목격하는 지라 신기방기.
이윽고 온갖 하수가 쏟아지는 구간을 지날땐 익숙한 인도의 화장실 똥내를 맡을수도 있다.
으아 이렇게 다이렉트로 자연으로 흘러보낸단 말인가.

그렇게 한참을 내려가다보니 눈앞에 펼쳐지는 차밭.
여기가 바로 티가든이구나.
아직 덜 가신 구름으로 약간은 신비로운 분위기마저 감돈다.
나쁘지 않아. 맑은 날 닿았다면 또 다른 청량감이 있었겠지만 광활한 차밭을 한눈에 누렸겠지만. 이런분위기 또한 색다르다.
남은시간동안 맑은 날이 허락된다면 다시한번 들르고싶은 곳이다.

안개낀 차밭 사이에 걸터앉은 세명의 고딩이 보인다. 저거 딱봐도 농땡이 포스다 ㅋ 어딜가나 요런 놈들있지 ㅋㅋ

걔중 한명이 말을 건다. 
네팔리에요?
하하하 아니 나 한국사람이여 ㅋ

생김새가 자기네와 비슷해서 그렇게 생각했단다.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ㅋㅋ 괜찮아 ㅋㅋ

다시 갈길가려는날 붙잡고 자기가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은데 한국어 몇개만 알려달란다.
그래 내가 다르질링의 한국 전도사가 되갔어 ㅋㅋ

짧은 인연을 마무리하고 용기내어 사진하나 찍어도 될는지 부탁을 해본다.
천성이 어디가서 아쉬운 소리 못하는 외골수라 어떤면에선 참 피곤하다.
끙끙 앓다가 돌아서기도 일쑤고 행여 실례될까 싶으면 내 욕망을 자제하는 쪽을 택한다.
여행자에게 남는게 사진이라는데 같은의미에서 이런종류의 부탁을 꺼리게 된다. 이런 바보같은-_

막상 사진찍으려고 보니 이 셋이 아주 다들 훤칠하구만 ㅋㅋ

저리로 더가면 팩토리가 나온단다. 땡큐. 잘있어 애들아~

정말 머잖아 해피밸리 차공장 발견.
출입구 표지판을 보니 무료로 공장 견학을 할수 있단다. 올레.
부담없이 공장 안으로 진입한다.
비수기 시즌이라 그런지 한산하다.
방문자를 보자마자 버선발로 뛰어나오는 직원.
네팔리로 보이는 귀엽고 친절한 그녀의 설명과 함께 다르질링 홍차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돌아볼수 있다.
이 해피밸리로 말할거 같으면 다르질링에서 가장 오래됐고 가장 높은 고도에 위치해 있으며 가장 작은 티팩토리란다.
오호라 내가 잘 찾아왔구나~
공장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풍겨오는 향긋한 홍차내음.
운좋게도 차잎을 건조하고 선별하고 잘라내는 공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수 있었다.

공장 내부는 사진촬영이 불가하다.
견학이 끝나면 샵에서 직접 홍차를 구입할수도 있다.
결코 구매권유를 하지 않는다. 필요하면 따로 얘기하면된다.

평소에 오리지날 홍차보다는 커피나 밀크티를 즐기던 시아지만 참으로 흥미로운 체험이었다.

견학을 마치고 나오니 그새 안개가 많이 걷혔다.
이렇게 된 이상 바로 메인로드에 올라가긴 아쉽다. 공장바로 옆 오르막길로 가면 힐 카트로드와 바로 이어질테지만 차밭을 좀 더 즐길 수 있는 길을 택한다.
그렇게 가다가다보니 또다시 마을.
마을길을 따라 쭉올라가면 동물원까지 닿을것만 같다.
정식 명칭은 패드마자 나이두 히말라얀 줄라지컬 파크(Padmaja Naidu Himalayan Zoological Park)
사실 동물원 구경에 100루피를 투자해야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고민이 된다. 벵갈 호랑이를 볼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지만... 여느 여행자들이 원하는 특별한 경험이겠지만 시아에겐 그렇게까지 흥미거리가 아니다. 동물원 내부에 H.M.i(Himalayan Mountaineering Institute)라는 박물관도 있다는데 역시나 본격적인 트레킹엔 관심이 없는지라 별 감흥이 없을것 같다.
혹여나 히말라야 등반이나 트레킹에 관심있는 여행자라면 가볼만한 가치가 있는 장소기는 하다. 
암튼 입구에서 분위기 보고 입장여부를 결정할 예정.

그렇게 마을길을 거슬러 거슬러 올라가 큰 길가까지 올라왔지만 동물원가는 길을 못찾겠다.
정 못찾음 그냥 빙 돌아서 초우래스타까지 걸어가볼 심산이다. 이동네가 워낙에 길이 희한해서 가다가다보면 돌아서 그길이다 ㅋㅋ 
로컬 동네구경도 흥미롭다. 그러다 어느새 성요셉학교까지 다다른시아. 오메 많이도 걸어왔다.
경비아저씨가 정문앞을 지키고 있어서 차마 안으로 들어가진 못하고 아쉬운대로 철조망밖에서 찰칵.

그대로 가던길을 재촉한다. 
여기는 Tenzing Rock H.M.I.
암벽등반을 가르치는 곳인가봉가.
놓치지 않고 호객을 시도하는 한 아저씨.
저는 이건거 배울필요없어요~ 동물원 가려면 어떻게 해야돼요?

동물원은 이미 지났고 갈려면 돌아가서 케이블카를 타란다. 
굳이 ㅋㅋㅋ
가던길로 쭉가다보면 초우래스타가 나올거란다. 
넹 감사.

근데 네팔리라는 이 아저씨가 본격적으로 내 신상을 물어보며 대화를 이어간다. 이런거 다 받아주는 성품으로 별의 별 경우를 다 겪었어도 아직까지 냉정하게 끊지를 못한다.
이러고도 아직 큰 사기를 겪지 않았으니 참으로 다행. 

이 아저씨 신이나서 차한잔하고 가란다.
바로 옆에 차파는 로컬가게가 있다.
이 아저씨의 이름은 비어 스파티. 딱봐도 적잖이 오지라퍼다 ㅋㅋ
다르질링차를 얻어마시며 본의아니게 네팔어 교습을 받는다.

메루 남 비어스 파티 호. 이름이 뭡니까.

몰라이 다질링 몬 버유. 나는 다질링이 좋아요.

카스터쳐. 하우아유?

모란부츄. 아임 파인.

세이와로. 나마스테.

줌. 렛츠고.


새로운걸 배우는건 항상 신나는 경험임에 틀림없다.
생판 모르던 사람들과의 갑작스런 인연역시 혼자하는 여행의 묘미이기도 하다.

슬슬 배가고프기도 하고 갈길도 멀어보이고 슬슬 마가떴을때 일어나려하는데 초우래스타까지 직접 안내를 해주겠단다.
오미... 부담스런데...
이 아저씨는 한사코 지금 비수기라 자기 시간 많다며 동행을 자처한다.
휴... 알겠어요. 가시죠.

그렇게 이 아저씨의 안내를 받으며 근처 명소 이곳저곳을 들르게 된다.

Roy Villa.
이름 모를 산속의 내츄럴사원.
일명 티가든이라는 로컬 다르질링 티 판매 노점들이 즐비한 곳에서 또 차한잔 마시고.

심지어 말로만 듣던 티베탄 자활센터(Tibetan Refugee Self Help Center)까지.
여긴 정말 흥미로운 곳이다. 시내에서 한참 떨어져서 그렇지 올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티베탄들이 이곳에서 직접 수공예품을 만드는 모습을 지켜볼수 있고 판매숍에서 바로 물건을 사갈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들른곳은 슈러버리 나이팅게일 파크(Shrubberry Nightingale Park).
입장료 10루피에 잘조성된 작은 공원이다. 쉬어가기 좋은 장소다.
날좋을땐 공원옆으로 난 샛길로 내려가면 시킴과 히말라야 전경을 바라볼수도 있다. 
시아는 살짝 구름 걷혔을때 칼림퐁과 시킴 정도만 볼수 있었다.


사실 초반에는 이렇게 훈훈했다.
너는 좋은 친구라느니 다시 다르질링에 오면 꼭 자길 찾으라느니. 
그가 운영하는 홈스테이 얘기며 에베레스트 2번의 등반 자랑이며 나쁘지 않았다.
덕분에 길 안헤매고 숲길을 만끽했으며 혼자라면 가지 못했을 곳을 안내받기까지 했으니까.

그런데 나중에 니가 원하면 자기와 같이 숙소를 운영하자느니 약간 뉘앙스가 새기도 하고 점점 어깨에 손을 올리거나 손을잡으려는 시도가 잦아지면서 심히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한다.
으아 ㅠ 진짜 인도남자들 반이상은 정말 이렇다.
혼자있는 여자 여행자. 특히 동양인은 너무 쉽게 생각한다. 우리가 외로워서 떠돌아다니는 줄 아나. 암튼 사고방식 자체가 우리상식과 다르달까.

그렇다보니 심심치 않게 인도에서의 성폭력 피해담이 올라오고 있기도 하고 그래서 여자혼자 하는 인도여행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게다.
사실 이런것만 빼면 혼자하는 인도여행도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다. 밤늦게 돌아다니지 않고 무릎보이는 의상은 피하고. 대략 그정도다.
낯선이의 호의를 절대적으로 무시한다면 시아가 겪는 이상한 경험을 99.9프로 피해갈 수 있다.

암튼 이쯤되면 시아도 웃는게 웃는게 아니고 빙썅(빙그레 썅)이 된다.
이 아저씨 날 이리저리 더 끌고 다니려 마구 플랜을 읊고 내일도 가이드를 해주겠다며 약속을 잡으려 하지만 거짓약속은 못하더라도 거짓말로 이 아저씨를 보내기로 마음먹는다.
이미 아니다 싶었던 시점에서 다른 일행이 있다고 뻥치기도 했었다. 곧 친구와의 약속시간이라며 이별을 고한다. 
처음엔 친구한테 연락해서 약속을 미루고 저 아래 템플만 보고 가라며 붙잡았지만 더 단호하게 선약이고 난 약속을 지켜야겠다 어필하니 대충 내가 피하려는걸 눈치챈건지 아님 내 말을 납득한건지 더 이상 별다른 제스쳐없이 돌아갔다.

휴... 어마어마하게 걸어다녔더니 또다시 심신이 지친다. 또다시 먹는걸로 이 허기를 달래기로 ㅋㅋ
이미 시간은 4시. 점심때가 한참지났다.
인증된 맛집 초우래스타 쵸키네로 향한다.

이시간에도 작은 테이블이 이미 차있다 ㅋ
그래도 이 한몸 끼일 자리는 있다 ㅋ
오른쪽에 옹기종기 앉은 세 청년이 한국말을 읊조린다.
오메 이게 얼마만의 한국인이여 ㅋ
여기껏 한국인을 봐도 먼저 아는척을 해본적이 없다. 비사카파트남 공항 이후 인도에서 처음만나는 한국인들 아닌가. 반가운 마음에 먼저 말을 뗀다.
세분이서 여행중이세요? 저 여기서 한국인 처음봤어요 ㅋㅋ

한명은 다섯달째 인도여행중. 나머지 둘은 꼴까따에서 3주동안의 봉사활동을 마치고 다르질링으로 왔단다. 곧 고국으로 돌아간다는 이들은 기차표를 못구해 바라나시행을 포기하고 다르질링에서 요양중이란다 ㅋ
꼴까따에서 이미 지옥을 맛보고 ㅋㅋ 시름시름앓다 왔다며.
아진짜 거긴 안가길 잘했네 ㅋ
꼴까따도 혼자 다니는 여자들 많이 봤단다. 밤에만 나가지 않음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다고.
하지만 하루 만원 경비로는 절대 생활이 안될거란다. 싼거찾아 로컬음식 시도했다간 바로 병날 정도의 위생상태를 자랑하는 곳이란다.
무질서 비상식. 혼돈을 맛봤다는 그들. 진정한 인도를 느끼고 싶다면 그리로 가보란다 ㅋㅋ
아 진짜 이 친구들의 애환이 그대로 전해진다 ㅋ
이친구들도 쵸키네 단골인데 뚝바맛에 반해서 오늘은 묵혀놓았던 소주를 챙겨왔단다.
오메 기꺼히 한잔 받아 마시는데 포도맛이 난다 ㅠ 으아 내몸이 원하는 술.
이게 무슨 금욕생활이란 말인가. 한국에선 하루가 멀다하고 술퍼마시고 노래방 다니던 나의 유흥은 갔다 ㅠㅠ

늦게서야 시아가 주문한 칠리제육볶음면(80루피)이 서빙된다. 
이 얼마만에 맛보는 돼지고기란 말인가. 큼직큼직 넉넉한 양에 시아 입맛에 딱이다.
제육볶음밥도 맵싸하니 제법맛있다 한다.
무엇보다 진한 닭육수의 뚝바가 일품이라니 내일 도전해봐야겠다.

식사를 마친 세청년은 이제 차를 마시러 간단다.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싶다는 이들. 여기서 제대로 휴양 즐기고 귀국하시길.

만족스런 식사를 마치고 ㅋ 바로 맞은편 노점에서 20루피짜리 치킨 사팔라이?를 사서 입에 베어문다.
쵸키네에서 호떡이라 이름붙인 메뉴. 거기선 30루피. 확실히 노점이 좀더 싸다. 대신 요즘같은 우기에 바삭한 식감을 기대하긴 어렵다. 금새 눅눅해지니까 ㅋ
10루피 더 주고 쵸키네에서 먹는것도 나쁘진 않은 선택이다 ㅋ

그냥먹긴 밍밍하니 꼭 칠리소스를 발라와야한다 ㅋ
이정도면 굳이 비싼돈주고 프라이드 치킨모모 사먹을 필요 없겠다 ㅋ
이건 호떡이라기 보다는 대형사이즈 군만두에 가깝다.

싸이러스와 초우래스타에서 7시반에 만나 같이 돌아가기로 했다.
아무래도 야타 사건이후로 걱정이 되는지 아예 직접 마중나오기로 한 모양이다.

아직 시간은 꽤 남았지만 광장 벤치에 앉아 쉬면서 기다리기로 한다.
피곤하다고 하루 미뤘더니 에피소드 많은 이놈의 다르질링 스토리가 너무 길어서 감당이 안된다.
이렇게 짬날때 언능 써놔야지.

그렇게 얼마지나지 않아 시아에게 말을 거는 또 한명의 인도청년.
한국인이라니 넘 반가워한다. 자긴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다며 ㅋ
으아 진짜 다르질링에선 잠시도 내시간을 가지기가 힘들다. 
내가 진짜 이노무 꽃보다 남자를 가만두지 않으리 ㅋㅋㅋ

그렇게 비벡이라는 여기 학생과 친구가 된다. 여자의 육감이라면 이친구는 예의 엄한 의도로 접근하는 건 아닌것 같다. 딱 어제 만났던 여고생같은 한국인에 대한 호기심과 선망이 보인다.
내일 학교 끝나고 직접 가이드를 해주겠다는 이친구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내일 1시반에 초우래스타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작별인사를 나눈다.
디제이가 되는게 꿈이라는 대학생. 같은또래 낯선 여자들에겐 얼어서 말도 못붙이는데 나하고 말하는건 편하다며 스스로를 이상한 사람이라 표현한 순박한 청년.
난 일단 이 친구를 믿어보기로 했다.

이윽고 싸이러스와의 조우. 난 같이 밥먹고 들어가자는 줄 알았더니 이미 먹었다네 ㅋㅋ 허허.
우산하나 더 챙겨오는 매너남 ㅋㅋ
이래서 나는 싸이러스가 참 편하다 ㅋ
돌아오면서 이 친구를 만난 이래 가장 긴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오늘 만난 나쁜아저씨와 한 청년에 대한 이야기.
싸이러스는 다르질링에서 자꾸 이상한 일에 얽히는 날보고 또다시 놀란다.
아무래도 혼자다니는 외국인 여자를 쉽게 생각하는 남자들이 많은게 사실이고 니 말투가 부드럽기 때문에 더더욱이나 쉽게 생각할거라며 굳이 일일히 다 받아주지 말란다. 그럴필요 없다고.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잘 안돼 ㅜ

싸이러스에게도 시아는 첫 동양인 여자 게스트. 그는 나의 첫 싱글남자 호스트다.
요즘 별 일에 엮이면서 또 자신감을 잃고 마음 다치고 누군가에게 맘 열기가 쉽지 않다.
편치않은 심리상태 덕에 영어울렁증도 다시 도진다.

이런 날 보며 싸이러스도 의아했나보다. 자기가 받았던 게스트 중 가장 조용하다며 ㅋ 니가 어떤상태인지 도저히 알수가 없단다. 말로는 괜찮다는데 엄청 심각해보인다며.
으아... 내가 그랬구나. 허허허

딴건 설명하기 어렵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영어공포증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다.
싸이러스의 업이 학생가르치는 교수가 아니던가 ㅋ
선생님 답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물론 다 아는 얘기지만 그래도 힘이난다.
니 영어구사의 30프로는 썩 괜찮단다. 나머지 70프로는 점점 연습하고 공부하면서 채워갈 일이라고. 겁먹지 말라고. 자기 학생들도 처음엔 백지장이었지만 지금은 농담도 주고받는다며 처음부터 완벽하려 애쓸필요 없단다.

이디엄에 대해도 설명해준다.
말그대로 해석하면 절대 알아듣지 못할 몇가지 표현들을 전수해준다.
니가 이 이디엄들만 알아챌수 있음 퍼펙트라고 ㅋ
영어소설도 읽어 버릇하고 팝송을 들을때도 가사를 이해하려 노력하라고 ㅋ
예써 ㅋㅋ

그려. 내 여행인데 내가 위축될게 뭐가 있는가. 여행은 항상 즐거워야한다. 스스로를 가두고 있던 보이지 않던 껍질을 깨고나온 느낌이다.
쓰잘데기 없는 걱정에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지 말자 ㅋ
즐기기에도 모자란 나의 소중한 이번 여행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