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broad/2015 세계일주 in 태국

[세계일주 D+44] in 태국 끄라비 : 뇌우 뒤에 굳어진 우애

by 시아-★ 2015. 6. 22.

 

6/19

 

뜬금없지만 44일간의 여행 도중 분실물품을 나열해 볼까?

가장 심각했던건 환전해논 경비 절반과 카드가 들어있던 복대 ㅋ 물론 다시 찾았더랬지.(하노이-사파 이동기 참조)

그리고 머리빗, 침낭, 운동화...

 

아니... 머리빗이야 그렇다 쳐도 도대체 침낭이랑 운동화는 어떻게 흘려버릴수 있는 건지 잃어버린 본인조차 이해할 수 없다며.

하필이면 또 보유하고 있는 짐 중에 배낭과 핸드폰 다음으로 젤 값나가는 것들이다. 허허허

트레킹은 다한건가...-_

 

그런데 여행중에 잃어버린 게 비단 물건만은 아니다.

사람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동물이렸다. 호모미스테익스라고-_;

슬아와의 불화는 끄라비 도착과 동시에 다시 불씨를 피웠다.

난 이번 여행으로 인생 최고의 베프였던 슬아와의 우애를 잃을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그것도 아주 하찮은 이유로 말이다.

 

한숨이 절로 나옴... 오늘 여행기도 무자게 길어질거 같어;ㅁ;

 

 

장거리 이동으로 모두 피곤한 가운데 우리의 시아는 체크아웃 시간 전에 옮길 숙소를 알아보기 위해 잠든 동생과 조카를 숙소에 남겨두고 홀로 거리로 나선다.

어제 슬아가 미리 검색해둔 세군데 숙소를 비롯해 냉장고가 있는 500바트 미만의 방을 찾으라는 지령을 받았다.

지금은 비수기니까~

 

거짓말 조금 보태서 끄라비타운 곳곳을 이잡듯 뒤졌지만(무슨 시장조사 나온 줄;;) 우리가 원하는 옵션을 만족하는 방은 없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지금 묵는 방보다 나은 컨디션을 기준으로 했을때 에어컨 룸이 최저 650~950바트 선.

팩업 호스텔 맞은편 끄라비 그랜드 호텔 에어컨 룸이 550바트. 미니냉장고도 딸려있다.

방 컨디션은 지금 숙소보다 조금 낡은 정도긴 한데... 300바트 더 주고 옮길만한 메리트를 찾지 못했다.

탁구대가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발견했지만 아쉽게도 공동욕실.

개별욕실이 딸린 에어컨룸은 크기에 비해 가격이 저렴했지만 확실히 낡은 느낌이다. 

내 욕심에 여기로 옮기자고 했다간 쌍욕듣기 딱 좋겠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패쓰.

 

별다른 소득 없이 패잔병마냥 풀이 죽어 방으로 돌아간다.

경과보고를 들은 슬아는 어쩔수 없다며 체념한듯 하지만... 수건없고 습한 지금 방이 너무 마음에 안든단다.

성격상 어디가서 내 편의가지고 요구하는 걸 잘 못한다.

그런데 이게 어디 나 혼자만의 문제인가. 동생과 조카가 지켜보고 있다.

쥔장에게 조심스럽게 방을 옮겨달라 부탁한다.

습도를 설명할 길이 없어 구글 번역기로 겨우겨우 방상태를 설명한다.

쥔장 아저씨 이번에도 쿨하게 다른방 열쇠를 건네주신다 ㅋㅋ

지하이긴 한데 반지하라 볕이 들어온다. 조금 나은거 같긴한데... 휴지가 조금 축축한거 같기도하고... 차라리 위층방을 달라고 부탁한다.

그렇게 올라간 3층방. 그래 여기네~

슬아도 여기는 괜찮단다. 한시름 놓았다.

시아는 무엇보다도 와이파이 속도가 빨라서 좋다. 태국 역대 최고 급이다.

 

우리가 묵게 된 끄라비 타운 숙소의 자세한 정보는 어제의 포스팅을 참고하시라~

[세계일주 D+43] in 태국 끄라비 : 숙소 구하기가 가장 힘들었어요;ㅁ;

 

 

결정장애 자매에게 식사메뉴 정하는 것 만큼 곤욕이 없다.

라오스때부터 여행 루트와 식사메뉴는 거의 슬아에게 맡기다시피 했더랬다.

내딴엔 어렵게 나선 여행길 하고 싶은거 먹고 싶은거 맞춰주려는 배려였는데 슬아에겐 적잖이 스트레스였던 모양이다.

워낙 식도락 여행과는 거리가 먼 생계형 여행을 고수해오던 터라 확실히 신경을 못쓰긴 했다.

이제부터 나더러 미리 메뉴 정하라며 어제 밤 엄포를 놓았다.

당일치기 시험준비도 아니고 이건 뭐 당장 먹을지 끄라비 맛집 공부를 시작하고 있다.

급한대로 태국 여행의 정석, 태사랑 지도를 찾아 훑어본다.

슬아야. 덮밥먹으러 갈까? 

 

어제 저녁도 심하게 버릇없이 굴었던 새별이. 오늘 아침에도 어지간히 슬아속을 썩인다.

(시아)"새별이는 여행다니면 다닐 수록 성격버리는 거 같어."

(슬아)"그러니까... 다른 아이들은 여행다니면서 더 좋아(성숙해)진다던데..."

 

애초에 어린아이를 데리고 하드코어한 배낭여행을 감행한 것 자체가 어른들의 이기적 욕심이었을지도 모른다.

모르긴 몰라도 한 달 이상의 해외여행 경험이 이 아이의 인생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 영향이란 것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길 바랐던게 어른들의 이기였지...

 

숙소 밖으로 나가지 않겠다는 새별이를 어르고 달래 겨우 바깥빛을 본다.

하루일정의 시작이 점점 늦어지는 건 우리의 나태함도 한몫하지만 새별이가 좀처럼 바깥에 나가길 거부한다는데 있다.

 

그래서 우린 움직일때 마다 스트레스에 휩싸인다.

워낙 가까운 가족이니 짜증섞인 말도 난무하기 일쑤.

 

식당까지 가는 길에 오토바이 렌탈 가격을 알아보며 오간 사소한 불화로 시아는 설움이 복받친다.

나는 지네들 위한답시고 아침부터 두시간 가까이 이 동네 숙소 다 뒤지고 돌아와도 고생했단 한마디는 커녕 머슴 부리듯한다는 생각밖에 안든다.

아무리 내가 지금 밥 얻어먹고 다니는 처지라지만 이 여행에서 새별이가 가장 우선돼야 하는 것도 당연하지만 가끔 너무하다 싶을때가 있다.

아무래도 나에겐 애가 없는 탓이겠지. 경험한 자만이 이해할 수 있달까.

 

식당에서도 기분은 안풀리고 서러움에 목이 막혀 밥을 안먹겠다니 슬아도 열받았는지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린다.

그렇게 나와버린 우리는 큰소리 몇 번 주고받다가 틀어져버렸다.

그동안 몇 번이나 티격태격하던때와 다르다.

진심으로 틀어졌다. 성인이후로 처음 슬아에게 '야'소리를 들었다.

 

내딴엔 동생과 조카에게 주는 선물이라 생각하고 동행한 여행이었다.

애초에 따라오겠달때 말렸어야 했다.

까대고 무시해도 한국에선 그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던 자매였다.

그래서 당연히 더 즐거울거라고만 생각했지. 하지만 안오느니만 못한 동반여행이 되었다.

 

이런저런 사념에 잠긴채 배회하다가 그냥 숙소로 돌아간다.

아직 아무도 오지 않았다.

 

 

살면서 소름끼치는 우연들을 마주할때가 있다.

이럴땐 정말 인생이 드라마라면 그 주인공은 나구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띠링띠링 울리는 푸시알림음.

방콕에서 있었던 동생과의 트러블을 하소연한 여행기 밑에 댓글이 달려있다.

- [세계일주 D+37] in 태국 방콕 : 함께하는 여행, 전쟁의 서막

 

Jason Kim님의 솔직담담한 조언에 마음이 녹아내린다.

미우나 고우나 내 동생. 잔소리와 구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내 모자란 면을 섬세하게 챙겨주는 둘도없는 혈육이다.

당장 듣기싫은 말에 울컥하고 짜증으로만 받아들였다.

평소라면 웃고넘길 슬아의 디스를 타국 여행길에서는 왜 못받아넘기고 예민하게 반응했을까?

이상한 자격지심과 피해의식이 생겼던가보다. 나보고 따라온 여행길에 어리버리한 모습 보이면서 내심 자존심도 걸리고...

그러다보니 평소처럼 던진말에 그노무 자존심이 다치고 민감해지고...

못난사람~ 못난사람~

 

솔직히 동생 내외와 함께 할때부터 라오스와 태국은 내 여행이 아니라 여겼는지도 모르겠다.

아니야 그렇지 않아~ 함께하는 여행이야~ 라고 스스로를 몇번씩이나 다독이고 다스렸지만 이 여행은 온전히 동생을 위한 것이라 규정해버린것도 같다.

내 여행이 아니니 흥미가 떨어졌을 것이고 그게 슬아눈에 읽혔던거고.

왜 나만 아니라고 생각했을까 하하하

 

어쩌면 이 나이까지 함께하는 것, 공동체라는 것에 대해 잘못된 가치를 두고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관계는 희생이 있어야 원만해 진다고만 생각했다.

희생... 눈에 보이든 아니든 나는 내 주변의 관계속에서 희생하는 쪽을 택했다.

그게 가장 내 입장에서는 편한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

 

슬아와의 여행도 나에겐 희생이었다.

내가 하고싶은것보다 니가 하고싶은걸 해.

니가 원하는게 뭐야? 니가 먹고싶은건 뭐야?

 

더 나쁜건 그 희생에 대한 암묵의 보상심리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피해의식까지 생기고 민감해지고.

애초에 내 마음가짐에 문제가 있었다. 이제사 슬아가 원하는 게 무언지 알것도 같다.

슬아가 돌아오면 따뜻한 말부터 시작해야겠다.

 

 

 

후후후 하지만 슬아아 새별이가 숙소로 돌아오고도 한참동안 둘은 말이 없었다.

밀린 여행기를 쓰고 있었던 나는 하던일을 이어갈 뿐이었고

슬아는 새별이와 놀아주느라 바쁘다.

 

한참뒤에야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밥은 뭐 먹었어?"

"KFC 갔어. 근데 별로였어."

 

"나 돈좀 줄래? 뭐라도 사먹게..."

"저녁 안먹을거야? 좀있음 나가야되."

 

이럴땐 난 좀 남자사람(이런발언 위험하지만;;)같은 경향이 있다. 화해하는 방법을 잘 모른달까... 마음만큼 말이 안나온달까...

밥먹을테니 돈달라는건 대체 뭐야 ㅋㅋㅋ 내가 말했지만 참 얼척없다. 정말 배고프기도 했고 분위기를 좀 전환하려는 의도기도 했다.

 

당연히 의도처럼 분위기가 전혀 전환되진 않았지만 ㅋㅋㅋ

이렇게 시덥잖은 말이라도 트기 시작한다.

 

이제 뽑아논 돈이 얼마 남지 않았단다. 돈부터 뽑아야 한다.

4섬(4 ISLAND)투어도 하고싶단다.

 

그래그래 알아보러 나가자~

아직은 좀 분위기가 어색하지만 일단 다시 밖을 나선다.

 

숙소에 알아보니 4섬투어 롱테일 보트가 500바트. 것도 첨에 600부른거 왤케 비싸냐니 깎아준 가격.

600바트는 성수기 요금이다.

거기에 따로 Fee가 있다고 한다.

슬아는 입장료같은거 따로 낸다는 거 못들어봤다네.

다른데 더 알아보자.

 

이렇게 몇 군데 여행사를 더 알아봤는데...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최근(불과 몇일전)부터 4섬투어에 국립공원 입장료를 징수하기 시작했단다.

투어비용 이외에 400바트의 Fee를 지불해야 한단다.

여행사 아저씨도 이 사실을 얘기하면서 No good이란다. 오마이갓. 정말 No good이네요;ㅁ;

여행사 아저씨와 이상한 공감대를 형성하고서 안타까운 인사를 전한다.

 

어느 여행사를 가서 확인해도 마찬가지.

투어가격 협상이 문제가 아니라 400바트라는 추가 입장료를 지불하고서 4섬투어를 할 필요가 있을까?

끄라비에서 가격대비 가장 알찬 투어로 유명했던 4섬투어는 과한 입장료 바가지로 포기.

 

슬아는... 끄라비가 더 싫어진단다.

넘들은 도대체 여기가 왜 좋다는 거지?

비수기라 그런지 조용해서 좋긴 하다만... 역시나 시아도 무슨 매력인지 모르겠다.

 

 

암튼 나온김에 강변이라도 좀 구경할까?

 

 

 

주변 섬을 향하는 배들이 정박해 있는 선착장.

 

 

 

바로 옆에 매일 저녁 운영되는 먹거리 야시장이 선다.

 

 

 

 

 

독수리 모양의 조형물에서는 24시간 음악이 흘러나온다.

 

 

 

 

 

독수리 조형물을 중심으로 작은 공원이 형성되어있다.

 

 

 

사진이나 열심히 찍다가 돈이나 뽑으러 가기로.

 

 

이쯤에서 우리원체크카드(exk카드) 카시콘은행 ATM 출금방법을 소개한다.

몇 번이나 언급했지만 exk카드는 해외현금출금시 저렴한 수수료율로 달러 재환전보다 좋은 조건으로 환전이 가능하다.

현재 태국,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중국, 미국에서 이용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공식홈페이지 http://exk.kftc.or.kr/ 를 참고하시라~

 

아쉽게도 현재 태국에서는 카시콘은행(Kasikorn Bank(KBank))만 현지은행수수료가 무료다.

그마저도 7월쯤 수수료가 부과된다는 소식이다. 보통 제휴 은행은 50바트, 비제휴 은행은 150바트의 수수료를 뗀다.

 

 

우선 카드를 넣고

 

 

비밀번호를 입력한다.

6자리 입력을 요구할 시 원래 비밀번호 뒤에 00을 붙인다.

 

 

태국어를 모르므로 언어를 바꾼다.

 

 

한글은 지원이 안되므니다~

 

 

Withdrawal 선택

 

 

원하는 액수를 선택한다.

원하는 단위가 없을시 Key in other amounts를 선택해서 금액을 직접 입력한다.

참고로 우리원 체크카드의 경우 한화기준 30만원 이상 출금시 500원, 30만원 미만은 천원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수수료를 아끼고 싶다면 경비계획을 잘 세워서 한번에 출금하는게 이득이다.

 

 

 

 

금액을 선택했다면 Savings Account 선택.

이제 명세표와 돈이 나온다. 카드가 마지막에 나오는데 까먹지 말고 챙기시라~ㅋㅋ

 

 

현재시간 6시. 금~일 야시장이 선다는 보그(Vogue)백화점 옆길과 뒤편 공터에 벌써 야시장이 들어섰다.

그런데 새별이가 낮에 봤다는 옷을 먼저 사달라고 아우성이다.

 

 

 

야시장이 서는 보그백화점 뒤편에 자리잡은 아동복 전문점.

 

 

어딜가나 요노무 신상이 문제야.

제일 앞에 걸린 분홍색드레스가 마음에 들었던 새별이는 사이즈가 큰게 문제가 아니라 그냥 이 옷이 갖고 싶단다.

그래 내년까지 입어라~

슬아는 새별이를 위해 거금 480바트를 기꺼이 지불한다.

100바트 밥값에는 벌벌떠는 그간의 여행을 생각하면 실로 커다란 지출이다.

주인언니는 우리가 외국인이라고 바가지 씌우는게 아니라며 옷의 재질과 퀄리티에 대해 재차 강조한다.

너무나도 친절한 이언니가 우리한테 거짓말할 것 같지도 않을 뿐더러 한국에서는 16,000원에 이정도 드레스 사지도 못한다.

무엇보다 새옷을 갈아입은 새별이가 신나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며 왜 진작 안사줬나 싶다.

 

옷을 사는 동안 해가 뉘엿뉘엿저물어가고 야시장은 그새 몰려든 인파로 북적인다.

여기서 뭘 사더라도 이미 야시장 중앙 무대앞에 마련된 테이블을 잡기는 무리인 것 같다.

오늘은 그냥 나가서 먹기로.

 

 

보그백화점 맞은편 인도에 덮밥과 누들 등을 파는 노점이 모여있다.

그 중에 가장 손님이 많아보이는 맨 왼쪽 집에서 주문을 한다.

 

 

 

 

시아는 족발덮밥(카우카무), 슬아는 돼지고기덮밥. 각각 50바트.

 

족발덮밥은 기본 간장간이 의외로 밍밍한데 같이 주는 빨간양념(고추기름에 뭔가 섞은듯)을 섞으니 엄청나게 맛있다.

돼지고기덮밥도 올려주는 돼지고기 고명이 적은게 흠이지만 밥 자체에 약간 간이 되어있어서 맛 자체는 훌륭하다.

덮밥에 내어주는 국물도 무를 넣고 끓인 육수라 그런지 시원하고 맛있다.

 

슬아는 이제 끄라비가 점점 좋아진단다.

나도 너의 밝은 얼굴을 보니 조쿠나.

 

맛있는 저녁식사로 한결 기분이 업된 셋은 디저트까지 때리기로 마음을 모은다.

 

 

 

 

 

보그백화점 앞. 매일 저녁시간즈음 장사를 하는 로띠집.

어제 저녁에 현지인들도 줄서서 먹는 모습을 보고 궁금하긴 했더랬다.

 

영어메뉴가 없는 관계로 주문하는 거 자체가  일이다 ㅋㅋ

몇 번 들락날락하고 나서야 알게된 사실이지만 여기 로띠 종류는 플레인, 크리스피, 바나나. 요렇게 크게 세가지.

우리가 먹고 싶은건 걸레마냥 찢어발긴 크리스피 로띠인데 주문받는 아줌마가 영어를 못하시고 밀린 주문 챙기느라 바쁘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뭐라도 하나 달라고 하고 얼마나 걸리나 물어보는데 30분이 걸린대 ㅋㅋㅋㅋ 지금이 피크타임이었구나 ㅠ

포기하긴 아쉽다. 야시장 둘러보고 오기로 하고 아주머니에게 30분뒤에 찾으러 오겠다고 말했는데 제대로 알아들은건지 영 찜찜하다.

 

아니나 다를까.

30분뒤에 돌아가 보니 여전히 로띠가게는 인산인해.

우리주문은 들어가지도 않은 모양 ㅋㅋㅋ

다시 옆에서서 하나 해달라고 할 참인데, 마침 우리 옆에 혼자 온 여행자도 영어주문이 쉽지 않은지 애를 먹고 있다 ㅋㅋ

이집은 태국말 못하는 외국인 여행자는 아주 찬밥취급이구나 하는 차에 옆에서 들려오는 나지막한 한국말.

오메 한국분이셨어요? 옆에서 주문하느라 욕보던 여행자도 한국인이었다 ㅋ

저희도 지금 주문이 제대로 안돼서 애먹고 있었어요 ㅋㅋㅋ

 

옆에서 얼쩡거리는 외국인들이 영 귀찮았는지 저기 앞에 앉아서 기다리라는 아줌마.

네, 알겠습니다;;

 

로띠집 앞 플라스틱 의자에 옹기종기 앉아 서로의 여행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캄보디아와 태국만 40일째 여행중이라는 그녀는 이제 여기도 지긋지긋하단다.

아노낭에 1주일, 라일레 1주일, 이제 끄라비 타운으로 넘어왔단다.

일주일 뒤면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그녀. 여기도 지겹지만 한국가기도 싫다네 ㅋㅋ

정말 신기했던건 남편 두고 혼자 배낭여행을 왔다는 사실.

그게 가능했어요? 남편분이 정말 쿨하시네요~

그냥 서로 터치를 안한단다. 좋은건지는 잘 모르겠다며.

우리가 볼땐 엄청 부러운 사실. 슬아가 여기까지 혼자도 아니고 애데리고 나따라 나선다는 것도 보름간의 부부싸움끝에 쟁취한 결실이다.

 

근데 삼십분이상 떠든 것 같은데 왜 아직도 로띠는 소식이 없는거냐며 ㅋㅋ

이런거 재촉하는거 안좋아하지만 지금 입이 한둘이 아니니 다시 총대를 메본다.

 

ㅋㅋㅋㅋ 역시 우리 주문따윈 잊은거였니?

우릴 보자마자 이거 하나 먹을거냐는 아줌마 ㅋㅋ

네!! 그거맞아요. 그거 주세요!

정말 우리거였는지 얻어걸린건지 마침 갓구워나온 크리스피 로띠를 하나씩 받아나온다.

 

마침 테이블 하나가 막 비었다.

 

 

자리를 잡고 시식을 시작하는데!! 오메~ 너무 맛있다.

로띠의 정체성을 상실한듯한 걸레같은 비주얼과는 달리 바삭바삭한 과자같은 식감을 자랑하한다. 거기다 듬뿍 얹어주는 연유의 달콤함은 그야말로 천상의 맛.

요리왕 비룡이 맛있는 음식을 먹을때마다 왜 그리 그림을 그려대는지 알것 같아.

내 머리위로 천국이 그려지고 있어ㅋㅋ

오늘하루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탓에 당이 떨어졌었나?

정말이지 적절한 당섭취다.

초딩입맛인 시아에겐 태국 최고의 간식.

 

맛있는 디저트와 함께 다시 대화는 무르익는다.

같은 듯 다른 길을 걷는 두 유부녀와 한 비혼녀의 결혼에 대한 각자의 속얘기도 거침없이 털어놓으며.

음... 그래서 전 결혼 안할라구요 ㅋㅋ

 

 

 

한창 대화에 집중했더니 앞에 놓여있던 주전자의 정체조차 확인하지 않고 있었다.

달디단 로띠하나 해치우고 나니 목도마른것이 입가심이 필요하다. 혹시나하고 주전자 안 내용물을 확인하니 따뜻한 차.

작은 잔에 따라 마시니 개운하고 깔끔하게 입안이 정리된다. 국화차 비슷한 맛인데 정체는 알수가 없다.

아무도 안마신다는걸 연거푸 혼자 두잔을 원샷하고 작별인사를 나눈다.

"남은여행 마무리 잘하세요~"

 

 

 

 

 

돌아가는길에 야시장 입구에서 새별이가 좋아하는 고구마 발견.

알이 작지만 냄새에 홀려 한봉다리(20바트) 싸간다.

 

 

방에가서 맥주나 한잔씩 할까?

안주없이는 술 안먹는 슬아는 야시장에서 10바트짜리 윙봉을 산다.

그 맛있다는 SINGHA(씽) 맥주 작은병 하나씩 뚜껑따가지고 빨대까지 꽂아온다.

 

 

 

오늘밤 조촐하게 화해의 술자리를 마련해본다.

 

 

리와 말의 과수원에서 하나 따왔던 망고.

이제야 좀 먹을만치 익었다.

 

워낙 망고를 안좋아하는 시아는 한입 물자마자... 역시 망고는 내 스타일 아니야 퉤 ;ㅁ;

차라리 안익은 망고가 낫더라며.

 

야심차게 사온 고구마도... 고국에서 먹던 그 맛만 못하다. 어떤건 심밖에 없다능 ;ㅁ;

 

 

"언니, 아까 야라고 한 거 미안해."

"아니야~ 나도 잘한거 없어~"

 

내가 희생해야 완성되는 여행이라고 생각했다.

사실은 서로가 서로의 빈자리와 역할을 채우고, 그래서 더 풍요로울 수 있는 여행이었다.

그걸 못난 시아는 이제사 깨닫는다.

이제야 정말 가슴으로 함께하는 여행의 진정한 의미를 알았다.

라오스부터 지금까지의 여정 모두가 내 여행이었음을.

내가 즐겨야 넘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일주일밖에 안남은 시점에서 사랑하는 동생과의 언제 또 올지 모를 장기여행이 내 인생에 주는 의미를 찾았다.

우리는 이렇게 더욱 애틋해지고 돈독해진다.

물론 여전히 빈틈많은 언니를 무던히도 갈구고 그런 동생에게 앓는 소리를 하겠지만 말이다.

 

슬아야 치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