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 D+58-59] in 인도네시아 메단 : 작별 뒤엔 새로운 만남이 있다

이어서 7/3


부킷라왕은 어땠어?

너무 좋았어~ 정글도 좋았고 3시간 트레킹에 오랑우탄도 봤어 ㅋ


오호 다행이다.

예정대로라면 시아도 내일 부킷라왕으로 간다.

딱히 내키지 않았던 여행지였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비행기는 3일 뒤로 예약했고 변경도 안된다.


안톤에게 부킷라왕 캠핑업체 연락처도 받아놨다. 정확한 금액을 듣진 못했지만 거기서 8명까지 조인하면 꽤 저렴하게 정글캠핑을 즐길 수 있단다.

정말 좋았던 여행지 중 하나라며 강추했더랬지 ㅋ


아직 비가 그치지 않아 저녁은 리아의 식당에서 해결하기로 한다.

미고렝은 실컷먹었던 시아는 밥을 주문했다.

겨우 비워내긴 했지만 이상하게 계속 속이 더부룩하다. 점심에 빵을 너무 급하게 먹어서 그런건지 느끼함이 남아서 그런건지 알수가 없다.


어제는 뭐했어??

자전거 타고 산에 오르다가 중간에 포기했어 ㅋ 넘 힘들었어 ㅋㅋ

안톤형제들이랑??

아니 ㅋ 혼자갔었어 ㅋ

이제 어디갈거야?

아마... 부킷라왕??ㅋㅋ

부킷라왕 갈거면 피낭바리스로 가면 되 ㅋ


식사를 마치고 거실에서 휴식을 취한다.

독일친구들은 리아의 노트에 작별편지를 남긴다.

매트리스위에 오르자마자 갑자기 두통과 피곤이 몰려온다.

그대로 고꾸라져 잠이 들고 말았다.


시아~ 시아~

리아의 목소리에 잠이깬다.

진심으로 더 자고싶은 맘이지만...


우리 뭐좀 마시러 갈건데 같이갈래?


오늘은 독일친구들의 마지막밤.

그래서 일부러 정든 또바를 뒤로하고 무거운 메단길에 올랐더랬다.

죽을거 같이 힘들어도 당근 따라가야지!!


두통은 좀 가신거 같긴하다.


리아 오빠의 차를 타고 이동한 곳은 인도네시아 첫날밤 행차했던 Warkop Elizabeth.

그중에서도 리아의 단골집.

주인 오빠들 구면이네요 ㅋㅋ


시원하고 상큼한게 땡겼던 시아는 오렌지 분말을 보자마자 저거주세요!
나딘은 시아가 첫날 마셨던 우유넣은 생강차를 요한나는 걍 생강차를 주문한다.

마지막 밤이지만 사모시르섬과는 다르게 라마단을 지키는 메단내에서 술은 금지다.


인도네시아 음식도 한국음식처럼 매운편이다. 확실히 유러피안들이 매운음식엔 약한가보다 ㅋ

요한나는 생강차도 맵다며 얼음을 들이붓는다.

얘네들이 거들떠도 안보는 각종 칠리소스는 항상 시아차지였었다 ㅋ


그리고보니 하이퐁에서 작은고추 먹고 얼굴 시뻘개졌던 기억이 떠오른다. 하나도 안맵다며 권하던 호아의 친척과 생강차도 맵다는 요한나에게 이게 뭐가 맵냐며 놀리는 내가 겹쳐진다 ㅋㅋ



근데 정말 몸은 피곤하고 오늘따라 더 얘네들 말을 못알아듣겠다. 딱봐도 상태 안좋아보이나봉가.


시아, 괜히 내가 깨워서 어거지로 나온거 아니야??

아니야~ 아까 갑자기 두통이와서 잠깐 자고있었어~ 지금은 괜찮아 ㅋ


리아가 또 묻는다.

이제 다음 계획은 어떻게 되?

아마도 부킷라왕에 갈거같아. 내일가려고 했는데 몸상태 봐서 하루 더 쉬다가 모레갈것도 같고. 확실히 모르겠어...


얘길듣던 요한나,

시아는 항상 maybe, I'm not sure 이라고만 해 ㅋㅋㅋ


그래 맞다 ㅠ 또바호수와 시바약화산만 바라보고 다른건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채 무작정 결정한 북스마트라 여행.

그러다 갑자기 파당에도 가고싶어졌고 입국 며칠전 비자면제가 시행됐지만 거기에 파당공항은 제외가 됐고 시나붕 화산활동 문제로 브라스따기 행이 좌절되고...

거기다 시작부터 체력이 많이 떨어져있던 상태였다.


덕분에 인니에선 매일매일이 계획과 취소의 반복. 머릿속은 스케쥴문제로 복잡한데 쉬이 정리는 안되고 ㅋㅋ

누군가 물어오면 아마도? 음.. 확실히 모르겠어... 줄곧 이런대답만 해왔다 ㅋㅋㅋ


"맞아 ㅋㅋ 난 매일매일 복잡해 ㅠ"


"어제 또바호수에서 영국애를 만났었는데 말이 너~무 빠른거야 ㅠㅠ 절반이상은 못알아들었어 ㅜ"


ㅋㅋㅋ 다들 그때의 내 모습이 상상이 간다며 코스프레를 한다.

아~ 음? 아~ (백지표정) ㅋㅋㅋㅋ

맞아 ㅋㅋㅋ 그랬었어 ㅋㅋ


원래 영국에들은 말이 빠른편이란다. 그야말로 내이티브 스피커니까.

요한나들만해도 영어가 세컨랭귀지니까.

리아도 영국애들이 지 속도로 얘길하면 알아듣기가 힘들단다.

휴~ 앞으로 영국애들만나면 천천히 말해달라 부탁해야겠어.



마지막이라고 유독 많은 사진을 남긴 밤.

다들 신이났지만...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불편하게 자리만 채운꼴이 된거 같아 미안하기까지 하다 ㅠ 안오니만 못한것 같은 후회.

몸상태는 항상 생각지 못한 변수니까...



넷이 캡에 낑겨앉아 돌아왔다.

택시는 안보이고 야심한시간이라 흥정에 더 으름장을 놨던 기사.

인당 5천루피씩 주고 탈수밖에 없었다.

이미 경험해봐서 알다시피 메단의 밤거리는 꽤나 위험하다.

그나마 이게 라마단 기간이어서 덜한거라니 ㅋㅋㅋ

근데 첫날부터 느꼈지만 가로등은 폼이니? 왜 불을 안켜?ㅋㅋ



집에 도착하자마자 뻗어버린 시아. 이 정도면 내 소임은 다했다 ㅠ



7/4


아침 10시에 공항으로 떠나는 나딘과 요한나를 위해 8시에 아침을 먹으러 모두 밖엘 나섰다.


사실 몸상태는 크게 호전되지 않았다.

약간의 두통과 미열, 몸살기운이 있다.

오늘 부킷라왕은 포기.


독일친구들과의 마지막 아침식사를 위해 미니버스까지 타고 찾은곳은 Soto전문점.



국밥같은 느낌이다. 고기 종류는 선택할 수 있는데 우리는 모두 믹스를 주문한다 ㅋ

속이 좋지않았던 시아는 인도네시아에서 처음으로 탄산음료를 주문한다.

스프라이트에 의존해 겨우겨우 밥을 삼키던 시아는 결국 반절이나 남겼다. 평소라면 있기 힘든일이지 ㅋ

리아는 아무래도 어제 비맞고 온것때문에 그런것 같단다.
음... 감기몸살일 수도 있겠군.


시아 짐의 두배는 돼보이는 배낭을 앞 뒤로 멘 저먼친구들. 휴~ 정말 대다나다!

공항까지가는 담리(DAMRY)버스의 종점 프라자메단페어까지 배웅을 나간다.

진짜 마지막 인사를 나눌 시간이다.

"항상 몸조심해~"

"너희도 즐거운 여행되구 ㅋ 몸조심해~"


너희들이 있어서 인도네시아 여행이 더 즐거웠어 ㅋ

부디 좋은 사람들 만나서 남은 두달 행복한 여행이되길...


그 둘을 보내고 리아와 단둘이 돌아가는 길.

오늘은 집에서 요양하는 걸로 정리를 한다.

약이 필요하냐는 리아.

약은 아마 있을건데... 생강차 살데가 있을까?


테이크 아웃을 생각하다 까르푸까지 와버린다 ㅋ

완제로 파는건 역시 없고... 분말로 된 걸 찾아낸다.

5개들이 6,400루피.


집에 가자마자 뜨거운물에 타서 마시자.

등허리를 중심으로 땀이 솟구친다.

생강의 싸한 기분에 몸이 좀 풀리는 느낌.

이러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감기몸살이 아니라 체끼일수도 있겠다 싶다. 두통도 그것때문일 수 있다.

안타깝게도 소화제는 미쳐 챙겨오지 않았던 시아. 내 위를 너무 과신했다. 나이 생각도 좀 ㅋㅋㅋㅋ


약은 포기하고 그냥 자기로 한다.

소화도 안되는판에 점심은 무슨 ㅋ

이럴땐 그냥 잠이 최고여 ㅋㅋ


진짜 한참을 숙면.

일어나서 생강차 한잔을 다시 흡입한다.

아쉬운대로 두통약이라도 복용.


리아가 저녁밥을 건넨다.

면이긴 하지만 담백해서 먹을만하다.

정말이지... 리아가 아니었다면 이 하루가 얼마나 외롭고 서러웠을까.

이렇게 편하게 몸조리를 할 수 있다는데 감사하다.
졸지에 병자를 받은 리아 ㅋ 수시로 불편함이 없는지 체크한다.
난 분명 복받은 사람이다 ㅋㅋ


땀을 쏟아냈으니 한바탕 샤워를 마치고 짐을 꾸린다.

내일 부킷라왕으로 간다면 바로 공항으로 가야하기 때문이다.

남은 일정이 타이트하다.


그사이에 리아의 친구 둘이 식당에 와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아니따와 일라카리나.

이 친구들은 같이 반다아체 여행계획을 짜러 모였단다.

반다아체는 인도네시아 북단 해안도시다.

다이빙을 즐기기 좋은 아름다운바다로 우명하단다. 메단에서 20시간 걸린다는 게 함정 ㅋ 최소 3박4일은 필요하다.

낼 모레 비행기타야되는 시아는 애초에 포기했던 장소다.


리아가 대신 남은 일정과 계획에 대해 설명해준다.


부킷라왕에 가겠다며 정보를 구해본다.
"거긴 왜가게?"

"남은 시간동안 갈만한데가 거기밖에 없어 ㅠ"

"부킷라왕에 꼭 가고싶은게 아니라면 당카한(Tangkahan)은 어때?"


엥 거기가 어디야?

급 구글링을 해본다.

북 수마트라의 숨은 파라다이스.

코끼리를 볼 수 있는 또 다른 국립정글이다.

이 친구들의 말에 의하면 부킷라왕보다 당카한이 더 좋았단다.

똑같이 피낭바리스에서 3시간 반정도 버스를 타면 갈 수 있는곳.


그렇게 시아는 당카한으로 급 계획을 변경한다.

귀얇은 즉흥여행자입니다 ㅋㅋ


이렇게 결정하고 나니 아니따가 함께 가주겠다며 급 당카한 여행플랜을 짜기 시작한다.


아니따의 제안.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엔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차를 렌트해서 당일치기 여행을 하자.

아침에 출발해서 정오경 도착.

점심먹고 튜빙.

저녁먹고 다시 메단으로.


오케이 하자마자 일사천리로 차 렌트 예약을 처리하고 기사로 리아의 오빠가 섭외된다 ㅋ

거기에 아니따의 친구 2명이 동행으로 붙었다.

실로 엄청난 추진력이다 ㅋㅋ


이렇게 마지막까지 혼자와서도 혼자가 아닌 인도네시아 여정 ㅋㅋ

난 정말 행운아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