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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road/2015 세계일주 in 인도

[세계일주 D+122] in 인도 쉼라 : 짧은 만남, 긴 여운

by 시아-★ 2015. 9. 7.

9/5

오늘 밤엔 암리차르로 간다.
이왕 뱅기표 문제로 일정 밀린거 맥그로드간즈에 들렀다 갈까도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심지어 7일에는 달라이라마가 티칭도 한다는데.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긴 하지만 종교에 관심이 없는 시아에겐 열길 제칠정도의 동기는 못된다.
시아가 맥간을 좋아하는 이유는 장기여행지의 조건을 충족하는 몇 안되는 산간마을이기 때문.
사람좋고 물가 저렴한 편에 음식도 맛있고 마을이 아주 작지도 크지도 않아 마실다니기 부담이 없고 조금만 나가면 하루짜리 트레킹 코스도 있고 폭포도 있다.
이러니 다시 가고싶을 수 밖에.

그런데 결국 맥간행을 포기한건 그리 길지않은 세계일주 여정의 두달 가량을 이미 인도에 할애하는 바람에 앞으로의 일정이 빠듯해졌으니.
이미 갔던 좋았던 곳을 다시 찾는건 쉼라나 마날리 정도로 만족하고 미지와 우려의 나라 파키스탄행을 서두르는게 맞겠다 결정한다. 매도 빨리 맞자 그런 심정?ㅋ
파키스탄의 훈자까지 가는 여정도 시간이 만만치 않다 들었다. 라다크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넉넉하게 입국해서 쉬엄쉬엄 올라갈 생각이다.

암튼 그래서 오늘이 쉼라의 마지막 날.
아침엔 아시쉬를 만나기로했다. 다르질링에서 잠깐 인연이 닿았던 카우치서퍼. 쉼라오면 꼭 연락하라더니 얼마나 바쁜지 얼굴 한본 보기도 어려웠다. 물론 그쪽 입장에선 심카드 없는 시아와 연락하기도 빡셌겠지 ㅋㅋ 그렇게 시간을 못맞추다 오늘이 드뎌드뎌 떠나는 날이니 아침시간을 서로 비운것.

메인 광장인 더 리지(The Ridge)에서 상봉. 아시쉬는 10시엔 출근해야 한단다. 진짜 시간이 별로 없네.
벤치에 앉아 수다를 떠는데 어째 오늘은 그간의 여행이야기를 하다보니 거진 내 얘기.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해하니 또 내얘기 ㅋ
아시쉬는 곧 지금 직장을 정리하고 올해말이나 내년초에 부탄 여행부터 다녀올거란다. 부탄 막 갈수 있는 인도인이 부럽다 ㅜ 부탄은 정말 가난하면 진입조차 할수 없는 나라라는거. 뭐 밀입국해서 하루 자고나온 일본 청년 얘기도 들었지만 ㅋㅋ 담에 도전?ㅋㅋㅋ

담달부터 유럽일정에 들어가는 시아. 물론 카우치 서핑을 할 예정이지만 더더욱이나 카우치 서핑을 이용하라 당부하는 아시쉬.
아시쉬는 시아처럼 도보여행을 즐기고 여행의 가치척도와 질이 경비의 적고많음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동의해주는 친구다.
날 만난 이후에 몇몇 친구들에게 이런애도 있다고 얘기한 모양 ㅋ 내가 만난 다른 엄청난 여행자들 얘기도 해주고 싶은데 영어가 약해서 ㅠ
그런데 아시쉬 왈, 처음 만났을때보다 영어가 많이 늘었다며 감탄한다. 오 정말? 듣던 중 반가운 소리.
다르질링에서 도대체 얼마나 영어를 못했던건가 싶기도 하고 ㅋㅋ
동포들이랑 만나서 같이 다닐땐 현저히 감떨어지는데 혼자 다닌지 며칠만에 다시 감찾고있다. 이럴때 바짝 공부해야하는데. 황금사원에서 달려야겠구만 ㅋㅋ

출근시간의 노예 아시쉬와 작별인사를 나눈다. 인도에서 만난 몇 안되는 괜찮은 남자사람이었다.


숙소로 돌아가 짐을 꾸리고 체크아웃부터 한다.
오늘 조식은 하이드아웃 카페에서 라주앞으로 달아놓기로 ㅋㅋ 고... 맙다 ㅜ 여기 솔까 비싼데 ㅠ
심지어 블랙퍼스트 메뉴 젤 싼게 99루피인가 하는데 아무래도 이런거 먹고 양도 안찰거 같아 180루피짜리 베이컨과 계란후라이가 들어간 샌드위치 같은걸 시킨다. 정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거ㅜ
라주야 미안하다;ㅁ; 꼭 한국와라ㅋ 치킨쏠게 ㅋㅋ 참고로 라주는 베지테리안이죠 퐈 ㅋㅋ

와 근데... 이거 비쥬얼보소. 메뉴판에 써져있는 설명보고는 이거 뭐 누구코에 붙이겠냐 했는데 대박이다. 그래... 180루피니까 허허.
심지어 엄청 맛있음. 걍 99루피짜리 시켰어도 괜찮게 나왔을것 같다는 늦은 후회가 밀려오지만 어쩔수없지 ㅜ

얼마있다 라주가 도착한다.
오면서 암리차르 버스 시간도 알아본 모양이다. 밤버스가 9시반. ISBT 일명 뉴버스스탠드에서 간단다.
차비는 버스에서 내면 된다는것 같다. 오키 땡큐.

제임스 기다릴겸 다시 더 리지로 나간다.
로컬버거 먹어봤냐며 극장 바로 뒤 간판없는 식당에서 베지버거 하나를 시켜주는데. 맛이 썩 괜찮다.
아주 맛있게 잘 먹었네 ㅋ

곧이어 제임스와도 제대로 상봉.
어제는 개인적으로 처리할 일도 많아 바빴다고.
음... 소심한 시아는 괜히 내 추억팔이하자고 바쁜사람 붙들고 있나도 싶고. 라주가 진짜 특이케이스지. 잊지않고 때마다 연락해서 안부를 물어왔으니. 제임스와는 초반에나 메일좀 주고받다 그당시 영어의 한계로 ㅋㅋ 끊긴지 오래였응께. 메일 하나 쓰는데 반나절 잡아먹을 정도의 영치였음 ㅋㅋ

암튼 그러니 얘도 가이드하면서 수많은 인연을 맺었을거고 친구가 한둘이 아닐텐데 반대로 시아에겐 5년전에 사귄 몇 안되는 인도인 친구니까.
결국은 이번 만남도 내 욕심으로 어거지로 성사시킨거나 다름이 없다.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좀 미안하니 위축도 되고 이것들이 막 나빼고 힌디로 떠드는데 뭔말하는지도 모르겠고 흥.

제임스는 라자스탄에서 배송붙인 바이크가 쉼라에 도착하는대로 디노부부와 함께 라다크 여행을 한단다. 것도 두달동안. 참 휴가 길구나~ 부럽다잉.
이번이 라다크 처음이란다. 내가 선배네 ㅋㅋ 근데 얘네는 바이크타고 가니 딱히 줄 정보가 없네 ㅋ
그래도 부럽다. 나도 다음엔 바이크나 배워서 여행다닐까보다 ㅋ 음... 근데 돈은 어디서 나온다니?ㅋㅋ 퐈 ㅋㅋ
꿈이나 꿔보는거지 ㅋ

음... 너무나 할말이 많았는데 점심먹으러 다시 하이드아웃 카페에 간다. 여긴 뭐 아지트여 ㅋ 시아는 버거먹고 배불러서 다른거 안시키고 콜라만 한병 들이키는데 얹힌것 마냥 속이 안좋네 이런_-
너무 연달아 샌드위치랑 버거를 흡입해서 체했나.

근데 내가 라주를 막 신뢰할 수가 없는게 은근 장난인지 뭔지 알수 없게 뻥을 좀 친단말이지.
초반에 라다크행 좌초될뻔한거야 라주딴엔 도와줄 방법을 찾아 엎어진거니 기대한 바대로 안됐더라도 이 친구탓할일은 아니다. 쉼라에서 지내는 동안 엄청 신경써준것도 사실이고.
근데 그런거 말고 자잘한 장난질이 좀 거슬린다.
처음에 인도에서 만나기 전에 채팅상으로 제임스가 날 기억못하더라는 말도 했었고 ㅋㅋ 직접 확인해보니 제임스는 그렇지 않다고 하는데 라주한테 다시 물어보니 그게 아니고 나랑 친구 서를 헷갈려했다고 대답하는데 이것까지 제임스한테 또 물어보기 그래서 진위확인하진 않았다 ㅋ 어차피 애초에 내가 보고싶었던거라 중요한 문제도 아니었고.

근데 제임스가 첫 실연을 겪고나서 이제 플레이보이마냥 나쁜남자가 됐다느니 그런말을 하는데 없는데서 친구험담하는것 같아 좋게 보이진 않았다.

그리고 제임스가 이번에 여자친구와 같이 올지 안올지 모르겠다고 얘길해서 또 그런가보다 했었지.

라주한테도 이미 얘기했었지만 제임스에게 호감이 있던건 어릴적 얘기고 지금은 단순히 추억때문에 보고싶은거지 아직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잘해볼 생각도 없다고.

아 정말 구구절절 재미없는 얘기 읊고앉았다 ㅋㅋ

암튼 걍 밥먹으면서 가볍게 던진 이야기로 살짝 공황이 왔다.

제임스 니 여자친구는 라자스탄에 살아?
음? 나 여자친구 없는데.
응? 라주가 있다 그랬는데;;;

뭘까. 라주 이 거짓말쟁이를_-
라주는 나한테 장난치는게 재밌다며 그동안 여러번 사람 빡치게 하기도 했었는데 아 뭐랄까 좀 바보된거 같기도 하고 이 어색해진 분위기가 수습이 안되네. 며칠전 술먹고 고장났던 위도 수습이 안된다.

밥먹고서 밖엘 나가는데 일어서니 더더욱 위에서 고통이 밀려온다.
신이주신 위장은 무슨. 한번 탈나고 나니 자꾸 이러네 ㅜ 이제 과식은 금물.
속이 불편하니 더 대화가 힘들다.

제임스도 원래 말많은 스타일이 아닌데다 어렵게 한마디 꺼내서 얘길하면 옆에서 라주가 힌디로 얘기해서 대화끊기고 흥.

이렇게 5년만의 만남은 짧았고 얄팍했다 ㅋ
페북으로 계속 연락하기로 하고 작별인사를 나눈다.

제임스를 보내고 또 라주와 남았다.
오늘따라 쉼라에 사람이 많은건 주말이기도 하거니와 스승의 날에 인도의 수많은 신중의 하나인 크리슈나의 생일이기 때문이란다. 탄신일이었군 ㅋ
여기저기 희한한 공연이 시장골목에서 펼쳐지고 크리슈나의 사원은 인산인해다.
이번 인도여행은 축제운이 많구만 ㅋㅋ

아픈배를 이끌고 한참돌아다니니 시간이 좀 지났다. 이제 해지기전에 버스타러 가야지.
라주는 서에게 줄 선물을 전해달라며 짐챙겨서 아지트로 와달란다.

그렇게 배낭찾으로 숙소가는 길에 결국 한차례 개워내고 만다. 아오 진짜 며칠이나 됐다고. 인도 토순이가 되었네그려 ㅜ
잘 수습하고 아무일 없었다는듯 짐챙겨 다시 라주를 만난다.
서에게 준다는 선물은 팔찌. 잘 어울릴것 같구만.

라주와도 작별이다. 내겐 감당하기 벅찬 장난꾸러기 친구. 신세 너무 많이 졌다.
모든게 다 고마웠어 잘지내~
파키스탄까진 꼭 연락해. 인도, 파키스탄은 넘 걱정된다.

ㅋㅋㅋ 파키스탄은 그렇다치고 지네나라도 걱정됐었다니 ㅋㅋ
겪어보니 그럴만도 ㅋ


최근 잦은 구토로 힘들었을 시아의 위를 위해 바나나를 선물한다. 6개에 25루피.

그리고 올드 버스스탠드에서 뉴 버스스탠드로 가는 버스에 오른다. 요금은 7루피.

ISBT에 도착해서 물어보니 2층에서 9시반차 타란다.
올라가서 물어보니 19:45, 21:30차가 있단다.
떨어질 시간 생각해서 9시반차나 타려고 앉아서 기다리는데 버스알아보러 나갔다가 만난 인도인이 옆에까지와서 몇시차탈거냐 묻는다.
막차탈거예요.

근데 차장이와서 인도인과 블라블라 이야기하는데 9시반차 없단다. 헐 뭥미_-
곧 7시 45분. 배낭메고 확인하러 오르내실수도 없고 차장이 다음차 없다는데 믿고 타야지 뭐.

그런데 다른것보다 자꾸또 다가오는 이 인도인이 싫다. 내가 인도에서 낯선 남자 경계병이 생기기도 했다만 말을 할때마다 얼굴을 들이미는 사람을 부담스러워하지 않을 이가 얼마나 될까.

근데 아니나 다를까 버스에서도 넘 자연스럽게 내 옆에 앉아.
자기 찬디가르 가는데 나보고 거기 같이 갔다가 버스타고 암리차르를 가래.
싫다고 했더니 왜 싫냐고 묻는 이 황당함 ㅋ
그럼 제가 다시 물을게요. 왜 제가 거길 들렀다 가야되는데요?

적절한 타이밍에 차장이 돈받으러 온다.
쉼라ISBT - 암리차르 7:45pm 일반버스(2*3) 373루피.

인도막판. 그동안 이상한 애들 만나서 경고차 거의 대부분 언급했지만 하도 많아서 좀 빼먹기도 했을정도니 여자 혼자 인도여행이 얼마나 피곤한지 아마 주욱 따라오신 분들은 이해하시리라.

하지만 멀쩡하고 친절한 인도인 남자들도 아주 많다. 그런 하나하나는 상대적으로 모두 언급할수 없었으니 부디 인도엔 이상한 남자들만 있다고 여행을 포기하는 이가 없길바라는 마음에서 굳이 사족을 붙여본다.

오늘 여행기는 바람직하게도 오늘 이 암리차르가는 버스안에서 작성중 ㅋ
밥먹기는 아직 걱정이돼서 찬디가르 버스스탠드 정차중일때 큰맘먹고 구입한 40루피짜리 음료수를 것도 아껴마시겠다고 찔끔먹고 옆에 두었는데 ㅠ
버스 급 드리프트하는 바람에 열려있던 앞문으로 굴러떨어져버린다.
이래서 아끼면 똥된다고 ㅜ
걍 단숨에 원샷해버릴걸.

차장아저씨 내음료수 길위에 방생하고 난뒤에야 앞문을 살포시 닫아주시니 이거참_- 쿨한척 그냥 음료수였다며 웃어넘기지만 나 지금 다른쪽 배가 너무 아프다 ;ㅁ;

그래도 내내 신경쓰이던 음흉한 미소의 인도인이 아까 내려서 이제 맘놓고 잘수 있음 ㅋ
낼봐요 암리차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