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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road/2015 세계일주 in 인도

[세계일주 D+123] in 인도 암리차르 : 웰컴투 황금사원

by 시아-★ 2015. 9. 7.

9/6

암리차르가는 이 버스는 중간에 본네트 열듯이 운전석 옆 바닥을 들어내며 손을 보질 않나 떠나갈듯한 굉음을 내며 질주한 끝에 10시간이 채 못된 오전 5시 반이 조금 넘어 버스스탠드에 도착한다.

황금사원까지 불과 3km.
이정도 거리면 너무나도 가뿐해서 당연히 걸어갈건데도 버스 하차할때부터 무슨 먹잇감을 발견한 하이에나 떼처럼 릭샤왈라들이 주변으로 몰려든다.
같이 내리는 현지인들은 찬밥이다. 외국인이 이들에겐 절대호구니까.

여느때처럼 사원가는 방향만 물어보고 갈길을 간다.
그래도 웬간한 지역은 걸어갈거니까 방향만 알려달라하면 잘 일러주는 편인데 여기는 우선 릭샤타라고 법썩이다.
하필 지금 버스에서 내린 외국인이 시아뿐인지라 더 필사적인것 같기도 하다.

이쯤되면 또 짜증이 치민다.
오프라인 지도 어플을 꺼내보니 왠일로 GPS가 바로 잡혀준다.
이제 아쉬울것도 없이 직진이다.

거진 2키를 걷는동안 노릭샤를 얼마나 외쳤는지 모르겠다.
노라고 해도 달려드는 릭샤왈라들한텐 화를 낼 수밖에 없다. 아니 길건너고 있는 교차로에서 옆으로 치고 들어오니 사람잡을 일 있나_-

"안타! 안탄다고!"

어차피 노라고 해도 달려드니 이럴땐 그냥 한국말로 화내면서 소리친다. 얘가 화났다는거 정도는 알아채고 제발 돌아가라는 의사표현.

다 먹고살자고 이러는거 아는데... 하나하나 참고 받아주기엔 두달가까이의 인도여행은 나에게 성깔을 주었지.
릭샤왈라한테까지 성추행 당하고 난 이후로는 이제 무조건 웃음부터 주지 않는다.
좋은게 좋은건 내 신변 보장될때나 적용될 이야기.

선량한 일꾼들에겐 죄송합니다.

와. 입구에 들어서니 사원앞 광장은 이미 빼곡히 노숙중인 이파로 가득하다. 이른시간부터 사원안으로 입장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황금사원만 찾으면 만사오케이라고 생각했건만... 외국인 도미토리가 도대체 어디있는지 찾을수가 없네.
신발 보관소에 물어보니 여자 혼자는 템플스테이 못한다는 황당한 대답이 돌아온다.
아니 그럼 내 주변에 황금사원에서 잤다는 사람들은 다 남자니? 아님 날 남자로 보고 여기서 묵을 수 있다고 한거니?

아무래도 서로 의사전달이 잘 안된거려니 다시 차근히 도미토리를 찾아본다.
마침 사원 입구를 서성이는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주는 인상좋은 시크교 할아버지.
오른쪽으로 쭉가면 밥이랑 차를 준다고 ㅋ
템플스테이도 물어보니 그건 모르겠으니 저기가서 물어보란다.
그렇다면 일단 밥부터 먹지뭐 ㅋㅋ

6시반 뿐이 안됐는데도 공원에선 벌써부터 무료 배식을 하고 있다.
이런 풍경이었구나.
하얀수염 덥수룩한 인자한 인상의 할아버지들이 그릇을 나눠주며 배식을 하고 있다.

늦었지만 황금사원으로 말할것 같으면 시크교의 총본산.
시크교가 뭐냐하면 네이거나 구글링 해보시라 ㅎㅎ
세계에서 5번째로 큰 종교란다.

주관적인 사견으로는 시크교도 이슬람 못지않게 사원을 참 화려하게 짓는듯 하다.
5년전 인도 여행때도 아마 마운트 아부였던것 같은데 시크교 사원 방문하고 그 아름다움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시아처럼 템플스테이를 할 요량이 아니더라도 황금사원(Golden Temple)은 건축물로만 따졌을때도 방문가치가 있는 아름다운 공간이다.

정방형의 요새 안, 잉어가 뛰노는 호수위에 떠있는 황금으로 지어진 사원이라니 이 얼마나 신비로운 광경이란 말인가 ㅋ


그런데 일단 시아는 사원구경이고 뭐고 숙식해결이 더 급선무 ㅋ
배낭메고 두리번 거리는 시아를 보고 어떤이가 대번에 한국인이냐 묻는다.
"네 맞아요."
"웰컴 투 골든템플^^"

이렇게 미소를 주고받으니 마음이 한결 더 놓인다.
안전지대에 온듯한 편안함이라니.

정체모를 노란색 죽을 한그릇으로 모잘라 두 그릇 흡입하고 짜이도 세잔을 마신다.
오메 인도전역에서 맛 본중 최고의 짜이로구만. 은은한 민트향이 감도는게 진정 아침을 깨우는 차한잔이다.

이른시간부터 생각치도 못하게 체크인도 전부터 ㅋ 든든한 조식을 챙겨먹고 진짜 본격적으로 여행자 무료 숙소를 찾아 나선다.
사원을 둘러싼 공원을 빙둘러 시계반대방향으로 걸어나서 보지만 방문객이나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 말고는 관계자로 보이는 이가 없다.
뭔 사원이 이렇게 큰지 한참을 걸은거 같은데도 이제사 사각형의 첫 꼭지지점 ㅋㅋ

터번 두른 아저씨들과 눈이 마주치고 그들은 시아의 도움을 갈구하는 눈빛을 읽어낸다.
영어소통이 잘 되는 동네는 아니라 어렵게 어렵게 외국인 전용 무료 도미토리에 가고 싶다는 의사를 전한다.
지나가던 몇몇이 더 달라붙어 상의와 토론을 거치고 난 뒤에서 한 분이 직접 길을 안내해 주겠다고 나선다. 올레ㅠ

내가 제대로 반대로 돌아온게 맞구나 ㅋ
조식을 먹었던 공원의 정확히 반대지점이 시아가 찾던 무료 템플스테이 건물이다.

* SRI GURU RAMDAS JI NIWAS

여기가 여행자를 위한 무료 숙소가 제공되는 건물.
사원들어가는 입구를 바라보고 왼쪽 신발보관소와 가방보관소까지 지나 화장실과 식당이 있는 외부로 나가 다시 오른쪽 방향 게이트를 찾아 들어가면 첫번째 유료 숙소를 지나 네스카페 다음 건물이다.

말로 설명하는게 더 어려워 ㅋㅋ
차라리 스리 구루 람다스 지 니와즈를 메모해서 온다면 정확히 안내받을 수 있으리라.
외국인 도미토리라고 하면 잘들 모르더라.

건물로 직진하면 왼편에 외국인 전용 숙소라는 표지가 붙어있는 문이 보인다.
보통 그 문 앞에 담당자가 앉아있어서 여기 묵고싶다하면 잘 안내해 준다.
더울땐 안에 앉아있기도 하니 아무도 없다싶음 자신있게 문열고 들어가시라.

숙소는 듣던것보다 훠얼씬 훌륭하다.
총 21개 정도의 베드가 마련되어 있다. 개별방으로 3베드씩 5개룸에 오픈된 공간에 6베드.

나름 룸에는 락커로 쓸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개인 자물쇠 채워서 사용하면 된다.
방마다 팬이 하나씩 달려있고 콘센트는 단 하나씩이라 눈치껏 사용하면 된다.
내부에 작은 샤워공간이 있으며 온수가 제공되지만 화장실은 없다.
나가서 건물 공용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
오픈 공간에는 무려 에어컨이 달려있다는 거.
심지어 찬물 콸콸 쏟아지는 정수기도 있다.

운나쁘면 베드버그도 만난다는데...
피곤함에 일단 아침단잠을 즐긴 시아의 자리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정도 시설에 관리라면 모르긴 몰라도 아마 옛날얘기지 않을까 싶다.
관리자들이 수시로 왔다갔다하며 체크에 청소에, 심지어 요청하면 와이파이도 사용할수 있다!

이정도면 무료라고 하기엔 너무너무 훌륭한 안식처. 마음이 동한다면 꼭 기부를 실천하시라. 이곳은 그렇게 유지 운영되고 있다.


아침잠으로 피곤은 물리쳤겠다 이제 점심을 먹으러 가볼까아?
드디어 사원 안으로 들어가본다.
사원 내부로 들어가려면 3가지를 지켜야 한다.

① 신발과 양말을 벗는다. 주변에 무료 보관소가 많으니 꼭 맡기시라. 내부가 넓어 한번 돌아보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② 머리를 가린다. 이미 스카프 등이 있어서 이용할 수 있다면 아주 좋고 입구에 보면 작은 두건이 담긴 바구니가 비치되어있으니 그걸 활용해도 된다. 따로 돈 들일 필요는 없다.
③ 마지막 관문이다. 입구에 고여있는 물에 발을 적시고 나서야 내부로 입장할 수 있다. 발에 물 묻히기 싫어서 우회하려다가 적발되면 얄짤없이 담궈야 한다 ㅋ

오홍 ㅎ 일요일이라 그런가? 사람도 많고 규모도 큰 편이다.
그에 비해 호수에 떠있는 황금사원은 기대보단 작은 느낌.
그런데 확실히 뭔가 고급지다.
1층 정도 높이는 황금을 사용하지 않았다능.
황금사원 내부로 들어가려는 인파가 어마어마해서 차마 같이 줄설 엄두가 나진 않는다.

무료 급식소가 있다는 반대편을 향해 돌아간다.
사원입구로 들어서서 왼쪽으로 코너 한번 꺾으면 곧 무료 급식소 건물이 나온다.
아마 식판닦는 소리 때문에라도 여기구나 싶을거다.

한쪽에는 짜이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있고 건물 입구에서부터는 식판을 나눠주고 있다.
사원밥 맛좀 볼까?

식판, 물그릇, 숟가락을 받았다면 준비완료.
아직 12시가 채 안됐는데도 점심식사를 하려는 인파가 꽤나 몰려든다.
뭔가 질서정연한 안내에 따라 2층으로 따라 올라간다.
내부가 정리될때까지는 복도에서 대기해야 한다. 청소가 끝나면 식사를 할수 있는 홀의 문이 곳곳에서 열리고 기다리던 식솔들이 우르르 안으로 쏟아져 들어간다.

방석마냥 깔려있는 장판 위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배식이 시작된다.

달, 사브지, 짜파티, 밥, 코코넛 졸인듯한 죽 그리고 물.
양이 모자라다면 배식요원들이 왔다갔다할때 놓치지 말고 손짓하시라.
공짜 밥이지만 인심만큼은 후하다.
확실히 짜파티는 역대급으로 맛없지만 ㅋㅋ 나머지 음식들은 훌륭한 편이다.
하루 평균 만명분 이상의 음식을 이렇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하니 놀랄 노자.

시교교도들에게만 성지가 아니라 시아같은 가난한 배낭여행자들에게는 진정 천국같은 곳이 아닐수 없다.
시크교의 창시자 구루 나낙이 유랑생활을 하며 입었던 은혜를 갚는다는 의미로 여행자들에게 무료 숙식을 제공하고 있는 거란다.
방문자의 종교 인종 나이 성별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제껏 입은 은혜와 호의를 나는 어떤식으로 돌려주며 살아야 할까?
라다크에서 삶의 방식에 대한 고민을 다시 시작했다면 황금사원에서 공짜밥을 먹으며 나누는 삶의 직접적인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아오 그런데 배부른 돼지가 됐나 뇌에 산소공급 안되는지 아주 단단히도 굳었네 ㅠ

아닌게 아니라... 넘 배불러서 일단 숙소 돌아가 쉬기로 ㅋ 어제 체해놓고 아직도 정신 못차림 ㅋ
사원에서 숙소 돌아가는 네스카페 맞은편과, 숙소 바로 옆에 보면 200ml짜리 탄산음료 미니 병을 단돈 6루피에 판다.
종류는 그때그때 수급되는 물량에 따라 바뀌는듯 한데 날도 더우니 엄청난 인파가 이리로 몰려든다 ㅋ
시아도 힘들게 기다렸다가 한병 사먹는다.
오늘은 인도 콜라 텀업. 인도와서 첨 먹어보는듯 ㅋ 약간 계피향이 더 나는 콜라맛 ㅋ 나쁘지 않다.

이렇게 시아는 넘들의 성지에 와서 배부른 돼지 노름중이다 ㅋ

저녁까지 같은 메뉴로 사원에서 해결한다.
사원이라고 방심하다가 또 이상한 넘들 여럿만나기도 하지만 대체로 평화로운 하루를 보낸다.

특히나 일몰의 황금사원 구경은 유유자적했던 오늘 하루 백미중의 백미.

으아 파키스탄 행 조금 미루고 여기 며칠 더 있고 싶구마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