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broad/2015 세계일주 in 인도

[세계일주 D+124] in 인도 암리차르 : 황금보다 빛나는 사람들

by 시아-★ 2015. 9. 9.

9/7

황금사원 템플스테이 하루만에 배부른 돼지가 된 시아.
8시가 넘어서야 기상을 한다 ㅋ
급하게 세수를 하고 아침밥 챙겨먹으러 나왔는데 어제의 공원은 고요하다.

음? 벌써 끝난건가? 아니면 일요일만 야외배식을 했을수도 있다.

아니나 다를까 사원 내부의 급식소는 여전히 분주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지않고 운영되는 모양이다.

우선 모닝짜이부터 한사발 들이킨다.
정말 여기 짜이는 역대급이다.
팁이라면 갓 끓여 민트향이 은은하게 남아있을 때가 최고로 맛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떫은 맛이 우러나와 그 맛이 덜하다.
문제는 갓 끓인 시간대를 맞추기 어려우므로 주는대로 먹을 수 밖에 ㅋㅋ
확실한건 오전에 먹는 짜이가 최고라는 거 ㅋ

어째 어제보다 오늘밥이 더 맛있는건 기분탓이려나? ㅋ
어제부터 느낀건데 참 무질서한듯 자리잡힌 질서가 보인다.
다들 기다렸다가 차곡차곡 밥 먹을 자리를 찾아간다. 일렬로 앉아 배식을 기다리면서도 그 누구하나 재촉하거나 밥 언제오나 두리번거리는 이 없다.
시아나 그 와중에 사진찍느라 바쁠뿐 ㅋ

식사를 마치면 하나둘씩 식판을 가지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대부분 식사가 끝날즈음 다음 배식을 위한 청소가 시작된다. 한쪽에서 물을 주욱 붓고 지나가면 후발주자가 밀대로 싸악 훔쳐낸다.

그렇게 모든이가 식사를 마치고 정돈까지 끝나면 다음 식사인원을 받는다.

식사끝나고 돌아갈때도 비슷한데 한쪽에선 숟가락을 걷고 그다음엔 식판과 물그릇을 걷는다.
내가 건넨 식판은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릴레이로 설겆이 장소까지 넘어간다.
일사분란한 장면이다.
그리고 안쪽에선 봉사자들이 식판을 닦아내느라 바쁘다. 식당 바깥부터 들려오는 철과 철이 부딪혀내는 굉음은 여기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다른 한쪽에선 마늘, 양파 등의 채소를 다듬는 봉사자들도 보인다.
어제는 너무 빼곡히들 앉아있어서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는데 지금은 좀 한산하다. 오케이!!

눈치보고 두리번거리다 마늘까는 그룹에 끼는데 성공!
지난한 마늘과의 사투는 시작되었다.
6쪽마늘이 축복이란 사실을 새삼느끼게 되는건 인도의 나노마이크로만한 미니어처 갈릭을 만났기 때문이다.

사람은 비교 대상으로 인해 행복과 불행을 넘나드는 비루한 존재니까 ㅋ

그래도 이왕 시작한거 양푼 한사발은 채우고 이자리를 뜨겠다 다짐한다. 거짓말 안보태고 정말 쌀알만한 크기도 수두룩. 이건 뭐 일한 티가 안나 ㅋㅋ 그래도 크기의 대소를 구분하지 않고 잡히는대로 꼼꼼히 껍질을 까바르다보니 어느새 반 정도 채워가는것 같다.
그나마도 중간에 계속 수거해가는 통에 이제 목표같은 것도 없다. 걍 무념무상으로 마늘까기 수행에 전념한다.
이거 정말괜찮구만 잡념이 끼어들 틈이 없다 ㅋㅋ

무아지경으로 마늘을 까대기 시작한지 한시간 반쯤 지난것 같다. 슬슬 청소하고 정리하는 분위기. 오전 노동을 일단락 지으려는 모양이다. 죙일하는줄 았았는디 괜히 아쉬워서 앞에 남은 마늘까지 품앗이 하며 확실한 마무리.
굉장히 보람찬 노동이었다 ㅋ 시크교도는 아니지만 시아도 수많은 자원봉사자들 사이에 끼어 밥값을 해낸다.

여기와서 아직 황금사원 내부는 구경도 못했지만 그보다 이런 대규모의 사원에 매일같이 방문객이 찾아오고 거기에 여행자들에 신도들까지 득실거리는 요새안에 희한하게도 질서가 잡혀있고 자발적인 봉사로 자연스럽게 이 모든게 굴러가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흥미롭다.

곳곳에서 자신의 포지션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맡은바 충실한 자원봉사자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황금사원에 머무르는 의미가 충분하다.

말은 이렇게 해도 ㅋㅋ 여까지 왔는데 골든템플 함 들어가봐야지.
호수위에 떠있는 호사스런 사원의 위용.
사원과 육지를 연결한 통로를 이용해 입장한다. 확실히 어제가 주말이라 방문객이 상당했던 모양이다. 오늘은 기다려서 들어갈만하다.

1층 벽면은 대리석으로 축조돼있고 위부터는 전부 황금빛이다.
정말 전체가 황금일지는 육안으로도 구분해 내기 어렵지만 건축물로만 봤을때도 충분히 관람 가치가 있다.

1층 내부엔 악사 둘과 가수 둘이 끊임없이 이내들의 찬송가를 뽑아내고 있었다. 스피커를 통해 전해졌던 무한반복 성가의 정체는 이곳에서부터 시작이었구나. 라이브였을 줄이야.
이미 기도를 올리는 신도들로 1층은 가득찼다. 한참 쌓인 헌금을 칼까지 동원해 쑤셔넣는 광경이 조금 이질적이다.
이걸 보면서 돈 찢어지는거 아니냐며 걱정이 되는 시아는 속물인가 ㅋㅋ

확실히 신도들의 헌금과 기부가 있으니 이 무한 반복의 나눔 시스템이 가능한거겠지. 물론 자발적인 노동력 기부도 포함해서 말이다.

어느 사원을 가서도 별 감흥없이 훅 둘러보기만했던 시아. 이상하게 여기는 정체모를 울림이 있다. 3층까지 올라가 쭉 돌아보고 내려온다.

무슨 갠지스강마냥 신도들은 이 호숫물에 몸을 담그고 잉어가 뛰노는 더러운 물을 마시기까지 한다.
이들에겐 이물이 성수인셈.

그냥 그늘에 앉아서 멍때며 사람구경하는 것만해도 지루하지가 않다.
바라나시에서 가트에 앉아 멍때리는것도 이런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

이번 여행 처음으로 색연필과 노트를 챙겨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데... 몇몇 구경꾼들이 좀 부담스럽네 ㅋㅋ 내가 미술에 조예가 있는 사람이면 모르겠는데 그냥 끄적거리는거라 좀 부끄럽다ㅋㅋ
결국 황금사원을 그려보겠다는 포부는 절반도 못마치고 포기 ㅋ

내일이면 인도도 안녕이다.
암리차르에서의 짧은 2박일정. 황금사원 라이프만으로도 이미 부족함이 없지만 파키스탄에서 쓸 가짜 결혼반지를 구할겸 바깥마실에 나서본다.
처음 들어올땐 새벽시간이라 미쳐 몰랐는데 많은 여행자들이 몰리는 지역이다보니 상권이 생각보다 더 활발하다.
서브웨이, 맥도날드, 피자헛, 미스터피자는 물론이며 각종 스낵바에 식당, 기념품 가게가 골목마다 빼곡.
릭샤에 각종 교통수단이 엉겨붙어 길건너다니는게 조근 고역이긴 하지만 한 번 휘 둘러다닐만한다.

싸구려 문방구 반지중에서도 쓸만한걸 솎아내려니 보통일이 아니네. 처음 들렀던 두곳에서 20루피를 부르는걸 보니 바가지 장사하는 느낌이 아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들른 한 곳은 대뜸 70루피를 부른다.
그래봐야 문방구 악세사리인데_- 사실 여기서 젤 맘에 들고 그나마 손가락만 얇은 시아 사이즈에 맞는걸 찾았는데 새배 이상을 바가지 씌우는데 깎아준다고 해도 마음에 안든다. 사이즈는 안맞아도 정직하게 장사하는 집을 다시 찾아가리라.

이미 해는 졌고 반지는 내일 해결하기로 하고 사원으로 돌아간다.
아침, 점심, 저녁 거의 매일 똑같은 메뉴지만 이 한끼마저도 거저가 아님을 알기에 감사히 먹겠습니다^^

시아는 오늘 하루 사원 짜이 9사발을 들이켰다.
여기 짜이 너무 맛있다 ㅜㅜ 그냥 지나갈수가 없어 ㅋㅋ

이래저래 황금사원은 잊지 못할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