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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샜다. 느릴지언정 와이파이가 잡혀주는 것만 해도 감사할따름이다.
그렇게 느린 인터넷과 씨름하며 다음 이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를 모으다보니 어느새 동이 튼다. 그래도 부족하다. 뭐 항상 그랬지 ㅎ 여기서 부족한 건 닥쳐서 헤딩할 수 밖에 없다. 이런 불편함에 익숙해져간다.
오늘은 혼자만의 프리타임을 갖는다.
내일을 위해서라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시내를 좀 둘러볼 작정이다.
여행자들이 모이는 타멜 마그 주위로 수많은 중국어 간판을 마주하게 된다.
정하씨 말에 의하면 지진 이전, 이 도시 외국인 절반이 중국인이었단다. 지금은 중국어 간판이 무색하게도 막상 이 거리에 중국인들은 얼마 남아있지 않다.
암튼 세계어딜가도 대륙의 흔적을 만나게 되니 이런저런 면에서 어마어마한 민족임엔 틀림없다. 대륙의 파워란 ㅋㅋ
여담이지만 이미 제주도 절반가까이가 중국인들에게 넘어갔다지 ㅋ 허허
아침을 먹을 만한 적당한 로컬 식당을 찾아보지만 쉽지 않다. 시아 나름의 로컬 헌팅 기준이 있다. 삐까뻔쩍한 간판은 피한다. 적절히 허름해 줘야 가격대가 맞는다. 현지인들로 적당히만 붐벼줘도 거긴 가성비가 어느정도 들어맞는 믿을만한 로컬이다. 노점도 마찬가지.
대충 사람들 모여있다 싶음 일단 가서 본다. 맛있어 보이거나 많이 먹는 음식. 저거 달라고 손짓만할줄 알면 제아무리 영어 안통하는 로컬 오브 로컬이라도 원하는 음식은 사먹을 수 있다.
간혹 하우머치조차 못알아듣는 상인도 만나게 된다. 그럴땐 계산기나 잔돈을 꺼내들고 금액을 확인한다.
사람살고 먹고사는 일은 어딜가나 비슷하게 통하는 것 같다.
그런데... 골목 구석구석 돌아다녀봐도 시아의 지론에 얻어걸리는 식당이 없다.
네팔은 외식문화가 없나 싶을 정도.
이른시간이라 그런가 노점도 찾아보기도 힘들다.
이미 타멜 물가수준을 접수한지라 갖춰진 식당에 들어갈 엄두는 안난다.
일단 광장 구경부터 하자.
카트만두에는 세개의 광장이 있단다. 지진 이전만 해도 카트만두 여행자들이 즐겨찾는 여행지로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그중에서 시아가 찾은 곳은 타멜에서 가장 가까운 카트만두 더르바르 스퀘어(왕궁 광장).
이외에도 빠탄, 박터뿌르 더르바르가 있는데... 이들 유적 모두 지진으로 인해 대부분 유실됐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터뿌르 광장은 기존의 1,500루피 입장료를 그대로 받는다고 ㅋㅋ
부디 훼손된 유적 복구에 사용되길 바라며...
암튼 시아가 찾은 더르바르 스퀘어는 그 피해 정도가 큰 까닭인지 입장료를 받고 있지 않았다.
공짜 유적 구경임에도 신이나지 않는다.
이제사 실감이 난다. 이들이 겪었을 처참한 재해가.
참사가 반년가까이 지난 지금.
생각보다 복구는 많이 진행됐고 시민들은 지진의 상처에서 벗어난듯 활기차다.
무너진 유적 바로 밑에 다닥다닥 노점이 깔린 모습을 보며 웃프기도 했지만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시아는 한 마리의 여행자가 되어 반쯤은 잘려나간 유적군을 돌아다녔다. 생각보다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앙코르와트만 하겠냐만은... 정말 넓다.
대부분 무너져 내리거나 붕괴의 위험으로 내부를 들어갈 수 없으니 슥 훑고 지나쳤지만 지진 이전에 제대로 둘러보려했다면 적잖은 시간이 투자됐으리라.
햇빛은 따뜻하고 배는 고프다.
시간이 좀 지났으니 슬슬 문들 열었겠지.
다시 타멜로 향한다. 갔던길 다시 잘 안다니는 시아는 다른 골목을 뒤지며 로컬 식당을 서치한다.
이렇게 구석구석 다니다 보니 어제는 못봤던 붕괴된 건물들의 복구작업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이렇게 오늘에야 대참사의 상처를 제대로 목격한다.
그래도 곳곳에 적잖이 서양 여행자들이 오고가고 타멜의 여행사, 상점, 사이클릭샤, 택시, 호텔 할것없이 호객에 여념이 없다.
이런 모습들에 감사하다. 여기 당도하기 저까지 시아가 그리던 무거운 분위기는 전혀 확인할 수 없다.
그렇다. 삶은 계속된다. 팔다리가 잘려나갈 지언정. life gose on.
하... 난 왤케 조심성이 없을까.
오늘도 배드가이를 만난다.
경위는 그렇다.
골목에서 지도를 확인하던 중 누군가 말을 걸어온다.
묻지도 않았는데 지도를 달라며 근처에 유명한 사원이 있다며 길을 알려준다. 듣도 갈 생각도 못했던 곳을 굳이 일러주니 뭐 일단 고맙다고 ㅋ 돌아서려는데 바로 옆에 로컬사원(카트만두 도심 골목 곳곳에 작은 탑이나 사원들이 수도없이 많다.)으로 날 이끈다.
미간 사이에 빨간 물감을 찍어주며 행운과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라 알려준다. 허허 뭐지-_
그러면서 초를 같이 피울것을 제안하는데 시아는 종교도 없고 갑작스레 끌고와서 뭔갈 시키는 것도 당혹스러워 거절하고 먼저 나와버린다. 옛날같음 시키는 대로 다 했겠지만 별일을 다 겪으며 내키지 않는 호의나 제안은 그자리에서 피하는게 상책이라는 걸 뼈져리게 배웠다.
근데 그걸 따라와서 다시 말을 시킨다 ㅠ
자기는 인도인이라며 넌 어디서 왔니 오늘 뭐할거니. 자긴 여기서 일하고 있다느니. 걍 무시하면 될걸 일일히 대답해주고 앉았으니 나도 참 -_ 사람 잘 안변한다.
그래도 피하고 싶은 마음에 밥먹고 숙소가서 쉴거라 나름 너랑 동행할 마음 없다 어필한건데... 밥먹고를 뺐어야 했어ㅠ
자기가 괜찮은 식당을 안다며 안내하겠단다.
그래. 혼자 정보도 없이 헤매느니 인증된 델 가는것도 나쁘진 않겠지 싶어 따라간다.
휴... 식당까지 가면서 어떤 외국인이 자기한테 대쉬한 얘기를 해댄다. 안물.
왕자 같지 않은데 왕자병인가?
그렇게 싸고 괜찮은 집이라며 자기가 보증한다는 식당까지 동행한다.
메뉴를 보니 그렇기 싸진 않다. 달 프라이가 100루피.
너 부자니?? ㄷㄷ
암튼 여까지 왔는데 이제와서 비싸다고 나갈 순 없고 걍 달에 로띠를 시킨다.
저쪽은 안먹는단다. 부담스럽네.
그러더니 술좋아하냐며 지금 술을 사겠단다.
내가 말투가 상냥해서 좋은 사람인것 같다며.
상냥은 개뿔. 내가 할수 있는한 가장 냉소적이고 시니컬하게 웃음기 싹 빼고 대답만하고 있구만-_
그래... 아까부터 예쁘다느니 어려보인다느니 되도않는 얘기 할때부터 확 알아봤어야 했다.
니가 정 사고 싶다면 맘대로 하라니 양주같은게 서빙된다. ㅎㄷㄷ
여기 맥주도 싸지 않은데 이게 뭔 돈지랄인가 싶다.
이거 사도 너 괜찮냐고 놀라서 물으니 이정도는 오케이란다.
그러면서 술 주문할때 내 밥값까지 계산했다 귀띔한다.
헐 왜 그랬니? 그럴 필요없어!! 라고 정색하니 니가 좋은 사람같아서 이정도는 해줄수 있다나.
내일도 만나자느니 밥사주겠다느니. 암튼 고맙긴 하지만... 만나는거야 할순있지만 밥은 살 필요없다 손사레를 친다.
너 부자야? 너 무슨일해?
부자는 아니고 그림그리는 일 한다느니 얼버무리는데 또 난처해하면 더 이상 묻지 않는 매너인이라(퐈 ㅋㅋ) 더 이상 안 물었다.
문제는... 술까지 들어가니 이넘 슬슬 본색을 드러낸다. 하... 진짜 나는 왤케 사람보는 눈이 없을까. 기본적으로 사람을 믿으려고 하는 성격은 참 혼자다니는 여행에선 마이너스다. 세상은 그리 아름답지 않은데 말이다.
자기가 지금 내가 묵는 곳보다 저렴한 숙소를 안다며 옮기는걸 도와주겠단다. 가난한 여행자에게 혹하는 제안이다.
근데 다시 말이 바뀌는게 만약에 자기가 말한것 보다 비싸면 자기가 숙소값을 대신 치러주겠단다.
오메 미쳤나-_ 내가 아무리 거지근성의 시아라지만. 이건 아니다.
절대 그러지 말라고 싫다고 확실히 의사를 전달한다.
여기부터 얘기가 이상해지는데...
숙소 옮기고 거기서 조금 쉬어가자고.
아... 이제야 눈치깐다. 아까 마사지 좋아하냐고 자기가 그냥 해주겠다고 하는걸 어떤의도인지 몰라도 꺼림찍해서 싫다했다.
아니 애초에 남자친구있냐 물어볼때 알았어야했다.
이자식. 또 나를 물로봤어.
아 열받는다. 먼저 접근해서 친절을 베푸는 인도애들 믿지 말아야 하는데. 난 또 당했다. 얘는 아니겠지 그런 헛된 믿음이 또다시 무너진다.
"절대 싫어! 난 진짜 왜 인도넘들은 혼자 다니는 동양여자들이 그런 제안을 받아들일거라고 생각하는지 이해할수가 없어. 지금 그럴라고 나한테 좋은 인연이라느니 한거니? 난또 니가 엄청 친절한 사람이라고 믿었지. 진짜 불쾌하다."
또 방언터진다.
그래도 단호하게 의사표현하니 미안하다며 그말은 잊어달란다.
미안하다는데... 하...
그러면서 내일도 여기서 만나달라고 대접하고 싶다며. 거기서 한술더떠 내일은 니가 자기와 자길 기원한단다. 아 미친-_
"절대 그럴일 없어"
절대라는 말 안좋아하지만 정말정말 진심 절대다.
그랬더니 그건 신만이 아는 거라느니 되도 않게 갓을 파네 하하.
아니 절대!!
뭔가 뜻대로 안풀리는지 이젠 약을 판다. 내가 봉사활동하러 여기 왔다니 여기 고아들에게 음식을 기부하라고. 자기가 주선해주겠다고. 신문에 내 이름이 게재될거란다.
신문에 내이름 올릴 필요 없고 거기 시설 알려주면 내일 소속된 단체에 의논해서 도와주겠다고 해도 내일 행사때 먹일 음식이라 오늘 꼭 기부를 해야한다고.
아니 애들이 내일 하루만 밥먹는게 아니고 내일, 모레 계속 먹을텐데 왜 꼭 오늘이어야 되냐니 같은 대답이다.
개인적으로 아무정보없이 후원하고 싶지 않고 정식적으로 내용을 알고나서 모임에 공유하고 움직이고 싶다고 다시금 설명하니 하품이나 하고 앉아있다. 아 진짜 더 열받는다.
몇번을 공방을 벌이다 내일이야기하고 모레 만나서 결과를 전하겠다니 날 못믿겠다네-_ 난 널 못믿겠다.
니 전화번호를 달라고 혹시 변동생기면 전화주겠다는데 기어이 전번은 안주고 니가 꼭 약속장소에 나오면 된단다. 니가 안오면 자긴 더이상 한국사람을 믿지 않겠다며 ㅋ
물론 떼내기 위한 거짓말도 아니었고 진심 검토해볼 생각이었다. 내 봉사일정조차 불확실한 상태에서 약속못지킬 상황이 생기면 안되니 전화번호를 달라 한거고.
근데 이제는 자기가 사원에 가야하는데 술사느라 택시비가 없다고 500루피를 달란다. 황당해하니 400루피 안되겠냐며 ㅋㅋ
이건 뭐 작업걸다 실패해서 배아프다는것도 아니고 어처구니가 없다.
"야 내 밥값은 내가 내겠는데 니가 감당 못할술을 왜 샀니? 지금 나랑 협상하니?"
쌍욕은 참고 그자리를 박차고 나온다. 더 이상 이런놈한테 내 소중한 시간을 뺏길순 없다.
기분 더럽고 화나고 자괴감이 들고 무섭다.
이렇게 매번 알면서도 당하는 내가 싫다.
너 바보니? 하...
오늘의 교훈. 세계 어디든 인도남자는 조심하시오.
에미에비도 못알아본다는 낮술로... 것도 독한술로 힘겹게 5층 숙소까지 기어들어가자마자 침대위에서 기절한다.
밤까지 샜으니 오죽할까.
몇시간후 힘겹게 몸을일으키니 비가 한창이다.
나가긴 글렀구나.
저녁 챙겨먹을 걱정에 타멜 식당을 검색해본다.
그렇게 비가 잦아들고서 조금은 이른 저녁을 챙겨먹으러 찾아간 식당.
Small Star(작은별)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이곳. 한글로 작은별이라 붙어있지만 현지인이 운영하는 로컬식당이다.
식사는 70-140루피의 가격선으로 이 근방 물가치고 저렴한편이다.
모모, 뚝바, 뗌뚝, 커리, 볶음밥 등등
네팔식 막걸리 뚱바가 무려 80루피.
맥주가 300루피대인걸 감안하면 진정한 서민의 술인 셈.
여기 버프칠리와 뚱바가 훌륭하다는데... 이미 불쾌한 낮술자리를 겪은지라 오늘은 포기.
염장질이라도 하듯 가득메운 테이블마다 뚱바 한잔씩 붙잡고 있는 풍경.
시아는 버프 커리(110루피)를 주문한다.
버프 고기 자체가 질기고 냄새난다는데 커리로 먹으니 나쁘지 않다.
밥은 고봉으로 주지만... 날르는 밥이니 충분히 비울수 있다. 커리가 부족한 감이 있는데 얘기하면 커리국물은 리필해 주신다.
네팔에서 먹는 커리맛이란 ㅋㅋ 걍 그렇다 ㅋㅋ
걍 이정도가 네팔 로컬 맛집의 수준이구나를 가늠할수 있다능ㅠ
음식은... 인도구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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